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KBS ‘메르스 종식 황교안’, MBC ‘우상호 술판’, TV조선 ‘추미애 머리’2016년 12월 9~11일
9~11일 방송 저녁뉴스는 9일 국회가 가결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9일 당일에는 7개 방송사 모두가 뉴스 전체를 탄핵 관련 소식으로 채워 특집 뉴스를 방불케 했고 KBS와 JTBC는 실제로 특집 뉴스로 구성했습니다. 국회는 찬성 234표, 반대 56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근혜 정부 2기’라 평가를 받는 황교안 총리의 ‘권한 대행’ 체제에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10일 다시 광장으로 나와 전국 100만 명의 목소리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황교안 총리 등 부역자 처벌’을 외쳤습니다. 탄핵 정국에서 ‘퇴진 정국’으로 바뀐 지난 주말, 방송사는 어떤 보도를 했을까요?
1. ‘메르스 종식 이끈 황교안’? KBS의 ‘박근혜 2기’ 선전전
탄핵이 가결된 지 3시간 여 후인 저녁 7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은 중지됐습니다. 이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어 헌재 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정 운영을 수행합니다. 황 총리는 9일 안보와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방송사들은 모두 ‘황교안 체제’에 대한 관측을 보도로 냈는데요. KBS는 황 총리를 우호적으로 묘사하면서 ‘황 총리 체제’를 선전했습니다.
KBS <법무장관‧1년 반 총리…이젠 권한대행>(12/9 https://bit.ly/2hprvUN)은 황 총리가 “탄핵 정국이 끝날 때까지 국정을 이끌어갈,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면서 황 총리의 이력을 나열했습니다. 그 내용은 찬양 일변도입니다. 소현정 기자는 먼저 “제23회 사법시험을 거쳐 검찰에 입문한 황 권한 대행은 대검 공안과장과 서울지검 공안 2부장을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 출신” “2년 4개월의 법무장관 재직 기간 중 국가기관 대선 불법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고,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등 법조인으로서의 공적을 소개했습니다. 기자가 이력으로 나열한 ‘국가기관 대선 불법 개입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은 모두 민주적 사법 정의에 반하는 사례로 꼽히는데요. KBS는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황교안 권한 대행의 이력’으로만 꼽은 것입니다.
가장 황당한 표현은 “지난해 6월엔 이완구 전 총리에 이어 국무총리에 취임해 메르스 사태 종식 등을 이끌었”다는 대목입니다. 메르스 사태 종식을 황교안 총리가 이끌었다는 평가는 사실과 다릅니다. 황 총리가 취임 전 인사 청문회를 받던 2015년 6월, 메르스는 3차 감염에 이르러 한국은 세계적인 ‘메르스 민폐 국가’가 된 상태였고 5월 4일 첫 확진자 발생부터 7월 28일 ‘사실상의 종결 선언’까지 황 총리는 총리로서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7월에는 12월 정부의 최종적인 ‘종료’ 선언 이후에도 메르스 추가 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JTBC가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죠. 만약 황 총리가 메르스 종식에 기여했다고 인정한다고 해도 확진자 186명, 사망자 37명이라는 기록을 남긴 우리 정부의 대응은 후진적인 수준이었습니다. KBS는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황 총리를 치하한 것입니다. KBS는 보도 말미에 “이제는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탄핵 정국이 끝날 때까지 국정을 이끌어갈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며 황 총리를 독려했습니다. 이런 식의 우호적 보도는 KBS에서만 나왔습니다.
