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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의 말 바꾸기엔 침묵, 태블릿PC만 물고 늘어진 MBC
2016년 12월 29일
등록 2016.12.31 20:10
조회 356

29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 국정파탄 사태 주요 피의자에 대한 2차 공판 준비기일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열린 이 재판에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던 지난 19일 1차 재판 당시의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새로 선임된 차기환 변호사는 갑자기 태블릿 PC를 문제 삼으며 감정 신청을 요청했습니다. 정 전 비서관이 혐의를 인정했던 것은 모두 PC가 최순실 씨 소유라는 전제 하에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어깃장을 놓은 것입니다. 동시에 태블릿 PC 감정 신청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모든 공모관계도 부인했습니다. 이에 검찰 측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는 변호인들을 향해 “이 재판정이 정호성의 재판정입니까, 대통령의 재판정입니까!”라고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정 전 비서관이 안종범 전 수석, 최순실과 입을 맞춰 말을 바꿨고, 여기에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차기환 변호사까지 결합하더니 수사에 혼선을 주고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고 기를 쓰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1. 차기환이 태블릿PC 논란을 재점화하자 MBC가 신났다
MBC는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의 태블릿PC 관련 위증공모 의혹이 불거진 17일부터 22일까지 무려 4건의 보도를 ‘태블릿 PC 출처 및 소유 논란’에 할애한 바 있습니다. 타사는 위증공모 의혹을 보도하면서도 태블릿 PC의 증거능력을 의심하는 보도는 내지 않았죠. MBC만 발 벗고 나선 셈인데요. 29일 2차 재판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 측이 다시 태블릿 PC를 문제 삼자 MBC는 적극적으로 그 입장을 받아썼습니다. 심지어 정 전 비서관이 말을 바꿨다는 지적조차 없습니다.


MBC <“태블릿 PC 감정해야” 정호성도 가세>(12/29 https://bit.ly/2iollo3)은 보도 제목부터 남다릅니다. 이날 재판에서 입장을 바꾼 정호성 전 비서관 소식은 MBC‧JTBC‧TV조선‧MBN이 1건씩 다뤘는데요. JTBC는 <갑자기 입장 바꾸는 정호성>(12/29 https://bit.ly/2iLSsmg), TV조선은 <“태블릿PC 감정 필요” 혐의 부인>(12/29 https://bit.ly/2hym4BT), MBN은 <말 바꾼 정호성 “공모 없었다”>(12/29 https://bit.ly/2ikaUj3)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JTBC와 MBN은 “말 바꾼 정호성”에 방점을 찍었고 TV조선의 경우 MBC처럼 태블릿PC를 언급했으나 역시 “혐의 부인”을 명시했죠. MBC만 ‘혐의 부인’ ‘말 바꾸기’ 언급 없이 태블릿PC 논란에 “정호성도 가세”했다며 반색을 드러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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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바꾼 정호성’이 아닌 ‘태블릿PC 감정’만 강조한 MBC(12/29)

 

2. MBC는 ‘정호성 전 비서관의 말 바꾸기’를 말해주지 않았다
MBC는 <“태블릿 PC 감정해야” 정호성도 가세>(12/29 https://bit.ly/2iollo3)에서 정 전 비서관의 혐의 부인을 매우 간단히 전했습니다.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긴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비서관 측은 재판에서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를 부인했습니다”라는 언급뿐입니다. 1차 재판 때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태블릿PC 논란’에 집중했습니다. 김수근 기자는 “새롭게 선임된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관련된 태블릿 PC에 대해 검증을 요청했”다면서 “태블릿PC의 입수 절차나 오염된 파일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차기환 변호사 주장을 자막과 함께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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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성의 말 바꾸기는 전하지 않고 태블릿PC 문제 삼은 차기환 변호사 주장만 전달한 MBC(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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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성의 말 바꾸기는 전하지 않고 태블릿PC 문제 삼은 차기환 변호사 주장만 전달한 MBC(12/29)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게 최 씨의 태블릿PC라는 걸 전제로 질문했다” “정 전 비서관은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최 씨와 이메일을 일부 공유한 적이 있어서 최 씨 PC가 맞고 거기서 문서가 나왔다면 자기가 전달한 게 맞다고 말한 것”이라는 차기환 변호사 주장도 모두 자막 처리하며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여기에 “어제 태블릿PC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감정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최순실 측 입장까지 덧붙였고 “태블릿PC의 입수 경위를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과 강남경찰서에 각각 접수”한 보수 시민단체의 행보도 더했습니다. 정 전 비서관 측 주장을 반박하는 검찰의 입장은 “앞서 공소 사실을 인정했던 정 전 비서관이 지금은 최 씨 측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언급 한 마디로 갈음했습니다. MBC 보도에는 끝까지 정 전 비서관이 말을 바꿨다는 사실이 나오지 않습니다. 

