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1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선정사유 보고서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하는 2024년 1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부산일보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충북인뉴스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 한겨레21 ‘명태균 게이트 연속보도’가 선정됐다.
○ 수상작
시기 |
보도(프로그램) |
12월 |
부산일보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
충북인뉴스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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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명태균 게이트 연속보도’ |
부산일보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2024년 11월 27일~2025년 1월 6일 / 해양수산부 김백상 기자, 경제부 김준용 기자, 기획취재부 손혜림 기자)
부산일보는 녹색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발행되는 녹색채권 공시자료를 전수조사해 사용처 등 문제를 분석하고 해외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통해 개선방향을 모색했다. 2018년 첫 녹색채권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6년간 발행된 361건, 33조 5561억원의 채권을 분석대상으로 했다.
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등 친환경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녹색채권은 대표적 녹색금융 상품으로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 제조업 현장에서 필요한 자금충당을 위해 가장 많이 발행됐으며, 2차전지와 친환경 자동차 지원에 많이 투자됐다. 하지만 녹색산업 육성이란 목적과 달리 재생에너지보단 화석연료인 LNG발전에 더 투자됐고, 상당한 투자를 한 수소에너지 프로젝트도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그레이수소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채권의 재생에너지 홀대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유럽의 경우 엄격한 외부검토와 법적 제재 수단이 있는 반면 한국 녹색채권은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 등 6개 기관이 도맡아 진행한다. 녹색금융에 특화되기보단 채권 발행사인 기업과 공공기관이 신용평가사의 고객이다 보니 엄격한 검증은 어렵다. 채권마다 탄소저감 효과 등이 다르게 표기돼 공시내용의 허술함이 드러나거나 특정회사 출자금으로 쓰이는 등 신뢰성을 훼손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모호한 기준과 허술한 외부감시는 ‘녹색’ 마크 남용을 가져왔고, 고탄소 사업장이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역설적인 일도 일어났다.
그간 도외시된 녹색채권에 대한 사실상 첫 전수조사를 시도한 부산일보는 폭넓은 취재와 꼼꼼한 분석으로 기업 그린워싱을 포함한 녹색채권, 녹색금융 문제를 총체적으로 짚었다. 중장기 관점의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 명확한 로드맵, 중소기업·투자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체계 마련 등 거시적 접근의 대책도 제시했다. 이어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형태 채권인 ‘토큰형 녹색채권’ 도입으로 투자자 저변확대, 그린워싱 예방, 투명성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로 금융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녹색채권 감시·감독을 높인 해외사례도 소개했다. 전수조사로 각 녹색채권의 구체적 사용처를 구별해 분석한 결과를 부산일보 홈페이지에 공개해 대중 접근성과 주목도를 높인 점도 호평 받았다. 이에 민언련은 부산일보 ‘33조 녹색채권 어디에’를 2024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
충북인뉴스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
(2024년 8월 23일~ / 김남균 기자)
충북인뉴스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은 국내에 남아있는 친일잔재를 바로잡기 위하여 ‘친일반민족행위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환수대상이 되는 친일파 재산을 추적해 국가에 귀속시키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친일반민족 행위자 민영휘 일가가 청주시 상당산성에 소유한 토지 중 환수신청 대상은 9필지다. 후손들이 친일재산귀속법 제정 후 매각한 토지에 대한 부당이득환수금도 환수 대상이다. 강원 춘천시 동면 장학리 토지도 포함됐다. 친일재산귀속법은 2005년 12월 29일 제정 이후 환수대상 토지의 매각을 금지하고 있다. 민영휘 후손들이 이때부터 땅을 팔면서 받은 매각대금은 모두 환수대상이 되는 것이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2007년 8월 13일 민영휘 일가의 친일재산 환수내역을 발표하면서 후손 명의로 사정받은 토지 등도 추적해 국가에 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서 환수활동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환수를 미루는 사이 민영휘 후손들은 친일재산귀속법 제정 이후에도 토지를 매각해 거액을 챙겼다. 충북인뉴스에 따르면 민영휘 후손들이 일본이 패망한 1945년부터 2022년까지 매각한 토지만 180여 필지 100억원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방 후 세 번째 충북도지사를 지낸 이명구 역시 반민특위에 끌려갈 정도로 비중 있는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반민특위에서 자신의 토지가 2만7000평(8만9100㎡)이나 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수된 토지는 6.6㎡에 불구한데 2024년 공시가로 242만원이다. 알짜배기는 놔두고 자투리만 환수한 것이다. 몰랐던 땅의 존재를 친일파 후손이 되찾아간 경우도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김갑순의 후손은 1990년 충남에서 시작한 ‘조선땅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156필지 11만3883㎡(당시 시가 100억대)와 공주시·세종특별자치시 일대 99필지 2만701㎡를 찾아갔다.
