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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무죄’ 판결 문제 외면하고, 윤석열-한동훈 무관하다는 언론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심 판결이 나온 2월 5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다음 날인 2월 6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봤습니다.
TV조선을 제외하고 지상파3사와 종편3사는 이재용 회장 1심 선고를 2월 5일 톱보도로 전했습니다. TV조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입장을 톱보도로 전하고 이재용 회장 1심 선고 관련 소식을 6번째 순서로 다뤘습니다. 다음 날인 2월 6일 신문도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모두 1면을 비롯한 복수의 지면에서 관련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5)‧신문 지면(2/6) ‘이재용 회장 1심 선고’ 보도건수와 첫 보도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2019년 대법원 판결과 충돌하는 문제 짚지 않은 채널A‧MBN‧중앙일보
국정농단 사건 관련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재용 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와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인정된 바 1심 선고를 앞두고 이재용 회장 무죄를 예측하는 시각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2019년 대법원 판결은 뇌물 제공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판결한 것일 뿐 승계 작업의 불법성이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대법원 판결과 이번 1심 판결이 충돌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5)‧신문 지면(2/6) ‘2019년 대법원 판결’ 보도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재판부의 설명에도 이번 판결은 많은 의문을 남겼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제기해온 참여연대도 판결 직후 “뇌물을 주고받아 처벌은 받았지만 정작 그 뇌물의 목적이 없었다는 셈”이라며 법원을 비판했는데요. 1심 재판부가 판결에서 ‘이번 판결이 2019년 대법원 판결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까지 했음에도 채널A와 MBN, 중앙일보는 해당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사법 리스크’ 벗은 이재용… 신사업·경쟁력 확보 전념하길>(2월 6일)에서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접촉”한 게 알려지면서 “삼성의 부당 합병, 회계 부정 의혹 수사”가 촉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와 ‘접촉’한 사실은 언급하면서도 박근혜 씨나 최서원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는 지적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채널A와 MBN, 중앙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이 이번 판결에 대한 의문과 의구심을 제대로 전한 것도 아닙니다. 대체로 ‘2019년 대법원 판결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1심 재판부 설명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TV조선은 <19개 혐의 모두 ‘무죄’…“범죄증명 안 됐다”>(2월 5일 한지은 기자)에서 “9년 전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를 돕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됐지만 “합병과 경영권 승계에 불법은 없었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고 전했습니다. 대부분 언론이 ‘이재용 회장이 박근혜 씨나 최서원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라고 보도할 때, TV조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혐의’라고 보도한 점이 눈에 띕니다.
1심 판결에 대한 각종 의문을 상세히 전한 것은 MBC와 경향신문, 한겨레뿐입니다. MBC는 <‘국정농단’ 뇌물은 유죄였는데‥“경영권 승계 목적 아니다”?>(2월 5일 김상훈 기자)에서 “뇌물까지 줘가면서 합병을 추진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한 건 위법하지만 그 과정에 있는 합병만 딱 떼어놓고 보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위법한 행위가 없었다는 논리”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겨레도 <사설/납득하기 어려운 이재용 ‘불법 승계’ 전부 무죄 판결>(2월 6일)에서 “모든 게 합법적이었다면 굳이 형사처벌 위험을 무릅쓰며 권력자에게 뇌물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결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죄 판결’ 비판 제대로 전하지 않는 언론
참여연대는 <성명/‘이재용 무죄’ 최소한의 사회정의마저 외면한 법원 규탄한다>(2월 5일)에서 “방대한 증거와 선행 판결들을 두고도 무죄를 판단한 법원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논평>(2월 5일)에서 “전대미문의 ‘삼성 봐주기’ 판결”로 “오로지 이재용과 삼성의 무죄를 위해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한 최악의 판결로 평가”한다고 일갈했습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도 “이 회장의 행위는 공정한 자본시장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엄중한 경제범죄 행위”라며 규탄했습니다. 이처럼 시민사회단체에서 1심 재판부의 이재용 회장 무죄 선고가 사회정의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 목소리를 냈지만, 상당수 언론은 1심 판결을 환영하는 재계 입장을 과대 포장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제대로 전하지 않았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5)‧신문 지면(2/6) ‘이재용 회장 1심 선고’ 보도 중 입장이 전달된 등장인물 및 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개혁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전한 곳은 지상파3사와 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입니다. 이마저도 1심 선고 소식을 종합적으로 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 목소리’로 짧게 언급했을 뿐입니다. 한겨레만 <시민단체 “재벌 봐주기식 판결…사회정의에 반해”>(2월 6일 옥기원 기자)를 통해 비교적 자세히 전달했습니다. 종편4사와 조선일보, 2개 경제일간지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채널A와 경향신문,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모두 1심 판결에 대한 이재용 회장 변호인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한국무역협회 전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목소리를 실어 이재용 회장 무죄 판결에 대한 재계의 환영 입장을 부각했습니다.
