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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노무현 색깔 드러내고 있다’ 부들거리는 조선2016년 11월 26일~28일
26일과 28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연일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비난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야당 지도자들이 무슨 완장이나 찬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건데요. 비난의 근거는 사실상 새누리당을 비판했다는 것과 재벌 및 언론 개혁을 요구했다는 것, 개헌에 반대했다는 것 등입니다. 정말 ‘조선일보스러운’ 비난 이유네요. 최근 조선일보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뒤 ‘노무현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정말 욕이 하고 싶다면 ‘노무현 같다’ 보다는 ‘조선일보 같다’는 평가를 붙여보는 게 어떨까요?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새누리당은 감싸고 민주당은 욕하고
△ 새누리당과 언론을 비판했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하는 조선일보 사설(11/26)
조선일보가 날이 갈수록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말은 야당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비난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먼저 <사설/최순실 이후 완장 찬 것 같은 야당>(11/26 https://goo.gl/wE2GGj)에서는 “야당 지도자들이 무슨 완장이나 찬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금 권력자는 식물 상태가 된 박 대통령이 아니라 이들(민주당)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지적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나. 새누리당을 너무 심하게 싸잡아 공격했다. “새누리당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까지 겨냥해 공격하는 것은 “운동권 패권 행태가 되살아난 듯한 섬뜩함을 준다”는 겁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을 ‘만든’ 새누리당 인사들을 향해 ‘탄핵’을 함께 하자고 ‘애걸’하지 않으면 ‘운동권 패권’이라 욕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탄핵은 무슨 고해성사도 아니고 그간의 죄를 씻어내는 성수 같은 것도 아닙니다. 그건 그거고, 국정농단에 부역한 책임은 당연히 따로 물어야겠죠. 이미 광장에는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와 ‘새누리당도 공범이다’라는 구호가 함께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즉, 이런 주장은 ‘활로를 모색 중인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들을 감싸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둘. TV조선 등도 “최순실 사태로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언론의 추적 보도에 의한 것일 뿐 야당이 한 것은 사실상 없”는데 문 전 대표가 “주류 언론이 무조건 박 대통령 편을 들었다” “언론이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 이런 지적은 조선일보 <사설/탄핵 앞 대통령·여야, 정계 원로 제언 경청하길>(11/28 https://goo.gl/Bb2WCs)에서도 반복됩니다. “야권은 언론이 파헤친 최순실 문제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러나 시작은 해놨을지언정, 문제를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고, 한겨레가 사안을 홀로 끌고 나갈 때도 외면만 했던 조선일보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건 참 낯 뜨거운 일입니다. 게다가 이번 사태의 전말을 폭로하는데 가장 앞장 선 것은 민주당 의원들입니다. 사실관계를 완전히 왜곡하고 있는 것이지요.
셋. 문 전 대표가 “보수 정치권력과 검찰과 언론과 재벌 대기업 간 특권 카르텔이 아주 강고하게 형성돼 있다”는 말도 했는데 이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대로 보는 것 같”은 태도다. 이건 내부 고발이나 감사가 아닌 외부 폭로로 주필이 기업에 접대를 받았음이 드러난 신문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스스로도 옹색했는지 별다른 이유를 대지 못하고 그냥 ‘노무현 같다’는 주장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넷. 문 전 대표가 “야권에서도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개헌론을 ‘물타기’라고 비난”했는데 “개헌론자였던 문 전 대표가 입장을 바꾼 것은 정권을 잡게 됐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여기에도 “노무현 색깔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라는 해설이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지금 이 순간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 ‘개헌 결사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민들의 공감대도 아직 얻지 못한 개헌을 왜 지금 당장 급하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조선일보가 답을 해야 하는 것이겠죠. 무엇보다 ‘노무현을 닮았다’는 것이 무슨 흠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판하고 싶은 태도에 붙여 반복적으로 부각하고 있는데요. 진짜 욕은 ‘조선일보 같다’는 말일 겁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하지만 여당에는 한 없이 너그러운
이렇게 조선일보가 앞 뒤 없이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물어뜯고 있는 사이, 중앙일보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황당한 꼬리자르기식 주장을 그대로 소개해줬습니다. 인터뷰 기사인 <김무성 “박 대통령 만난 게 정치인생 중 가장 후회스러워”>(11/28 https://goo.gl/3z3wbh)은 “친노·친문·친박 패권주의를 몰아내야”하며 “탄핵·개헌을 엮어서 추진하는 게 옳”고 “문재인이 개헌에 적극 안 나서는 건 자기가 대통령 될 거라 여기기 때문”이라는 김 전 대표의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박 대통령을 만난 걸 후회한다는, 반성도 뭣도 아닌 황당한 발빼기 발언은 무려 제목으로까지 뽑아 부각해줬습니다.
