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솜방망이 제재’에 ‘정치 심의’까지, 종편에 면죄부 주는 방통심의위
2016년 5월 30일부터 10월 27일까지
등록 2016.12.30 20:39
조회 795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상시적으로 7개 방송사 저녁메인뉴스를 모니터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신청하고 있다. 2016년 민언련이 제기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민원에 방통심의위는 어떤 결과를 내렸는지 결과를 정리해보았다. 2016년 4․13 총선 이전에 제기한 민원은 거의 모두 선거 관련 보도여서 심의 자체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이관되어 심의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4·13 20대 총선 이후 제기한 방송보도 심의만 분석대상으로 했다. 

 

1. 총평 


심의 민원 중 열에 아홉은 ‘문전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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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이 2016년 제기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민원신청 처리 결과

 

민언련이 2016년 5월 30일부터 10월 27일까지 제기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민원은 총 59건이었다. 이중 1건은 심의 기간이 연장되어 아직도 처리중이다. 12월 30일까지 심의결과가 나온 것은 59건 중 58건이다. 


이중 40건(67.8%)이나 되는 민원이 심의위원들의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보지도 못한 채 ‘기각’되었다. 심의에 올라갔다 하더라도 ‘문제없음’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 9건(15.3%)이나 되었다. ‘기각’과 ‘문제없음’을 합하면 총 49건으로 59건 중 83.1%나 차지한다. 민언련이 제기한 방송보도 민원의 열에 여덟은 심의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했거나 올라가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못한 셈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보도에 대해서도 제재 수위는 매우 낮았다. 의견제시와 권고가 각 4건(6.8%)뿐이었다. 유일하게 법정제재가 나온 것은 ‘주의’ 1건 뿐이었다. 경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 


방송사별로는 TV조선(33.9%), MBN(20.3%), 채널A(18.6%) 순서로 민원 대상 보도가 많았다.
  
양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 심의 여전히 문제
 민언련이 민원을 제기한 59건의 보도를 주제별로 나누어 정리해보면 총 6개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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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이 2016년 제기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민원 주제별 구분
 

‘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는 ▲성평등 관련 보도 ▲성범죄에 대한 흥미위주 보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성격이 짙은 보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조장하는 보도가 포함됐다. ‘편파 보도’는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보도나 여야의 입장을 전달하면서도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구성한 보도를 분류한 것이다. ‘종북몰이 보도’는 야당이나 특정 단체에 대해 ‘종북’ 낙인을 찍는 사례를 분류했다. ‘사회적 약자 관련 보도’는 삼성전자 직업병,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세월호 특조위 활동, 위안부 문제 등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에 있어 기업 혹은 정부의 입장만을 정당화하고 약자들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보도를 모았다. ‘시위 비판 보도’에는 시위에 대해 ‘시민 불편 초래’, ‘종북’, ‘외부세력 개입’ 등의 프레임으로 왜곡하는 보도가 포함됐으며 ‘기타 보도’에는 위 주제에 포함되지 않은 보도들이다. 이중 ‘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가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편파 보도’(14건), ‘종북몰이 보도’(9건), ‘사회적 약자 관련 보도’(7건), ‘시위 비판 보도’(6건), ‘기타 보도’(5건)가 뒤를 이었다. 이 보도들은 민언련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객관성, 공정성, 명예훼손 금지, 성표현 조항 등)에 근거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들이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민언련이 제기한 민원의 상당수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과연 방통심의위의 판단은 정당할까?

 

2. ‘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의 분석


‘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의 공통적인 문제는 매우 선정적인 화면과 인터뷰를 반복 노출하여 성폭행 피해자에 2차 가해를 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방송사별 현황을 보면 ‘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 18건 중 17건이 종편에서 나왔다. TV조선과 MBN이 각각 6건, 채널A가 5건이다. 딱 1건이 MBC 사례였다. 동성애 등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있다. 방통심의위는 이런 사례 18건 중 무려 13건을 기각했다. 2건에는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그나마 나온 제재가 행정지도 조치인 권고 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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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이 민원 제기한 ‘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 내용과 의결 결과

 

‘성폭행 성애화’ 영상구성도 ‘사회통념상 괜찮다’며 기각
방송통신심의위가 ‘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 심의를 의결하면서 “사회통념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유를 내세운 사례가 7건이다. 이 중에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성애화’한 내용과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가까운 내용이 있다. 특히 MBN은 성폭행 사건을 전하면서 선정적인 삽화와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을 성애화하는 보도를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이런 보도에 대한 민원 대부분을 기각 처리했다.  


