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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문회’에도 KBS‧MBC는 ‘태블릿 PC 흔들기’2016년 12월 22일
22일 방송 저녁뉴스는 46일 만에 모습을 나타내고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와의 관계부터 세월호 참사 당사 수사 방해 외압까지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고압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로 여야 위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이 최순실에게 우 전 수석 청와대 입성을 청탁했다는 기흥CC골프장 관계자의 증언이 공개되고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최순실과 우 전 수석 간 관계를 폭로하는 등 새로운 정황이 나왔습니다. 특히 노 전 부장은 이미 공개된 최순실의 위증 지시 녹취록 말고도 더 많은 자료가 있다고 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KBS와 MBC는 이런 핵심 의혹들을 은폐하면서 또 ‘태블릿 PC 흔들기’에만 골몰한 모양새입니다.
1. MBC 또 ‘최순실PC 출처에 문제 있다’…끊임없는 방해공작
공영방송 KBS와 MBC는 5차 청문회 관련 보도량이 똑같이 4건입니다. SBS의 5건보다 1건이 적고 JTBC 11건, TV조선‧채널A 13건, MBN 8건 등 종편 4개사 보도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공영방송은 청문회에 대해서 이처럼 소홀하게 보도하면서 새로 제기된 핵심 의혹들을 은폐하고, 국정파탄의 주역인 박근혜 정부에 유리한 정보만을 부각했습니다.
MBC는 우병우 전 수석 입장 2건, 조여옥 대위 입장 1건을 보도했지만 모두 당사자들의 입장을 받아쓰는 데 그쳤습니다. 위증공모 의혹의 경우 여야 공방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1건을 보도했습니다.
위증공모 여야 공방을 다룬 MBC <사활 건 ‘위증’ 공방…특검 수사 의뢰>(12/22 https://bit.ly/2imq0TU)에서는 또 다시 ‘최순실 PC’의 증거 능력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장승철 기자는 “이완영 의원은 간사의 자격은 물론이지만 이곳 신성한 국정조사 특위의 위원으로서의 자격도 없습니다. 제척 사유에 해당합니다”라고 말하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모습을 보여준 후 “야당의 공세에 이완영 의원은 고영태 씨 위증에 따른 허위 주장이라며 강력 반발”했다고 전했습니다. 위증공모 의혹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조특위 위원의 자격을 잃었다는 주장을 “야당의 공세”로 치부한 겁니다.
이어서 기자는 “K스포츠 재단 박헌영 과장도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과의 위증 모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문제의 태블릿 PC를 고영태 씨가 들고 다녔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위증공모 당사자인 박 과장이 “제가 고영태 증인이 들고 다니는 것을 봤고 책상 안에 마지막에 있었고 그리고 잭을 사오라고 시켰었다”고 말했음을 재차 상기시켜 줬습니다. 위증공모 의혹을 다루는 보도인데 정작 어떤 의혹인지는 드러나지 않은 채, 의혹을 부인하는 당사자들의 입장만 나열한 셈입니다.
보도 마지막에는 MBC의 ‘본색’이 드러납니다. 장승철 기자는 “더블루K 사무실의 CCTV를 통해 건물관리인이 JTBC 기자에게만 문을 열어준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태블릿 PC 입수를 ‘무단 반출’로 보고 절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라며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검찰, JTBC ‘무단반출’…절도혐의 검토”라는 자막도 떴습니다.
△ 검찰이 발표한 적 없는 ‘JTBC의 태블릿PC 무단반출’ 단언한 MBC(12/22)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21일 대정부질문에서 이창재 법무부차관은 “태블릿 PC 무단 반출 보도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절도에 의한 거라는 진술도 나왔다”라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질의에 “위법수집 증거의 증거능력 배제는 수사기관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획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리” “수사 기관이 불법 수집한 것은 없다”면서 “검찰은 증거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니까 증거 신청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여당 의원도 ‘태블릿PC 무단반출’ ‘절도 의혹’을 검찰 입장이 아닌 ‘보도에서 나온 정보’로 언급했고 법무부차관은 이런 지적마저 일축하며 ‘증거능력’에 확신을 표한 겁니다.
