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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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에 묻는다. 이게 정말 ‘기각’될 만한 방송이었나?
2016년 8월 15일부터 12월 1일
등록 2017.02.07 10:30
조회 1600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와 함께 진행하는 ‘종편때찌 프로젝트’를 위해 종합편성채널 4사와 보도 전문채널 2사의 33개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고 있다. 민언련은 이중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하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방송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신청하고 있다. 민언련은 본격적으로 ‘종편때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신청한 민원에 대해서 방통심의위가 내린 심의결과를 분석했다. 

 

1. 방통심의위, 민언련 민원의 74%를 ‘기각’, ‘문제없음’ 처리 

민언련이 2016년 8월 15일부터 12월 1일까지 제기한 4개 종편과 2개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민원은 총 65건이다(한 개 방송에 대한 각기 다른 민원을 묶어 처리한 방송이 9개로 이는 카운팅에서 제외). 민언련이 신청한 민원을 방송사별로 분류해보면 TV조선이 32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채널A는 16건(25%), MBN이 14건(22%)이었다.  JTBC와 연합뉴스TV, YTN은 단 1건씩뿐이었다. 

 

방송사 건수(백분율)
TV조선 32건(50%)
채널A 16건(25%)
MBN 14건(22%)
JTBC 1건(2%)
연합뉴스TV 1건(2%)
YTN 1건(2%)
합계 65건(100%)

△ 민언련이 제출한 시사토크쇼 관련 민원  방송사별 구분(2016/8/15~12/1) 

 

방통심의위는 2017년 2월 5일 현재까지 민언련이 제출한 65건의 민원 중 64건에 대해 심의결과를 보내왔다.(이중 1건은 아직 처리결과 공문을 받지 않았으나 방통심의위 문의 결과 최종 심의결정이 나와서 포함했음) 


그런데 그 결과가 기가 막힐 지경이다. 방통심의위가 민언련의 시사토크쇼 관련 민원 중 72%에 해당하는 47건을 ‘심의 규정상 제재 불가’라며 기각했기 때문이다. 기각이란 방통심의위 원의 논의 테이블 자체에도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심의테이블에서 논의는 했지만 심의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는 ‘문제없음’이라는 결과를 통보하는데, 민언련이 낸 심의 중 ‘문제없음’도 1건이다. 다시 말해서 민언련이 낸 심의 65건 중 약 74%인 48건이 ‘기각’ 또는 ‘문제없음’ 처분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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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이 제출한 시사토크쇼 관련 민원 처리결과(2016/8/15~12/1) 

 

방통심의위가 심의 규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방송의 경우에도 제재수위는 ‘권고’, ‘의견제시’ 등 행정지도에 그쳤다. 전체 16건의 제재조치 중 행정지도에 속하는 ‘의견제시’와 ‘권고’는 1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중 중징계라고 할 수 있는 법정제재 ‘경고’는 한건도 없었고, ‘주의’는 단 3건이었다. 

 

2. ‘기각’ 처리된 시사 토크프로그램 관련 민원 
그렇다면, 민언련은 쓸데없는 민원을 방통심의위에 계속 제기한 것일까. 방통심의위 논의 테이블에도 올라가지 못한 ‘기각’ 또는 ‘문제없음’으로 의결된 방송들은 정말 문제가 경미했을까.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1) ‘편파·명예훼손 발언’의 사례 분석
민언련이 8월 16일부터 12월 1일까지 제기한 민원 중 가장 많은 사례를 차지한 것은 ‘편파·명예훼손 발언’이었다(28건).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막말이나 명예훼손성 발언, 편향된 진행이 여기 해당된다. 방통심의위는 이런 민원 중에서 ‘권고’ 4건, ‘문제없음’ 1건을 의결했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처리했다. ‘편파·명예훼손 발언’의 민원 처리에서 방통심의위는 89%에 달하는 24건을 ‘기각·문제없음’ 처리한 셈이다. 


