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리얼스토리 눈’ 이현숙 CP 사퇴와 외주제작진에 대한 ‘갑질’ 청산을 촉구하는 논평
외주 제작진에 대한 ‘갑질’과 불공정 거래를 청산하라MBC 부역자들이 만든 또 하나의 적폐
MBC 적폐세력이 정권에는 아부굴종하면서 힘없는 외주 제작사를 쥐어짜고, 막말과 폭언을 퍼붓는 ‘갑질’을 일삼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프로그램에 대한 무제한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조금도 지지 않으려는 파렴치한 행태도 폭로됐다. 바로 MBC ‘리얼스토리 눈’의 이현숙 CP가 그 주인공이다.
19일 한국독립PD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는 이현숙 국장이 외주제작사 제작진에게 한 욕설과 막말 녹취를 공개하면서 “방송 불공정 사례 종합 선물세트”로 규정했다. 이현숙 국장은 ‘리얼스토리 눈’의 시사 자리 등에서 지속적인 욕설과 폭언, 선정적인 말로 외주 제작사 PD 등을 괴롭혀왔다. “강남 아줌마들은 내 관점에 환장을 해”, “섹스하다가 여자가 막 헐레벌떡 침 흘리면서 흥분해, 근데 깨는 소리하는 거야 저게. 그런 그게 사정이 되냐? 어? 왜 느낌을 못살려 느낌을”, “해 오는대로 적당히 내버려두고 월급 받아 처먹고 사니까 좋냐?”는 등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주 제작진들은 무리한 취재와 제작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8월 23일 ‘리얼스토리 눈’이 방영한 배우 송선미 씨의 남편 사망 사건 편은 그 대표적 사례다. 당시 빈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논란이 된 배경에는 독립PD·작가 등에 대한 이현숙 국장의 욕설과 폭언이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불문가지다.
이런 선정성과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달린 결과 ‘리얼스토리 눈’ 716화 가운데 10%가 넘는 75건의 다시보기가 삭제됐다고 한다. 이렇게 외부 제작진을 궁지로 몰아넣으면서도 방송에 대해서는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걸러내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시사에서는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했고, 심지어 방송 당일까지 추가 취재 지시가 횡행했다. 하지만 정작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을 경우 종류에 따라 위약금을 건당 최저 3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외주 제작사에 물려 방송사 본인들은 권한만 행사하고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으려 했다.
뿐만 아니라 이현숙 국장은 8개의 외주제작사를 무한경쟁으로 몰아넣었다. 방송 날짜나 순번을 정하지 않은 채 좀 더 선정적이고, 시청률이 나올만한 방송을 만들어 온 제작사의 프로그램만을 방영했다는 것이다. 물론 불방 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사용된 비용은 지급하지 않았다. 중세봉건시대의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현숙 국장은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인 1984년에 특별채용으로 MBC에 들어와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맡지 못했던 인물로, 2012년 파업 대체인력으로 입사한 시용PD 2명을 수족처럼 부리며 여러 외주제작사에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고 알려졌다. 소위 김재철이나 김장겸 류의 인물로 실력과 능력이 부족해 변방을 떠돌다가 방송장악을 틈타 활개를 친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 것이다. 이런 적폐들이 요직을 맡으면서 공모를 통한 제작사 선정 시스템 등 비교적 건강했던 MBC의 외주제작 시스템 자체가 통째로 망가져 갔다. 부역자들이 장악한 공영방송의 적폐는 이런 외주제작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이는 추잡하고 저열한 언론부역자들의 청산이 시급한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21일 부로 ‘리얼스토리 눈’이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했더니 꼬리자르기로 비난을 모면하려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
외주 제작사에 대한 ‘갑질’은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합리적인 분업과 건강한 동반자 관계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실종됐고, 외주 제작진을 하수인쯤으로 여기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 무리한 취재와 피 터지는 경쟁으로 외주제작사를 내몰았고, 막말과 욕설 등 인신공격이 난무해 이를 버티지 못한 외주 제작진 교체가 다반사로 일어나는 등 정상적인 업무관계에서 한참이나 일탈했다. 지난 7월 14일 촬영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박환성 독립PD도 사망 직전 ‘EBS가 간접비 명목으로 독립PD‧제작사가 정부로부터 받은 제작 지원금 일부를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전 방송사에 만연한 ‘갑질’을 청산하고,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한 제작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이런 일들이 오늘도 내일도 버젓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외주 제작 의무편성 규정이 오히려 제작 현장의 과당경쟁과 ‘갑질’을 고착화 시키는 현상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질 좋은 콘텐츠 생산과 산업의 활성화는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방송계 내부의 자성도 필수지만 규제․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통위는 최근 알려진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방송계에 만연해 있는 ‘갑질’과 불공정 거래의 실태를 속속들이 파악해 이를 청산하고, 나아가 방송 다양성이 꽃피고 상생할 수 있는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의 합리적인 재구조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끝>
2017년 9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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