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연일 속도를 내고 있는 특검의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및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 관련 소식이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탄핵 심판을 진행하겠다는 결의도 보여줬습니다. SBS‧JTBC‧TV조선‧채널A‧MBN은 특검과 헌재의 행보를 따라가는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각종 의혹을 단독보도하며 국정파탄 사태의 면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KBS와 MBC만 이런 대열에 이탈해 있습니다. 특히 MBC는 최순실‧정호성‧박근혜 등 국정파탄 핵심 피의자 3인이 발 벗고 나선 ‘태블릿PC 흔들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습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이 29일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했던 기존 입장을 바꾸며 태블릿PC 감정을 요청하자 성실히 그 입장을 받아썼던 MBC는 30일에도 무려 3건을 ‘태블릿 PC 증거능력 논란’에 할애했습니다. 타사에서는 태블릿 PC의 증거능력을 의심하는 보도가 없습니다.

1. 특검‧헌재 소식도 누락한 채 ‘태블릿PC 증거능력 논란’만 3건, MBC는 최순실 편?
MBC는 30일 하루에만 태블릿 PC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3건이나 냈습니다. 이렇게 태블릿 PC를 물고 늘어지는 MBC의 태도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파탄 사태의 주요한 현황과 의혹들을 보도하지 않으면서 태블릿 PC 논란만 보도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날 MBC는 특검이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세월호 참사 7시간 관련 보도가 단 1건도 없습니다. MBC와 마찬가지로 부실한 보도를 내고 있는 KBS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세월호 참사 7시간 관련 증인을 소환한 특검 현황을 묶어 1건을 냈습니다. 타사의 경우 SBS는 헌법재판소가 5일로 예정된 첫 변론기일에 안봉근‧이재만 등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 이영선, 윤전추 행정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세월호 7시간을 심판대에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JTBC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단독보도 1건을 포함, 블랙리스트에만 3건을 할애했고 TV조선은 김영재 의원 세월호 참사 당일 진료차트 위조 정황 단독보도 1건 등 세월호 참사 7시간 관련 보도가 3건입니다. 채널A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의료진인 김상만을 통해 혈액을 외부로 유출한 정황을 1건, MBN은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을 소환해 블랙리스트 수사를 이어간 특검 행보를 1건 보도했죠. 

타사 모두 최소한 한 가지 사안에 1건 이상의 보도를 낸 겁니다. 심지어 MBC는 신속한 탄핵심판을 약속한 헌법재판소 입장 등 헌재 관련 소식도 누락했는데요. KBS‧SBS‧MBN은 2건으로 신속한 심판 의지를 전했고 JTBC와 TV조선은 30일 있었던 3차 준비 기일에서 세월호 참사 7시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헌재 관련 보도가 있었습니다. 

2. 피날레는 태블릿PC 의혹 총정리, 검찰 반박한다면서 엉뚱한 발언 붙이기도
MBC가 태블릿PC 증거능력을 문제 삼은 보도는 <‘태블릿’ 쟁점 부상…증거 채택 안 한 이유?>(12/30 https://bit.ly/2iPDjQT), <정호성 감정 요청…증거 능력 염두에 둔 듯>(12/30 https://bit.ly/2hCm7wz), <잇따른 의혹 제기…쟁점은 무엇?>(12/30 https://bit.ly/2hVRaBb) 3건입니다. 이 보도들은 연달아 이어져 완성된 하나의 시리즈물로 보입니다. 보도 제목도 모두 태블릿 PC 논란을 주요 쟁점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끊임없이 태블릿 PC의 출처와 소유를 논란으로 만드는 최순실‧정호성‧박근혜 측 입장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그들이 제기하는 의혹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최순실 PC 아니라는 증언 있다는 최순실 주장 갖다 붙인 MBC(12/30)