방통심의위는 ‘기각’의 사유로 대부분 ‘정치적 사안에 대한 평가 및 비판은 폭넓게 용인되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물론 정치에 대해 논하는 프로그램에서 정치인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해 비평할 수 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기각’으로 처리한 민원들은 인신공격에 가까운 도를 넘어선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발언을 모두 기각한다면 방통심의위가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을 수준으로 봐주기 심의이다. 대표적 사례만 들어도 아래와 같다.

 

■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 ‘혹세무민’, ‘삼류 광대’, ‘헷가닥했어’라고 해도 ‘기각’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11/20)에 출연한 최양오 씨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비판하며 “문재인 대표는 이 혼란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쌓아줘야 되는데 말로서 자꾸만 신뢰를 무너뜨리면 안 됩니다. 광주에 가서도 ‘여기서 지지 안 해주면 나 대선 안 나오겠다’, ‘한강에 먼저 빠지겠다’ 등등으로 해서 진짜 ‘혹세무민’하는 이러한 말로써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정치인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은 ‘삼류 광대’거든요”라고 발언했다. 최 씨는 ‘혹세무민’, ‘삼류 광대’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민원을 ‘기각’ 처리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수습 국면을 주도해야 할 야당의 유력 정치인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오히려 논란을 야기한 상황을 비판하는 취지로 보이는 점, 발언 직후 진행자가 일부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주의를 촉구한 점, 정치인 및 정치적 사안에 대한 평가 및 비판은 비교적 폭넓게 용인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적시했다. 방통심의위의 문구를 보면, 문재인 전 대표가 논란을 야기했기 때문에 ‘삼류 광대’같은 막말이 나왔다는 의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방통심의위는 발언 직후 진행자가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며 적시했다. 그러나 실제 방송에서 진행자 이봉규 씨가 정정한 발언은 ‘혹세무민’ 뿐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오히려 논란을 일으켰다’는 방통심의위의 기각 사유는 또 있다. TV조선 <뉴스를쏘다>(11/24)에 출연한 류근일 씨는 “문재인 대통령감이라는 분 역시 도대체 얼토당토않은 말을 몇 번 했어요. 그건 뭘 말하느냐면 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규정을 하고 판단하고, 머리를 짜내고 답안지를 내는 정신적, 지적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닌가. 거기서 국민들은 다 보고 있어요. 야, 저건 말 잘못했지. 저건 너무 나갔네. 저건 헷가닥 했어. 어제 말하고 다른데, 다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 60대, 70대까지도 다 대학 나온 사람들이에요. 문재인 씨보다 머리 나쁜 사람 없습니다”라며 문 전 대표를 향한 모욕적인 언사를 자행했다. 류 씨는 주어만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표현했지 문 전 대표의 지적 수준을 의심하며 그 상태를 ‘헷가닥 했다’라며 구체적으로 표현한, 사실상의 인신공격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이 민원을 ‘기각’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수습 국면을 주도해야 할 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오히려 논란을 야기한 상황을 비판하는 취지로 보이는 점, 여당 정치인들의 발언과 정체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의도적 폄하로 보기 어려운 점, 정치인 및 정치적 사안에 대한 평가 및 비판은 비교적 폭넓게 용인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라고 ‘기각’ 사유를 적시했다.  

 

