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민주주의를 코스프레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특검은 언론장악 공범 김성우를 즉각 수사하라
등록 2017.02.08 17:59
조회 687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 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진보적 민주언론시민단체연합”(약칭, 민언련)이 지난 1월 25일 낸 성명 제목이다. 제목에서 흥분하는 주먹과 뻗치는 분노를 느낀다. 

 

시민을 분노하게 한 김성우


왜 시민단체가 흥분하는 건지? 이유는 넉 달 전에 그만둔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그는 국가 최고기관의 언론정책을 짜고 실천하는 책임자답게 민주국가의 언론자유를 보호하고 확대하기는커녕 언론의 비판을 싫어하는 대통령을 위해 오히려 언론자유를 누르고 옥죄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래서 등 뒤에서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언론인이 많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런 위험인물을 권력자 주변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홍보수석 자리에 갖다 앉힌 도깨비 같은 인물이 바로 국정을 농락해 전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다. 이 사실은 1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변론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의 입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한국 언론의 얼굴에 또 한 번 흉한 상처를 낸 폭로였다. 언론인은 물론 한국 국민이라면 흥분하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95호 언론포커스 02.png

 

1992년에 SBS 방송에 입사해서 언론 생활을 시작한 김성우 전 수석은 최순실이 문화계 “황제”로 만들었다는 차은택 창조경제추진단장을 통해 홍보수석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 같은 중요한 자리를 최순실 같은 비선 실세가 자기 사람을 통해 스카우트하고 그래서 정권의 언론정책을 주물렀다니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많은 국민들이 또 한 번 “이게 나라야!” 하고 한숨을 내쉬지 않았겠는가. 

 

최순실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 사양하던 김성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첫 면접에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온 다음에는 매일 홍보수석실 회의에서 언론보도가 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냐 호의적이냐에 따라 호불호(好不好)의 점수를 매기고 정부광고를 언론사에 배분할 때 비우호적인 매체는 대상에서 배제해 버렸다. (언론노조 주간지 <미디어오늘>의 보도, 2015년 6월 메르스 전염병 대책 기사 참조). 그 때문에 박근혜 정권의 언론정책의 민낯이 또 한 번 드러났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욕을 먹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었다. 그뿐 아니다. 김성우 전 수석은 홍보수석 자리를 이용해 KBS 기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는 고대영 씨를 사장으로 추천하기 위해 이인호 이사장에게 압력을 가해 한국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공영방송 보도에 압력을 가한 점에서는 박근혜의 남자인 전임자 이정현의 수석에 질 배 아니었다. 

 

편파방송 책임의 근원은 청와대


모든 편파방송은 책임의 원천이 청와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의 언론관, 민주주의관, 아니 민주주의 언론관의 부재가 원천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MBC 기자 피디들이 170일의 파업에 들어갔을 때, 박 후보의 메신저 역할을 한 이상돈 교수를 통해 기자 피디들이 파업을 중단하면 자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MBC 노사분규를 노조에 불리하지 않게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노조는 그 약속을 믿고 파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기자 피디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국 언론의 퇴보였다. 기자 피디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95호 언론포커스 03.jpg

 

정치인 박근혜에게 언론은 정권장악 정권유지의 수단일 뿐 민주주의나 언론자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파리에 있는 <국경없는 기자회>가 매년 매기는 한국의 언론자유 인덱스가 한국의 언론자유 후퇴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금년 한국의 언론자유 인덱스는 세계 71위로 아프리카의 세네갈이나 말라위 같은 이름도 생소한 후진국보다 뒤져 있다. 노무현 5년과 비교하면 이명박 박근혜 10년 집권 기간에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거의 30위 가까이 후퇴했다. 이것은 곧 민주주의 후퇴의 숫자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2항은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헌법규정은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은 정권이 장악하고 있다.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인의 활동을 감시 제약하고 있다. 적어도 박근혜 정권하의 한국은 진정한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촛불시위 이후 모처럼 국민이 진정한 언론자유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자 겁이 난 정권은 돈 주고 사람을 동원해 맞불을 놓고 있다. 원인을 추적하면 청와대로 향한다. 언론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건 민주주의 코스프레다.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가 대통령실 홍보수석 임명에 개입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코스프레로 만드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특검의 김성우 전 홍보수석의 집권 남용 수사 고발을 지지한다.  박근혜 탄핵 심판 주심재판관(강일원재판관)이 국회 측 소추위원이 제출한 탄핵사유 13가지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한 심의 대상에도 제3항에 “언론의 자유 침해”가 들어있다. 따라서 김성우 전 홍보수석의 직권남용은 당연히 특검과 헌재의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