충북인 뉴스는 친일파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토지등기부등본을 비롯해 예전과 현재 토지대장을 일일이 살피고, 인터넷 검색이나 묘비에 나와 있는 후손들 이름을 모아 친일파 가계도를 만들며 깊이 있는 취재에 나섰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종료 이후 법무부에 이관된 친일재산환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친일재산귀속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가 얼마나 깊게 잔존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면서 여러 단체들과 연대해 친일재산 국가귀속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등으로 시민참여도 이끌어냈다. 끈질긴 취재로 친일파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 중요성을 공론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민언련은 충북인뉴스 ‘친일청산‧재산환수 마적단’을 2024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
한겨레 ‘명태균 게이트 연속보도’
(10월 18일~11월 11일/ 김완 한겨레21 취재2팀장, 곽진산 한겨레 사회부 기자, 채윤태 한겨레21 탐사팀 기자)
한겨레21은 선거브로커 명태균 씨가 창원국가산단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집중 보도하며, 명 씨와 김건희 여사의 권력남용 및 국정개입 의혹을 상세히 추적했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명태균 씨는 윤석열 당시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를 매일 실시하고 그 비용은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에게 걷었다. 공천 약속을 빌미로 예비 후보자들에겐 뒷돈을 받고 불법 여론조사에 사용한 것이다. 명 씨의 불법 여론조사의 댓가로 김영선 전 의원은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으며 김건희 여사는 이를 두고 ‘선물’이라 표현했다. 명 씨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여사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미공표 여론조사를 추가로 실시해 보고했으며, 창원국가산단 유치를 위한 별도 보고서를 만들어 김 여사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국가산단 선정에 권한이 없는 명 씨가 권한 없는 김 여사에게 제안, 보고한 것이다. 명 씨가 최초 입지를 제안하고 최종 부지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맡은 창원 신규 국가산단은 339만㎡ 규모의 방위·원자력 융합단지다. 명 씨는 최소 5번 이상 창원시 고위공무원들에게 공식 보고를 받았는데, 정부 관계자들이 명 씨에게 국정문제를 보고한 첫 사례이다. 명 씨가 보고받은 대외비 문서에는 ‘사업부지 입지별 현황 비교와 유치시설 목록 등’ 이권사업이 개입할 수 있는 주요 정보가 담겨 있었으며, 실제로 명 씨는 동업자를 통해 창원산단 부지에 건물과 땅을 사도록 하고 미래한국연구소 짐까지 옮겨 놓은 정황이 확인됐다.
한겨레21은 김건희-명태균으로 이어지는 국정농단에 집중해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명태균 씨가 국책사업 전반을 일일이 전달받았으며 이를 권한 없는 김건희 여사에게 보고한 사실을 밝혀냈다. 공정해야 할 선거와 국책사업이 전리품인 양 권한 없는 자들의 손에서 결정된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창원국가산단 선정개입 사건은 당무를 넘어 국정개입 의혹으로 확산되며 불법정황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보도는 비등점을 넘은 핵심 의혹을 적극 취재하며 언론 본연의 역할인 권력감시를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21 ‘명태균 게이트 연속보도’를 2024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