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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각에 ‘특검이 실패했다’ 반색한 방송사들
2017년 1월 19일
등록 2017.01.23 10:37
조회 485

19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 단연 화두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뇌물죄 소명 부족 등 5가지의 이유를 들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여론은 ‘재벌 봐주기’라며 들끓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자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와 관계없는 특검의 수사 내용과 박 대통령 수사 여부까지 끌어들인 기각 사유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특검은 기각과 상관없이 여전히 재벌과 박 대통령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낸 가운데, 특검 수사는 물론 탄핵 심판의 향방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 상황을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SBS와 JTBC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분석하는 보도도 없이, ‘특검의 실패’라는 프레임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TV조선은 아예 노골적으로 ‘특검이 말만 많았다’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마치 구속 영장 기각만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가 모두 벗겨졌다는 식의 태도입니다. 

 

1. ‘말만 앞세운 특검’, ‘조의연 판사는 원칙론자’…쾌재 부른 TV조선
우선 TV조선이 가장 반색했습니다. TV조선 <“증거 차고 넘친다”더니 자존심 구겨>(1/19 https://bit.ly/2k9f80y)는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증거가 차고 넘친다, 영장 내용이 기절할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이 말을 앞세운 여론전에 의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란 논리”까지 내세웠지만 “법원은 특검의 자신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TV조선은 여기다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 “특검이 말을 앞세운 것 아니냐”, “자신감이 강했던 만큼, 그 만큼 더 자존심을 구긴 셈” 등 특검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TV조선 <앵커칼럼>(1/19 https://bit.ly/2k7c2Gq) 역시 영장 기각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말이 앞서고, 바삐 서두른 결과”라고 규정하며 특검을 향해 비아냥댔습니다. 


또한 TV조선은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를 강력히 옹호하는 보도를 내놨는데, 이런 보도는 TV조선에서만 나왔습니다. <“고심 찬 결정”…비난 댓글도>(1/19 https://bit.ly/2j0sBG5)는 “서울고법 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지난해부터 서울지법에 3명뿐인 영장전담 판사를 맡은 '엘리트 판사'”라고 조의연 판사를 소개한 뒤 “법리에 충실한 원칙론자”, “매우 신중하게 구속 여부를 판단”이라며 기각 판결을 옹호했습니다. 이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자, 인터넷에서 조 판사에 대한 ‘신상털기’와 함께 ‘삼성 장학생’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제기”된다며 여론의 조 판사 비판을 ‘음모론’으로 치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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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에 비아냥거리고 구속영장 기각한 조의연 판사 옹호한 TV조선(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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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에 비아냥거리고 구속영장 기각한 조의연 판사 옹호한 TV조선(1/19) 

 

2. 기각 사유 분석도 없이 무조건 ‘특검은 비판, 법원은 옹호’한 TV조선
TV조선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은 비판하고, 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옹호했다면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그 근거는 조의연 판사의 기각 사유가 정당성 여부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단지 받아썼을 뿐 그 어떤 분석도, 비판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TV조선 <“대가‧청탁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1/19 https://bit.ly/2jeSjEG)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 지원 경위에 대한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한 수사진행 경과를 고려했을 때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법원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여기에 법원이 특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특검이 ‘뇌물수수자'’  규정한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는 ‘동어반복’의 설명만을 달았을 뿐입니다. TV조선은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라는 기각사유는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TV조선은 조희연 판사의 판단이 무조건 옳다는 전제 하에 특검을 비판한 겁니다.

 

3. JTBC, SBS는 달랐다
TV조선이 이렇게 받아쓰기만 한 법원의 기각 사유는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JTBC는 이날 법원의 기각 사유를 비판하는 데만 2건을 할애했습니다. JTBC <‘기각 사유’ 법조계 법리 공방>(1/19 https://bit.ly/2jTc9WQ)은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영장 기각 사유에 들어가 있”는 것이 눈에 띈다면서 “지난해 검찰이 대통령을 조사하려다 거부된 적이 있고, 특검은 오는 2월 초까지 조사하겠단 입장인데, 일반적인 뇌물 사건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직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는 게, 이 사안의 특수성을 너무 외면한 게 아니냐”라고 반박했습니다. 여기다 죄명은 다르지만 똑같이 국정파탄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 안종범과 이 부회장 혐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구속이 됐는데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대통령,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이 됐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차라리 도주 우려가 없다거나, 증거인멸 부분이 해당이 안 돼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면 이해하겠지만 수사 내용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가 돼버렸기 때문에 이 부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대 여론”을 강조하며 기각사유 분석을 정리했습니다. SBS도 2건의 보도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법원의 판단을 반박했습니다.

 

4. 기각 사유 받아쓰고 ‘특검 제동’ 강조하고, 다른 방송사들도 마찬가지
비단 TV조선만 법원의 편에 선 것은 아닙니다.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 모두 법원의 기각 사유를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보도가 없습니다. 모두 1건씩 법원의 판단을 받아썼을 뿐입니다. SBS와 JTBC를 뺀 5개 방송사의 일관된 논지가 ‘특검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라는 것도 눈에 띕니다. 이 부분에서는 MBC가 두드러집니다. 


