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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향수’ 자극한 TV조선, ‘보수정권 재창출’ 속내 드러내나(2016.11.15)2016년 11월 14일
14일 방송 저녁뉴스는 두 가지 사안을 톱보도에 올렸습니다. 지상파 3사와 JTBC는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양자 영수회담 결정을 톱으로 타전했습니다. 야권 안팎에서 민심을 거슬렀다는 격렬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추 대표는 회담 참석을 철회해야 했죠. 이 때문에 7개 방송사 모두 뉴스 말미에 ‘회담 철회 속보’를 따로 전해야 했습니다. 한편 채널A와 MBN은 여야의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 특별검사 및 국정조사 합의를 톱보도로 냈습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관련 없이 별도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도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TV조선의 톱보도는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1. 이 시점에서 ‘박정희 향수’ 부른 TV조선 톱보도
TV조선은 이해하기 어려운 톱보도를 냈습니다. TV조선 <검찰과 특검 수사에 직면한 대통령>(11/14 https://bit.ly/2fT81qk)에서 정혜전 앵커는 “주말 촛불민심을 겪은 박근혜 대통령, 오늘은 더욱 생각이 많을 듯 합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99년째가 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아이러니인가요? 아버지 생일에 딸은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의 검찰조사에 대비하는 신세가 됐습니다”라는 말로 운을 뗐습니다. 이때 화면은 마주보고 있는 박 대통령 부녀의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엄성섭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이라고 자주 말했”다고 상기시키더니, “아버지의 서거 41주기 전날 대국민 사과” “지난 주말에는 100만 시민의 퇴진 요구에 직면” “아버지의 99번째 생일인 오늘 박 대통령은 검찰에서 사실상의 소환 통보를 받았습니다” 등 ‘국정파탄 사태’ 이후 박 대통령의 행보를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일과 연결 지었습니다. 엄 기자는 “박 대통령은 지난 대국민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고 탄식했습니다.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은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채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불명예”라는 말로 보도를 마무리 했습니다. 끝까지 박 대통령의 ‘애틋한 아버지 사랑’을 부각하면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대통령 발언까지 미화한 것입니다. 야권의 ‘대통령 2선 후퇴’ 요구를 강경하게 비판하고 11일에는 ‘대통령이 변했다’며 박 대통령의 임기만큼은 지켜주려 했던 TV조선. 급기야 ‘박정희 향수’까지 자극한 TV조선의 의도를 ‘정권 재창출을 위한 보수층 결집’이라고 해석한다면 무리일까요?
△ ‘박근혜 국정파탄’ 한 가운데 ‘박정희 향수’ 자극하는 TV조선(11/14)
2. ‘대통령은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 여론 향배 가를 JTBC 단독보도
JTBC가 14일에도 큼지막한 단독보도를 냈습니다. 믿기 어려운 사실인데요. JTBC는 <청와대, 지난달 이미 ‘수사대비 문건’ 작성>(11/14 https://bit.ly/2g9ZboZ)등 5건으로 청와대가 지난달 16~18일부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 및 언론 대응 방침을 세웠다고 폭로했습니다.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선실세에 대한 검토 의견’과 ‘법적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 두 개”를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서 발견했는데 여기에는 최순실 씨 혐의에 대한 법적 검토,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수사 대응, 증거인멸 시나리오, 대통령 발언 방향 등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해당 문건 내용은 내밀한 검찰 내부정보를 알아야 쓸 수 있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면 부인’과 ‘반쪽짜리 사과’로 이어진 대통령의 행보가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 들끓는 여론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입니다.
△ ‘청와대의 최순실 사태 대응 시나리오’ 단독 보도한 JTBC(11/14)
3. SBS‧TV조선‧채널A도 ‘국정파탄’ 정황 추가…‘점입가경’
다른 방송사들의 활약도 이어졌습니다. SBS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순실 씨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상전으로 모셨다고 전했고, 삼성전자 출신 박상진 대한승마협회 회장이 정유라 씨 특혜에 반대한 이사진을 독단적으로 교체했다는 증언도 공개했습니다. TV조선은 지난주부터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단독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 정윤회 씨는 ‘비선실세’를 보도한 언론에 대한 불이익을 주도록 지시했고 실제로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던 세계일보에 대한 세무조사 및 압수수색 역시 김 전 비서실장 지시였다고 합니다. 채널A는 최순실 씨의 영향력이 국정원까지 미쳐있음을 암시하는 정황을 3건의 보도로 보여줬습니다. 반면 KBS, MBC, MBN은 단독보도가 없이 검찰 수사 상황과 청와대 및 여야의 표정을 전했습니다.
4. 혼란 틈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 합의, 방송사들은?
한편 국방부는 14일 일본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했습니다. 일본과의 전면적인 군사정보 협력이 사실상 확정된 것입니다. 위안부 합의와 ‘박근혜 국정파탄’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방부가 ‘졸속 협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영향력을 키워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박근혜 국정파탄’에 절반 이상의 보도를 할애하고 있는 방송사들, 모두 보도는 했습니다. 1건씩 보도를 했고 SBS만 2건을 냈습니다. 보도의 결은 조금씩 다릅니다. KBS‧MBC‧TV조선은 가서명 사실을 전한 후 ‘국방부 장관 탄핵’ 등 야당의 반발을 덧붙여 ‘기계적 중립’에 그쳤습니다.
반면 SBS는 <국방부 “북 위협 커져 한일군사협정 필요”>(11/14 https://bit.ly/2fsUqpe)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가려는 일본과 군사 정보를 이 시점에서 공유하는 게 과연 맞느냐? 국민적 반감도 여전합니다. 정말 국가 안보를 위해서 이것이 필요하다면 국민들에게 먼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JTBC도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이 계속되고 있고 시기적으로도 현 정부가 협정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고, 채널A는 “협정 체결로 자위대가 우리 해역을 오가며 필요 이상의 정보를 탐지할 것이란 우려“를, MBN도 “국정 혼란을 틈타 부담스러운 문제를 털고 가려는 것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을 덧붙여 KBS‧MBC‧TV조선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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