먼저 3건 보도 중 가장 엉터리인 <잇따른 의혹 제기…쟁점은 무엇?>(12/30)을 보겠습니다. 이 보도는 지금까지 자사가 줄기차게 보도한 태블릿 PC 증거능력 의혹을 총정리 했습니다. 먼저 김수근 기자는 “태블릿 PC에서 발견된 통신사의 로밍 안내 문자 등이 최 씨가 지난 2012년과 2013년 독일을 방문했을 때의 동선과 같다는 것”이라며 그간 언급하지 않았던 검찰이 제시한 ‘최순실 PC 증거’를 전했습니다. 그러더니 “하지만, 최 씨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태블릿 PC는 최 씨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면서 검찰을 반박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최 씨가) 2012년에 태블릿 PC를 받고 그 다음부터 사용하지 않았다고”라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최 씨가) 태블릿 PC를 쓴 것을 본 적은 없고요. 그런 것을 사용을 못 하는 사람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라는 고영태 씨 증언을 제시했습니다. 이 대목은 매우 황당합니다. 최순실 외 주변인들도 태블릿 PC가 최 씨 것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증언을 보여주는 것처럼 설명해놓고, 정작 붙여놓은 것은 ‘자신의 PC가 아니라는 최순실 주장’을 발언한 하태경 의원과 고영태 증언이었습니다. 즉 최순실PC가 최순실 것이 아니라는 증언이 있다고 해놓고, 그 증거가 최순실 본인의 주장과 논란의 고영태 증언만 제시한 셈입니다. 이런 내용을 태블릿 PC 내 위치정보가 최 씨 동선과 일치한다는 검찰 측 증거의 반박으로 썼다는 점은 시청자 우롱에 가깝습니다.

MBC는 여기다 “태블릿 PC에서 최 씨가 정작 딸 정유라 씨나 조카 장시호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나 사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태블릿 PC에서 최 씨의 지문 같은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혹” 등 다른 의혹도 덧붙였습니다. 이 보도에서도 검찰 입장이 빠지진 않았습니다. “태블릿 PC는 최순실이 사용한 것이 맞다”고만 언급했는데요. 있으나 마나 한 반박을 붙여 마치 중립적인 보도인 듯 구색을 맞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검찰은 믿을 수 없다면서 최순실 주장 상세히 풀어준 MBC
MBC <‘태블릿’ 쟁점 부상…증거 채택 안 한 이유?>(12/30)를 보겠습니다. 배현진 앵커는 “어제 최순실 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재판에서 태블릿PC가 다시 쟁점이 됐”다며 전날(29일) 느닷없이 태블릿 PC를 문제 삼은 정호성 전 비서관을 재차 상기시켰습니다. 장현주 기자는 “검찰은 재판에서 태블릿 PC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문건 200여 건 가운데, 3건만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태블릿 PC 자체는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라면서 “국정 농단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증거가 태블릿 PC인데 34일 동안 조사받으면서 실물을 보지 못했다”는 최순실 측 주장을 덧붙였습니다. “저희는 불만이죠. 감정하는 데, 그렇게 우리나라가 IT 강국이기 때문에 감정하는 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습니다”라는 최순실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발언 장면도 보여줬습니다. 이후에는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문제의 태블릿PC 자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견” “최 씨가 태블릿 PC는 본인 것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상황인 만큼 검찰이 최 씨 공소내용에 태블릿 PC를 포함시켰을 경우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 태블릿 PC와 관련, 검찰의 태도를 의심하는 취지의 내용들을 나열했습니다.

태블릿 PC 증거능력 감정을 요구한 최순실 측 입장을 상세하게 풀어주면서 태블릿 PC를 최순실 혐의 관련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편 것입니다. 이에 대한 검찰 측 입장은 “문제의 태블릿 PC가 최 씨의 혐의와는 관련 없으며 정호성 전 비서관 혐의의 증거” “최 씨의 국정개입이 알려진 상태에서 검찰이 태블릿 PC 자체를 증거로서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라는 설명 딱 두 마디 뿐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적 중립에도 못 미친 보도지요.

△ 검찰 의심하면서 최순실 입장에 힘 주는 MBC(12/30)
 

4. 태블릿PC 감정 요청한 정호성 주장도 다시 강조, 또 등장한 ‘무단반출’
MBC의 다음 보도는 <정호성 감정 요청…증거 능력 염두에 둔 듯>(12/30)입니다. 바로 앞선 보도가 최순실 입장을 풀어줬다면 이번엔 정호성 전 비서관의 주장입니다. 배현진 앵커는 “정호성 전 비서관 측도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태블릿 PC 파일의 오염 여부 등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면서 전날에도 MBC 홀로 열심히 받아썼던 정 전 비서관 입장을 또 강조했습니다. 김태윤 기자는 “JTBC가 해당 태블릿 PC를 적법하게 입수했는지, PC 내 파일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정 전 비서관 측 입장을 법률대리인인 차기환 변호사 얼굴과 함께 자막으로 보여줬고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정확하게 밝혀야 하고 그 부분이 규명돼야 방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연이어 자막 처리했습니다. 이는 전날 MBC <“태블릿 PC 감정해야” 정호성도 가세>(12/29 https://bit.ly/2iollo3)에서도 나왔던 똑같은 멘트와 화면입니다.