■ 근거도 없이 단정적 명예훼손 저질러도 ‘기각’
채널A <뉴스특보>(11/11)에서는 황태순 씨가 “이수호 전 전교조 회장이 중심이 됐던 이름이 좀 복잡하던데 참교육청년 뭐 거기에서 보니까 지금 보면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갖다 내일 거기(민중총궐기에)다 9,000원 내면 실어 나를 그런 광고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한 황 씨는 거듭 “동원입니다. 동원입니다. 동원”이라며 세 번이나 강조해서 말하는가 하면, “실어 나르는”것이라는 표현을 7번이나 반복했다. 이어 “그건 그야말로 전형적으로 그야말로 진보 좌파적 시민단체들, 또 전교조, 전직 전교조 회장이라는 분이 그런 식으로 학생들을 갖다 상대로 이른바 뭐, 실어나르기 위해서 모집한다는 것은 정말 적절치 않습니다”라며 거듭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가 다르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회원 청소년 50여 명은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행동’ 집회에 앞서 따로 집회를 열고 즉석 모금을 했다. 집회에 나오고 싶어 하는 지방의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차비 마련 모금’을 제안한 것이다. 이들은 모금된 비용으로 버스 전세비를 대주는 방식으로 청소년 집회 참가자에게 차비를 지원했다. 참석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청소년을 동원하지도 않았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이라는 단체명도 제대로 모르는 황태순 씨가 학생들이 전교조에 동원됐다고 주장한 근거는 전혀 없다. 그저 단체의 이수호 공동대표가 전 전교조 위원장이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진보 좌파적 시민단체들, 또 전교조, 전직 전교조 회장이라는 분이 그런 식으로 학생들을 갖다 상대로 이른바 뭐, 실어 나르기 위해서 모집한다는 것은 정말 적절치 않습니다”라고 우긴 것이다. 이는 이수호 공동대표와 전교조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이 방송 역시 기각 처리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사유도 어이가 없다. “당일 언론보도에 근거한 출연자 개인의 견해”, “다른 출연자가 즉각 지나친 비약이라는 취지로 반박한 점”, 발언 도중 진행자가 “이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지하고, 이후 “‘실어 나른다’, ‘동원한다’ 라는 부분은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 출연자가 아무리 막말을 하고 단정적 표현을 하더라도, 옆에서 다른 출연자가 반박만 해준다면 문제없다는 것인가. 당일 언론보도에 근거한 출연자 개인의 견해이니 괜찮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언론보도 자체가 오보일 수 있고, 그것을 제대로 숙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단정적 비판을 가한 것인데 어떻게 이런 방송이 기각될 사안인가. 

 

■ 미르·K재단을 ‘연청, 민산, 노사모’와 다를 바 없다 비유해도 ‘기각’
MBN <뉴스와이드>(10/25)도 마찬가지이다. 민영삼 씨는 “저도 같은 맥락입니다. ‘월계수’ 플러스 ‘민산’, 김영삼 대통령이 만든 ‘민주산학회’ 있잖아요. ‘민산’ 그다음 DJ 대통령이 만든 ‘연청’,‘월계수’ 플러스 ‘민산’ 플러스 ‘연청’ 플러스 성격은 좀 다르지만 ‘노사모’ 플러스 그다음에 뭐 ‘박사모’ 플러스 다 알파 해가지고 최순실 씨가 나온 것 같은데. 저는 저 ‘알파’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게 인간적 신뢰 관계를 떠나서 거의 종교적 수준의 신뢰가 아닌가” 라고 발언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청, 민산, 노사모를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명예훼손이다. 


