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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PC’ 본질 왜곡한 ‘위증모의 의혹’, 이걸 또 ‘물타기’하는 KBS‧TV조선2016년 12월 19일
19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첫 공판준비기일로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판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최순실 씨는 예상을 깨고 법정에 나와 강요, 직권남용, 사기미수, 증거인멸교사 등 검찰의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범죄 공모 혐의도 사실이 아니라 했고 국정파탄 사태의 결정적 증거인 태블릿PC 역시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증거 감정을 요청했습니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는 난데없는 위증모의 의혹에 휘말렸습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이만희 의원이 최순실 씨 최측근인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만나 태블릿PC가 고영태 씨 소유라는 증언을 이끌어내자고 모의했다는 것입니다. 최순실 씨 측 증인들과 여당 국조특위 간사 간 진실공방이 태블릿PC에 담긴 국정파탄의 본질적 내용을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재판에 나온 최순실 씨와 청문회까지 덮친 최순실 씨의 그림자, 방송사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1.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 ‘위증모의 의혹’을 야당이 제기했다? KBS의 이상한 프레임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의 위증모의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17일 월간중앙 보도입니다. 월간중앙에 따르면 4차 청문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13일 고영태 씨를 인터뷰했는데 여기서 고 씨는 새누리당 한 의원이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태블릿PC 관련 질문을 할 것이고 박 전 과장이 “고영태 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증언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바로 다음날인 18일에는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중앙일보를 통해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태블릿PC를 고영태 씨가 소유한 것으로 몰면서 JTBC가 절도한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게 제의했고 정 전 이사장이 이를 박 전 과장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실제로 이만희 의원과 이완영 의원, 박 전 과장은 15일 4차 청문회에서 고영태 씨와 노승일 부장이 말한 각본대로 질의응답을 주고받아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친박’ 의원들이 태블릿PC가 최순실 씨 소유가 아닌 것으로 몰아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자 한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위증모의 의혹은 언론 보도와 국정파탄 사태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드러났는데요. KBS는 단 1건의 보도로 이 중대한 사태를 보도하면서 그마저도 ‘여야 공방’ 수준으로 축소해 보도했습니다. KBS <“이완영 위증 모의” VS “박영선도 증인 만나”>(12/19 https://bit.ly/2hl88sv)는 “태블릿 PC와 관련해 야권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도록 사전에 최순실 씨의 전 측근들과 입을 맞췄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해 사실관계를 흐렸습니다. 위증모의 의혹이 증언과 보도로서 터져 나왔지만 KBS는 ‘야당의 정치공세’로 갈음한 것입니다. KBS는 여기에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위증을 모의한 적은 없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고영태 증인을 두 차례 만났는데, 그러면 박 의원도 위증 모의를 한 것 아니냐” 등 이완영 의원의 반박을 덧붙였습니다. ‘위증모의 의혹’의 자세한 내막과 실제 청문회 질의응답 내용을 비교하지도 않은 채 ‘여야 공방’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똑같이 1건을 보도한 MBC도 마찬가지입니다. MBN도 1건의 보도로 ‘여야 공방’만 조명했으나 <이완영 의원도 위증교사 의혹>(12/19 https://bit.ly/2hCcVJ7) 제하의 리포트를 추가해 내막을 자세히 설명하고 “공교롭게도 이만희 의원과 이완영 의원 두 사람 모두 친박 의원”이라는 지적도 언급했습니다.
