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장충기 문자게이트’에 대한 논평
삼성과 언론의 추악한 뒷거래의 진상을 규명하라언론적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장충기 문자게이트’ 파문이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사IN>은 이번 주 발행한 517호에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언론사 핵심 간부들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기사는 삼성이 언론을 어떻게 길들였고, 언론사 핵심 간부들은 삼성에 기생해 어떤 이권을 챙기려했는지 고발했는데, 문자 내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소위 주요 언론사 간부들이 보낸 것이라고 말하기에 너무나 추하고 굴욕적이기 때문이다.
언론사 간부들은 삼성재벌을 견제하고 감시하기는커녕 자신의 사외이사 자리를 부탁(박시룡 전 서울경제 부사장)하거나 자녀의 삼성전자 입사를 청탁(이희상 당시 CBS 대전방송본부장)하는 등 사적인 이권을 챙기기 위해 삼성에 아부 굴종하는 치욕도 마다하지 않았다. 문자 내용 중 ‘존경’은 애교수준이고,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 ‘앙망’이라는 단어도 등장하다. 시종일관 군신 관계보다 더한 저자세와 굴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등 보는 이들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또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에 대한 대응 조언과 TV조선에서 관련 기사가 나가지 않게 조치되었다는 보고도 포함되어 있었다. 매일경제 한 기자는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등 활동지침 하달까지 요청했다. 심지어 문화일보 김병직 편집국장은 장충기 사장에게 협찬을 청탁하면서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고, 김영모 광고국장은 “소용될 일이 있으시면 하시라도 하명”해 달라면서 ‘각골난망’이라는 사자성어까지 동원해 ‘충성’을 맹세했다. 도대체 ‘지면으로 보답’하겠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며, 하명을 내리면 무엇을 실행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비단 문화일보만 이러진 않았을 것이다. 삼성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은 언론사들은 삼성전자가 산업재해 피해자들에게 대대적인 피해보상을 약속했는데도 떼를 쓰며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폄훼했을 것이다. 또 재벌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반기업정서로 매도하고, 이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국민을 협박했을 것이다. 나아가 총수의 불법 행위로 인한 법적 처벌을 경영위기로 모는 여론전도 서슴없이 감행했을 것이다. 이런 식의 기사 매매와 인사 청탁이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화 되어있을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실제 <시사IN> 보도가 나간 후 오늘까지도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발언을 짧게 인용한 한 건의 기사 외에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는 물론 경제지 어디에서도 관련 보도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앞서 4월에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도 2015년 당시 연합뉴스 편집국 책임자로 ‘편집국장 직무대행’이었던 이창섭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이 등장한 바 있다. 삼성 핵심 관계자는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으로 지칭하며 삼성 합병 관련 기사 방향을 의논하려 이창섭 대행과 ‘자주 통화’했고, 그가 삼성을 위해 ‘진심으로 열심’히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문자는 티끌에 불과하다. 문자로 오간 게 이 정도면 통화와 만남을 통해 얼마나 더 큰 청탁과 이권이 오갔을지 국민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수준일 것이다.
삼성이 광고와 협찬으로 언론사를 길들이고 조종해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삼성에 고분고분한 언론사에는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었던 반면 비판적인 언론사에는 광고 등을 동원해 여지없이 압박을 가했다.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주요하게 보도했던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한 삼성의 광고 탄압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은 언론사와 간부들을 돈과 ‘자리’로 포섭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불법 경영승계를 정당화 하는 스피커로 활용해 왔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과 같은 일이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졌고, 현재도 진행형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재벌과 언론이 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인지 확실해지고 있다. 박근혜와 일당은 퇴출되었지만 삼성을 위시한 재벌과 언론적폐세력은 아직도 살아남아 한국사회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이다. 이참에 재벌과 언론의 불법·부당거래를 낱낱이 밝히고, 삼성과 언론 간의 추악하고 구역질나는 거래를 청산해야 한다.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삼성도 언론도 미래는 없을 것이다. <끝>
2017년 8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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