이렇게 태블릿PC의 무단반출 등 출처에 집착하는 방송사는 MBC뿐입니다. MBC는 지난 17일부터 22일 이 보도까지 무려 5건의 보도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태블릿 PC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파탄 정황들을 은폐한 채 ‘PC의 출처’만 부각하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2. 기흥CC골프장 증언은 보도 안하고 ‘박영선도 증인과 공작’ 주장은 실어준 KBS
KBS는 이날 유일하게 기흥CC골프장 관계자 녹취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기흥CC골프장 관계자는 “우병우를 최순실이 꽂아준 거? 최순실이 옴과 동시에 우병우가 민정비서관으로 들어갔다”며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회장이 최순실에 인사 청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순실을 모른다는 우 전 수석의 입장과 배치되는 단서입니다. KBS는 이런 중요한 사안도 보도하지 않은 채, 모든 의혹을 부인한 우 전 수석의 입장을 받아 쓴 보도 1건, 세월호 참사 7시간 미용시술 의혹을 부인한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입장을 받아 쓴 보도 1건, 위증공모 의혹을 놓고 벌어진 여야 간 공방 1건으로 5차 청문회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중 여야 간 위증공모 의혹 공방을 다룬 KBS의 보도는 내용이 이상합니다. KBS <‘위증교사 의혹’ 설전…특검에 수사 의뢰>(12/22 https://bit.ly/2hflfh8)는 먼저 “여당 의원들이 위증에 연루됐다며 특위에서 빠질 것을 요구”한 야당 의원들의 주장과 “위증 모의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거듭 결백을 주장”한 이만희 의원의 반박을 나열했습니다. 그러더니 “야당 의원도 증인을 만났다며 역공했고 야당 측은 물타기 공작 정치라고 맞섰”다며 위증공모 의혹 당사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이 의원은 “박영선은 12월 초 8일 12일. 무려 12일 다섯 시간 가량 위증 의혹 받는 고영태 노승일과 은밀한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박영선도 증인과 공작’ 주장 유일하게 보도해준 KBS(12/22)
이렇게 이완영 의원의 ‘박영선도 증인과 은밀한 만남’을 꾸준히 언급하는 방송사는 KBS뿐입니다. KBS는 처음 위증공모 의혹이 불거진 17일부터 21일까지 관련 보도량이 단 1건이었는데요. 바로 그 보도인 KBS <“이완영 위증 모의” VS “박영선도 증인 만나”>(12/19 https://bit.ly/2hl88sv)에서 아예 보도 제목에 “박영선도 증인 만나”를 명시했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고영태 증인을 두 차례 만났는데, 그러면 박 의원도 위증 모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이완영 의원 주장을 ‘여야 공방’의 형식으로 실었습니다. 태블릿PC가 보여준 박 대통령의 국정파탄 정황을 ‘여야의 위증 공방’으로 덮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타사는 이러한 이완영 의원 주장을 보도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JTBC의 경우 <“삼성 자료도 있다” 추가 폭로 예고>(12/22 https://bit.ly/2hLghcM)에서 “국정조사에서는 노승일 씨의 웃음이 화제가 됐는데요. 그 웃음이 언제 나왔냐면 위증 교사 의혹이 제기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박영선 의원과 노 씨의 만남에 대해서 수십장의 쪽지도 오갔고 녹취록도 오갔다, 이래서 정치적 공작을 했던 것 아니냐고 얘기를 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노 씨가 웃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관련 자료를 박영선 의원에게 전달했는데 그것을 정치적 공작으로 몰았기 때문에 아마 웃음이 나왔던 것”이라며 노승일 전 부장이 박영선 의원을 만난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3. KBS‧MBC만 ‘받아쓰고 왜곡하고’…JTBC는 달랐다
이렇듯 KBS와 MBC는 5차 청문회를 보도하면서 받아쓰기와 각종 왜곡 및 ‘물타기’로 일관했습니다. 타사의 보도 경향은 두 공영방송과 사뭇 다릅니다. 일단 5건의 청문회 보도로 두 공영방송보다 딱 1건이 많았던 SBS도 내용은 비교적 충실합니다. KBS가 빠뜨린 기흥CC골프장 관계자 증언 녹취록부터 조 대위의 앞뒤가 맞지 않는 증언까지 모두 다뤘습니다. 물론 SBS도 종편 4개사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먼저 JTBC는 우병우 전 수석은 물론, 위증공모 의혹 당사자들까지 반박하며 새로운 의혹들을 폭로한 노승일 전 K스포츠부장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톱보도부터 4건으로 노 전 부장의 증언과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그 중 JTBC <“삼성 자료도 있다” 추가 폭로 예고>(12/22)는 “최순실하고 통화했던 전화가 아니라 독일 핸드폰으로 부재중 수신이 와요. 제가 그 전화를 통화를 하며 녹취를 합니다. 본인이 술술술 얘기합니다”라는 노 전 부장 발언을 보여주면서 노 전 부장이 ‘최순실 위증지시 육성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일각의 의혹을 반박했다고 전했습니다. “최 씨가 스스로 얘기했다면 조작 지시에 더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녹취록만 넘긴 게 아니에요. 검찰에 들어간 자료, 청와대 문건과 문체부 문건을 제외한 나머지를 제가 박 의원님께 전달했기 때문에 장시간 시간이 필요했던 거고 앞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지금 현재는 이거 위증이다, 아니다 싸울 때가 아니에요. 청와대, 박근혜라는 거대한 사람과 박근혜 옆에 있는 거머리 최순실과 삼성이랑도 싸워야 해요”라는 노 전 부장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4. TV조선‧채널A도 적극적 보도, 공영방송의 추락
JTBC처럼 노 전 부장의 폭로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TV조선은 기흥CC골프장 관계자 증언 녹취록 1건, 김기동 검사장을 우병우 전 수석이 차은택에 소개했다는 노승일 전 부장 증언1 건, 최순실이 승마훈련보고서 사인을 위조했다는 노승일 전 부장 증언 1건, 우 전 수석 세월호 참사 수사 외압 의혹 공방 1건 등 5차 청문회에서 나온 주요 의혹들을 따로 보도하며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우병우 전 수석의 불량하고 고압적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를 3건이나 내면서 받아쓰기에 그친 KBS‧MBC와 결을 달리했습니다. 채널A의 경우 받아쓰기 보도가 3건 있었지만 우 전 수석 세월호 참사 수사 외압 1건, 김기동 검사장을 우병우 전 수석이 차은택에 소개했다는 노승일 전 부장 증언 1건을 보도했고 특히 세월호 참사 수사 외압 의혹 보도인 <“수사 방해 안 했다” 거짓말 의혹>(12/22 https://bit.ly/2hOF4N3)는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채널A 취재진에게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수사팀에 전화해 '뭐 그런 것까지 압수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며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 비판했습니다. 역시 KBS‧MBC에서 볼 수 없는 비판적 관점입니다.
그나마 KBS‧MBC와 비견할 수 있는 ‘불성실 방송사’는 MBN입니다. MBN은 우 전 수석 입장 받아쓰기 4건, 우 전 수석 태도불량 지적 1건, 조여옥 대위 증언 2건으로 청문회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