△ 이틀 간 똑같은 화면, 설명으로 테블릿 PC 트집 잡는 MBC (12/30)

여기다 MBC 홀로 보도하고 있는 프레임인 ‘태블릿 PC 무단반출설’도 나왔습니다. 김 기자는 “검찰은 이미 JTBC의 태블릿 PC 입수를 '무단반출'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308조 2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라며 마치 검찰도 태블릿 PC 증거능력을 의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에서도 검찰 측 반박은 “변호인이 교체되고, 이제 와서 태블릿 PC를 문제 삼고 있다” “수사기관이 불법 수집한 것은 없다” 등 딱 두 마디 언급뿐입니다. 

MBC는 이미 전날인 29일, 기밀누설 혐의를 모두 인정했던 정호성 전 비서관이 차기환 변호사 선임과 함께 갑자기 혐의를 부인하면서 태블릿 PC를 물고 늘어졌다는 사실을 은폐했는데요. 그러면서 차 변호사가 태블릿 PC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는 부분만 구체적으로 전달했습니다. 게다가 30일에도 같은 내용을 재차 보도하면서 또 정 전 비서관의 말 바꾸기는 누락한 것입니다. 

5. ‘태블릿PC 의혹의 전당’ MBC, 따져보니 ‘공허한 외침’
이렇게 무려 3건에서 태블릿PC 증거능력 논란을 의혹으로 키운 MBC. MBC는 먼저 태블릿 PC 자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문건 3건만 증거로 제출한 검찰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고, 검찰도 태블릿PC가 ‘무단반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입수 경위’도 따져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MBC 주장의 근거는 모두 정호성‧최순실의 주장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MBC는 3건의 보도에서 “PC 실물을 보지 못했다” “PC 내 파일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PC의 증거 감정을 요청한 최순실과 정호성 측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인용했습니다.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비망록, 정호성 녹취파일 등 이미 검찰이 확보한 확실한 물증이 있다는 사실은 은근슬쩍 빼놓고 있고 태블릿 PC가 무단반출 됐다는 실질적 근거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태블릿 PC 무단반출’은 MBC만 보도하고 있는 내용이며 다른 매체 중에서는 미디어펜과 올인코리아 같은 인터넷 극우매체만 MBC 보도를 인용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MBC는 검찰이 태블릿 PC가 최순실 소유라며 제시한 태블릿 PC 위치정보 및 사진, 문자메시지 등의 증거를 반박하면서 최순실 본인의 주장을 인용했고 정유라‧장시호의 사진과 문자메시지나 사진이 없다는 허술한 논리를 폈습니다. 최순실 본인과 여타 친척들의 사진, 박 대통령의 비공개 개인사진까지 나왔는데 정유라‧장시호 사진이 없다면 최순실 것이 아니라는 조야한 주장입니다. 결국 어느 것 하나 반박을 하지 못한 셈입니다.

검찰은 이미 지난 8일 태블릿 PC를 최순실 소유로 확정하면서 항공권 구입·출입국 내역 등 최 씨 동선이 태블릿 PC 내 위치정보와 일치하고 최 씨 가족모임 셀카에 보이는 장소도 PC의 위치정보와 일치하다고 밝혔습니다. 장승호 씨 등 친인척의 사진도 다수 있었고 가족모임 참석자 일부를 소환해 조사했더니 태블릿 PC로 최 씨가 직접 사진 찍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MBC가 검찰을 반박하는 척 하면서 끝까지 언급하지 않은 증거들입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최순실과 정호성의 태블릿 PC 증거 감정요청을 모두 보류하면서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헌법재판소도 탄핵심판에 불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 대통령 등 피의자 주장을 모두 물리치고 있습니다. 태블릿 PC 입수경위가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사안이기 때문에 헌재가 이것도 관련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사법부도 ‘물타기’로 보고 있는 태블릿 PC 증거능력 의혹을 공영방송 MBC만 앞장서서 선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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