대표적 사례를 보자. MBN <중학생 성폭행>(5/28)은 경찰이 14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와 성폭행의 성애화, 삽화와 화면을 통한 구체적인 범행 묘사 등 성폭행 보도가 가질 수 있는 온갖 문제점을 모두 갖췄다. 


보도 영상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데이트하듯 모텔로 들어가는 재연 삽화, 모텔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베개, 경찰복을 입은 남성이 침대에 누운 여성을 덮치려는 삽화, 두 남녀가 다정하게 허리를 껴안고 유흥가를 걷는 삽화 등을 보여준다. 정치훈 기자는 “김 순경은 사귀는 사이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고 경찰서 관계자가 “피해자는 강제로 당했다고 하고, (김 순경은) 합의하에 된 거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라고 발언도 전해준다. 이 보도는 미성년자 성폭행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수준을 넘어서서 ‘사귀는 사이’였다는 피의자의 주장까지 삽화로 보여주고 모텔 내부를 불필요하게 노출해, 피해자를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게 구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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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중학생 성폭행>(5/28)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는 “범죄 장면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없었던 점, 해당 삽화 및 자료화면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문제가 될 정도로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움”이라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지어 “범죄를 예방하고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해당 방송의 공익적 취지”가 인정된다는 칭찬까지 덧붙였다. 도대체 얼마나 더 피해자를 모욕하고 가해자를 감싸야 방통심의위가 문제있는 성폭력 보도라고 판단해 제재를 가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폭행 범죄 책임 피해자에 전가하는 발언도 ‘인터뷰니까 괜찮다’?
성폭력 보도에서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성 발언은 극도로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그러나 현재 방송보도에서는 이런 감수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방통심의위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내는 2차가해 발언을 버젓이 보도해도 ‘인터뷰니까 괜찮다’며 기각하고 있다. 


채널A <“성폭행 의도” 계획 범행 시인>(6/7)는 신안군 섬마을 성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계획적 성폭행임을 확인”하는 “생생한 증언”을 담았다고 단독으로 전했다. 그런데 그 증언의 내용은 “다 착실한 사람들이잖아요. 기사 난 건 60~70% 과장해서 나오고 있어요. 이상한 쪽으로 나가고” “바래다주면서 선생님 잘 잠그고 주무시라고 그랬는데도. 그냥 열어주니까, 순간적으로 같이 술 먹다 우발적으로”라는 것이다. 계획적 성폭행과는 거리가 멀고 모두 범행의 책임을 피해자에 전가하는 2차 가해 발언들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 사례를 기각하면서 “범행 당시의 정황과 현지의 동정 등을 전하는 범죄 관련 보도의 특성 상 인터뷰 내용 등을 그대로 전달한 방송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움”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방송사가 인터뷰를 전달만 한다면 그 어떤 발언을 보도해도 괜찮다는 의미이다. 상식을 벗어난 판단이다. 문제가 있는 인터뷰, 특히 성폭행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면 방송사는 자체적으로 이를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제재를 가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이 바로 방송통신심의위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심의규정은 물론 성범죄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모조리 어긴 보도에 ‘사회적 통념’ ‘인터뷰 전달에는 책임이 없음’ 등 무책임한 근거로 면죄부를 줬다. 심의 주체인 방송통신심의위가 관련 규정들을 숙지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다.


