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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야당이 선동한다고 선동하는 조선2016년 11월 15일
15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에 대해 ‘근거 없는 선동’ ‘비이성적’이라는 야유를 쏟아냈습니다. ‘북핵을 막기 위해 고급 정보를 얻는 협약’인데 ‘야권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반대한다’는 것이죠. 한일 정보 보호 협정 문제의 본질을 보려면 단순 효용의 문제를 넘어, 시기와 의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도 당연한 의문과 우려를 전부 ‘헛소리’ ‘선동’으로 치부하고 의도적으로 사안을 축소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근데 왜 일본은 우리랑 협정을 맺으려 하나요? 본질 외면하는 조선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의 본질 외면하며 야당 비판에만 주력한 조선일보 사설(11/15)
14일 한국과 일본이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했습니다. 이미 정당성을 잃은 정권이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이번 협정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에 대해 ‘근거 없는 선동’ ‘비이성적’이라는 야유를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행태는 15일에도 <사설/최순실 때문에 절박한 외교·안보 현안 중단할 수 없다>(11/15 https://goo.gl/57hCzm)를 통해 반복됐습니다.
조선일보가 내놓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사설은 매번 ‘북핵을 막기 위해 고급 정보를 얻는 협약’인데 ‘야권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조선일보는 “국가의 존망과 관련된 외교·안보 사안을 최순실 씨 국정 농락 사태와 결부 지어 반대하거나 백지화하려는 것은 책임 있는 야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심지어 야당은 이 협정을 ‘을사늑약’에 빗댄다고 하는데 과장과 비약이 너무 지나쳐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거나 “야당은 이 협정으로 일본의 자위대가 우리 땅에 들어오게 되는 근거가 마련된다고 한다. 전형적인 선동이다. 이 협정은 교환된 정보의 유출을 막는 게 주목적인데 어떻게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연관 짓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야권을 비판했습니다.
또 이번 협정을 찬성하는 근거로는 ‘북핵 위험에 대비하려는 것’ ‘다른 나라와도 맺었으니 문제 없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32개국과 이 협정을 맺고 있고 일본은 60여 개국과 맺고 있다. 협정을 맺은 나라들이 전부 매국 행위를 했다는 말인가”, “이 정보를 활용하지 말자면 어떻게 북핵·미사일을 막을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라는 겁니다.
그러나 일본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한들,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나 질을 규정하지 않는 이 협약을 통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북핵이나 미사일을 막을 ‘최첨단 고급 정보’를 정말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정보를 활용하지 말자면 어떻게 북핵·미사일을 막을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마치 이 협상을 하지 않으면 북핵과 미사일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선동입니다.
‘대안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일 대상 역시 야권이 아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아니고서야 미사일 막을 대안하나 여태 마련하지 못한 우리 국방부여야 할 겁니다. 다른 나라와도 맺었는데 뭐가 문제냐 운운하는 것은 그 대상이 누구고 시기가 언제인가에 따라 협상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완전히 무시한 말장난입니다.
사실 한일 정보 보호 협정 문제의 본질을 보려면 단순 효용의 문제를 넘어, 시기와 의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며, 우리 정부는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가’ ‘왜 일본은 우리보다 월등한 정보 수집능력을 가지고도 한국과 협정을 원하는가’ ‘과거 주한 미군 사령관은 미 의회에서 한-미-일 간 정보를 묶는 것을 한반도 MD 편입의 2단계라 밝힌바 있는데, MD 체계 편입이 우리의 국익에 정말 부합하는가’ 등이죠.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런 당연한 의문과 우려를 전부 ‘헛소리’ ‘선동’으로 치부하고 의도적으로 사안을 축소해석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 말미 “좌파들 마음에 안 드는 외교·안보 사안에 ‘최순실 사업’ 꼬리표를 붙여 반대하는 분위기다. 국민 생명을 놓고 정치 장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국민 생명을 놓고 장난을 치고’ 있는 건 조선일보 아닌가요?
2. 오늘의 추천 보도 ① 겁쟁이 검찰에 치사한 청와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11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2013~2014년 변호사 수임내역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자료를 받은 적 없다”며 수임내역을 받았다는 내용을 언론에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는군요.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 걸까요? 경향신문의 <변호사 수임내역 받고도 발뺌…검찰, 아직도 우병우가 두렵다>(11/15 https://goo.gl/mJnnr8) 단독 보도입니다.