△ ‘메르스 종식 이끈 황교안 권한대행’ 거짓 선전한 KBS(12/9)
타사의 ‘황교안 권한 대행’ 관련 보도는 어떨까요? SBS‧MBC‧TV조선은 권한 대행 관련 규정이 없어 이견이 있지만 황교안 총리는 안정적인 현상유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각 1건씩 다뤘습니다. 채널A와 MBN은 관련해 야권의 반발이 변수라는 내용으로 각 1건씩 보도했습니다. JTBC는 <‘권한 대행’ 황교안 어디까지?>(12/9 https://bit.ly/2h9oOpr)에서 “그 역시 자격 논란에 휩싸여 있”다면서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탄핵 이후 내각 불신임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황 총리의 국정파탄 책임까지 언급이라도 한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2. 극우 매체 발 ‘민주당 술판 보도’ 그대로 베낀 MBC
탄핵 가결 후 야권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즉각 퇴진론을 유지하면서도 국정 수습에 주력하는 모양새인데요. 야당이 주도하는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제안해 여당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방송사들도 10일 야권의 행보를 조명했는데 MBC는 흑색선전에 해당하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MBC <야권, 촛불 행렬 동참…정국 주도 기싸움>(12/10 https://bit.ly/2hlkUYz)은 일단 제목에서 ‘야권 내부 경쟁’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정민 앵커는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야권 내 신경전 양상”이라 표현했고 현재근 기자는 “민주당은 '최순실 게이트'로 정경유착이 확인된 만큼 이번 기회에 재벌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경제와 민생을 우선하겠다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정동영 의원이 10일 전주교육대학교 ‘열린 새정치디딤돌 창립대회’에서 “재벌개혁과 적폐청산”을 언급하는 등 ‘재벌 처벌’ 목소리가 높습니다. MBC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지요. MBC 보도 수준이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점은 보도 말미에서 드러납니다. 현 기자는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어제 탄핵안 표결에 앞서 소속 의원들에게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지만, 우상호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이 어제저녁 여의도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라 말했는데요. 우상호 의원 등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술자리를 찍은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극우 매체로 알려진 ‘뉴데일리’의 영상과 보도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MBC는 보도 출처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뉴데일리’ 보도조차 민주당 의원들의 간단한 ‘반주’ 자리를 침소봉대 하여 여론을 선동했다고 비판받고 있는데요. MBC는 출처도, 검토도 없이 무조건 인용하여 ‘야당 흠집내기’에 나선 것입니다.
△ 극우 매체 발 ‘민주당 술판’ 보도 출처도 없이 베낀 MBC(12/10)
3. ‘탄핵 표결 당일 미용실 간 추미애’? TV조선의 치졸한 ‘물귀신작전’
근거도 없는 ‘카더라’에 살을 붙여 야당에 흠집을 낸 방송사가 또 있습니다. TV조선입니다. TV조선 <추 ‘탄핵일’ 미용실 찾았다 구설>(12/9 https://bit.ly/2gCxnbW)에서 박지호 기자는“오늘 탄핵 국회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회 미용실을 찾았다 구설에 올랐”다면서 “추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끝나고 국회 미용실을 찾아 한 시간 동안 염색과 드라이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세월호 당일 315명이 물속에 있다는 보고를 받은 이후에도 대통령이 머리손질을 하느라 시간을 보냈다는 보도에 어머니의 이름으로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추 대표 모습을 녹취 인용한 뒤 “바로 며칠 전 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을 가했던 본인의 발언, 역사적인 대통령 탄핵 표결날 이 탄핵국면을 이끌고 있는 제1야당의 대표라는 위치를 감안한다면 미용실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았냐는 비판”을 덧붙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머리손질을 비판했던 추미애 대표가 탄핵 당일 미용실을 갔으니 똑같이 잘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TV조선은 “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늘의 추미애 대표의 상황은 다릅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일정이 빈 사이를 이용해 머리를 하러 갔다고 하구요, 장소도 누구나 이용하는 국회 미용실이었죠 세월호처럼 급박한 일이 벌어지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추 대표의 미용실 행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균형을 지켰다는 인상을 주려 했습니다. 이는 구색 맞추기에 불구합니다. 결론은 “미용실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았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 대표의 국회 출근 전 머리손질과 세월호 참사 당일 315명이 배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부스스한 머리’를 연출한 박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견강부회에 불과합니다. TV조선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머리손질’과 비교하기 위해 ‘미용실 처신’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야당에 흠집을 내겠다는 TV조선의 의지가 돋보인 보도입니다.
△ 추미애 대표를 박 대통령 ‘세월호 참사 머리손질’에 비유한 TV조선(12/9)
4. ‘반기문 차기대선 여론조사 1위’…TV조선은 또 ‘반기문 띄우기’
TV조선은 10월 말 국정파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줄곧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태권 대권 행보와 연결하면서 사실상 선거 보도를 해왔는데요. 탄핵이 가결된 9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V조선 <반, 가결 상황 챙기고 귀국 서둘러>(12/9 https://bit.ly/2hpzQbe)에서 윤정호 앵커는 반 총장 근황에 대해 전하면서 “네 궁금하신 분 있으시죠?”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백대우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오후 4시는, 뉴욕 시간으로는 새벽 2시.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직접 가결 상황을 챙겼다고 반 총장 측 관계자가 전”했다고 전했습니다. “내년 1월 중순 귀국 계획을 발표” “하지만 탄핵 가결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귀국 시점을 앞당길 수도” 등 향후 일정까지 짚었고 “새누리당의 쇄신이나 비주류의 탈당 또는 분당이 변수”라며 ‘여당 대선 주자’로서의 가능성도 점쳤습니다. 그러더니 대뜸 “영국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신년 기획물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영국 이코노미스트를 빌려 ‘반기문 대선 승리’를 언급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분열을 이유로 꼽았”다는 배경도 설명했습니다. 이날 이렇게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과 대선 행보를 구체적으로 보도한 방송사는 TV조선뿐입니다.