△ 1심 판결에 대한 이재용 회장 변호인 입장을 전달한 지상파3사와 종편3사 저녁종합뉴스(2/5)
수사‧기소 책임자 언급 없는 MBN, 이복현 금감원장만 거론한 KBS‧TV조선
이재용 회장 무죄 선고 직후 재판 결과가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비판과 별개로 검찰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1심 재판임을 감안하더라도 재판부가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14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을 압수수색 절차상 위법 등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법원 영장 기각,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강행>(2월 6일 허욱‧이민준 기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2018년 12월 본격 수사에 착수할 당시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 3차장은 한(동훈) 위원장이었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수사 중반 이후 특수4부장으로 투입돼 기소까지 담당”했습니다. 이재용 회장 측 신청으로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2020년 6월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복현 당시 경제범죄형사부장이 기소를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이재용 회장 기소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 회장 기소를 반대하지 않았고, 윤석열 검찰총장도 보고”를 받았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2/5) ‘이재용 회장 1심 선고’ 보도 중 거론된 수사 및 기소 책임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할 때, 이재용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혹은 기소 단계에 참여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심 재판 이후 중점적으로 제기된 검찰의 수사 역량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 이재용 회장 수사 및 기소 책임자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만 부각한 KBS와 TV조선(2/5)
방송의 경우 MBC, SBS, JTBC, 채널A는 당시 수사 및 기소 책임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했습니다. 반면 MBN은 당시 책임자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KBS와 TV조선은 2020년 9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만 화면에 담았는데요. 결과적으로 수사 및 기소 책임자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만 부각한 셈입니다.
윤석열‧한동훈 무관? 이복현만 탓하거나 문재인 정부 탓하거나
△ 신문 지면(2/6) ‘이재용 회장 1심 선고’ 보도 중 거론된 수사 및 기소 책임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의 경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검찰의 수사 역량 부족’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2개 경제일간지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초점을 맞춰 비판했습니다. 2개 경제일간지는 수사 및 기소 책임자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만 언급하며 ‘무리한 기소’를 탓했습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사와 기소에 관여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경향신문 <윤석열·한동훈이 지휘하던 검찰, 삼성 겨눈 5년3개월 싸움 완패>(2월 6일 강연주‧이보라 기자)는 “수사의 책임자들은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불렸던 친윤 검사들”이라며 “이 회장 수사를 지휘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한겨레는 2월 6일 사설에서 “검찰의 역량과 의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던진다며 “검찰이 수사와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이재용 회장 기소 책임과는 무관하다는 뉘앙스로 보도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2/6)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수사와 기소 단계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관여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책임 여부를 지적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제기한 인물까지 거론하며 그 자체를 문제 삼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기소 책임과는 무관하다는 뉘앙스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는 <수사심의위 ‘10:3’ 불기소 권고에도… 이복현, 기소 강행>(2월 6일 박종민‧정순구 기자)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무리한 수사 확대를 지적하는 한편, 참여연대의 이재용 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제기와 검찰 고발 과정에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당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 이를 주도”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재용 회장 기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여권과 갈등을 겪고 있었고 한때 3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좌천된 상태”였다며 기소 책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도 <법원 영장 기각,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강행>(2월 6일 허욱‧이민준 기자)에서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김경율 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이고 “참여연대 출신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참고인으로 특검에 출석해 ‘불법 승계’라는 논리를 제공”했다며,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제기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돼 있어서 기소 때 결재 선상에는 없었다”면서 한 위원장이 기소 책임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사설/이재용 전체 무죄, 국가 경제만 피해 끼친 반기업 ‘적폐 몰이’>(2월 6일)에서는 이재용 회장 수사와 기소 단계에 모두 참여한 윤석열 대통령 책임마저 지우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때 시작됐지만 실제 수사를 본격화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이성윤 서울지검장이 검찰을 장악했을 때”라며 “문 정부의 적폐 몰이와 반기업 풍조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당시 이재용 회장 기소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도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고도 이를 사설에서 뒤집은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4년 2월 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② 신문 : 2024년 2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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