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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광장을 좌우로 분열시킨 TV조선
2017년 1월 31일
등록 2017.02.01 20:52
조회 402

1월 31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제3지대’를 바라보는 방송사들의 관점이 뚜렷이 양분되어 이목을 끕니다. 반 전 총장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국민의당과의 ‘제3지대’ 연대에 실패하면서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론’이 안개 속 국면을 맞이했죠. MBC‧TV조선‧채널A는 여전히 ‘제3지대’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SBS‧MBN‧JTBC는 반 전 총장의 연대 실패라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 전망이 어둡다는 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반 전 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판도는 다시 요동치고 있는데요. ‘제3지대’를 두고 갈린 방송사들의 보도 경향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됩니다. 
한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이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사모 회원 조 모 씨의 분향소를 강제 설치한 것도 논란이 큽니다. TV조선은 그간 잠잠하다가 국민을 좌우로 가르는 ‘색깔론 프레임’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TV조선과 KBS‧MBC는 31일 최종본이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도 모든 비판점을 덮어둔 채 두둔하고 나섰네요. 

 

1. 서울시 때문에 서울광장이 좌우로 갈렸다는 TV조선
28일 박사모 회원 조 아무개 씨 투신 이후 방송사들은 사고 소식을 단순 전달하는 보도만 1건씩 냈습니다. 31일, 잠잠하던 TV조선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계기는 탄기국 회원들의 분향소 설치 강행입니다. 유가족이 고인의 사고가 대중에 알려지는 걸 꺼리고 분향소 설치에 반대했지만 탄기국은 “회원 추모는 유족의 의사와 무관하다” “자제분은 좌파성향인 것 같다”며 분향소 설치를 강행했습니다. 


이 상황을 보도하는 TV조선 <좌우로 나뉜 광장>(1/31 https://bit.ly/2kbKlxf)은 매우 편협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성우가 리포트를 대신하는 ‘미니 다큐’ 형식의 이 보도는 ‘유족의 반대’라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은폐했고 탄기국의 분향소 설치를 세월호 참사,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분향소와 비교하며 이를 ‘이념의 대결’로 규정했습니다. 보도가 시작되면 화면에 처음 나오는 것은 분향소 설치를 막으려는 서울시와 탄기국 관계자들의 실랑이 장면입니다. TV조선은 “밀고, 당기고, 잡고. 욕설이 터져 나옵니다”라고 현장을 묘사했고 “주최 측은 세월호 분향소를 예를 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력 반발”했다고 탄기국 입장을 전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에게는 법적용 안 해요. 광화문 광장 법 적용했습니까? 안하고 이념과 다르면 철저하게 법을 적용해요”라는 정함철 탄기국 강원본부장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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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모 분향소’ 빌미로 광장 민심을 좌우로 재단한 TV조선(1/31)
 

다음 내용부터가 가히 TV조선의 ‘색깔론 본색’이라 할 만합니다. “서울광장 사용 허가 권한은 서울시장이 갖고 있”다고 강조하더니 “광장 사용을 두고, 과거에도 논란이 많았”다며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추모 분향소”, “2013년 쌍용차 해고자 분향소” 사례를 문제 삼은 겁니다. TV조선은 당시 “시민 모두의 광장을 특정 단체가 너무 오래 독차지 한다는 비판”을 전했습니다. 이는 ‘광화문 세월호 천막과 분향소도 철거하라’는 탄기국 입장과 동일합니다. 또한 보도 말미에는 “시장의 정치 성향에 따라, 설치하려는 쪽과 철거하려는 쪽은 계속 바뀝니다. 열린 광장에 보이지 않는 좌우의 벽이 높아집니다”라며 박원순 시장의 정치 성향과 ‘좌우의 벽’을 ‘탄기국 분향소 논란’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2. ‘좌우 분열’ 조장하는 것은 TV조선과 ‘탄기국’
TV조선은 서울광장 탄기국 분향소 논란을 전하면서 자사 입맛에 맞는 사실만 짜깁기하여 쌍용차 해고자 분향소,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 설치도 ‘특정 단체가 광장을 독차지한 사례’로 규정했습니다. 세월호 천막을 걷어야 자신들의 분향소도 철수하겠다는 탄기국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한 셈입니다. 
TV조선은 탄기국의 분향소가 유족의 동의도 받지 못해 영정사진조차 걸지 못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서울시는 “과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경우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장 2번과 세월호 참사 등 3번으로 모두 중앙정부가 전국 지자체에 설치를 요청했을 때”라며 탄기국 분향소의 불법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이런 서울시 입장도 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유가족이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나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 “자제분은 좌파성향인 것 같다”라며 사태를 노골적으로 ‘이념화’한 탄기국 측 발언도 모두 빼버렸습니다. TV조선이 녹취 인용한 정함철 탄기국 강원본부장은 “서울시가 강제로 밀고 들어온다면 나를 죽일 각오로 들어와야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했습니다. 물론 TV조선에는 이런 발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TV조선이 사태를 ‘좌우의 대립’으로 규정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TV조선은 서울시장의 ‘정치성향’이 ‘좌우의 벽’을 세운 것처럼 묘사했지만 정작 국민을 좌우로 재단해버린 것은 탄기국과 TV조선입니다. 탄기국은 유가족을 ‘좌파’로 규정해버렸고 TV조선은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좌’로, 탄기국 분향소를 ‘우’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TV조선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도, 노무현 대통령 추모 시민도 ‘좌’로 포함시켜버렸습니다. 유족도 허락하지 않은 분향소를 설치하면 ‘우파’이고, 우리 사회와 정부의 무책임과 억압 속에 생명을 잃은 세월호 참사 및 쌍용차 해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면 ‘좌파’라는 겁니다. 그 어떤 논리적, 합리적 근거도 찾을 수 없는 TV조선의 ‘새빨간 색안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보도입니다. 


