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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무릎을 꿇었는데도 야권은 피켓 시위’, TV조선의 확고한 프레임(2016.11.9)
2016년 11월 8일
등록 2016.11.14 13:36
조회 160

8일 방송 저녁뉴스는 7사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톱보도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고도 없이 예방해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하고 헌법에 명시된 ‘내각 통할권’을 부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총리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약속하지 않았고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국정 주도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총리 인선’만 국회에 떠넘긴 셈입니다. 이에 야권은 ‘시간끌기용’이라며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국정농단’의 책임자가 끝까지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은 채 야권과 줄다리기 하려는 상황입니다. 방송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톱보도부터 가지각색인 방송사들의 관점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1. JTBC ‘특종은 계속 된다’
먼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포문을 연 JTBC의 최근 활약을 짚어보겠습니다. JTBC는 7일부터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최순실 씨가 운영한 ‘비선캠프’ 단독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순실 비선캠프’는 현재 청와대까지 입성했고 인터넷 극우 커뮤니티의 글을 유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야당 정치인은 물론, 김무성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동향도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일, JTBC는 새로운 특종도 냈는데요. 바로 최순실 씨와 친분이 있는 성형외과 원장에게 청와대가 해외진출 등 각종 특혜를 줬고 심지어 서울대 외래교수 위촉에도 힘을 썼다는 의혹입니다.
 
2. JTBC가 박수 받는 이유, 특종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특종보다 JTBC의 보도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치밀한 검찰 수사 분석입니다. 8일 검찰이 최순실 씨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됐는데요. 이 문제를 JTBC만 진지하게 다뤘습니다. JTBC <“최순실PC로 간 문서 거의 미완성”>(11/8 https://bit.ly/2eKS7NJ)는 최 씨가 받아본 문건이 최종본이 아니므로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이를 거꾸로 보면 이미 문서가 완성되기도 전에 최씨가 이를 받아보고 국정 개입에 나선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다음 보도 <결재권자처럼…‘문서’ 미리 봐>(11/8 https://bit.ly/2fBQLUJ)는 “최순실 씨가 마치 공식 권한을 가진 결재권자처럼 행동하면서 사전에 청와대는 물론 각 부처의 업무 관련 문서를 보고받고 의견을 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무상 기밀누설죄만 적용하겠다는 검찰 입장도 반박했습니다. “공범이나 교사범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에 최 씨는 물론 “최순실씨에 문서를 건넸고 도움을 받았다는 박근혜 대통령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게 없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손석희 앵커는 이에 “이 부분은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결국 지시했다는 사람과 받은 사람은 빠져나가는 셈이 되는 것”이라 질타했습니다. 이런 보도 JTBC에만 있습니다. SBS, TV조선, MBN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논란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고 KBS, MBC 채널A는 검찰의 입장을 받아 적는 데 그쳤습니다.
 
3. TV조선은 “국회로의 권력 이동”, MBC는 “대통령 권한 축소”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다룬 저녁뉴스 톱보도 중 가장 눈에 띄는 방송사는 TV조선입니다. TV조선 톱보도 <권력 이제 국회로…총리 논의 시작>(11/8 https://bit.ly/2fRtlhj)은 이미 제목에서 권력이 국회로 넘어갔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보도는 대통령이 “야권이 주장하는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총리 추천권을 여야에 넘긴 만큼 국회로의 권력 이동은 더 빨라질 것”이라 단언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임에도 불구하고 TV조선은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국회에 양보한 것처럼 묘사한 것입니다. 이렇게 대통령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방송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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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보도부터 ‘대통령의 양보’ 강조한 TV조선(11/8)

 

그나마 비교할만한 방송사는 MBC입니다. MBC 톱보도 <“국회 추천 총리 임명해 내각 통할”>(11/8 https://bit.ly/2fCA4qi)은 “대통령의 권한과 역할이 축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KBS, 채널A, MBN은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단순 전달했습니다. 그나마 채널A는 “야당에서 요구하는 2선 후퇴나 내치 권한을 총리에게 대폭 이양하는 방안 등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음을 전했습니다.
 