△ 새누리당 의원의 ‘위증모의 의혹’을 ‘여야 공방’으로 처리한 KBS(12/19)
2. TV조선은 ‘최순실파 VS 반최순실파’ 프레임까지 선보여
‘친박’으로 꼽히는 이만희, 이완영 의원의 ‘위증모의 의혹’의 본질은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훼손하려는 의도에 있습니다. 국정파탄 사태의 핵심적 증거물이 최순실 씨 소유가 아니라는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여 PC에 담겨 있는 청와대 인사 개입, 외교‧안보 기밀 누출 등 국정농단 정황을 덮어버리는 것입니다. 두 의원과 모의를 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동춘 전 이사장은 대표적인 최순실 측근이라는 사실은 이런 의심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증언도 폭로도 없었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을 끌어들인 이완영 의원이나 그런 이완영 의원 입장을 조명해 ‘여야 공방 사안’으로 축소한 KBS‧MBC 모두 ‘물타기’에 가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TV조선도 KBS‧MBC와 마찬가지로 1건의 보도에서 ‘여야 공방’만 보여줬는데요. 더 황당한 보도는 다음에 이어진 <최순실 측근 4인방 편 나눠 다퉈>(12/19 https://bit.ly/2hl5HpN)입니다. 이 보도는 여야 공방도 모자라 ‘위증모의 의혹’을 ‘최순실파와 반최순실파의 싸움’으로 치부했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사람살이가 다 이렇다면 참 비참합니다. 한때, 또는 지금도 최순실씨의 측근인 한국체육대 출신 선후배 4인방이 이제는 편을 갈라 다투고 있습니다”라며 운을 뗐습니다. 박경준 기자는 “최씨의 측근이었던 한국체대 4인방은 최근 패가 갈렸습니다. K스포츠재단 과장 박헌영씨와 더블루K 직원 류상영 씨는 최순실파, 고영태 씨와 K스포츠재단 부장 노승일 씨가 반최순실파로 보입니다”라며 ‘위증모의 의혹’에 거론되는 최순실 측근들의 편을 갈라줬습니다. 여기서 화면에는 ‘최순실파 VS 반최순실파’로 4명을 나눠놓은 그림이 등장했습니다. 이어서 태블릿PC 소유를 놓고 공방을 벌인 고영태 씨와 박헌영 전 과장의 청문회 답변 모습을 차례로 보여줬고 노승일 부장의 ‘이완영-정동춘 위증모의’ 폭로도 언급합니다. 사태의 내막과 관련된 설명은 보도 말미의 “둘은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위증을 모의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는 내용뿐입니다.
△ 새누리당 의원의 ‘위증모의 의혹’을 ‘최순실파와 반최순실파 간 싸움’으로 보도한 TV조선(12/19)
3. 사건의 내막부터 본질 규명까지…군계일학 JTBC
국정파탄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태블릿PC 논란과 이를 둘러싼 ‘위증모의 의혹’. 일각에서는 최순실 씨가 청문회장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를 ‘여야 공방’ ‘최순실파와 반최순실파의 싸움’으로 왜곡해 보도한 KBS‧MBC‧TV조선은 똑같이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JTBC는 달랐습니다. JTBC는 태블릿PC 보도의 당사자로서 위증모의 의혹에만 6건을 할애하며 1~2건에 그친 타사와 결을 달리했습니다. 6건 모두가 태블릿PC 보도 관련 각종 루머를 반박하고 ‘위증모의 의혹’의 본질을 규명하는 내용입니다.
먼저 JTBC <청문회 ‘태블릿 위증 공모 의혹’ 증폭>(12/19 https://bit.ly/2i3Qo8M)은 “일부 자칭 보수라고 하는 단체, 즉 친박단체죠. 혹은 그 사람들이 저희가 보도한 태블릿PC 보도에 대해 끊임없이 모함하고 허위사실까지 SNS 등을 통해 전파하면서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목적을 거두려하는지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 짚었습니다. ‘위증모의 의혹’은 태블릿PC 보도를 모함하는 ‘친박단체’들의 ‘정치적 의도’와 맥락이 같다는 지적입니다. 타사에서는 볼 수 없는 관점입니다. JTBC <‘태블릿PC 흔들기’ 그들의 노림수>(12/19 https://bit.ly/2hTWyFp)는 “최순실 씨와 그 측근들, 또 그들과 위증 공모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일제히 태블릿PC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라고 비판하면서 “태블릿PC는 이미 그 내용이 모두 공개돼서 아시는 것처럼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데요. 그런데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이게 어디서 났느냐, 누구 것이냐 이런 얘기들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복현 기자는 이완영 의원이 위증 공모를 부인했지만 “실제 청문회 과정을 보면 상당한 의심이 드는 대목”, 즉 이만희 의원의 태블릿PC 관련 질문에 박헌영 전 과장이 “그 태블릿을 고영태 씨가 들고 다녔었고 저한테 충전기를 사오라고 시켰었습니다”라고 답한 장면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전 과장의 “나오면서 이제 관리인 분한테 분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태블릿 PC가 나온) 책상의 주인이 있고 나중에 다시 이걸 찾으러 올거다”라는 답변도 보여주면서 “태블릿PC가 마치 고씨의 것이라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입니다. 그리고 태블릿 PC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박헌영 과장은 묻지 않았는데 마치 JTBC가 훔친 것으로 모는 듯한 발언”이라 분석했습니다.