동아일보는 <아, 이정현>(11/28 https://goo.gl/9md1HX)을 통해 “지금 야권은 이미 정권을 잡은 듯 큰소리를 치고 있다. 보수 정권의 공적을 모두 갈아엎을 태세다. 누가 이들의 오만에 제동을 걸 것인가” “이 대표가 지키려는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는 보수 재탄생의 길로 가야 했다”라며 “이 대표가 직접 박 대통령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저 보수층이 각성과 회심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도록 물꼬를 터주면 된다”는 애정 어린 조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3. 오늘의 유감 보도 ③ 촛불민심에 무임승차해 ‘개헌’ 외치는 조선
개헌에 대한 조선일보의 집착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촛불민심’과 이 개헌을 엮어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열린포럼/국민의 불행, 개헌으로 치유를>(11/28,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https://goo.gl/a1FLZZ)에서는 “역시 헌법이 문제다. 정치 체제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헌법을 이대로 두면 차기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광장에 모여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정 운영 시스템을 새로 짜는 헌법 개정으로 결실하지 못한다면 광장의 함성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광장의 구호”에 대해 “나라는 헌법으로 이루어진다.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은 ‘이게 헌법이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나오지도 않은 구호를 상상하고 추론해가면서 개헌을 국민의 뜻이라 속이고 싶은 모양입니다.
<강천석 칼럼/고장난 헌법의 다음 희생자>(11/26 https://goo.gl/ZfDkWb)에서는 “다음 대통령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중심’이 망가진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는다. 권위가 붕괴된 대통령은 엊그제 대통령을 거리에서 몰아낸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국민을 상대해야 한다”라며 “오늘의 촛불이 내일의 호랑이다. 한번 숲을 벗어난 호랑이는 쉽게 숲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다음 희생자는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못하면 당연히 국민의 뜻에 의해 내려올 수 있어야지요. 이런 민심을 ‘호랑이’로, 그 민심에 공격당할 다음 대통령을 ‘희생자’로 묘사하는 건, 아무리 봐도 집권자가 민심을 무시하고 계속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것처럼 보입니다.
4. 오늘의 유감 보도 ④ 피터지게 싸운다는 선수들 향해 ‘씨름 선수 같지 않은 외모’?
“이만기·강호동이 떠난 요즘 씨름판에 화장품 향기가 퍼지고 있다. 씨름판에 뛰어든 여자 선수들 덕분이다. 땀내 진동하는 씨름판 일부를 ‘모래 요정’들이 점령한 것이다” 무려 여자 씨름판에 대한 조선일보의 묘사입니다. 기사 제목은 <모래판이 섹시해졌네>(11/26 https://goo.gl/OAtJaJ). 이후 기사는 “‘씨름 선수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 미녀 스타들”의 사례를 나열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스포츠 선수를 소개하면서 ‘화장품 냄새’ ‘씨름 선수 같지 않은 외모’를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피터지게 싸운다”고 말하는 이들에 대한 명백한 모욕입니다.
