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대통령의 ‘조사 거부’와 ‘주사제 대리처방’ 모두 침묵한 MBC
2016년 11월 15일
등록 2016.11.16 18:24
조회 193

15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7개 방송사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조사 거부를 톱보도로 다뤘습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15일 다른 관련자들의 혐의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누구나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 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열흘 만에 뒤집어 버린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변호사로 선임한 유영하 씨가 안고 있는 개인적인 논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유 씨는 검사로 재직하던 2003년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두 차례 향응을 제공받아 징계를 받고 검찰을 떠났습니다. 2009년에는 군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변론을 맡아 무죄를 주장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2015년에는 유엔 제출 한국인권보고서에서 세월호 참사 등 최신 인권 쟁점을 삭제하도록 지시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약속을 깨고 조사를 거부한 박 대통령, 그리고 변호사로 나선 문제의 변호사. 방송사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1. 약속 어긴 대통령, 비판 없는 MBC‧TV조선‧채널A
7개 방송사의 박 대통령의 수사 거부 관련 보도량은 KBS 5건, MBC‧TV조선 4건, SBS 7건, JTBC‧MBN 6건, 채널A 2건입니다. 이날 유영하 변호사가 발표한 박 대통령의 수사 거부 의사는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 외에도 숱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20일로 예정된 최순실 씨 구속만료 기간까지 시간을 끌어 최 씨와 대통령 혐의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 드러났고 피조사인의 헌법적 권리를 말하지만 이미 박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했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박 대통령의 태도가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무엇이 오류인지 언론은 밝혀줄 책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MBC, TV조선, 채널A는 이 책무를 외면하고 아무런 비판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TV조선은 야당의 비판을 전달한 보도가 1건 있었지만 MBC와 채널A는 그마저도 없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비판에 소극적인 KBS도 유영하 변호사의 발표에 대해 “범죄혐의 부인이자 수사 가이드라인”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MBC, TV조선, 채널A의 침묵이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2. 문제투성이 유영하 변호사 이력, MBC는 문제점 지우고 ‘박근혜 호위무사’만 남겨
‘대통령 조사 거부’에 침묵한 MBC, TV조선, 채널A 중에서도 MBC는 유독 눈에 띕니다. 이날 화제가 된 유영하 변호사의 이력을 7개 방송사가 모두 1건씩 다뤘는데 MBC만 도덕적, 정치적 지탄을 받는 사례를 쏙 뺐기 때문입니다. MBC <검사 출신 정치인…‘마지막 호위무사’>(11/15 https://bit.ly/2gf0cwN)는 “진박 중에 진박,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유 변호사”를 소개하면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법률지원단장을, 2012년 대선에서도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활동하며 박 대통령을 최전방에서 방어” 등 이력과 함께 “박 대통령의 개인사에 밝고, 최순실 의혹에 대한 방어 논리도 갖추고 있을 것”이라 전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논란이 된 나이트클럽 향응, 유엔 인권 보고서 세월호 참사 삭제 등 ‘어두운 이력’은 단 한 마디도 언급이 없습니다. 타사는 모두 검사 재직 시절 나이트클럽에서 향응을 받은 사례, 정부 비판적 인사들에 대한 막말, 유엔 인권보고서 세월호 참사 삭제 지시 등 문제적 이력들 중 최소 하나는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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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이력’ 쏙 빼고 ‘박근혜 호위무사’만 강조한 MBC(11/15)

 

3. ‘대통령이 헌정 유린했다’ SBS와 JTBC의 고군분투
‘국정파탄’ 정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있는 방송사는 역시 SBS와 JTBC입니다. SBS는 <대통령 변호인-검찰, 상반된 주장으로 이견>(11/15 https://bit.ly/2f30K6k)에서 “대통령 변호인이 헌법 정신까지” 내세운 데 대해 “그런데 애석한 현실은 지금 많은 국민들이 헌법 질서가 유린되고 있다고 느끼는 점 아닐까요?”라고 반문했습니다. JTBC <박 대통령 변호인 발언 논란>(11/15 https://bit.ly/2gfxsTV)의 경우 아예 박 대통령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조택수 기자는 “수사가 부적절하고, 본인의 동의하에 조사하게 되더라도 원칙적으로 서면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통령 측 주장에 “기소는 할 수 없지만 수사는 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의견” “대통령이 수사 받겠다고 한 뒤에 변호인이 이렇게 발언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넘어 애초에 의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전했고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발언에도 “국정개입 사건의 핵심인물이 바로 박 대통령이고 일반인이 아닌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이 사태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4. 또 ‘대통령 주사제 대리처방’에 침묵한 MBC
15일, 차움병원 의사이자 대통령 자문의인 김 모 씨가 주사제를 최순실 씨 이름으로 처방했고 청와대로 가져가 직접 주사하기도 했다고 진술해 파문이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JTBC는 여기다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해 차움병원을 이용했다는 폭로를 추가했고 채널A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전용기까지 마음대로 동승하면서 대리처
방 받은 주사제를 가지고 갔다고 단독보도 했는데요. 일파만파 퍼지는 의혹에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의 전횡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를 두고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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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가명 ‘길라임’ 폭로한 JTBC(11/15)

 

그러나 MBC는 15일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습니다. 타사는 1~2건에 걸쳐 차움병원 김 모 의사의 진술을 다뤘는데 유독 MBC만 침묵한 것입니다. MBC는 지난 7일부터 논란이 된 ‘최순실 연루 병원 특혜 및 주사제 대리처방’에 계속해서 침묵했습니다. 일주일 간 핵심 의혹 모두를 외면하더니, 14일 <“비타민 주사제 18번 대통령 대신 처방”>(11/14 https://bit.ly/2eEt4xi)이라는 보도를 1건 내놨습니다. 그 내용은 차움병원이 비타민제를 최순실 씨에게 대리처방 해줬지만 마약성 의약품 의혹에는 법 위반 사항이 없다는 내용뿐이었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너희도 공범이다’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MBC,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국민의 방송으로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MBC 해직 언론인들은 ‘청와대 방송 그만두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고 전국언론노조 MBC본도의 사측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