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윤석열-한동훈 악수’만 남고, 서천화재 상인들의 분노는 지워졌다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 1월 22일 밤 화재가 발생해 점포 227곳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설 대목을 앞둔 상인들은 생계수단을 잃고 막막함을 호소했습니다. 이튿날인 1월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화재 현장을 찾았습니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상인회 건물 1층을 방문해 상인대표를 만났지만, 정작 건물 2층에서 대기하던 화재 피해 상인들은 만나지 않고 도착 20분 만에 현장을 떠났습니다.
상인들이 분통을 터뜨렸지만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천 화재 현장을 방문한 1월 23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다음 날인 1월 24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봤습니다.
KBS “윤 대통령, 상인 위로하고 전폭 지원 약속”, 상인 분통 어디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 봉합에 주목한 기사(1/24)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공천 등을 놓고 입장 차를 보여 온 터라 언론의 관심은 두 사람의 갈등 봉합에 쏠렸습니다. 언론은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했다거나 두 사람이 전용열차를 타고 함께 서울로 돌아왔다는 내용을 전하며 갈등이 봉합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한 비대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린 상인 목소리를 보도하는 태도는 언론마다 달랐습니다. 특히 KBS,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는 아예 상인들의 목소리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KBS는 <윤 대통령․한동훈, 서천 화재현장 함께 점검>(1월 23일 김민철 기자)에서 “윤 대통령은 특히 피해 상인들을 위로하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등 전폭적인 복구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윤석열 “열차 같이 탑시다” 한동훈 동승 화답 … ‘20년 인연’ 파국 피했다>(1월 24일 이유섭·박윤균 기자)에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함께 상인들을 위로했다며 “재난 현장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난이 일 수 있기 때문에 둘 간의 대화는 가능한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화재 피해 상인들이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상인들을 만나지 않고 돌아갔다며 항의하고, 야권과 범보수권 인사들도 ‘재난 현장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며 비판 목소리를 낸 것과는 동떨어진 분석입니다.
△ 화재 피해 상인들의 목소리 외면한 KBS와 화재 피해 상인 목소리 전한 MBC(1/23)
채널A·MBN ‘대통령실 해명 전달’, 동아·조선 ‘국민의힘 충남지사 해명 전달’
KBS와 매일경제, 한국경제를 제외하고 다른 언론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속해했다’, ‘울분을 토했다’ 등 표현은 달랐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 문제를 제기한 화재 피해 상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3)와 신문 지면(1/24)의 서천 화재 피해 상인 목소리 보도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다만 언론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요. MBC, SBS, JTBC, TV조선은 화재 피해 상인들의 목소리만 전했습니다. 이와 달리 채널A와 MBN은 대통령실 해명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당시 현장에 함께했던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의 해명을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현장의 상인들을 만나 충분히 목소리를 들었고, 현장 여건상 예정에 없던 면담을 다 하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고, 김태흠 충남지사는 “상인분들의 의견은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2층에도 상인들이 있는 줄 몰라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화재 피해 상인들을 만나지 않은 데 대한 대통령실과 김태흠 충남지사 해명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언론사들과 달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서천 화재 현장을 갈등 봉합의 장으로 삼은 것을 적극 비판한 뒤, 각각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과 대통령실 및 김태흠 충남지사의 해명을 전했습니다.
‘윤한 갈등 봉합’에만 집중한 언론, ‘피해 상인’ 외면 반성해야
한국일보는 <윤·한 충돌 이틀 만에 ‘90도 인사’ 봉합>(1월 24일 이성택·박세인 기자)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대형 화재 현장에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두 사람의 행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보도는 이와 다른데요.
경향신문은 <‘윤·한 회동’ 뒷전의 상인들 불구경하러 왔나 … 야당 화재 현장서 화해쇼>(1월 24일 이유진·윤기은·김송이·이두리 기자)에서 윤석열 대통령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 화재 피해 상인들이 모여 들었지만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건물 1층으로 내려가려던 상인들을 경호원이 막아”서며 “상인들의 절박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날 서천특화시장 방문을 ‘갈등 봉합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보수 논객 정규재씨는 SNS에 ‘어디 장소가 없어서 재난 현장을 화해의 정치연극 무대로 덧칠한다는 말인가’”라고 적었다며 범보수권 인사들의 비판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한겨레도 <화재 현장서 만나 갈등 불끄기? 일부 상인들 “사진찍고 가버려”>(1월 24일 손현수·김미나·최예린 기자)에서 경향신문과 비슷한 내용을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 비판이 야당이 아니라 화재 피해 상인들로부터 시작됐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1월 24일)에서 오일환 서천시장 상인회장은 “(상인들이 몸과 마음 모두 아픈데) 행정 따로 보여주기 따로 이건 삼가 줬으면 고맙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관계 부처 장관 등이 상인들에게) 위로의 말씀이나 위로의 말 같은 거 우리가 듣고 싶은 내용 이런 걸 간단히 말씀하시고 가셨으면 상인들도 크게 화가 안 났을 텐데 그냥 일괄적으로 모두 살짝 왔다 그냥 가셔서 많이 화난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의 재난현장 방문은 방문 자체가 아니라 방문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고통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서천 화재 현장 소식을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갈등 봉합’에만 집중한 언론들이 ‘화재 피해 상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4년 1월 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서천화재’ 관련 뉴스
② 신문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천화재’ 관련 지면 기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