방통심의위는 2017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도록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30조(양성평등) ④항에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가정폭력 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와 ⑤항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등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선정적으로 재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되었다. 위에서 지적한 성폭력 성애화나 2차 가해성 발언 보도 등은 사실상 이들 조항을 위반했다고 봐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원들이 기존 조항이 부족해서 이와 같은 보도를 문제 삼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인권보도준칙’의 세부기준으로 발표한 <성폭력 범죄보도 세부 권고 기준>의 총강 5항은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천요강 5항도 “언론은 성범죄의 범행동기를 개별적 성향 –가해자의 포르노, 술, 약물 등 탐닉, 자제할 수 없는 성욕 등-에 집중함으로써 성폭력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하거나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심의규정을 계속 섬세하게 다듬고 구체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방통심의위원들의 인권 감수성을 키우고 관련 가이드라인 등 규정을 보다 더 숙지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에이즈’라는 명백한 사실 왜곡에 방통심의위는 “공익적 취지”
방통심의위의 인권 감수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또 다른 사례는 동성애 관련 문제 보도에 대한 심의이다. TV조선은 4월 29일 하루에만 2건의 보도를 통해 동성애와 관련된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고 거짓된 정보를 유포했다. TV조선 <10대 청소년까지 파고든 동성애>(4/29)는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졌던 동성애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는 ‘충격적인 성소수자 비하 발언’으로 보도를 시작하더니 “에이즈 감염 경로를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시내 곳곳에는 남성 동성애자를 위한 클럽들이 운영되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만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2016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라 전했다. 리포트는 이태원의 남성 동성애자 전용 클럽을 가서 별 문제도 없는 화면을 담은 뒤 모자이크 처리했고, 거리의 사람들 실루엣을 보여주면서 “거리에서는 남자들끼리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등 스킨십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며 동성애를 사회적 문제인 양 묘사했다. 기본적으로 ‘동성애=문제’, ‘동성애 문화=청소년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기본적 전제가 깔려있는 ‘성소수자 혐오 보도’이다. 


심지어 이어진 보도 <에이즈 심각…“동성애 확산 때문?”>(4/29)는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왜곡해 마치 질병관리본부가 에이즈의 주요 감염경로로 동성애 성관계를 꼽은 것처럼 보도했다. 실제 통계를 보면 “HIV 감염인과 성 관계를 갖는 경우 보통 1회 성 관계 시 HIV가 전파될 확률은 0.01~0.1%”라고 되어있고 ‘남성 동성애자 고위험군’이라는 내용은 질병관리본부 자료 어디에도 없다. TV조선이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민언련은 이 두 보도에 모두 민원을 제기했지만 방통심의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찬반양론을 모두 다룸으로써 균형성을 맞추려 노력했고 보도 전반의 내용과 맥락 등을 감안할 때 사실 관계를 현저히 왜곡했다고 보기 어려움” “해당 보도의 공익적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제없음’으로 의결했다. ‘공익적 취지’라는 대목에서는 과연 방통심의위가 민언련의 민원 내용과 해당 보도를 검토를 하긴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3. 편파 보도 심의 분석


편파 보도의 경우 그나마 권고가 3건 있는 성 관련 문제보도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14건 중 10건이 기각이었고 3건은 ‘문제없음’이다. 가장 가벼운 수준의 제재인 ‘의견제시’가 단 1건 있었다. 방통심의위는 편파 보도에 대해서는 아예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은 것이다. 방송사별로 보면 편파 보도 14건 중 KBS가 2건, MBC가 4건, MBN은 1건, TV조선 5건, 채널A 2건이다. 성 관련 문제보도와 달리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6건의 사례가 나와 43%의 비중을 차지했고 나머지 8건(57%)가 종편 사례였다.


