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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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한이 보수 결집시킬 것이라는 예언한 ‘선무당’ 차명진2017년 1월 30일
30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과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가 눈에 띕니다.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한 차명진 씨는 보수층 유권자가 결집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한’을 꼽습니다. 박 대통령의 억울함이 한이 되어 보수층을 끌어 모을 거라는 황당한 주장입니다. 이영작 씨는 TV조선 <최희준의 왜>(1/30)에서 ‘헌재 탄핵 인용여부와 검찰 기소된 사람들의 유무죄 판결이 관계없는’게 이상하지 않냐며 ‘헌재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1. 차명진 “보수 유권자 결집,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한’”
MBN <시사스페셜>(1/30)에서는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선후보 출마 여부를 점치는 소위 ‘황교안 대망론’이 화두였습니다. 황 총리가 보수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죠. 출연자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보수층 유권자가 결집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한’을 꼽습니다. 박 대통령의 억울함이 한이 되어 보수층을 끌어 모을 거라는 기막힌 논리입니다.
△유권자는 정책보다 박 대통령의 한을 볼 것이라는 차명진 씨 MBN <시사스페셜>(1/30) 화면 갈무리
차 씨는 “보수가 결집돼서 얼마나 위력화 될 것이냐와 관련된 예측을 하는 데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어떤 세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유권자의 중요한 심리적 동의는,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정책을 좋아하느냐 이런 것보다는 ‘한’”이라고 말합니다.
느닷없는 ‘한’에 대해서 차 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현재 추세에도 그렇다고 보는데 억울하지 않냐 라는 만약에 그 생각들이 일반화될 경우에(중략)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이야, 이것 가지고 탄핵?, 좀 억울한 거 아니야?’ 내지는 ‘야,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한테 수의를 입일 수 있어?’ 등등등. 이 경우에는 이게 분명하게 ‘한’이라는 정서가 남게 됩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사실은 박정희-육영수에 대한 ‘한’이 상당히 동행이 된 거예요”라고 말입니다.
차 씨는 그동안 <시사스페셜> 방송 내내 박 대통령을 옹호하던 출연자였습니다. 이전 발언에서도 차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뭐 엄청난 빙산만큼의 덩어리의 잘못을 했는데 그것을 본인이 잘못한 걸 모른다. 대통령이나 했던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이것 상당한 선입견이고”라며 박 대통령을 향한 혐의가 ‘선입견’이라 주장했습니다.
차 씨의 발언은 유권자들이 감정적인 판단을 할 때도 있다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차 씨는 이것이 단순한 예측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흐름을 보면, 판국을 보면 야 그럴 수 있다고 예측하는데 아마 제 예측이 거의 맞을 거예요”라며 보수 재결집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 대통령이 궁지에 빠져 억울함을 느끼고 있는 건 차 씨 본인인 것 같습니다. ‘한’이라는 비과학적인 이유를 들어 보수가 다시 결집할 것이라는 희망 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더군다나 차 씨의 분석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정말 ‘한’과 같은 이유로, 박 대통령이 억울하고 불쌍해 보여 유권자들이 결집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예측방송이 아니라 거의 ‘예언방송’ 또는 ‘기원방송’ 수준이네요.
차 씨는 민언련 브리핑이 아무리 말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겠지만, 방송에서 제대로 된 반박이 없어서 몇 마디만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 검찰 공소장에 적힌 혐의만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짓말로 쌓아 올린 커다란 산”이라 표현하고 모든 혐의가 언론과 검찰의 조작이며 억울함을 주장합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차 씨에게는 이것이 ‘한’이군요.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2. 헌재 무용론, ‘탄핵 인용과 피의자 유죄 판결이 무관하니 정치적이야!’
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했습니다. 박 대통령 대변인 측과 여당 인사 일부는 ‘재판관 공백’을 우려하며 후임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통령 측의 무더기 증인신청, 대리인 총사퇴에 이은 또 다른 지연 전술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30일 종편 시사토크에서도 박한철 전 소장의 퇴임이 화두입니다.
TV조선 <최희준의 왜>(1/30)의 출연진들은 ‘후임 뽑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지만, 현재 정황상 가능하겠느냐’ 등의 분석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대담 중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가 “처음부터 무리한 탄핵 루트를 간 것”이라며, 느닷없는 ‘헌재 무용론’을 제기했습니다.
이 씨는 “제가 항상 이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건요. ‘만약에 탄핵이 인용이 되면, 다른 사람들 다 유죄 판결되는 거냐?’ 그거 아니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만약에 대통령이 기각이 되면 다른 사람들 다 무죄 되는 거냐’ 그것도 아니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이 형사. 이 사람들, 이것에 관련된 다른 기소된 사람들과 대통령의 유무죄가 관계가 없다’ 좀 이상하지 않아요?”라며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 씨의 주장은 ‘탄핵 인용 여부와 피의자 유무죄 여부가 무관하니 헌재 판결은 이상한 것’이란 겁니다. 진행자 최희준 씨가 의회에서 결정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거기에 한 번 더 해서 헌법재판소라는 걸 만들어 놓으니까 말씀하신대로 약간 이제 불일치하고 괴리되는 상황이” 일어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씨는 오히려 우리나라 헌재 탄핵 심판이 “완전히 정치, 정치판결이 되어버렸어요”라 강변합니다. 함께 출연한 이두아 변호사가 “유무죄 형사 범죄는 형사재판의 유무죄지 파면 절차와는 상관없다”고 일러주었지만, 여전히 이 씨는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내 얘기는 뭔가 하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만약에 탄핵이 돼야 된다’면 여론조사를 하든지 국민투표 해야지, 왜 이런 그 뭐에요. 저 대법관. 그럼 철저하게 법률적으로 하든지. 철저하게 법률적으로 할. 그런데 제가 TV조선에 나와서 이렇게 얘기한 사람들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여기(헌재 판결)에는 정치 요소가 있다’는 거예요”라고 거듭 우겼습니다. 헌법 재판소의 정치적 판결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소리높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것입니다. 국회는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민심을 대변해 헌법재판소에 탄핵을 소추했습니다. 철저히 법률적 절차를 따른 것임에도, 이 씨는 ‘여론 조사나 국민투표를 했어야 한다’며 헌재의 심판 자체를 ‘정치적’이라 부정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헌재가 ‘정치적 재판’을 한다고 비난하는데, 그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TV조선 출연진들이 모두 ‘헌재 판결은 정치적이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란 겁니다. 헌재가 밝혔듯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똑같이 진행될 수 없’습니다. 탄핵심판은 대통령 등의 공무원이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였을 경우 심판하여 처벌, 파면하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입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정도가 ‘더 이상의 대통령직 수행이 가능한지’를 심판하는 독자적 기구입니다. 당연히 검찰에 기소된 국정 농단 개입 인사들의 유죄 판결과도 무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수차례 반문합니다. ‘헌재 판결 무용론’을 주장하다 헌재 기구 자체의 근원적인 존립마저 부정하기까지 합니다. 함께 출연한 변호사가 ‘형사재판의 유무죄와 파면절차’는 상관없다고 여러 차례 설명함에도 끝까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일관합니다. 이전의 이 씨는 이렇게 무식한 척 하기보단 늘 단정적으로 자기주장을 단호히 펼치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난 현행법은 모르겠고 다들 이상하다는 식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이런 어눌한 척 하는 억지 하소연은, 결국 헌재 판결에 형사 재판을 끌어들여야한다는 여론을 형성해보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행태는 ‘형사재판 결과까지 기다리자’는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의 논리와 일맥상통합니다. 속이 빤히 보이는 출연자입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