그런데 방통심의위는 이 발언을 기각하면서, “출연자가 최 씨의 권력은 ‘월계수회’, ‘민산’, ‘연청’, ‘노사모’ 등 역대 정권의 사조직이 행사한 권력을 모두 합친 것에 종교적 수준의 신뢰가 더해진 것이라는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 “최 씨가 국정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역대 정권의 비선 사조직을 단순 언급한 것인 점, ‘노사모’에 대해서는 ‘성격이 좀 다르다’는 단서를 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 ‘콜레라’, ‘민주당 얼굴이 모두 박근혜’라고 해도 ‘비유적인 표현’이라며 ‘기각’
방통심의위는 명예훼손성 발언에 대해서 비유적인 표현이거나 자신들이 보기에 악의가 없어 보이면 논의 테이블에도 올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내용의 민원 중 방통심의위가 ‘주의’ 등 법정제재 조치를 취한 <이봉규의 정치옥타곤>(10/15)에서 방통심의위가 제시한 의결사유가 특정 정치인을 ‘병정놀이 한다’며 비유적인 표현으로 조롱 또는 희화화하는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모든 안건을 ‘기각’ 처리하기에 심히 부적절한 사유가 아닐 수 없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9/7)에 출연한 이계진 씨는 대선 잠룡들이 많다는 대화를 나누면서 “현재 국내 콜레라 환자 수보다 많다. 대통령 병 걸린 사람”이라고 발언했다. 콜레라 환자를 ‘대통령 병’에 등치시킨 모욕적인 발언이다. 진행자 김진 씨도 이에 동조해 “콜레라 환자보다 많다. 팩트네요”라고 발언했다. 프로그램 중에는 이에 대한 출연자들의 어떤 반론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이 건에 대해 “사회적 관심사 등에 빗대어 언급하는 비유적 표현”이라며 ‘기각’ 처리했다. 사회적 관심사라면 ‘콜레라’ 같은 질병을 정치인에 빗대도 된다는 이야기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11/28)에 출연한 차명진 씨는 자신의 만평을 소개하는 ‘차명진의 만평’에서 민주당 사람들의 얼굴 대신 박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을 보여주면서 “민주당 로고가 있잖아요. 민주당 사람들인데. 이분들이 어느 순간 보니까 그분들이 가장 미워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어요”라고 발언했다. 진행자 박종진 씨조차 “민주당에서 굉장히 모욕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방통심의위는 “의도적 폄하가 아니다”, “사회 일각의 입장이다”라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기준으로 민원을 ‘기각’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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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람들을 향해 모욕적인 그림 그린 차명진 씨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11/28) 갈무리.

 

2) ‘북한·안보위기 관련 발언’의 사례 분석
‘북한·안보위기 관련 발언’의 문제는 출연자와 진행자 할 것 없이 지나치게 치우친 입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시사 토크 프로그램들은 적절한 반론이나 문제 제기 없이 ‘안보’ 문제라며 한쪽의 입장만을 반복하지만, 방통심의위는 대부분 민원제기를 ‘기각’처리했다. 상반되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방통심의위는 ‘기각’ 사유로 방송 중 송출된 ‘자료화면’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토론 중에 자료화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음에도 이를 ‘상반되는 취지의 발언’으로 본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총 20건의 민원제기 중 단 2건을 ‘권고’조치 했으며, 1건을 ‘주의’ 1건은 ‘의견제시’ 처리하였다.

 

■ 발언 문제 인정하면서도…내용은 ‘기각’
‘북한·안보위기 관련 발언’에서는 지나친 편파 진행과 객관성을 잃은 발언들이 주로 문제가 되었다. ‘안보’를 이유로 특정 대선후보에 대한 공격을 퍼붓거나 ‘핵무장’등 일부 의견을 옳은 의견처럼 단정하여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대부분의 민원을 ‘기각’처리했는데, 정작 방통심의위가 ‘기각’ 사유로 든 것에 문제가 있었다.


MBN <아침&매일경제>(9/12)에 출연한 최병묵 씨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대선판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통일 정책이나 북핵 문제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이 핵심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요. 왜냐하면, 그거는 반기문 사무총장은 어떻게 보면 전공 분야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반기문 UN전 사무총장은 ‘북핵 문제’에 전문가이고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항할 내공이 안 된다’라고 근거 없이 단정한 것이다. 이에 방통심의위는 해당 민원을 ‘기각’하면서 “여권의 주요 후보 역시 북핵 문제에 기여한 부분은 없으며, UN 사무총장 재임 기간 동안의 부정적 평가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유리한 상황으로 볼 수는 없”다고 의결사유를 제시했다. 방통심의위조차 여권의 주요 후보들이 북핵 문제 전문가라고 단정한 최 씨의 발언은 틀렸다고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명백히 사실관계가 잘못된 발언을 두고도 방통심의위는 ‘개인적인 견해’라며 이를 ‘기각’처리하였다. 