편파 보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장 제1절 공정성 항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례이다. 해당 규정 제9조는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 하여야 한다”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방송은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립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등 편파 보도를 방지하기 위한 명확한 규제를 담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기각 또는 ‘문제없음’을 결정한 사례들을 보면 분명 해당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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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이 민원 제기한 ‘편파 보도’ 내용과 의결 결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편파보도도 ‘문제없음’
방통심의위가 ‘문제없음’을 의결한 채널A <중국 가서 ‘손혜원 폭탄’ 터질라>(8/5)는 손혜원 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해 공정성과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위반한 보도다. 손혜원 의원을 ‘폭탄’에 비유한 보도 제목이나 “손혜원 의원이 또 폭탄 발언을 하지 않을지, 노심초사” 등의 리포트 내용은 모두 합리적인 정치적 비판이 아니라 주관적인 판단과 비방이다. 채널A는 화면으로 손 의원의 긴 SNS 게시글 중 “우리가 중국에 나라라도 팔러 가느냐?”라는 자극적인 부분만 확대하여 보여주기도 했다. 의도적인 편집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다른 매체 보도 등과 비교할 때 그 보도 내용 및 표현 수위가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문제없음’으로 결론을 내렸고 심지어 “해당 의원의 SNS 게시글 전문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줬”다는 점도 내세웠다. 방통심의위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 아닌 다른 보도와의 비교를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다른 매체의 보도까지 모두 제재해 바로 잡는 게 방통심의위의 역할이다. 또한 손 의원 SNS 글의 전문을 게재했더라도 “우리가 중국에 나라라도 팔러 가느냐?”와 같은 감정적인 내용만 확대하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비판은 폭넓게 용인된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의결내용은 방통심의위가 ‘손혜원은 폭탄’과 같은 무분별한 비방과 합리적인 ‘정치적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지상파의 노골적 편파 보도는 안건에도 못 올라가
지상파의 보도의 경우 방통심의위의 성의 없는 심의가 두드러진다. KBS의 <“고도 높아 주민 안전…기반시설도 우수”>(9/30)는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부정 변경과 관련해 “해발고도가 300미터 가량 높아 전자파가 지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훨씬 낮은데다, 주변에 인가도 적어” “전기와 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기지 조성에 유리하다는 점”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을 방어할 수 있다” 등 국방부 입장만 나열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않았다. 의결내용을 보면 “보도의 전후맥락과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동 건에 대해서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제재하기는 어려움”이라는 근거만 제시했다. 보도 전후 맥락을 보면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이 언급되지 않아 오히려 명백한 공정성 위반 사례라 할 수 있지만 방통심의위는 심의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MBC의 <국회의장 ‘작심 발언’…첫날부터 파행>(9/1)도 마찬가지다. 이 보도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로 인한 정기국회 파행을 두고 벌어진 여야 대립을 다뤘다. 앵커는 ‘국회의장의 야당편들기 논란’이라며 파행의 원인을 단정했고, 기자 역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배치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야당 입장을 거들고 나선 게 발단”이라고 언급했다. 국회의장이 야당 편을 들었는지 여부 자체가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여당 측 입장에 치우쳐 사태를 규정한 것이다. 민언련이 민원을 제기한 부분 역시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런데도 방통심의위는 여야의 입장을 모두 다룬 보도 후반부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양측 입장을 모두 다룬 것”이라며 민원을 기각했다. 

 

똑같은 사안에 JTBC만 ‘권고’ 의결…방통심의위의 편파 심의 정황
방통심의위가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파 심의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정황도 있다. 정부 입장만 보도한 KBS는 봐주기 심사로 ‘기각’ 결정을 내리고 정부의 사드 배치 예정 부지를 검토하기만 한 JTBC 보도에는 ‘권고’를 의결한 것이다. 


이 민원은 민언련이 제기한 것은 아니다. JTBC 뉴스룸 <한 개 포대에 2조원… 사드 ‘뜯어보기’>(7/8)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국이 주한미군과 그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 결정한 것으로 왜곡 보도했다는 민원이었다. 방통심의위는 이 보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쟁점 사안에 대해, 출연자가 일방적으로 편향적인 발언을 하거나, 공정성과 균형성을 견지해야 할 진행자가 일방의 견해에 적극 동조하는 등의 내용을 방송한 것은 관련 심의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되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당시 정치, 사회적 관심 사안을 다룬 것이라는 점과 위반의 정도 등을 감안”한다면서 행정조치인 권고를 의결했다. 


