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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조선일보 ‘헌재 흔들기’ 압도적, 윤석열 대변인 노릇하나
등록 2025.02.05 18:04
조회 72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2월 1일 헌법재판소에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회피촉구 의견서를 냈습니다. 일부 재판관들의 이념적 편향성이 드러나며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의 공정성 시비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탄핵심판의 쟁점이 이념에 있는 게 아닌 만큼 재판관 성향은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리인단이나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재판관 성향을 문제 삼는 이유는 ‘헌법재판소 흔들기’를 통해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리고 탄핵심판 불신을 조장해 극우지지자를 끌어 모으려는 장외 여론전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헌재 흔들기에 나선 것은 윤석열 대리인단이나 국민의힘만이 아닙니다. 일부 언론도 적극 가세하며 내란세력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헌재 때리기’ 방송1위 TV조선, 신문1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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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1~2/4)‧신문 지면(2/1, 2/3~2/5) ‘윤석열 탄핵심판’ 보도건수와 ‘헌재 때리기’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회피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2월 1일을 기준으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신문 지면기사를 각 4일씩 모니터링했습니다. 방송은 2월 1일부터 4일까지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신문은 2월 1일부터 5일까지(휴일인 2월 2일 제외)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기사를 살펴봤습니다.

 

방송에서 헌재 때리기 보도를 내놓은 곳은 TV조선이 유일합니다. 윤석열 탄핵심판 관련 보도 11건 중 6건(54.5%)에서 헌재를 비난했습니다. 신문에서 헌재 때리기 보도를 가장 많이 한 곳은 조선일보입니다. 탄핵심판 관련 보도 총 16건 중 10건(62.5%)이 헌재 때리기 보도입니다.

 

헌재 재판관 사상검증, ‘딴전 피울 생각 말라’ 경고까지

TV조선과 조선일보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개인 성향이 탄핵심판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탄핵심판의 쟁점이라도 되는 듯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헌재 흔들기에 몰두했습니다.

 

TV조선은 <“재판관 스스로 빠져라”…의견서 제출>(2월 1일 윤재민 기자)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이 일부 헌법재판관들의 이념 성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면서 “탄핵심판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음 날 <단독/윤 측, 문형배 ‘SNS 팔로우’ 목록 제출>(2월 2일 이재중 기자)에서는 윤석열 대리인단이 제출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SNS 팔로우 목록을 근거로 “이재명 대표 계정 외에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계정 다수를 팔로우한 것”이 확인됐다고 호들갑을 이어갔습니다.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떠 헌법재판소가 1월 31일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헌법재판관의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있다”며 사법권 침해 가능성 우려를 표하자 헌재 입장 표명까지 비난했습니다. <헌재, 편향 논란엔 “사법권 침해”…재판 일정엔 ‘마이 웨이’>(2월 1일 김희래‧박혜연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익명의 법조계 인사 발언을 빌려 “법조계에선 ‘법원이었으면 판사 기피 대상이 될 사항들인데도 헌재가 정치권과 언론 탓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모든 재판과 헌재 심판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면 법에 제척‧기피‧회피에 관한 사항을 왜 규정해 놓았겠느냐’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의 발언처럼 헌법재판소법 제24조에는 헌법재판관의 직무집행 제척‧기피 및 회피 사유가 적시돼 있습니다. 윤석열 대리인단은 정계선 재판관의 성향을 문제 삼으며 기피신청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정 재판관을 제외한 재판관 7인의 만장일치로 기각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주관적 의혹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큼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의 헌법재판소 비난은 <조선칼럼/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치를 실현해야 할 때>(2월 3일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에스엔에스(SNS)에 정치 편향의 잡글을 올리거나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주식 투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헌재를 점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광장 여론에 압도된 8년 전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과연 제대로 된 법치주의의 발로였을까”라며 헌법재판소가 2017년 만장일치로 인용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파면 결정을 폄훼하는 태도도 보였습니다.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는 “미리 답을 정해놓고 딴전 피울 생각 말고 법학도의 초심으로 돌아가 냉철한 이성으로 법치를 구현하라”는 경고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국민적 저항” “내전밖에 없어” 선동

조선일보는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재판관들의 ‘정파성’을 들먹이며 헌재 흔들기를 이어갔습니다. <사설/헌재의 거듭되는 경솔하고 정파적인 행태>(2월 4일)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는 너무나 명백한 민주당의 정략”이었다고 단정한 조선일보는 “헌재 재판관 4명이 이 위원장 탄핵에 손을 들었다”며 “재판관들이 노골적인 정파성을 드러내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재판관 4명은) 모두 민주당 측이 추천한 사람”이라면서 “이들의 행태는 헌법 재판관이 아니라 민주당이 파견한 정당원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라고 깎아내렸습니다.

 

그러나 해당 재판관 모두 민주당 측이 추천한 사람이라는 조선일보 주장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삼권분립을 무시한 명백한 왜곡입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대통령,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정형식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 김복형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국회(각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추천)가 각각 지명했습니다. 이 중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에 인용 의견을 낸 사람은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입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를 민주당 정략으로 폄훼한 조선일보 주장도 헌법재판소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을 4:4로 기각하며 재판관 8명 전원이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과 동기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옹호 주장도 대놓고 내놨습니다. <조선칼럼/헌재의 적법 절차 준수만이 내전을 막는 길이다>(2월 5일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헌재 변론 일정은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리는 강행군”으로 “변호인단은 대비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재판 일정이 촘촘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는 윤석열 대리인단 주장과 일치합니다. 전직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일주일에 두 번씩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윤석열 탄핵심판이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리는 것을 강행군으로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 판결과 관련 없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판결을 거론하며 “만약 윤 대통령의 탄핵만 인용되고, 이 대표의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적 저항이 발생할 것”, “만약 헌재의 판결이 권위를 잃으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찌 되나? 논리적으로는 내전밖에 없다”며 극우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듯한 주장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MBC “21세기판 사상검증”, JTBC “변론 아닌 여론전”

이와 달리 MBC와 JTBC는 윤석열 대리인단의 회피촉구 의견서 제출은 향후 탄핵심판 불복까지 염두에 둔 ‘헌재 흔들기’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MBC는 <21세기판 ‘사상검증’‥재판관 흔들며 ‘버티기’>(2월 3일 김건휘 기자)에서 “박정희, 전두환 시절 ‘사상검증’과 ‘연좌제’를 떠올리게 한다”며 헌법재판소법 취지는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재판관을 3명씩 임명‧추천함으로써 삼권분립을 지키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도록 하므로 “재판관 개인의 성향을 문제 삼는 건 삼권분립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이 국민의힘, 극렬 지지층과 밀착해 헌재를 계속 흔들어대고 있다”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 탄핵심판 불복을 위한 군불 때기”라고 일갈했습니다.

 

JTBC도 <헌재 변론 앞두고 본격 ‘여론몰이’>(2월 1일 류정화 기자)에서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나아가 탄핵이 실제 인용될 경우 불복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며 “검찰총장 출신의 법조인 윤 대통령이 정작 피의자가 되자 헌법재판소 등 재판정 바깥에서, 변론 아닌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5년 2월 1일~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② 신문 : 2025년 2월 1일~5일(휴일인 2월 2일 제외)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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