 

■ 특정인의 출생지, 취미, 게임 아이디까지 공개해도 ‘통상적인 형태’라며 ‘기각’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9)에서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 망명 소식을 다루며 과도한 가십성 보도를 이어갔다. 해당 방송은 태 전 공사의 차남에 대해 출생지, 이름, 나이, 성적, 다니는 학교, 진학 예정인 학교, 학비, 좋아하는 가수, 만화, 취미 등 을 공개했으며 심지어 게임명, 게임 아이디, 마지막 접속시간, 1년 총 접속시간까지 공개했다. 아무리 당시 정황상 태 전 공사가 유명인이라지만 그 차남의 게임 아이디까지 공개하는 것은 문제이며 이는 방송법 제19조 사생활 보호를 위반한 것이다.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8/18)역시 태 전 공사의 생계에 관해 살던 집의 방이 몇 칸인지, 집의 가격이 얼마인지, 주로 이용하는 마트 상호명부터 쌀, 라면을 마트에서 자주 샀고, 이 모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월급은 173만원에 불과하다는 내용까지 전부 공개했다. 


방통심의위는 민원 모두를 ‘기각’처리하면서 공통된 의결 사유로 “유력 인물의 망명 등과 관련하여 언론이 당시의 신변상의 문제나 경제적 여건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망명 배경 등을 분석하는 통상적인 형태”를 제시했다. 특정인의 사생활을 낱낱이 밝히는 것 또한 ‘통상적인 형태’로 본 것이다. 

 

■ 자료화면에 대한 비판인데…“자료화면 보여줬다”며 ‘기각’
앞서서도 방통심의위는 출연자들의 민감한 발언을 지적한 민원에 대해 ‘상반된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며 이를 기각했다. 발언의 문제 여부를 떠나 다른 출연자나 진행자가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면 문제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방통심의위는 ‘북한·안보위기 관련 발언’ 중 4건의 기각사유로 ‘자료화면 송출’을 예로 들었다. 상반된 취지의 발언이 화면을 통해 소개되었다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17일 MBN의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황장수 씨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비판하며 “몇 시에 들어올 건지 우리 문을 잠가놓을까요, 열어놓을까요라고 물어보자면 도둑이 뭐라고 그러겠습니까?”라며 “제정신이 아닌 행동”이라 막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이 민원을 ‘기각’ 처리했는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 역시 자료화면으로 송출”되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실제 방송을 보면 해당화면은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한 ‘여야 공방’ 자료이며 여당과 야당의 발언을 각각 요약한 수준이었다. 또한, 토론 중에 해당 자료화면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으며 화면 역시 단 2회 송출되었다. 방통심의위의 해명과 달리 ‘자료화면’ 사유에 반대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었다 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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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가 ‘기각’의 근거로 사용한 자료화면들. 
채널A<뉴스뱅크>(10/16), MBN<시사스페셜>(10/16) 방송화면 갈무리.

 

심지어는 자료화면에 대한 비판 발언을 ‘자료화면 송출’을 이유로 기각한 사례도 있었다. 채널A<뉴스뱅크>(10/16)에 출연한 진행자 김태현 씨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에 대해 “피의자한테 전화해서 ‘저 기소해도 될까요’ 이거 물어보는 거랑 같은데요”라고 발언했다. 방통심의위는 이 건을 ‘기각’처리 했는데 역시 문 전 대표의 입장이 자료화면으로 방송되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김 씨는 자료화면을 직접 소개한 뒤 자료화면에 대한 비판으로 해당 발언을 한다. 출연자 최병묵 씨 역시 “토론했든 안 했든 물타기에 불과하다”라며 문 전 대표의 자료화면에 대해 발언을 했다. 방통심의위는 자료화면에 대한 문제 발언을 ‘자료화면’을 이유로 기각한 셈이다.

 

 

3) ‘성 평등·성 소수자 발언’의 사례 분석
‘심의 규정’ 중 제30조 양성평등에 따르면 방송은 양성을 평등하게 묘사하여야 하며, 성차별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또 특정 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방송에서 특정 성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확산 할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에도 방통심의위는 이를 분명하게 제재하지 않고 있다. ‘성 평등·성 소수자 발언’에서는 총 8건의 민원제기 중 5건이 ‘기각’처리됐으며 2건이 ‘권고’, 1건이 ‘주의’ 처리되었다.

