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팩트로 짚어본 네이버 여론 조작 의혹
기사는 손 안 댄다? 네이버의 해명을 믿기 어려운 이유이정환(미디어오늘 대표)
팩트 하나. 네이버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관리한다. 이건 네이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관리하지 않으면 19금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로 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팩트 둘. 네이버 연관 검색어는 조작이 가능하다. 지난 9월에는 컴퓨터 수백 대를 동원해 연관 검색어를 조작한 대가로 수십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팩트 셋. 네이버는 요청을 받아 연관 검색어를 지워주기도 한다. ‘정우택 성상납’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갑자기 사라져 논란이 된 적 있다. 네이버는 처음에 부인했으나 논란이 확산되자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요청을 받아 삭제했다고 시인했다.
팩트 넷. 네이버는 청탁을 받고 기사를 삭제한 사실이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뉴스 편집에 외압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기사 청탁과 편집이 반복됐을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 기사만 삭제했다?
“제가 K리그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한 번 조심스럽게 부탁합니다.”
엠스플뉴스가 보도한 2016년 10월 3일 한국프로축구연맹 김 아무개 팀장이 네이버 금 아무개 이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가운데 일부다. 김 팀장은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나”라는 제목의 오마이뉴스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이 기사는 스포츠면에서 사라졌다.
△ 축구연맹 김 아무개 팀장이 네이버 스포츠 금 아무개 이사에게 보낸 메시지.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읍소하고 있다. (사진 : 엠스플뉴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해명은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언론 취재의 대상인 스포츠 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같은 의혹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지 못했습니다.”
네이버는 스포츠 기사와 일반 기사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10월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스포츠 뉴스 재배치는 사실이어서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삼성 건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조간 기사가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장님, 조금 전까지 댓글 안정적으로 대응했고,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대상 기사들 모두 내려갔습니다. 내일 오전에 전원 다시 나와 체크하겠습니다. 포털 측에도 부탁해뒀습니다.”
△ 시사IN이 단독 보도한 ‘삼성 장충기 문자’ 내용. 2015년 5월 15일, 최홍섭 삼성전자 전무가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에 기사 삭제와 여론 조작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사진 : 시사IN)
2015년 5월 15일, 최홍섭 삼성전자 전무가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의 일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이사장에 선임됐다는 보도가 떴던 날이다. 최 전무는 다음날에도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 네이버 다음 양 포털 뉴스팀에 미리 협조를 요청해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포털에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 붙는 확산은 전혀 없는 추세입니다. 기껏 붙어야 10여 개 수준이며 계속 모니터링 중입니다.”
삼성 그룹 뇌물공여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 자료 가운데 일부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떤 루트를 통해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영향력 행사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면서 “삼성이 광고주 입장에서 광고 담당 쪽에 얘기는 해볼 수 있겠지만,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전무가 거짓 보고를 했는지, 네이버가 거짓 해명을 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이재용 부회장, 삼성 재단 이사장 선임…후계자 지위 강화”라는 제목의 기사는 오전 10시32분부터 12시19분까지 1시간46분 동안 떴다가 내려갔고 대신 12시19분부터는 “삼성공익재단에도 이재용식 ‘변화의 바람’ 부나”라는 기사로 대체됐다. 이 기사는 3시간14분 동안 노출됐다. 오후 4시11분부터는 “삼성, “재단 이용한 ‘우회상속’은 없다””는 제목의 삼성 입장을 담은 기사가 2시간33분 동안 노출됐다.
2008년 7월 진성호 당시 한나라당 뉴미디어팀장이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봐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네이버가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결국 진 전 의원이 공식 사과하는 것으로 매듭짓긴 했지만 의혹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다.
사라진 검색어, 기준이 뭘까?
네이버 여론 조작 의혹은 역사가 길다. 2012년 8월,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단란히 먹는 술집 가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술을 못 마신다”면서 “뭐가 단란한 거냐”고 반문한 데 대해 동아일보가 반박 기사를 냈다. 한 고위 공직자가 “안 원장과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적 있다”고 밝혔고 한 기업 임원은 “역삼동 S 빌딩 지하 술집에서 자주 어울리며 2차 술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가벼운 에피소드지만 유력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후보의 순박하고 성실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는 사건이었다. 네이버에서 ‘안철수 룸살롱’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떴고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박근혜 룸살롱’이라고 검색하면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창이 뜬다는 걸 누리꾼들이 발견해서 논란이 네이버로 번졌다. 네이버가 일부러 ‘안철수 룸살롱’만 노출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때도 네이버의 해명은 군색했다. “검색량이 기준치 이상으로 늘어났고 관련 언론 보도를 확인해서 성인 인증 절차를 생략했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되자 네이버는 ‘박근혜 룸살롱’도 성인 인증 없이 검색되도록 했다. 네이버는 “오늘 오후까지는 ‘박근혜 룸살롱’이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관련 기사가 뜨고 검색량이 늘어나면서 해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의혹으로만 떠돌던 검색 중립 논란을 촉발시킨 사건이었다.
△ 2012년 8월, 네이버가 일부러 ‘안철수 룸살롱’만 노출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네이버는 해명 후 ‘박근혜 룸살롱’도 성인 인증 없이 검색되도록 했다. 사진은 2012년 8월 21일 오후 네이버 메인 화면. (사진 : 네이버 화면 갈무리)
네이버는 진성호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연관 검색어를 삭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네이버는 “명예훼손 등과 관련해 검색어를 비공개로 삭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관 검색어는 특정 단어를 검색할 때 다른 이용자들이 함께 찾는 단어를 추천하는 기능이다. ‘진성호’의 연관 검색어로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뜬다는 건 ‘진성호 성추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연관 검색어가 뜨면 그만큼 이슈의 확산이 빨라진다. 연관 검색어를 삭제한다는 건 이슈의 확산을 차단한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권리 침해 요청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문제는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누구나 요청할 수 있고 타당하면 받아들여진다는 게 네이버의 해명이었지만 검색 결과가 관리되고 편집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네이버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이슈를 띄울 수도 있고 뭉갤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기업에 불리한 검색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검증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명예훼손을 근거로 한 네이버의 제외 검색어에는 기업과 관련된 검색어의 비중이 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플랫폼 중립성, 네이버가 답을 해야 한다.
플랫폼 중립성 논란은 네이버에게 숙명과도 같다. 영리 목적의 기업이지만 네이버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네이버는 이미 공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가 어떤 기사를 어떤 방식으로 노출하느냐에 따라 이슈의 흐름이 바뀌고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여론의 방향을 흔든다. 검색이든 뉴스든 완벽한 알고리즘은 있을 수 없고 편집에 주관과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공격을 받는 게 숙명이고 의혹과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계속해서 해명하고 신뢰를 쌓아나가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네이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여론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는 여론 조작 의혹을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언론포커스는? 언론포커스는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회원들을 찾아갑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동민(단국대 외래교수),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평호(단국대 교수),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박태순(민언련 정책위원), 신태섭(동의대 교수),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이용성(한서대 교수),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이정환(미디어오늘 대표), 정연구(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연우(세명대 교수),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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