5. 오늘의 추천 보도 ① 거짓말이건 무능이건 오싹한 건 마찬가지
한겨레는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와 해경 본청 핫라인 통화기록(음성파일)을 근거로 피해상황을 오후 2시 50분에서야 알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이 거짓임을 밝혀냈습니다. 청와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짧게는 5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없이 상황을 점검” 받고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그 무능력한 대통령이 오늘도 청와대에서 ‘정상 집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는 <청와대 ‘7시간 거짓말’…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오전부터 알았다>(11/26 https://goo.gl/lhOnnS)입니다.
6. 오늘의 추천 보도 ② ‘피해자’ 삼성, 혹은 ‘피해자 코스프레’ 중인 삼성
한겨레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최순실 씨의 독일 회사에 “280만유로(약 37억원·2015년 9월 환율 기준)를 보낸 것 이외에도 최씨 쪽에 319만유로(약 43억원) 상당을 따로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합니다. ‘올림픽 승마 지원을 위해’ ‘사실상 피해를 당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해온 삼성. 추가 자금 지원이 사실로 밝혀져도 계속 그런 변명을 늘어놓을까요? 관련 기사는 <삼성, 최순실 지원금 43억 또 있다>(11/26 https://goo.gl/TnJuko)입니다.
한국일보는 “국민연금의 제일모직ㆍ삼성물산 합병 찬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이 2013년 말 본부장 공모 당시 서류평가 점수가 22명 중 8위에 그치고도 면접을 거쳐 최종 낙점”됐음을 단독 지적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관련 기사는 <홍완선 서류평가 8위서 면접 1위로… 석연찮은 뒤집기>(11/28 https://goo.gl/v2DZcM)입니다.
7. 오늘의 추천 보도 ③ 공개된 사무실서 대질조사? 황당한 노동부
경향신문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성범죄 피해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있는 공개된 사무실에서 ‘대질조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진정인이 “회의실 같은 곳으로 옮길 수 없겠느냐”고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했다는군요. 관련 기사는 <성범죄, 공개된 사무실서 대질조사한 노동부>(11/28 https://goo.gl/oFkc8r)입니다.
8. 오늘의 비교 ① 5차 주말 촛불집회
26일 광화문 일대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이에 6개 일간지는 시민들이 질서 있는 촛불 혁명으로 국격을 세우고 있다고 추켜세웠습니다. 다만 조선일보의 경우 촛불의 에너지를 ‘개헌으로 결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어둠의 권력을 깨는 190만 촛불”
동아일보 : “대통령이 무너뜨린 국격, 국민이 평화집회로 쌓아올렸다”
조선일보 : “성숙하고 절제된 모습. 그러나 헌법 개정으로 결실하지 못한다면 광장의 함성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것”
중앙일보 : “빼앗긴 주권 회복하려는 국민의 혁명적 외침”
한겨레 : “무너진 국격을 시민들이 다시 세워놓고 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체제교체 필요”
한국일보 : “탄핵 이끄는 촛불 혁명”
9. 오늘의 비교 ② 개헌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 조선일보는 여전히 가장 직접적으로 개헌을 요구하고 있으며, 반대로 경향신문은 이를 ‘일부 세력의 얕은 수’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촛불민심 곁불 쬐려는 일부 세력의 얕은 수”
동아일보 : “개헌은 필요성이 인정되나 탄핵과 맞물리면서 추동력이 떨어졌다”
조선일보 : “헌법 이대로 두면 차기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것이 거의 확실. 국회는 개헌특위 구성해 국민과 더불어 개헌 과업 조속히 완수하라”
중앙일보 : (김무성 발언 인용해) “문재인이 개헌에 적극 안 나서는 건 자기가 대통령 될 거라 여기기 때문”
한겨레 : “……”
한국일보 : (외부 필진 칼럼 통해) “국민의 의사를 묻는 개헌을 서둘러, 새로운 헌법 하에 다음 대통령 선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