 

■ 여성 정치인에 대해서 폄훼발언해도 괜찮다며 ‘기각’
여성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각한 사례는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9/17)에서 볼 수 있다. 출연자인 민영삼 씨는 유력 정치인들의 아내들의 행보에 대해 “특히 정치권에서는 여자가 설치면 잘해 봤자 본전”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영부인, 대통령 지도자의 부인으로서 모델이라고 하면 육영수 여사 아닙니까”라고 발언했다. 이어 민영삼 씨는 김정숙 씨(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아내)를 겨냥해 “현모양처 쪽보다는 속된 말로 설친다, 나낸다”, “(설치고 나대는)그런 유형으로 대표적인 분이 문재인 전 후보의 부인으로 분류”된다고 발언했다. 


이처럼 여성의 성 역할을 단정 짓는 편견이 섞인 ‘나댄다’는 막말을 퍼부었는데도 방통심의위는 이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및 정치인 아내들의 모습과 차별된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이며, 그 과정에서 언급된 일부 표현상의 문제에 대해 진행자가 즉각적으로 수정”, “이후 문재인 전 대표와 김정숙 씨의 일화를 소개하며, 김정숙 씨가 문 전 대표의 모범적 이미지 구축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함께 언급”했다고 전했다. 

 

■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 문제 없다며 ‘기각’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출연자의 막말을 방통심의위가 공공연하게 긍정하는 황당한 심의가 나오기도 했다. TV조선 <최희준의왜>(9/21)에 출연한 류석춘 씨는 “성 소수자도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 때문에 동성애가 에이즈라는 무서운 병의 원인이 된다라는 걸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판인데. 담배 피우는 게 에이즈보다는 훨씬 더 안전한 일 아닌가요?”라며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인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흡연자들의 행복추구권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는 대신 오히려 흡연자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는 의결 통보를 내놨다. 또 “전반적인 발언 내용과 맥락 측면에서 특정인들을 폄훼하기 위한 의도”라 보기 어렵다며 동성애를 에이즈의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한 출연자의 발언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의 심의 내용을 검토하면서도 성 소수자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 최순실 “도깨비 같은 여자”라 비하해도 ‘기각’
지난해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11/16)에 출연한 김동길 씨는 비선 실세 혐의를 받는 최순실 씨에 대해 “도깨비 같은 여자 나오고 말이에요. 그 얼굴은 왜 자꾸 비춰줘요?, 국민이 괴로워요, 그런 얼굴을 보면. 그게 무슨 여성의 얼굴이 그럴 수 없는 거 아냐?”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여성의 외모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위험한 발언이다. 그런데도 방통심의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전반적인 발언의 취지”를 존중해 해당 민원을 기각 처리했다. 방송의 출연자들이 명백히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심의위는 이를 ‘정치 심의’의 잣대로 평가한 것이다.

 

4) ‘기각’ 사유도 가지가지. 결국은 방통심의위의 정치 심의 변명일 뿐 아닌가

 

의결 통보 중 기각 사유

건수(백분율)

정치평론

(개인의 견해, 정치적 의견, 정치인에 대한 비판)

29건(35%)

상반되는 취지의 발언(출연자, 진행자의 반론·제지)

22건(27%)

발언의 전반적인 취지 인정

15건(18%)

언론 보도와 유사

7건(9%)

비유적인 표현

5건(6%)

기존 심의와의 형평성

3건(4%)

다른 매체를 인용

1건(1%)

합계

82건(100%)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민원 의결통보 중 기각 사유에 대한 분석 결과


방통심의위가 소위원회에 상정할 필요조차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으로 처리된 민원은 사실상 기각될만한 내용이 아닌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민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민원임에도 의결통보결과에 같은 표현과 어구가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에 민언련은 방통심의위의 의결 통보 결과 중 ‘기각’과 ‘문제없음’에 해당하는 48건의 민원 통보 결과의 내용과 표현을 분석했다. 1개의 민원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1~3개의 의결 사유를 언급하고 있었으며, 48건의 민원 통보 결과를 검토해본 결과 총 82건의 의결 사유가 집계되었다. 


