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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수사외압 ‘VIP 구명’ 녹취록 보도, 누가 ‘이종호’ 숨기나
등록 2024.07.15 14:14
조회 277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에 이어 7월 9일, 채 상병 특검법에 두 차례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채 상병 사건의 핵심은 ‘절차대로 진행되던 수사에 누군가 개입해 임성근 사단장을 구명했다’는 직권남용 문제인데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컨트롤타워인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바탕으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운동을 펼친 것이라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록에서 이종호 전 대표는 임성근 사단장 진급을 비롯해 국방장관·경찰 인사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는데요. 국정농단으로 보이는 심각한 사안에 보수·경제지는 구명로비가 불가능하다며 사안을 축소보도하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종호 녹취록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이종호 녹취록’ 한국경제 0건, 조선·중앙 각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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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 녹취록 관련 신문 지면(7/10~12) 보도건수와 ‘이종호’ 언급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임성근 전 사단장을 구명했다고 자랑한 이종호 녹취록은 7월 9일 MBCJTBC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녹취록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이종호 씨가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로비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대화가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채 상병 관련 수사외압 이유가 불명확했던 가운데 임 전 사단장-이종호 전 대표-김건희 여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드러난 녹취록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화입니다.

 

동아일보 <공수처 “도이치 공범, ‘VIP 통해 임성근 구명’ 자랑” 지인 진술 확보>(7월 10일 구민기·최미송 기자), 한겨레 <이종호 또다른 통화 녹취엔 “국방장관 추천…우리 거 될거야”>(7월 12일 오연서·정혜민·김완 기자), 한국일보 <김 여사 계좌관리인…“치안감 승진” 허언 전력 탓 ‘VIP 실체’ 신중론>(7월 11일 강지수 기자)에서 알 수 있듯 이종호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이전 경찰·장관 인사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농단 수준의 중대 사안을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6개 일간지와 2개 경제지의 지면보도를 살펴봤습니다.

 

7월 10일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VIP에 임성근 구명’ 김건희 도이치 공범 녹취 나왔다>(전광준·오연서·배지현·정혜인 기자)에 이어 3면 전체를 할애해 녹취록에 관해 상세히 보도했고, 경향신문 <주가조작 공범 “VIP에 얘기하겠다” ‘임성근 구명’ 발언 녹음파일 나왔다>(김혜리 기자)도 1면과 3면에 관련보도를 이어가며 비중 있게 다뤘는데요. 반면 한국경제는 3일간 단 한 건도 내놓지 않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1건씩만 보도하며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향신문·동아일보·한겨레·한국일보를 제외하고는 ‘이종호’라는 이름 석 자를 쓰지 않았는데요. 동아일보도 <사설/“VIP에 임성근 구명”…철저하고 빠른 수사로 사실 여부 밝혀야>(7월 11일)에서 한 차례 이름을 언급했을 뿐 보수·경제지는 ‘이종호’란 이름을 거론조차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씨’, ‘이 모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도이치 공범’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김건희 여사 연루를 감추려는 듯 보도량도 턱없이 부족했고, 관련 사안을 자세히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매일경제, ‘구명로비’ 의혹 축소

조선일보는 ‘이종호 녹취록’은 간결하게 전달하면서 의혹 당사자들 입장에 집중해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공세처럼 보도했습니다. <‘구명 로비 의혹’ 임성근 “로비 자체가 불가능”>(7월 11일 방극렬·이민준 기자)은 더불어민주당이 “‘주가조작범의 로비에 의한 국정 농단’ ‘로비 창구는 김 여사’ 등을 주장하며 의혹을 키우는 중”이라며 정치공방으로 전했는데요.

 

더 나아가 녹취록에 담긴 구명로비가 아닌 의혹 당사자인 이종호 씨와 임성근 전 사단장의 반론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씨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적 없고” “부대 내부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이씨가 로비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 임 전 사단장의 주장과 함께 “자꾸 물어 오버스러운(과장된) 표현을 써서 얘기한” 것이며 “김 여사와 통화할 사이도 아니고, 임 전 사단장은 본 적도 없다”고 한 이 씨의 항변을 전했는데요. 공익제보자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확보한 녹음파일에 등장한 김 모 변호사’는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4월 총선에 출마했다 경선에서 탈락했다며 정치색을 덧씌워 녹취록 가치를 떨어뜨리려 노력했습니다.

 

녹취록의 중요성을 축소하고 의혹 당사자들 입장을 부각한 보도는 매일경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매일경제 <임성근 VIP 구명설에…야 “스모킹건” 용산 “허위”>(7월 11일 구정근·안정훈 기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공세를 강화할 소재가 나오자 반색했지만 관련자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라며 녹취록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대통령실과 임 전 사단장, 이종호 씨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VIP 누구? 동아일보 ‘김계환 지칭’ VS 한겨레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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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 녹취록을 재구성한 한겨레(7/10)

 

