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페이크 뉴스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페이크 뉴스’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의 저널리즘의 위기
등록 2017.05.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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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뉴스’ 그 광풍의 시작

 

2004년 6월 29일 BBC News는 온라인상에서 패러디와 모방을 주 활동으로 하는 스펍 웹사이트(Spoof website)에 대해 보도했다. 토마스 스콧이라는 학생이 만든 이 스펍 웹사이트는 영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를 흡사하게 베꼈고, 주소도 유사했다. 정부 대변인은 이 사이트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정부의 신뢰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논평하면서 웹사이트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스콧은 이를 거절했고, 오히려 이와 유사한 다른 웹사이트를 시리즈로 더 개설했다. 그는 “유모어 없이는 단 몇 초도 이 사이트를 볼 수 없다. 스펍 사이트는 망상적 열광, 좀비 공격 및 외계인의 침공에 대해 조언을 제공하는 사이트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콧이 만든 웹사이트들은 레이아웃, 로고 등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서 마치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들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처럼 페이크 뉴스는 한 대학생의 호기심에 의해 가볍게 시작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미디어 현상은 오늘날 전 세계 공론장과 언론의 영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마케도니아의 작은 도시 벨레스(Veles)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여름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도널드 트럼프에 호의적인 뉴스가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정보가 무차별하게 유포되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그 진원지를 추적한 결과 벨레스에서 개설된 100여 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미국 보수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유포하였다. 이 웹사이트의 주인공들은 벨레스에 거주하는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직업이 없는 청년들이었다. 이들이 만든 가짜 뉴스에 대한 높은 조회 수는 그들에게 엄청난 광고수익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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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6월 29일 스펍 웹사이트(Spoof website)에 대해 보도한 BBC News(왼쪽)와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낸 웹사이트가 집중적으로 등록된 마케도니아의 작은 도시 벨레스(Veles)(오른쪽). 

 

페이크 뉴스가 힘을 가지는 이유

 

우리의 경우, 지난 대선 중에 중요하게 떠오른 주제가 ‘가짜 뉴스’였다. 페이크 뉴스(Fake news) 혹은 이 가짜뉴스는 선거운동과 정치공론의 장에서 상대의 약점을 폭로하고, 전열을 흩으러 놓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기제로 이용되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팩트 체크 센터와 16개 국내 주요 언론사가 지난 19대 대선 기간 공동으로 실시한 후보 검증 보도 팩트 체크 결과 177건 가운데 ‘가짜 뉴스’가 88건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 기간 동안 4만222건의 위법게시물에 대해 삭제요청을 했으며, 그중 네이버 밴드가 1만1891건, 페이스북 8,384건, 트위터 7,936건, 다음카페 2,219건, 카카오스토리 2,028건 등으로 나타나 대다수 가짜 뉴스가 SNS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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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팩트 체크 센터와 16개 국내 주요 언론사는 지난 19대 대선 기간 공동으로 후보 검증 보도에 대해 팩트 체크를 실시했다.
(사진 :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팩트 체크 센터 홈페이지)

 

무엇보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조직적인 선동을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드는 경우들이 나타났다. 이는 가짜 뉴스가 정치 및 선거 전략의 주요한 기제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선 기간 동안 각 선거 캠프들이 서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또한 변화하는 언론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언론사로 등록된 총 매체 수만 6,000개가 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5인 미만 언론사도 그 지위를 인정함에 따라서 누구나 인터넷 언론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인터넷 언론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의 구별이 매우 모호해지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복사, 짜깁기, 조작의 과정이 일상화 되고 있는 군소 언론들의 뉴스 생산 시스템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낸다.

 

셋째로 이러한 언론환경 변화는 뉴스 생산자들의 저널리즘 윤리의식을 희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수용자들로 하여금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무뎌지게 만들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전통적 저널리즘, 전문가 중심 저널리즘의 위기가 중요한 원인임을 지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새로운 규범과 윤리의식 

 

이 지점에서 가짜 뉴스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먼저 전문가 중심, 직업 언론인 중심의 저널리즘이 약화되고, 시민 중심 혹은 생비자(prosumer) 중심의 저널리즘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규범과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시민 저널리즘, 1인 미디어 저널리즘에 대한 교육과 언론윤리 의식의 고양을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뉴스 생산자들의 보다 엄격한 팩트 체크, 정보의 사실성 강화를 위한 노력, 그리고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방식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보 이용자들의 판단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14일 삼성전자 뉴스룸의 스페셜 리포트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_교육 편’에 따르면,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 젊은 세대일수록 온라인 정보에 ‘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민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 온라인 정보 구분 능력을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제제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저널리즘을 새롭게 정립하고, 언론 주체들이 윤리적 규범을 지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박태순(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미디어로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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