중앙일보 <“물주가 재단이래”…최·차, 미르 설립 8개월 전 돈 빼낼 구상>(11/15 https://goo.gl/dC2iuU)는 제일기획 출신 광고전문가 김홍탁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녹음파일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중앙은 이를 근거로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미르재단 설립(지난해 10월) 8개월 전인 지난해 2월 ‘문화재단 설립을 통한 이권 취득’을 구상”해왔음을 지적했습니다. 김 씨로 추정되는 이는 녹취 파일에서 미르재단을 ‘물주’라고 표현했다는군요.
녹색당은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이뤄진 보고와 대통령의 행적 등을 공개하라며 청와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청와대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법령’을 굳이 사실조회 신청을 해 가며 시간을 끌고 있다네요. 신속한 재판을 원했다면, 전문가나 연구기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요. 임기 종료 시점까지 끌고 가려는 걸까요? 이 내용은 한겨레 <청와대 이례적 사실조회 신청으로 ‘시간끌기’>(11/15 https://goo.gl/bcyhcI)에서 전했습니다.
3. 오늘의 미보도 ① 홍성담 전시 취소에 ‘청와대 압력’ 있었다는 폭로, 동아·조선 외면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표현한 홍성담 화백의 걸개그림의 전시가 불허된 바 있었죠. 그런데 14일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이 불허의 배경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압력 행사가 있었다는 것을 폭로했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홍성담 화백 걸개그림 전시 취소에 ‘청와대 압력’ 있었다는 폭로에 대한 보도 유무(11/15) ⓒ민주언론시민
4. 오늘의 비교 ① 추미애 민주당 대표 영수회담 백지화
14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긴급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당 내외의 거센 반발로 한나절 만에 이를 철회했습니다. 이에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영수회담 제안 자체를 비판한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철회’에 초점을 맞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제안 자체를 비판) “대통령의 위상만 높여주는 회담 제안. 리더십 타격에 촛불 민심 후폭풍 가능성. 사과하고 자중하라”
동아일보 : (합의를 깼다는 것 비판) “여야 합의도 다수의 힘으로 깨곤 했던 당의 구태가 재연됐다. 정국을 수습할 능력이 없음이 입증된 것”
조선일보 : (합의를 깼다는 것 비판) “무책임한 조변석개. 본심은 정국 수습이 아니라 방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정당이 집권하겠다니. 국민의 불행.”
중앙일보 : “무책임. 초유의 사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엉뚱한 개인적 욕심에서 일을 독단으로 추진한데서 벌어진 것”
한겨레 : (제안 자체를 비판) “회담 취소한 건 잘한 일. 추대표와 민주당이 위기를 수습할 능력이 있는지 강한 의심. 수습책은 국민의 뜻을 기반으로 해야”
한국일보 : (제안 자체를 비판) “제1야당 대표의 헛발질. 정치를 장난으로 아는 게 아니라면 어찌 이런 사고를 칠 수 있는지 답답하다”
10. 오늘의 비교 ② 1면 편집
15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취소한 것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습니다. 제1야당의 무책임이라는 지적도 동일합니다. 이 중 조선일보는 1면 사진도 의총에 들어가는 추 대표의 모습으로 배치했습니다. 한겨레는 정치권 전반을 지적했는데요. 대통령의 독선과 야권의 주도권 경쟁이 광장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다는 것이죠.
경향신문은 검찰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해 뇌물죄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1면 머리기사에 배치했습니다. 최 씨 측에 추가 지원한 기업들은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수사 중인 검찰이 ‘실체 규명’에는 다가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소환한 이들은 뻔한 답변만 내놓고 있는데다가 필수적인 수사 단계가 생략되고 있다는 내부의 지적이 나오고 있고, 여기에 최 씨의 기소 시점에 박 대통령을 비롯한 수사 일정을 맞춘 것도 무리수라는 것이죠. 한국일보는 여야가 박 대통령과 최 씨 일가 수사를 위한 특검법안과 국회 국정조사에 합의했음을 1면 머리기사로 소개하며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풀 수 있게 됐음을 강조했습니다. 기사 제목도 <박대통령 ‘세월호 7시간 수사한다>입니다.
1면 사진의 경우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검찰 출석하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의 사진 등 문고리3인방의 모습을 골랐습니다. 사진 설명도 ‘문고리 3인방’임을 모두 지적하고 있네요. 한겨레는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중앙지검을 빠져나가는 대기업 총수들의 사진을 1면에 배치했습니다. 제목은 ‘몰래 빠져나가려다가 딱 걸린 재벌 총수들’. 경향신문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 강행에 반발한 시민단체 회원들의 반대 손팻말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제목은 ‘이순신 장군도 지켜보고 있다’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