그러나 이 사례는 방통심의위가 민원 내용의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도는 “국방부는 늦어도 2017년 말, 그러니가 내년 말을 목표로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라며 정부의 사드 배치 계획을 전한 후 “평택이나 원주는 수도권 방어가 가능한 거리지만, 북한의 신형 방사포와 스커드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있어 방공 능력이 취약” “칠곡의 경우에 방사포 사정거리 밖인 데다가 주한미군이 재배치되는 평택 상공이 방어 범위에 들어갑니다” 등 정부가 검토 중인 유력 배치 지역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기자는 이 과정에서 “사드가 주한미군과 가족,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표면상 명분을 고려하면 칠곡 배치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민원인은 이 부분에서 JTBC가 북핵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를 주한미군 보호만을 위한 것으로 왜곡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사드가 주한미군과 가족, 시설을 보호하는 목적을 가졌다는 것은 미국방부의 공식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우리 국방부가 주최한 2016 서울 안보 대화에서 데이비스 쉬어 미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정책수석부차관은 “사드는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사드 배치에 들어갈 비용에 대해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보호 명분이 표면적으로라도 필요하다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었다.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면서 한국 내 주둔 중인 주한미군까지 보호한다는 목표는 상식적으로 당연한 논리이기도 하다. 결국 JTBC 보도는 철저히 중립을 지켰고 오히려 정부의 배치 부지 관련 고민을 풀어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방통심의위는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쟁점 사안에 대해, 출연자가 일방적으로 편향적인 발언을 하거나, 공정성과 균형성을 견지해야 할 진행자가 일방의 견해에 적극 동조하는 등의 내용을 방송한 것은 관련 심의규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권고’를 의결했다. 앞서 살펴본 KBS의 보도가 일방적으로 정부의 사드 배치 정당화 논리만 나열했음에도 ‘기각’을 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JTBC에 대한 의결 내용을 보면 방통심의위는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보도가 공정성 조항 위반임을 분명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공정성 위반인 KBS 보도에는 ‘기각’을 결정하고 아무런 문제도 없는 JTBC에는 ‘권고’를 의결한 것이다. 방송사마다 기준을 달리해 심의 규정을 적용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 ‘종북몰이’ 보도 심의 분석


‘종북몰이’ 보도는 전체 9건 중 8건의 심의 결과가 나왔고 1건은 ‘기간 연장’ 중이다. 심의 결과를 보면 4건이 기각, 1건이 문제없음, 2건이 의견제시, 1건이 권고이다. 그나마 ‘종북몰이’ 보도에서는 8건 중 3건에서 행정지도라도 제재가 가해졌다. 성 관련 보도 18건 중 고작 3건에 ‘권고’가 내려지고 편파 보도 14건 중 딱 1건에만 ‘의견제시’가 의결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만큼 방송사들의 ‘종북몰이’ 행태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재 비율은 37.5%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가벼운 행정지도인 의견제시 2건, 권고 1건에 그쳤다. 제재를 내려도 ‘솜방망이 처벌’ 양상은 매한가지이다.

 

방송사별로 보면 ‘종북몰이’에서는 종편이 강세를 보였다. 전체 사례 8건 중 MBC가 1건, TV조선 5건, 채널A와 MBN이 각 1건으로 TV조선을 위시한 종편에서 대부분의 민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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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이 민원 제기한 ‘종북몰이 보도’ 내용과 의결 결과

 

일상화된 방송사들의 노골적 ‘종북몰이’…민원 내용도 안 보는 방통심의위
총선 이후 ‘종북몰이’ 보도가 집중된 사안은 단연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한 뒤 기권했다고 밝혔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국면 전환을 위해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을 겨냥해 ‘적과의 내통’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노골적인 ‘종북몰이’에 나섰다. 이에 TV조선을 비롯한 방송사들도 대거 호응했다. TV조선이 8건 중 5건의 민원을 차지한 것은 TV조선이 가장 열성적으로 ‘종북몰이’에 가담했다는 방증이다.