TV조선이 얼마나 편협한 보도를 했는지는 MBN 보도를 보면 잘 드러납니다. 이날 두 방송사만 이 사안을 다뤘는데요. MBN <태극기 분향소 강행>(1/31 https://bit.ly/2kPElJz)은 “유족들이 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영정사진을 걸지 못한 것”, “유족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분향소, 법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서울시가 애국텐트와 분향소 모두를 불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등 분향소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3. ‘정부 수립’표기 허용이 대안? ‘국정교과서’ 수호에 나선 KBS‧MBC‧TV조선‧채널A
교육부가 31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과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발표했습니다. 헌법에서 1919년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본에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남게 되어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여전합니다. 760건을 수정‧보완했다고는 하지만 독립 운동의 비중 축소, 박정희 시대 긍정적 서술 증가 등 본질은 그대로 유지한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KBS‧MBC‧TV조선‧채널A는 교육부의 입장을 받아쓰면서 검정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나 ‘대한민국 수립’ 중 선택해 쓸 수 있다는 교육부의 ‘고육지책’을 마치 대단한 대안인 것처럼 강조했습니다. 또한 ‘760건 수정‧보완’도 부각해 논란이 해결된 것 마냥 보도했습니다.  


KBS <검정 ‘대한민국 수립’·‘정부 수립’ 둘 다 가능>(1/31 https://bit.ly/2jQWtmj), MBC <검정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 허용>(1/31 https://bit.ly/2jq0MZU), TV조선 <‘대한민국 정부 수립’도 같이 사용>(1/31 https://bit.ly/2jpZSwo), 채널A <검정에는 ‘정부 수립’도 허용>(1/31 https://bit.ly/2kpM7xl)은 이미 보도 제목에서 검정 교과서에도 ‘정부 수립’ 표기를 허용한 교육부 대안을 명시해놨습니다. 이는 SBS‧JTBC‧MBN과 대조됩니다. SBS는 <국정교과서 최종본 공개했지만…>(1/31 https://bit.ly/2jpU468), JTBC는 <국정교과서 최종본, 760건 손봤다지만…>(1/31 https://bit.ly/2kpNJqX), MBN는 <국정교과서 최종본 “5‧16은 군사정변”>(1/31 https://bit.ly/2jBQX68)이라는 제목을 뽑아 모두 국정교과서 최종본이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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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교과서 ‘정부 수립’ 표기 허용을 보도 제목으로 뽑은 KBS(1/31)

 

보도 내용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KBS‧MBC‧TV조선은 적극적으로 국정교과서를 옹호했습니다. KBS는 리포트 처음부터 “검정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나 '대한민국 수립'중에 선택해서 쓸 수 있게 했”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차원”이라는 이용 교육부 차관의 인터뷰까지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일본군 위안부와 친일파 관련 내용에는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 일본군에 의한 집단 살해 사실을 추가했고 친일 반민족 행위는 매국과 항일운동 탄압 등으로 구분한 데 이어 세부적 유형을 제시”했다면서 수정된 내용도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본질적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비판은 단 한 마디도 없습니다. MBC와 TV조선도 약속이나 한 듯, 리포트 초반부에 ‘정부 수립’ 표기 대안과 ‘760건 수정 내용’을 먼저 강조하고 비판점은 무시하는 보도를 1건씩 냈습니다. 

 

4. 본질 그대로인 국정교과서 비판한 SBS‧JTBC‧MBN
SBS‧JTBC‧MBN은 국정교과서 최종본의 본질적인 문제를 짚었습니다. SBS는 “몇몇 부분을 보완했지만, 본질적으론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건국절 주장을 폐기하지 않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어서 국정교과서는 폐기되어야 합니다”라는 한상권 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 인터뷰도 보여줬습니다. 


