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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사장, ‘진짜’ 공영방송 MBC 만들기에 매진하라
등록 2017.12.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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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PD 최승호 후보가 MBC 새 사장으로 선출됐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오늘(12월 7일) 3인의 사장 후보 최종 면접 후 진행한 표결에서 최승호 후보가 재적 이사 과반의 지지를 얻어 MBC 사장에 취임하게 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2년 공정방송 파업 과정에서 이유도 없이 해고당했던 최승호 PD가 해직 1997일째 되는 날 MBC 정상화를 이끌 새 수장으로 선출된 데 대해 깊은 환영과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오늘 새롭게 MBC의 수장으로 선출된 최승호 신임 사장은 후보 시절 다른 두 명의 후보들과 함께 6인의 해직자 즉각 복직을 선포하는 ‘노사 공동 선언’을 노조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최승호 신임 사장이 출근 첫 날인 8일 이를 대내외에 선포하고 해직자 전원 복직 서류에 서명하면, 최승호 신임 사장 본인과 이용마, 정영하, 강지웅, 박성호, 박성제 등 6인의 해직 언론인들은 즉시 ‘공영방송 MBC 직원’ 신분을 회복할 예정이다. 최승호 신임 사장은 또한 지난 시기 보도·제작현장에서 배제돼 비보도·비제작부서로 유배되어 있던 언론인들을 즉각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

새 사장 선임이나 해직 언론인 복직이 곧 MBC의 정상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지난 9년 동안 켜켜이 쌓인 MBC 안팎의 적폐가 사장 한 명 바뀌었다고,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이 성사됐다고 일거에 청산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MBC가 공영방송다운 모습을 잃어갈 때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에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한 언론인들이 최장 2105일 만에 다시 신분을 회복하고 MBC 안에서 공영방송을 재건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건 긍정할 만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최승호 신임 사장과 복직을 앞둔 언론인들, 그리고 MBC 구성원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매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촛불을 밝혔던 시민들과 이번 사장 선출 과정에 참여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해직 언론인 최승호가 사장으로 MBC에 복귀하고, 해직 언론인들이 ‘해직’ 꼬리표를 떼고, 보도·제작 현장에서 쫓겨났던 언론인들이 제 자리를 찾는 건 MBC 정상화의 첫 걸음일 뿐, 완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완전하게 돌려놓기 위해 최승호 신임 사장은 후보 시절 약속한 것처럼 조속히 ‘노사 공동 재건위원회’를 발족해 적폐 정권 9년 동안 MBC에서 벌어진 부패와 권한 남용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책 발표회 당시 최승호 신임 사장은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했다.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새기지 않을 경우 1987년 방송민주화 운동 이후 더 이상의 ‘땡전뉴스’는 없다고 자신했던 MBC에서 십 수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땡박뉴스’를 끊임없이 내보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을 거라 장담하기 어렵다. 엄정한 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 그리고 그러한 적폐들이 비집고 자라날 수 있던 내부 문화에 대한 점검과 반성, 대책 마련은 거듭 말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아울러 정책 설명회와 면접 과정에서 약속한 것처럼 조속히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복원해 국장책임제와 보도·편성국장 임명 동의제 등 내적 자율성 관련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업의 기자와 PD들이 권력을 향해 두려움 없이 질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공기(公器)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공영방송이 기능할 수 있는 길이다.

후보 시절 약속한 ‘상생’의 가치 또한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에선 공정의 가치를 역설하는 MBC가 ‘슈퍼 갑’으로 외주제작사와 독립PD를, 방송작가 등 비정규직 방송 제작 스태프를 착취하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해선 안 된다. ‘슈퍼 갑’의 위치에서 스스로 내려와 상생 가능한 제작 현장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인권 친화적인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과 실질적인 교육, 시청자의 실질적인 참여 보장 등도 잊어선 안 된다.

MBC는 지금 그동안의 역사 속에서 사실 한 번도 제대로 도달하지 못했던 정상화를 위한 길 위에 서 있다. 어쩌면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시간은 적폐에 잠식됐던 시간보다 더 길어야 할지도 모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그 시간 동안 MBC가 길을 잃지 않도록,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마음으로 감시하고 격려하며 질책도 하겠다.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정말로 어려운 길 위에 선 최승호 신임 사장과 MBC 언론인들 응원한다.<끝>

 

12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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