 

3. 타사는 ‘정호성 말 바꾸기’에 초점, MBC만 ‘태블릿PC 집착’
타사의 보도는 어떨까요. JTBC는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정보 유출 혐의를 인정해왔는데, 갑자기 이를 부인하면서 JTBC가 입수해 보도한 태블릿 PC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고 나섰”다면서 “정 전 비서관이 13번의 조사에 걸쳐 이런 사실들을 인정했는데 갑자기 말을 바꿨다”는 검찰의 반발을 전했습니다. “변호인이 재판 하루 전에 교체돼 제대로 기록도 보지 못한 채 태블릿 PC만 문제 삼는다. 이게 정호성의 재판정이냐 대통령의 재판정이냐”는 검찰의 일성도 덧붙였고 “정 전 비서관이 새로 선임한 차기환 변호사는 세월호 특조위 위원으로 일할 때 특조위가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려 하자 반발해 사퇴한 인물”이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MBN도 “1차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던 정호성 전 비서관 측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TV조선은 더 적극적입니다. TV조선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서 했고 자백하는 취지” 등 1차 재판 때 정 전 비서관이 취했던 입장을 설명하면서 “새로 선임된 변호인은 법정에 나와 180도 바뀐 주장”을 했다고 강조했고 이에 “정호성 전 비서관과 안종범 전 수석 역시 입을 맞춘 듯” 하다고 의심했습니다. 타사 중 MBC처럼 ‘태블릿PC 증거능력에 문제 있다’는 차기환 변호사의 주장만 상세히 받아쓴 방송사는 없습니다.

 

4. 국정농단 본질 흐리는 MBC, 차기환 변호사도 한 때 ‘MBC 식구’
이렇듯 MBC는 꾸준히 국정파탄 사태의 ‘스모킹 건’인 태블릿PC의 증거능력에 흠집을 내고 있습니다. 태블릿PC에서는 이미 군사적, 외교적 기밀문서와 청와대 인사 문건까지 나왔고 최순실이 문서를 수정한 흔적까지 나왔습니다. 게다가 최순실의 동선과 일치하는 위치 정보, 최순실의 셀카와 가족 등 개인적인 사진들,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시지 발신 기록 등 최 씨 것임을 증명하는 증거들도 이미 공개됐죠. 이런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태블릿PC의 출처를 문제 삼는 것은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한 시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파문이 큰 의혹을 제기했을 때 의혹 자체가 아닌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나 출처를 비판하는 전형적인 왜곡입니다. MBC가 그러한 왜곡 보도를 일삼고 있는 셈이죠. 


29일 2차 재판이 열리기 불과 하루 전인 28일,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차기한 변호사의 선임 배경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차 변호사는 이전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JTBC는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헛소리를 방송하기 전에 자사가 엉터리로 해명한 태블릿 입수 경위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부터 해명해야 한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기는커녕 점차 증폭되고 있고 허위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등 태블릿 PC 관련해 JTBC보도를 맹비난했습니다. 


또한 차 씨가 공영방송 KBS의 현 이사라는 점에서 공영방송 이사가 국정파탄 사태 핵심 피의자를 변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차 씨는 KBS 이사회에서도 대표적인 극우 인사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2014년 12월 여당 추천으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에 선출됐는데 “세월호 일부 유족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며 지속적으로 진상규명에 제동을 걸었고 “유가족이 피해자 형제자매까지 특례입학 인정, 유가족 평생 생활 지원을 요구”한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차 씨는 KBS 이사가 되기 전까지 두 차례에 걸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연임했습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임명을 여야 몫을 나눠 추천하는 관행을 볼 때 차 씨가 공영방송 운영에 있어 꾸준히 ‘여당의 입’으로 역할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한 때 MBC 식구였던 차 씨가 국정파탄 사태 핵심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들어가 태블릿PC로 본질을 흐리고, MBC가 이를 열성적으로 받아쓴 29일. 무너진 공영방송과 국정파탄의 현실이 겹쳐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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