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건폭몰이 항의’ 죽음마저 폄훼한 조선일보의 ‘언폭보도’
등록 2023.05.1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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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몰이 항의’ 죽음마저 폄훼한 조선일보의 ‘언폭보도’

 

조선일보가 건설노조 탄압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숨진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지대장 분신 사건을 두고 사실확인 없이 ‘자살방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악의적 왜곡보도로 ‘언론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월 16일 온라인대응 자회사 조선NS 최훈민 기자가 작성한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를 통해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대처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양씨의 상급자인 A씨가 가만히 선 채로 양씨를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유족 동의도 없이 현장 CCTV를 임의로 공개한 조선일보는 자의적으로 영상을 해석하며 왜곡된 주장의 근거로 활용했다. 검찰 또는 경찰 관계자가 아니면 확보하기 어려운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CCTV 자료는 ‘독자 제공’이란 이름으로 표기됐다.

 

조선일보는 “현장을 지켜본 YTN기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본 다수의 목격자들’이라는 익명 취재원들의 진술을 부각했다. 건설노조의 대응을 전한 대목은 더욱 교활하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은 “양씨에게 유족이 있다”고 했지만, 빈소에 적힌 상주 명의자는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위원장 단 한 명뿐이었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문 안내 속 계좌의 명의자는 ‘전국건설노조’였다”는 등 마치 건설노조가 유족 뜻과 상관없이 행동한다는 듯 묘사했다.

 

이번 악의적 왜곡보도는 과거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왜곡보도를 떠올리게 한다. 1991년 노태우 정권은 3당 합당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폄훼하기 위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기획했다. 김기설 열사가 서강대에서 분신하자 법원은 필적 감정사들을 압박해 김기설 열사의 동료 강기훈 씨가 유서를 대필했다는 ‘자살방조’ 누명을 씌웠고, 당시 보수언론 대부분은 정권의 발표내용을 충실히 대변하는 ‘나팔수’ 노릇을 했다. 강기훈 씨는 24년 후 재심으로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당시 정권의 불법행위와 언론의 부역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건설노조 등 노동계 당사자들이 조선일보 보도의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5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양회동 열사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뒤틀려는 악의적인 보도”로 규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조선일보가 보도에서 활용한 CCTV 유출 경위를 지적하며 “유가족·목격자에 대한 혐오범죄이자 2차 가해로 언론의 보도윤리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양회동 노동자의 죽음은 노동자들의 합당한 쟁의를 불법으로 간주하며 노조탄압에 몰두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에서 비롯됐다. 노조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건폭’ 몰이는 잇따른 압수수색과 영장청구, 15명 구속, 950명 소환조사, 건설기계 노동자 과징금 부과, 단체교섭 거부, 조합원 고용 거부 등 대대적인 노동탄압으로 일관해왔다.

 

양회동 노동자 사건만 해도, 경찰은 ‘공사를 방해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8,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했지만 정작 고인에게 협박받았다는 강원지역 건설업체 관계자 15명은 ‘그런 적이 없다’는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살아있는 권력 감시’는 뒷전이고, 악의적 왜곡과 엉뚱한 프레임으로 제2의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재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양회동 지대장 사망 사건 이후 제대로 된 관련 보도 없이, 민주노총 집회 관련 기사에서는 검찰·경찰의 주장만 반복해 언급하며 수사의 정당성만 강조해 왔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양회동 지대장 사망 사건을 보도하지 않은 건 ‘자살보도 권고기준’ 때문이라 한다. 이제와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무시하고 현장 영상까지 보도한 이유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건설노조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기 위한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보도에 ‘보도윤리’를 앞세워 알리바이 삼는 조선일보를 강력 규탄한다. 사건을 고의적으로 조작하려 시도하고, 악의적인 보도로 여론을 선동하려 한 조선일보에 엄중히 경고한다. 해당 기사를 삭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정정보도와 건설노조와 유가족을 향한 공개사과를 해야만 할 것이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기사를 쓰기 전에 인간부터 되어라.

 

2023년 5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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