MBC <특검 수사 ‘제동’…“조사 예정대로 진행”>(1/19 https://bit.ly/2iInawW)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의 뇌물죄를 밝히기 위한 중요한 ‘수사 고리’였”는데 “영장이 기각되면서 대통령으로 향하던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영장 기각에 대해 박 대통령과 다른 대기업 수사를 흔들림 없이 진행할 것이라 밝힌 특검 입장은 “원론적인 입장”이라 규정한 뒤 “법원이 뇌물죄 적용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 내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 “재단 출연금에 뇌물 혐의를 적용한 것이 무리한 법리 적용이 아니었냐는 지적 등이 부담이 될 전망” 등 부정적인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보도 말미에서는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를 본격 진행하려던 특검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KBS와 MBN에도 이렇게 ‘특검의 실패’를 강조한 보도가 1건 있고 TV조선과 채널A는 2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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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수사에 제동 걸렸다’ 강조한 MBC(1/19)

 

5. ‘특검의 실패’? ‘구속영장 기각은 사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 박은 JTBC
SBS와 JTBC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보도했습니다. JTBC <앵커브리핑>(1/19 https://bit.ly/2j0KdSt)에서 손석희 앵커는 아예 ‘특검 제동’에 초점을 맞춘 타사 보도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언론에선 특검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고 논평하고 있지”만 “기업총수에게 내려진 영장은 기각되었어도 혐의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 더구나 뇌물죄는 탄핵사유의 전체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라는 겁니다. 또한 “정상의 비정상화가 진행된 날들을 되돌리는 일, 무엇보다도 정경유착의 악폐를 끊는 일이 판사 한 사람의 판단에 의해 멈춰 설 일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SBS도 톱보도인 <“법리 다툼 여지”…뇌물죄 수사에 제동>(1/19 https://bit.ly/2jFBwOq)에서부터 법원 기각 사유에 특검이 “내부적으로 강하게 반발”했음을 강조했고 “특검은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수사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수사 기조를 이어갈 방침”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6.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어떤 영향?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MBC‧채널A
MBC와 채널A는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한 보도만 누락한 게 아닙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인데요. 구속영장 기각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나 심판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MBC와 채널A는 이를 짚어본 보도가 없습니다. 


타사는 모두 ‘탄핵 심판에는 영향이 없다’는 취지의 보도를 1건씩 냈습니다. 여기서도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JTBC입니다. JTBC는 유일하게 2건을 탄핵 심판과의 연관성에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JTBC <‘이재용 영장기각’ 탄핵심판엔 영향 없어>(1/19 https://bit.ly/2jf6glX)는 “영장 기각은 탄핵심판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오히려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과 맞서고 있는 검사역할을 하고 있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헌재의 탄핵 결정이 보다 빨리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소식도 덧붙였습니다. “탄핵심판에서 뇌물관련 혐의, 즉 법률위반은 헌재가 문제삼는 5가지 쟁점 중 하나일 뿐”이고 “31페이지에 걸쳐 4가지 헌법위반 사유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뇌물혐의 법률위반은 마지막 5번째 사유이고, 삼성 뇌물관련 직접적인 표현은 4문장이 전부”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JTBC는 “탄핵심판은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그 위반이 중대할 때 파면하는 절차”인 만큼, “국민주권주의 위반이나 국민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등 헌법위반 여부가 중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7. ‘이재용 빙의 보도’ 선보인 TV조선, 이재용의 대변인?
TV조선은 낯 뜨거울 정도로 이재용 부회장 입장을 대변한 보도도 내놨습니다. TV조선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 이었다”>(1/19 https://bit.ly/2iRnEMC)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15시간을 구치소에서 보낸 이재용 부회장의 하루를 삽화까지 동원해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김하림 기자는 먼저 입감 절차부터 설명했는데요. “속옷까지 벗고 수형복을 입으면서 표정이 굳어지며 긴장한 모습”이었다면서 “흉기 소지를 살피기 위한 항문 검사까지 일반 사범처럼 똑같이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비누와 세면도구 등을 지급받은 이 부회장은  바닥에 전기 판넬이 깔리고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2평 독방에 수감”됐고 “저녁으로 1,444원짜리 4찬 식사를 제공받았지만, 입맛이 없어 거의 밥술은 뜨지 못했습니다. 식사 후 식판은 직접 세면대에서 씻었습니다”라며 이 부회장의 ‘수감 15시간’을 일일이 읊었습니다. 이때 화면은 생필품을 지급받고 독방에 수감돼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이 삽화로 등장했습니다. 김 기자는 “처음 경험해보는 낯선 상황이었고 가장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는 이 부회장 전언을 끝으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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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고 길었던 이재용의 구치소 수감기’ 삽화까지 동원해 보도한 TV조선(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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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고 길었던 이재용의 구치소 수감기’ 삽화까지 동원해 보도한 TV조선(1/19)

 

이런 보도는 TV조선에서만 나왔는데요. 대단히 부적절한 보도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430억 원대 뇌물공여, 그것도 국정파탄 세력에 일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입니다. 당연히 ‘일반 사범’과 똑같은 입감절차를 받아야 합니다. TV조선은 이것이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삽화까지 동원해 묘사했고 “입맛이 없어 거의 밥술을 뜨지 못했다”는 ‘이재용 빙의’까지 선보였습니다. 이는 국민의 법 감정과도 한참 동떨어진 보도 행태입니다. 20일, 469일 째 삼성 본사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의 황상기 씨(삼성 백혈병 사망자 황유미 씨의 아버지)는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축적한 부는 유미 같은 근로자들의 희생을 통해 이룬 것”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은 물론이고, 삼성이란 회사에 대해서도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1월 14일에는 삼성반도체공장에서 또 백혈병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고 김기철 씨는 138번째 ‘삼성 직업병 사망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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