이종호 전 대표는 녹취록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VIP는 윤대통령이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동아일보 <‘VIP 구명’ 언급한 도이치 공범, 녹취 나오자 “김계환 지칭한 것”>(7월 11일 구민기·최미송·윤다빈 기자)은 이 씨가 “(녹음파일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VIP’ 역시 B씨가 언급한 말을 옮긴 것이며 대통령이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뜻하는 것”이란 주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VIP는 김계환 사령관 지칭한 것” 이종호의 황당 해명>(7월 11일 정혜민·오연서 기자)은 ‘VIP가 윤 대통령이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뜻하는 것’이란 이 전 대표의 주장은 “포항에 가서 임성근이를 만나기로 했는데 이번 문제가 되니까 사표 낸다고 그래 가지고 내가 못하게 했다”고 한 지난해 8월 9일 통화내용을 미루어볼 때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통화 녹취에서 여러 차례 “내가 (사표를 쓰는 것을) 못하게 했다”고 강조하고 있어 김계환 사령관이란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인데요. 같은 날 보도임에도 동아일보는 이종호 씨 변명을 전달하는 데 그친 반면, 한겨레는 해당 발언을 검증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MBC, JTBC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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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 녹취록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7/9~11) 보도건수와 ‘이종호’ 언급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은 MBC와 JTBC가 이종호 녹취록 단독보도를 낸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봤습니다. 관련 소식을 가장 많이 전한 곳은 JTBC(12건)와 MBC(9건)입니다. JTBC와 MBC는 이종호 녹취록을 공개하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 씨 이름을 정확히 밝히고, 사안의 본질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7개 방송사 중 이종호 씨 이름을 공개하며 해당 소식을 전한 곳도 JTBC와 MBC가 유일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7월 9일, JTBC는 3번째 꼭지 <단독/‘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녹취>(7월 9일 김지아 기자)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의 골프모임 의혹 카톡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 씨와 전 대통령 경호처 직원 출신 A씨, 그리고 변호사 B씨가 등장”하는데, “변호사 B씨는 지난해 채상병 사건 직후 임성근 전 사단장의 거취가 논란이 된 8월 9일 이(종호) 씨와 전화 통화” 과정에서 이종호 씨가 “통상 대통령을 의미하는 VIP를 거론”했다며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는 물론 군 인사개입 시도 정황까지 보도했습니다.

 

MBC는 톱뉴스 <단독/도이치 공범 “VIP한테 임성근 얘기”‥파일 확보>(7월 9일 박솔잎 기자)에서 “순직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를 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수처가 확보”했고 “(녹음파일에는) ‘절대 사표 내지 말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 등 발언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VIP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것”이라며 발언 당사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인물”, “해병대 출신이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 모 씨”라고 적시했습니다. 다음 날 보도에서는 ‘이 모 씨’가 “‘VIP한테 얘기하겠다’고 말한 장본인,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KBS, 이종호‧임성근·대통령실 강력부인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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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 씨, 임성근 전 사단장, 대통령실 입장만 충실히 전달한 KBS(7/10)

 

MBC, JTBC가 7월 9일 각각 3건과 4건의 이종호 녹취록 단독보도를 냈지만 다른 언론의 후속보도를 보긴 어려웠습니다. 7월 10일부터 11일까지 MBC와 JTBC는 각각 5건과 8건의 후속보도를 냈는데요. KBS는 7월 10일 1건의 보도만 냈습니다.

 

특히 KBS는 한참 뒷 순서인 21번째 꼭지로 관련 소식을 전하며 사안을 축소했는데요. <“VIP한테 얘기하겠다”…“왜곡”·“관련 없다”>(7월 10일 최민영 기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됐던 사업가 이 모 씨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자신이 구명해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면서도 “당사자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녹취가 왜곡됐다고 주장”했으며 “임 전 사단장은 앞서 이 씨와 일면식도 없다고 밝힌 바” 있고 “대통령실도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구명로비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종호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라면서도 법원이 이종호 씨를 김건희 여사 계좌 관리인으로 판단한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종편3사, ‘민주당 정치공세’ ‘여야 공방’에 초점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3사는 야당과 대통령실‧여당의 공방에 초점을 맞춘 보도로 사안의 본질인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흐렸습니다. MBC와 JTBC 단독보도 다음 날인 7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비판 발언을 들려준 뒤 국민의힘 대응과 이종호 씨, 임성근 전 사단장, 대통령실의 강력반발을 차례로 들려주는 방식의 공방으로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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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야권 주장으로 일축하며 이종호 씨 주장 일방 전달한 채널A(7/10~11)

 

특히 채널A는 <“로비 창구는 김 여사”… “허위 강력 대응”>(7월 10일 최민식 기자)에서 “채상병 사건 당시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이 제기된 임성근 1사단장 구하기, 그 배후에 김 여사가 있다”며 “민주당은 종일 김건희 여사를 향해 국정농단이라는 말로 공세”를 퍼부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고위회의에서 지난해 8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공범, 이 모 씨의 녹취파일”을 틀어 “채상병 사망 사건 직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하기 배후로 김건희 여사를 겨냥”했다는 것입니다. 채널A 보도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이 MBC와 JTBC가 공익제보자로부터 받은 녹음파일을 분석한 단독보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알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종호 씨의 녹취파일을 틀어 김건희 여사를 겨냥하는 정치공세를 벌였다는 내용만 있을 뿐입니다.

 

채널A는 다음 날 <단독/“VIP는 김 여사… 허풍이었다”>(7월 11일 구자준 기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공범 이종호가 채널A와의 통화에서 “VIP는 김건희 여사를 뜻한 것”, “다만 허풍 과시였을 뿐”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너무 고생을 해서 그 사람들 얘기만 나와도 싫다”, “김 여사의 연락처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하기 배후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의혹은 야권 주장으로 일축하고,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당사자인 이종호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입니다.

 

MBN 역시 <‘구명 로비’ 당사자들 부인…“그때 불가능”>(7월 10일 현지호 기자)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과 이종호 씨의 구명로비 의혹 부인 입장을 충실히 전했습니다. “공수처는 녹취록에 담긴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사실상 임 전 사단장과 이종호 씨 부인 입장에 힘을 싣는 듯한 보도에 그쳤습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4년 7월 9일~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② 신문 : 2024년 7월 10~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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