△ 외신 왜곡해 ‘반기문 대선 승리’ 부각한 TV조선(12/9)
굳이 외신 보도까지 인용하며 ‘대선 주자 반기문’을 띄운 TV조선. 하지만 TV조선이 인용한 이코노미스트 신년 기획 ‘The World in 2017’는 매년 11월 작성하는 것으로서 현재 긴박하게 변화하는 한국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의 대선 승리를 관측하는 동시에 “빈곤 문제, 청년 취업난 해소 등을 위한 대안제시 능력이 의문스럽다” “72세 고령의 반 총장이 한국 청년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 될 수 있다”고 평하는 한편, 지난 5월에는 “역대 가장 무능한 UN사무총장”이라고 혹평한 바도 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사실은 쏙 뺀 채 반기문 총장에 유리한 내용만 잘라 보도한 것입니다. TV조선이 각종 여론 선동에 애용하는 왜곡 방식입니다.
5. 끝까지 ‘불통 대통령’, 방송사들은 대부분 받아쓰기에만 골몰
9일 탄핵 가결 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 사죄의 뜻을 밝히는 한편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에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면서 법리투쟁만을 예고한 것인데요. 권한 정지 직전 마지막 직무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대환 변호사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도 논란입니다. 조 변호사는 세월호특조위의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하다 세월호 참사 7시간 관련 대통령 조사에 반발하여 결국 지난해 7월 사퇴했습니다.
방송사 중 SBS와 JTBC만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였을 뿐 나머지 5개사는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9일부터 11일까지 KBS 1건, MBC 2건, TV조선 3건, MBN 2건이 받아쓰기 보도였고 이들은 박 대통령 비판 보도가 단 1건도 없었습니다. SBS는 3건의 받아쓰기 보도가 있었으나 3건에서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했고 JTBC는 1건만 받아쓰기 보도인 반면 6건이 비판보도였습니다. 채널A는 받아쓰기 보도가 4건이나 되어 가장 많았는데, 그나마 ‘세월호 7시간’을 비판한 보도가 1건 있었습니다.
비판적 시각을 유지한 보도를 먼저 보겠습니다. SBS와 JTBC인데요. SBS <조대환 민정수석 임명…“끝까지 불통”>(12/10 https://bit.ly/2hisOEE)은 “직무정지가 되기 직전에 신임 민정수석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했”다면서 “조 변호사는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오히려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인물입니다. 끝까지 '불통 인사'라는 비판”을 전했습니다. JTBC <저녁 7시 3분부터…‘권한 없는’ 박 대통령>(12/9 https://bit.ly/2hlfCwh)은 9일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와 관련 “검찰 수사 결과 피의자로 적시됐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이나 야당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는 대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SBS와 마찬가지로 조대환 민정수석 임명에 대해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전 마지막 인사권을 행사하면서도 세월호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6. ‘박 대통령 눈물 글썽’…MBC‧TV조선의 ‘마지막 충성심’
받아쓰기 보도에서는 MBC와 TV조선이 두드러집니다. 먼저 MBC <관저에서 휴식…특검 수사 등 대비>(12/10 https://bit.ly/2gOkhGa)는 “탄핵안 가결로 어제 저녁 7시3분부터 직무와 권한이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 동정을 이야기하겠다더니 “박 대통령은 냉정을 지키려는 듯 담담한 모습” “국무위원들 이름을 부르며 한 명씩 감사인사를 전할 때는 눈물을 글썽였다” 등 박 대통령의 표정을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차분하게 앞으로의 행보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라며 근황도 조명했죠. 이때 화면에는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아 심신이 크게 지친 상태”라는 자막이 큼지막하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TV조선 <박 “최순실은 시녀같은 사람”>(12/10 https://bit.ly/2hlnNc1)도 MBC처럼 “눈물도 흘린” 박 대통령의 ‘감성 호소’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TV조선이 MBC보다 더 나아간 점은 “‘국정과제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돼 안타깝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덧붙인 것과 “최순실 씨는 시녀 같았던 사람” “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는 발언까지 전했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을 언급하면서 동정론을 부추긴 방송사는 MBC와 TV조선뿐입니다. 특히 TV조선이 언급한 ’최순실은 시녀‘ 발언은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사실은 무시하고 대통령의 표정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7. 드디어 나왔다, TV조선의 ‘집회 시민 편가르기’