‘종북몰이’ 보도 사례를 심의한 방통심의위의 의결 내용을 보면 한심한 수준이다. 민원 내용을 읽지도 않은 것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될 정도이다. MBC <北과 '기권' 교감… 美엔 막판 통보?>(10/19)는 “UN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는 문의였든 통보였든 사전에 북한과 접촉”했다고 단언해 ‘야권 종북몰이’에 열을 올린 여당 측 입장에 힘을 실었다. UN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북한과는 사전접촉하고, 동맹국인 미국에는 표결 직전까지 통보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기권 결정 이후 북한에 통보는 했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통일부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인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의 인터뷰 중 “북한과 여러 가지 소통관계가 다 이뤄질 때가 아니었겠습니까? 일상적인 것의 하나로 기권한다는 것을 미리…”라는 발언만 잘라내 ‘어쨌든 사전접촉은 했다’는 식으로 왜곡하기도 했다. 야권의 반박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객관성 조항과 공정성 조항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최악의 사례이다. 
그러나 MBC의 편파적인 보도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의결내용은 황당하다. “여당과 야당의 인터뷰 내용을 방송하는 등 양측의 입장을 모두 다룬 것”이기 때문에 편파적인 보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기각’이었다. 그러나 리포트에는 여당의 인터뷰도, 야당의 인터뷰도 없다. 비단 인터뷰뿐만 아니라 야당 측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한 구절도 등장하지 않았다. 방통심의위가 민원 내용과 해당 보도를 확인하기는 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변 겨냥한 근거 없는 비방에도 면죄부
‘종북몰이’ 보도 사례 8건 중 남은 2건은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관련 보도와 통진당 해산 관련 보도였다. 이중 TV조선의 북한 종업원 탈북 사건 관련 보도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근거도 없이 ‘종북’으로 매도한 것이었으나 방통심의위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TV조선<단독/북 종업원 12명 사회 정착>(8/16)은 “북한과, 국내 일부 세력은 국정원이 이들을 납치, 감금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제는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인신구제를 청구”했지만 “탈북 여종업원들이 이미 국정원에서 나와 사회 생활을 시작한 만큼 이러한 주장은 더 이상 근거가 없어졌습니다”고 단언했다. 북한과 ‘국내 일부 세력’, 즉 민변을 교묘히 한 데 묶으면서 그들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보도는 북한 종업원 탈북 사건에 민변이 인신보호 구제심사를 청구하자 TV조선이 퍼부었던 ‘종북 공세’의 일환이었다. 민변은 끊임없이 국정원의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되고 국정원이 접견과 통일연구원 설문조사를 모두 거부하는 등 최소한의 통상 절차마저 무시한다며 인신보호 구제심사를 청구했고 무엇보다 장기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된 북한 종업원들의 인권에 우려를 표했다. TV조선은 이 모든 배경을 무시한 채 탈북 종업원들이 국정원에서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민변을 북한과 연결지어 버린 것이다. 이에 방통심의위는 “민변이 인신보호구제심사를 청구한 사실을 전달하고 그 취지를 확인할 수 있는 관련 발언을 자료화면으로 함께 제시”했다는 이유로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그러나 보도에서 언급된 민변의 입장은 "인신보호구제심사 청구란 방법을 통해서 그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이라는 장경욱 변호사의 발언이 전부다. 이 한 줄에서 민변이 인신보호구제심사를 청구한 구체적인 이유를 읽어낼 수 있다는 방통심의위의 ‘관심법’이 놀라울 따름이다.  

 

5. 사회적 약자 관련 보도 심의 분석


사회적 약자 관련 보도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무시한 사례로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세월호 참사,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보도가 포함되어 있다.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가 3건,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가 2건,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가 1건, 위안부 피해자 관련 보도가 1건이다. 사회적 약자 관련 보도는 유일하게 종편보다 지상파 방송사의 민원 사례가 많은 항목이다. KBS가 2건, MBC가 3건, 채널A와 TV조선이 각 1건씩이다. 특히 MBC 세월호 참사 관련 문제보도 사례 2건이 모두 MBC에서 나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사태를 축소하고 유가족을 비하했던 MBC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도 계속 모욕적 보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보면 역시 참담하다. 전체 7건 중 기각이 6건, 의견제시가 1건이다. 방통심의위가 사회적 약자 관련 문제 보도는 대부분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않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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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이 민원 제기한 ‘사회적 약자 관련 보도’ 내용과 의결 결과
 