JTBC는 “국정교과서는 여전히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고수했고, 미화 논란이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도 대폭 늘어난 분량까지 거의 손대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오늘 함께 공개된 편찬심의위원에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우편향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BN은 좀 더 구체적입니다. MBN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참상이 담긴 사진과 강제동원을 강조한 사진설명이 최종본에서는 사라졌”다는 점 △“박정희 정권의 경제 성장 부분을 현장검토본과 마찬가지로 현대사의 20%인 9페이지에 걸쳐 집중 서술했다는 것” △“‘5․16’을 ‘군사정변’으로 표현했고, 반공 체제를 정비한다는 내용이 담긴 ‘5․16 혁명공약’도 그대로 실렸”다는 점을 꼬집어 국정교과서 논란이 여전함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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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교과서 최종본에도 문제가 많음을 시사한 MBN(1/31)

 

5. 대선 최대 화두인 ‘제3지대’, 양분된 방송사들의 시각
대선 주자들을 다룬 많은 보도 중에는 ‘제3지대’ 관련 보도가 눈에 띕니다.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과 접촉하며 ‘제3지대’ 연대를 모색했지만 소득이 없었던 반기문 전 총장은 31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까지 열며 ‘개헌협의체’를 제안했죠. 이 보도를 포함해 ‘제3지대’ 관련 소식을 다룬 보도가 KBS‧MBC‧JTBC 1건, SBS 2건, TV조선‧채널A 3건, MBN 4건입니다. 


‘제3지대’에 대한 전망은 방송사별로 확연히 갈렸습니다. MBC‧TV조선‧채널A는 긍정적으로 묘사했고 SBS‧MBN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겁니다. MBC <‘제3지대’ 결집 시도…세 규합 ‘진통’>(1/31 https://bit.ly/2jy6unE)은 “‘제3지대’의 한 축인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 중심의 이른바 '빅텐트'론에 대해, 텐트의 종류도 다르고, 지금으로선 연대가 불가능하다고 견제했”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정체성이 모호하다, 진정성이 우려스럽다고 반응”했음을 전하면서도 결론으로는 “‘문재인 대세론’이 커질수록 개헌 등을 매개로 한 ‘제3지대’의 연대 움직임도 속도를 낼 전망”을 내놓아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반 전 총장보다는 김종인 전 대표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입니다. 이날 두 방송사만 김종인 전 대표 관련 보도를 각 1건, 2건씩 내놨는데요. TV조선 <“2월 말 결심, 순교하겠다”>(1/31 https://bit.ly/2kp9WoY)는 “제3지대 연대론에 불이 붙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다음달 하순쯤 중대 결심을 할 것이란 전망”을 전했습니다. TV조선 스스로 그동안 ‘제3지대 기수’로 띄웠던 반 전 총장의 행보가 별 소득이 없는데도 ‘제3지대에 불이 붙었다’고 묘사하더니 이번엔 그 주인공으로 김종인 전 대표를 꼽은 겁니다. 홍혜영 기자는 “2월 말을 지켜봐 달라. 내가 순교하겠다”라는 김 전 대표 발언을 “직접 대선 출마를 결심할 수 있다는 의미”, “김 전 대표 스스로 제3지대를 주도하겠단 의지”라고 해석했습니다. 채널A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1건 있었고 <대선상황실>(1/31 https://bit.ly/2kplFE5)이라는 대담 형식 보도를 1건 덧붙여, 김 전 대표를 “빅텐트론  키맨”으로 꼽는 동시에 “본인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정치인 유세장을 가면 당선여부를 맞췄다고 했다. 평가가 엇갈리지만 50년 넘게 정치 감각을 키워온 것이 가장 큰 힘”이라며 김 전 대표를 한껏 띄웠습니다.

 

6. SBS‧MBN은 ‘제3지대론’에 ‘글쎄…’
반면 SBS <일단은 ‘스몰텐트’…헤쳐 모여>(1/31 https://bit.ly/2kfdlUT)는 반 전 총장의 연대 시도 실패를 조명하며 “현재 빅 텐트의 중심인 반 전 총장이 지지율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면, 빅 텐트론이 붕괴하면서 이번 대선이 다자 구도로 치러질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MBN <제3지대 쟁탈전>(1/31 https://bit.ly/2kfdBTR) 역시 “반 전 총장은 김종인·박지원·손학규 등 제3지대 구축을 위한 핵심인사들을 두루 만났지만, 결과는 사실상 '빈손'”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고 국민의당이 “손학규·정운찬 등 야권 비문재인 진영은 연대 합의를 시사하며 한발 앞서 나갔”지만 “아직 완전한 결속까지 갈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종인 대표에 대해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향후 행보 또한 제3지대 지형도와 주도권 다툼에 영향을 미칠 변수”라고만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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