10일에는 탄핵 가결 후 처음으로 집회가 열려 전국 100만 시민이 탄핵을 자축하는 한편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 폐기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셌습니다. 2달 여 이어진 수백만 시민의 평화집회에 찬사를 보내던 TV조선은 여당 비주류를 탄핵 찬성으로 돌려세웠던 3일 6차 범국민행동부터 ‘갈라치기’ 보도를 내고 있는데요. 10일에는 그 수위가 ‘색깔론’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TV조선 <‘내각 총사퇴’ 주장 나오자 ‘냉담’>(12/10 https://bit.ly/2hiwbvq)은 “일부 단체는 황교안 총리 역시 공범자라며 내각 총사퇴 주장도 펼쳤습니다. 더 나아가 정부 정책의 폐기까지 요구했”다면서 “탄핵 당한 박근혜 정책은 모두 폐기되어야 하고 쓰레기통으로 집어넣어야 한다”는 민주노총 기자회견 장면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여론도 강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시민들은 헌법재판소로 탄핵 심판이 넘어간 만큼 지나친 주장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천천히 절차 밟아서 정리를 해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절차 밟아서 정리를 해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는 시민 2명의 인터뷰를 보여준 것입니다. 보도 말미에는 “네티즌들도 즉각 퇴진 구호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대책없는 사퇴는 안된다.' '군중심리를 경계해야 한다' 등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화면에는 ‘kminxxxx’와 같은 누리꾼 아이디와 “군중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댓글을 TV조선 자체 자막으로 만들어 띄웠습니다. 다양하게 개진될 수 있는 일부 시민들의 의견과 누리꾼 댓글을 마치 상당한 여론인 것처럼 묘사해 ‘갈라치기’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7차 범국민행동 당시 ‘박근혜 정책 폐기’는 물론 ‘재벌 구속’ ‘내각 총사퇴’ 등 다양한 구호에 100만 시민은 모두 호응했고 이는 현존하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고자 하는 공통적 열망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시민들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 공통의 열망이 탄핵까지 이끈 것이죠. TV조선은 자연스러운 민주주의 사회의 단면을 일부만 잘라 ‘편 가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8. 100만 시민에 ‘색깔론’까지…‘TV조선 본색’
TV조선이 그동안 집회마다 악용했던 ‘색깔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TV조선 <“한상균‧이석기 석방”…시민 반응 ‘싸늘’>(12/10 https://bit.ly/2gshcPQ)은 “대규모 집회 속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석방하라는 외침도 묻어 나왔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면서 “구속 수감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풀어달라는 플래시 몹”과 “한상균을 석방하라는 현수막”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현수막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 전 의원을 희생양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서명 운동도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더니 “1년 전 폭력 시위로 경찰 수배를 받자 조계사로 도주까지 했던 한상균 전 위원장을 이번 집회와 연결짓는 것엔 거부감”의 사례로 “작년의 일이고 불법적인 일이다보니, 올해 일어났던 박근혜 퇴진과는 다르지 않나”라는 시민 인터뷰를 덧붙였고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구명운동엔 더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미 대법원에서까지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형이 확정돼, 사법적 판단이 끝났기 때문”이라 비판했습니다. “시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200만 민심이, 일부 단체의 이념투쟁으로 얼룩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면서 마치 대다수 시민들이 한상균‧이석기 석방 요구를 놓고 ‘이념투쟁으로 얼룩지는 것’으로 심각하게 느낀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이는 교묘한 왜곡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상균‧이석기 석방에 비판적인 시민이 있다면 앞선 보도에서 TV조선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일단 헌재 심판을 기다려보자’는 여론에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및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법원 판결은 실제로 민주주의 원칙을 거슬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의 경우 헌법상 집회의 자유보다 공안 논리를 앞세운 판결이라는 지적이 있고 이석기 전 의원은 대법원이 지난해 1월,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전원합의체 무죄를 확정하기도 했죠. 앞선 보도부터 이 보도까지 TV조선은 한두 명 시민의 인터뷰를 빌미로 100만 시민의 ‘분열상’을 부각했는데요. 탄핵까지 이끈 민심을 본격적으로 갈라놓으려는 속내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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