의미를 알 수 없는 변명, “보도의 전후 맥락과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적 약자 보도에 대해서 방통심의위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안건을 기각한 경우가 많았다. 그 중 KBS의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 2건에 명시한 “보도의 전후 맥락과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KBS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문제없다”>(10/3)는 당시 사망진단서 사인 조작 의혹을 받고 있던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에 문제 없다”는 일방적 입장을 아예 제목으로 뽑았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진단서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윤성 교수가 사망 구분을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KBS는 리포트에서 그러한 이윤성 교수의 주장을 쏙 뺀 채 “사망진단서가 지침과는 다르게 작성됐지만, 진단서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의료진에 대한 외압도 없었다”는 서울대병원 측 공식 입장만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명백히 공정성 조항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사례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보도의 전후맥락과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알 수 없는 답변만 내놓은 채 민원을 기각해버렸다. 

 

반대 측 입장 딱 한 줄만 들어가도 공정 보도? 방통심의위의 ‘꼼수’
약자의 입장이 딱 한 번 언급됐다는 이유로 불공정 보도 민원을 기각한 사례도 있다. MBC <탈법 조사한다며 법 절차 무시 ‘좌충우돌’>(8/23)은 세월호참사특조위를 폄훼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나열하면서 그에 대한 반박은 전혀 싣지 않은 악질적인 보도다. 이 보도는 시작부터 “특조위가 오히려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면서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라는 멘트로 시작됐고, 리포트 내내 ‘특조위가 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특조위 조사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청문회 출석 요구에 다른 뜻이 있다’, ‘두 달 넘게 국회가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여당추천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을 거부하고 있다’ 등 사실과 다른 억지 주장들로 특조위를 ‘범법집단’으로 규정했다. 반면 정부가 특조위의 실질적 활동 시작 시점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6월 30일 특조위 활동 종료를 강행한 사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예산은 배정하지도 않았다는 사실, 정부‧여당이 특조위 여당 추천 위원들에게 행동 지침을 하달하는 등 조직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사실은 모조리 외면했다. 특조위 측 입장이라고 소개한 것은 “청문회가 불법은 아니고요. 법에 근거해서 진행되는 거고 절차를 다 지킨 것이기 때문에…”라는 권영빈 상임위원의 발언 딱 한 마디뿐이었다. 공정성, 객관성 조항을 모두 위반한 보도이다. MBC가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는 특조위 비하 보도 중 최악의 사례로서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입장과 특조위 양측 입장을 모두 다룸에 따라 일방을 비판하였다고 보기 어려워”라는 황당한 답변으로 민원을 기각했다. 특조위 측 입장이 딱 한 마디 언급됐다는 이유로 MBC의 숱한 ‘흑색선전’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6. 시위 비판 보도 심의 분석


시위 비판 보도의 민원사례는 총 6건으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대한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에 해당하는 보도가 4건, 농민의 상경 시위를 왜곡한 보도가 2건이다. 방통심의위는 시위 비판 보도에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사드 ‘외부세력 개입’ 보도 4건은 모두 ‘기각’됐고 농민 시위 2건은 ‘문제없음’이 의결됐다. 방송사별로 보면 TV조선‧채널A가 2건, MBC‧MBN이 1건씩이다. 여기서도 종편의 편파 보도 및 왜곡 보도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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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이 민원 제기한 ‘시위 비판 보도’ 내용과 의결 결과
 