4. 다른 보도도 ‘도긴개긴’ 대통령의 진의 짚어주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약속한 ‘총리의 내각 통할권’은 헌법에 이미 명시된 것으로서 원래 보장해야 할 권한을 인정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대통령으로서의 저의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큰 책무”라고 말해 국정 주도권을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내기도 했죠. 이렇게 대통령 발언의 행간에서 읽을 수 있는 의도를 짚어주지 않고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기만 한 KBS, 채널A, MBN의 톱보도도 그리 적절한 보도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의 표면적인 입장을 확대 해석하여 ‘국회로의 권력 이동’을 외친 MBC, TV조선은 더 부적절합니다. 이들은 다른 관련 보도에서도 전혀 대통령의 진의를 분석하는 보도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2~3건씩 야당의 비판을 전달하기만 했습니다.
 
5. 톱보도부터 대통령의 진의 의심한 SBS와 JTBC
SBS와 JTBC는 톱보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진의를 분석하면서 타사와 결을 달리했습니다. SBS 톱보도 <“국회 추천 총리가 내각 통할”>(11/8 https://bit.ly/2ek5Agx)은 “총리에게 조각권 등의 권한을 얼마나 줄 것인지 명확하게 밝힌 게 아니어서 또 다른 논란”을 야당의 입을 빌리지 않고 직접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헌법 86조 2항의 대통령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는 총리 권한 규정과 다른 게 뭐냐는 논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SBS <‘총리 권한’ 어디까지?>(11/8 https://bit.ly/2ek6B8q)에서는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대통령과 충돌할 경우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라며 ‘총리 인사권 이양’이 결코 큰 양보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JTBC 톱보도 <박 대통령 “여야 합의로 총리 추천을”>(11/8 https://bit.ly/2fBNfcQ) 역시 대통령의 입장을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여전히 일정 부분 쥐고 가겠다는 의도”로 규정했습니다. “국회로의 권력 이동”을 내세운 MBC, TV조선과는 확연히 다른 해석입니다. MBC와 TV조선이 대통령의 ‘사태 수습 전략’을 확대 재생산했다면, SBS와 JTBC는 대통령 발언의 드러나지 않은 행간을 읽어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남다른 TV조선, 이번에도 야당에 맹공 
TV조선은 야당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 주도’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미 톱보도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으로 ‘대통령의 양보’를 부각했던 TV조선이 두 번째 보도인 TV조선 <총리 인사권 넘겨…야 의원 하야 시위>(11/8 https://bit.ly/2fxtZwz)에서 야당에 날을 세웠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국회 방문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영원히 남을 장면이 될 것”이라는 찬사로 운을 떼더니 “사실상 의회 권력에 무릎을 꿇은건데, 그래도 야권은 부족했나 봅니다.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이 총리 인사권까지 포기하면서 ‘무릎을 꿇었는데도’ 야당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했다며 핀잔을 주는 보도입니다. 이날 피켓 시위를 이렇게 ‘대통령 관점’에서 전달한 방송사는 TV조선뿐입니다. 
TV조선은 <야당 “경제‧안보까지 책임진다”>(11/8 https://bit.ly/2fRnIQc)에서도 재차 야당을 겨냥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안보상황실을 열었”는데 이를 “새도우내각 그러니까 집권을 대비한 예비내각 같은 조직까지 만들었”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여기다 “이러면 이제부터는 국정책임도 나눠가져야겠지요”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30일 시작된 ‘거국내각 공방’ 이후 꾸준히 야권을 비판해 온 TV조선의 의도는 명확해지는 모양새입니다. 국정농단의 책임이 있더라도 대통령이 물러나서는 안 되며,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쥐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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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무릎 꿇었는데도 야권이 시위했다고 보도한 TV조선(11/8)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