방통심의위가 ‘기각’ 민원에 대해 가장 많은 의결 사유로 제시했던 내용은 ‘정치평론’의 범주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었다. 총 29건이 집계되어 전체의 35%를 차지한 ‘정치평론’ 항목은 ‘개인의 견해’, ‘정치적 의견’,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폭넓게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이다. 하지만 ‘(문재인)저건 햇까닥 했어’와 같은 막말조차 개인적인 표현으로 인정해 기각하거나 여성·성 소수자에 대한 비하 발언을 정치인에 대한 비판으로 심의하는 등 민원을 기각하려는 진가의 보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두 번째로 많은 ‘기각’ 사유는 ‘상반되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출연자의 발언 중 진행자가 이를 제지하거나 다른 출연자가 반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방송 이후 다시 보기 삭제나 제작진들의 반성하는 태도가 있었다며 봐주는 경우도 이 분류에 들어갔다. ‘상반되는 취지의 발언’은 총 22건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했다. 발언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반론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심의를 거부하는 일종의 참작사유로 사용되는 것도 문제이다. 
세 번째는 ‘발언의 전반적인 취지를 인정’하는 경우가 15건(18%)이었다. 심의규정에 어긋나는 말을 했더라도 그 취지가 나쁘지 않다면 심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취지를 ‘비꼬려는 의도로 한 발언’처럼 방통심의위의 지레짐작으로 민원을 기각하거나 출연진의 발언 내용에 방통심의위의가 동조하는 등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언론보도와 유사(7건), 비유적인 표현(5건), 기존 심의와의 형평성(3건), 다른 매체 인용(1건)등이 이어졌다. 전체 기각사유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앞선 3가지의 기각사유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의견제시’, ‘주의’등 실질적인 행정 조치 이상의 의결 사유에 ‘고성’, ‘사생활 침해’, ‘허위사실’등 비교적 다양한 사유가 들어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방통심의위는 ‘기각’, ‘문제없음’으로 민원을 처리할 때 비교적 천편일률적인 의결을 하고 있는 셈이다. 

 

3. 민언련이 방통심의위에 신청한 시사토크쇼 관련 민원 중 의결사항 
방통심의위가 의견제시, 권고, 주의를 의결한 방송은 제재수위가 적절했을까. 사실 내용의 심각성에 비해서 지나치게 경미한 제재조치를 받은 것이어서 ‘솜방망이 제재’ 또는 ‘종편 봐주기 심의’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1/9)에서 출연자 황장수 씨는 발언 도중 “이대는 병신입니까?”라며 명백히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진행자나 출연자의 제지도 없었다. 모두 웃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이런 무분별한 비속어 사용에도 방통심의위는 “출연자가 ‘병신’ 등 방송에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는 내용을 방송”이라며 인정하면서도 단순 ‘권고’ 조치했다. 비속어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공중파의 심의사례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종편 봐주기 심의내용은 또 있었다. 바로 TV조선 <최희준의 왜>(11/14)에 등장한 일베 로고 사용이다. 해당 방송은 헌법재판소의 로고를 ‘일베’의 로고로 사용했다. TV조선의 일베 로고 사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8월 26일, TV조선의 <강적들>이 일베 이미지 포스터를 사용했고, 2016년 6월 18일 <뉴스를 쏘다>도 민주당의 로고를 ‘일베’ 이미지로 사용했다.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강적들> 심의 당시 김성묵 소위원장은 ‘처음이면 권고’ 처리라며 <강적들>을 ‘권고’로 최종 의결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뒤이은 <뉴스를 쏘다>와 <최희준의 왜> 역시 ‘권고’로 의결했다. TV조선이 계속해서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같은 ‘일베’ 로고 사용으로 ‘경고’등 중징계를 받은 SBS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아래는 민언련 신청 민원에 대해 행정지도 및 법정제재 조치가 나온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과 처리결과, 적절성 여부를 표로 정리한 것이다. 대부분 실제 방송에 비해서 지나치게 가벼운 처분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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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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