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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방통심의위 출범, 하루도 더 늦춰져선 안 된다
등록 2017.11.0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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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시간이다.(11월 3일 기준) 3기 방통심의위가 지난 6월 12일 임기를 마치고 해산했음에도 4기 출범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방통심의위는 13만 건 이상의 심의 민원을 쌓아둔 채 5개월째 시간만 보내고 있다.

방통심의위를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해 다섯 달째 방송통신 심의를 멈추게 만든 핵심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 방통심의위는 대통령과 여당에서 6인의 위원을, 야당에서 3인의 위원을 추천해 구성하는데, 자유한국당이 자당 추천 몫 1인에 더해 여당 추천 몫 1인까지도 자신들에게 더 달라고 주장하며 4기 방통심의위 구성을 훼방 놓고 있기 때문이다. 9인 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한 6인 위원을 이미 내정하고도 자유한국당의 생떼를 이유로 5개월째 임명을 주저하고 있는 청와대 또한 작금의 심의 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기 해산 후 TV조선·채널A·JTBC 민원 1079건…공정성, 객관성 심의 집중

방통심의위 예산은 방송사업자들의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충당하는데, 그 규모가 연간 300억에 이른다. 제1야당의 생떼가 방통심의위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방치하고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조직 유지비로만 사용하게 만든 셈이다. 그러나 방송통신 심의 마비 장기화의 가장 큰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청자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가 방송 재승인·재허가 심사에 반영돼 왜곡·편파 방송에 대한 제재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 기능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3기 방통심의위 해산 이후에도 네 개의 특별위원회가 가동하며 사무처와 함께 기초 심의 작업을 진행했지만, 지난 10월 20일 특별위원회마저 임기 종료로 해산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정지됨에 따라 내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진행할 TV조선, JTBC,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3사 재승인 조건 이행 점검이 부실해질 가능성은 매일 더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3월 재승인 기준 점수에 미달한 ‘낙제 방송’ TV조선은 물론, 함께 재승인 심사를 받은 채널A와 JTBC에 올해 4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제13조(대담·토론 프로그램 등) 1·3·5항,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유지) 1·2·5호, 제51조(방송언어)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4건 이하로 유지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10월 13일까지 방통심의위에 접수된 종편 3사의 심의 민원은 1079건이다. 내년 방통위로부터 재승인 조건 이행 점검을 받아야 할 심의 민원은 현재까지 TV조선 308건, 채널A 336건, JTBC 435건 접수돼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은 채널A가 84.2%(283건, 공정성 209건·객관성 74건)로 가장 많았다. TV조선도 83.4%(257건, 공정성 161건·객관성 96건)로 비슷한 수준으로 많았고, JTBC는 51.9%(226건, 공정성 119건, 객관성 107건)가 해당 민원이다.

시청자들의 심의 민원은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 몰려 있었다. TV조선의 경우 저녁종합뉴스인 <뉴스 판>(7월 2일 종영 후 <종합뉴스9>로 프로그램명 변경, 59건)·<종합뉴스9>(155건)에 대한 민원이 2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보도본부 핫라인>(32건), <신통방송>(14건)도 민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채널A에선 시사토크쇼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에 대한 심의 민원이 129건으로 최다였으며, 저녁종합뉴스인 <종합뉴스>(9월 18일 <뉴스A>로 프로그램명 변경, 82건)·<뉴스A>(15건) 97건, <뉴스특급> 30건 등에 대한 민원도 많았다. JTBC에서 심의 민원이 많은 프로그램은 저녁종합뉴스 <뉴스룸> 286건, <정치부 회의> 47건, <뉴스현장> 44건 등의 순서였다.

 

방통심의위 마비는 이행 실적 점검 앞둔 종편에 반사이익 줄 가능성 커

방통심의위에 쌓인 민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종편에서 보도·시사프로그램의 허위, 불공정 문제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가 TV조선 등의 종편에 일련의 조건을 부과한 배경 역시 두 번의 재승인 심사를 거치면서도 허위, 막말, 편파방송 등의 실태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통심의위가 방송심의규정(제3조 2항)에 따라 허위·왜곡으로 확인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방송 후 6개월이 지난 프로그램 심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건 심의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 건수가 많은 방송사다. 다행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는 방송 후 6개월이 지난, 예외 규정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처럼 방통심의위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될 경우, 종편의 개선을 위해 시청자들이 제기한 심의 민원은 사장되고,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조건 이행 점검 역시 무의미하게 끝날 수 있다. 방통심의위를 조속히 출범시켜 제재 받아야 할 방송사들의 책임을 확실하게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기 방통심의위, 6인 체제로라도 출범해야

4기 방통심의위 출범은 하루도 더 미뤄져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까지 인선을 완료한 대통령, 국회의장 추천 몫의 6인 위원을 먼저 위촉해 방통심의위가 당장이라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례 없는 심의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장 4기 방통심의위가 출범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0월 30일 방통심의위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4기 방통심의위 구성 즉시 적체된 심의를 조속하게, 또 부실 심의 논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다행히 3기 방통심의위에서 임명한 특별소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지난 10월 20일까지 계속됐기에 4기 방통심의위원들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민원 내용에 대한 자문과 안건 성안 등의 과정은 진행됐다. 따라서 4기 방통심의위는 출범 즉시 공백 기간 동안 쌓인 심의를 모두 엄중히 심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4기 방통심의위가 전임 방통심의위에서 했듯 한 주 동안 한 두 번의 소위원회를 가동하고 격주로 전체회의를 열어 심의에 나설 경우, 적체된 13만 건 이상의 안건 중 극히 일부만을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방통심의위는 전체회의와 소위원회, 특히 방송심의소위원회의 확대 운영 방안을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 현행 방통심의위 규칙에서도 필요를 인정할 때 소위원회 등을 언제든 소집할 수 있다.

방통위도 방통심의위 늑장 출범으로 발생할 부실 심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의 심의 공백이 종편 재승인 조건 이행 점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작금의 사태가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했다 하더라도 방통위는 종편들이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청자 권익보호, 민주적 여론형성 등 방송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끝>

 

11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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