또한 이 의원이 15일 청문회 당일 “국회 의원회관 3층에서 특위 위원들이 식사를 했는데 여기에 참석한 한 특위 위원은 이 의원이 ‘박 과장이 태블릿PC가 최순실 씨 거라고 해서 삼천포로 빠졌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면서 이완영 의원에게 모종의 계획이 있었음을 시사했습니다. 모두 JTBC에서만 볼 수 있는 자세한 내막입니다.
4. ‘재판 출석한 최순실의 수척한 얼굴과 흰머리’, TV조선의 ‘가십본능’
△ 최순실 첫 재판, 최순실의 ‘흰머리’에 초점 맞춘 TV조선(12/19)
최순실 씨가 출석해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첫 재판, TV조선은 지난 10월 30일 최 씨 귀국 당시, 그리고 31일 검찰 출석 당시 선보였던 ‘최순실 가십 보도’를 또 내보냈습니다. TV조선 <직업은 임대업자, 흰머리에 야위어>(12/19 https://bit.ly/2h4K6UG)는 최 씨의 신상과 태도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보도입니다. 윤정호 앵커는 “수의를 입은 최순실 씨는 다소 수척한 얼굴”이라며 ‘수척함’을 강조했고 황민지 기자는 “왼쪽 가슴엔 수용자 번호 628번이 또렷” “검찰 조사땐 사복을 입었던 최 씨는 오늘은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등 재판정에 나선 최 씨의 의복을 조명했습니다. 그러더니 “검찰에 출두했을 당시보다 흰머리도 많이 늘었고 얼굴도 야위었습니다”라면서 안색까지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재판정에 나온 최 씨의 신상과 표정에 초점을 맞춘 보도는 TV조선과 채널A에서만 1건씩 나왔는데요. 채널A <카메라 사라지자 표정 돌변>(12/19 https://bit.ly/2h4IrP7)은 “고개와 등을 똑바로 편 채 당당히 정면을 응시하더니 종종 아랫입술을 내밀며 반대편에 앉은 검찰을 빤히 바라봤습니다” “법정을 나서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매서운 눈초리로 방청석을 째려본 것” 등 재판에 임하는 최 씨 태도를 조명했습니다.
5. KBS‧MBC는 여전히 의지가 없다
첫 재판이 시작되고 특검 수사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19일, 유독 KBS와 MBC의 국정파탄 사태 관련 보도량이 적습니다. KBS 7.5건, MBC 9건에 불과한데요. 두 방송사만 10건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타사의 경우 SBS 11건, JTBC 24건, TV조선 18건, 채널A 23건, MBN 19건입니다. 보도량이 이렇게 차이가 나다보니 KBS‧MBC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거나 현 사안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보도가 전혀 없습니다.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최순실 씨 입장 2건, 새누리당 위증모의 의혹을 여야 공방으로 처리한 보도 1건, 여당 내홍 1건 등 어느 매체에서나 통상적으로 전달하는 간단한 사실관계만 보도할 뿐입니다. KBS와 MBC는 현장기자들이 최순실 게이트 특별취재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하여 뒤늦게 취재 대열에 합류한 바 있죠. 지금도 두 공영방송 보도에서 국정파탄 사태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보도량이 많은 타사에서는 19일에도 충격적인 사실과 의혹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SBS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 계좌까지 살펴 제3자 뇌물죄 뿐 아니라 직접 뇌물죄 적용까지 검토 중인 특검의 복안을 2건의 단독보도로 타진했고 JTBC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얼굴에 나타난 미용 시술 흔적을 분석하여 참사 당일 시술 가능성은 물론, 국가 재난 사태와 관계없이 주기적으로 미용 시술을 받은 정황을 4건의 단독보도로 전했습니다. TV조선은 청와대가 국정파탄이 드러나자 사건 자체를 왜곡하려 수사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에게도 전달했다는 보도를 2건 내놨고 채널A는 위증모의 의혹과 관련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단독으로 인터뷰했습니다. MBN은 19건의 보도량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혹 제기가 없었는데요. 그래도 최순실 씨의 재판 출석의도가 ‘무죄 의지 표명’이라고 해석하는 등 KBS‧MBC보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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