채널A의 ‘외부 세력 개입 프레임’ 보도에는 명백한 오보까지
지난 7월 정부가 아무런 협의 조치나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레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성주군 및 김천시 일대 등 배치 부지 선정에서도 ‘비밀주의’로 일관하자 성주군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대 집회가 일어났다. 정부는 처음엔 성주 성산포대로 부지를 결정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김천과 가까운 성주 롯데 골프장으로 부지를 바꿨다. ‘폭탄 돌리기’냐는 비판이 일었고 성주군민과 김천시민은 연대하여 상경 시위를 벌이는 등 투쟁을 이어갔다. 이때 보수언론이 들고 나온 프레임이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성주군민 등 당사자가 아닌 ‘통진당’ ‘전문 시위꾼’이 개입했다는 ‘외부세력 개입론’이었다. 이는 국민의 정당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모독하는 저급한 수준의 왜곡 보도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표적인 사례는 채널A <사드 대책위 군민은 2명뿐>(7/18)이다. 이 보도는 명백한 오보이다. 앵커는 “‘사드 배치 반대 대책위원회’가 국회로 야당 지도부를 찾아가 사드 철회를 요구”했는데 “성주 출신 위원은 2명 뿐이고, 광우병 촛불 집회를 주도해 구속된 인사 등 진보 계열 외지인 위원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리포트에서도 “사드배치반대 대책위원회에 포함된 성주 군민은 노광희 성주 군의원과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 단 2명뿐. 나머지 인사들은 성주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른바 '외부인'” “10년 전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을 반대하며 '대추리 유혈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이른바 평통사 인사들도 두 명이나 포함” 등 시종일관 ‘외부세력 개입’을 사실로 묘사하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보도 말미에 이르러서야  “국회 회동만 함께 했을 뿐 서로 관련 없는 조직”이라는 “성주군민이 주축이 된 사드저지투쟁위”의 해명을 한 마디 덧붙였다. 심지어 “진보 계열 외지인 위원”으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를 지목하더니  “특히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2008년 광우병 불법 촛불집회를 주도하면서 구속된 전력을 가진 시위 전문가”라면서 ‘전문 시위꾼’으로 낙인을 찍었다. ‘진보 계열 외지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만들어 ‘외부세력 개입론’을 노골화한 보도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채널A가 전한 대책위와 야3당 지도부의 면담은 ‘사드 한국 배치 전국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가 주최한 것이다. 대책회의는 전국 51개 시민단체가 모인 연대단체로서 성주 군민들이 모인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와는 별개의 단체이다. 채널A가 ‘단 2명뿐인 성주 군민’으로 소개한 노광희 성주 군의원과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은 투쟁위 소속으로서, 이날 대책회의가 주최한 야3당 지도부와의 회동에 투쟁위 자격으로 함께 한 것이다. 채널A는 이렇게 전국 단위의 대책회의와 성주 군민들의 투쟁위가 다른 조직임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사드배치반대 대책위원회’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두 단체를 뭉뚱그렸다. 그리고는 국회 회동에 ‘성주군민은 2명뿐이고 나머지는 진보 계열 외지인이다’라는 거짓 프레임을 조작해냈다. 성주군민과 시민의 연대에 흠집을 내고 반대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저급한 ‘매카시즘’이다. 객관성, 공정성 조항을 위반함은 물론,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보도이기도 하다.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을 왜 방통심의위가 앞장서서 정당화하나
시민을 ‘진보 계열 외지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로 낙인찍고 단체명도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채널A보도에 방통심의위는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를 들어 면죄부를 줬다. 의결 내용을 보면 “성주 군민 2명 외 나머지 인물들이 여타 시민단체 소속이었음은 사실이고 참석자 중 일부 인사의 형사처벌 전력 등을 언급한 부분에 특정인들을 부정적으로 다루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움” “성주 군민이 주축이 된 사드저지투쟁위가 외부세력 개입 논란에 대해 ‘국회 회동만 함께 했을 뿐 서로 관련 없는 조직’이라고 해명했음을 밝히고 있는 점을 고려” 등이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방통심의위가 보도 내용을 자세히 보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단 한 마디라도 반대 측 입장이 딱 한 마디만 언급되어도 보도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공정보도라는 방통심의위의 고질적인 변명도 붙었다. 심지어 “성주 군민 2명 외 나머지 인물들이 여타 시민단체 소속이었음은 사실”이라며 채널A의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을 방통심의위가 직접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앞서 설명했지만 당시 국회 회동은 전국 단위 시민연대 단체인 대책회의가 주최한 것이므로 성주군민이 몇 명 참석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주군민도 국민적인 사드 배치 반대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방통심의위는 그러한 국민의 목소리보다 채널A가 제멋대로 만들어낸 ‘진보 계열 외지인’ ‘사드배치반대 대책위원회’ 등 거짓 사실들을 더 공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정부에 유리하게 ‘정치 심의’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의심은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심의로 방통심의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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