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정권보다 무서운 자본 권력
등록 2018.01.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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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정권보다 무서운 자본 권력
KBS·MBC 정상화 이후 언론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
김서중 / 민언련 정책위원장,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MBC가 권력에 부역했던 김장겸 체제를 종식하고, 최승호 사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최승호 사장 체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투쟁했던 MBC 구성원들의 승리라는 의미가 있다.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외부의 압력 없이 사장을 선출했다는 기념비적인 선례도 남겼다. 비록 구체제가 아직 불식되지 않은 터라 몇 건의 보도 오류가 있었지만,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과정에서 공영방송에 애증을 갖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확인했던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곧 회복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KBS도 곧 정상화가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더 이상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문제는 없을까? 당연히 아니다. 정치권력보다 무서운 자본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부당한 압력이 사라져야 공영방송이나 언론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언론인들이 정치권력의 탄압에는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력의 탄압은 일부 부역자들에게는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다수의 구성원들에게는 주는 것 없이 개입과 간섭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의 간섭은 저항하기 어렵다. 자본에 저항하면 전체 구성원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고, 역으로 자본에 순응하면 실제 물질적인 이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광고 재원의 비중이 높은 공영방송 역시 자본의 간섭이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인들이 눈치챌 정도로 가시적인 정권의 탄압과 달리 자본의 압력은 은밀하다. 자본의 압력에 언론사주와 구성원들이 부응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건을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사화했던 한겨레나 경향 같은 언론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자본에 취약하다. 물론 자본의 압력에 굴복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당시 한겨레나 경향이 삼성 광고 부재로 겪었던 고난의 시기를 간접 경험한 다른 언론사가 자본의 압력을 무시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의 부당한 압력이 행사되는 과정에는 내부 공조나 순응이 있고, 그래서 은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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