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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은 거리 ‘인파 사고’ 우려하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관심 뚝서울시는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저녁 서울시내 주요 지역 6곳에 순간 최대 29만 명의 유동인구가 모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명동에는 24일 저녁 7시 기준 9만 6,000명의 인파가 운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명동에 인파가 집중되며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언론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압사당할 것 같다” 자극적인 표현 인용 늘어
일부 언론은 명동의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며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세계일보는 <“밀지마세요!” 인증사진 찍으려 10만 몰린 명동…‘아찔’ 크리스마스>(12월 25일 김수연 기자)에서 인파 밀집에 따른 시민 불편과 질서 유지 어려움 등을 보도했는데요. 위키트리 <“밀지 마세요!” 인증샷 찍겠다고 난리, 경찰들 말도 안 먹혔다>(12월 25일 김민정 기자)는 세계일보 기사를 인용하며 “크리스마스 연휴, 자칫 인파 사고가 날 뻔했다”고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제목과 본문에 거리낌 없이 사용한 언론도 있습니다. 연합뉴스, 세계일보, 디지털타임스, 한국경제TV, 매일경제, 데일리굿뉴스, 싱글리스트, 문화일보 등 8개 언론인데요. 8개 언론의 기사는 마치 같은 보도자료를 베낀 듯 “밀려드는 인파에 거리 곳곳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 무섭다’, ‘압사당할 것 같다’, ‘오늘 잘못 나온 것 같다’는 한탄이 나왔다(소리가 나왔다, 목소리가 나왔다 등)”는 문장을 똑같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명동에 인파가 너무 몰린 탓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질서 유지가 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한국경제TV <명동 일대 인파 쇄도…“압사당할 것 같다”>(12월 24일 이영호 기자), 매일경제 <“오늘 잘못 나왔다” “압사당할 것 같아요”…인파 몰린 명동, 안전 사고 우려도>(12월 24일 방영덕 기자), 문화일보 <“압사당할 거 같다” 성탄 이브, 명동에 10만 명 몰렸다>(12월 25일 임정환 기자) 등은 “압사당할 것 같다”는 표현을 큰제목에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언론은 인파가 늘어난 현상에 대한 표현과 보도태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언론의 잘못된 표현와 보도태도가 유족은 물론 시민에게도 상처를 주고 트라우마와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명동 인파 운집 상황을 전달하며 “압사당할 것 같다”는 표현을 망설임 없이 사용한 언론은 연합뉴스 등 8개 언론입니다.
△ 서울 명동 인파 밀집 보도하며 “압사당할 것 같다” 등 자극적 표현 사용한 기사(12/24~12/25)
명동 인파 밀집 우려하면서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관심 밖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12월 18일부터 국회 담장 주변 3km를 두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를 땅에 대는 동작을 반복하는 ‘오체투지’로 행진했습니다. 오체투지 행진은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12월 20일까지 계속됐는데요.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진상규명 반대로 1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 불발 시 오는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기사는 이어졌습니다. 반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진상을 규명하여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법안입니다.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언론이라면 응당 보도해야 할 내용입니다.
그러나 명동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한 상당수 언론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여야 수싸움’, ‘여야 신경전’ 혹은 ‘야당의 정치공세’ 수준에서 다루는 데 그쳤습니다.
세계일보는 <사설/이태원특별법·김건희특검법, 여야 합의로 총선 후 시행을>(12월 23일)에서 “특조위(이태원 참사 특별법 관련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이 정쟁을 유발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에 동조하며 “민주당이 특조위 구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총선 때까지 참사 이슈를 이어가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확신했습니다.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서) 문제되는 조항들을 없앤 뒤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시행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일보는 “민주당은 (12월) 28일 ‘김건희 특검법’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까지 얹어 ‘쌍끌이 공세’를 펼칠 태세”라고 보도했고, 문화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 시도에 대해 “협치를 내팽개친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라며 비난에 가까운 내용을 쏟아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바라보는 세계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등의 시각에는 여야 신경전과 수싸움만 있을 뿐, 유가족과 시민은 철저히 배제돼 있습니다.
채널A, ‘되풀이 말아야 할 아픔’이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보도 안 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시작한 12월 18일, 조선일보는 <이태원 참사 골목 술판, 밤새 클럽 소음…안전질서 또 무너져>(12월 18일 고유찬 기자)에서 “핼러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클럽‧술집의 소음 문제도 여전했다”, “핼러윈 참사가 벌어졌던 골목에는 클럽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중략) 행인들은 이들을 피해 골목길을 오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주변 골목에서 술을 마시고 행인을 향해 고함을 치는 일부 시민의 행태를 상세히 보도하며,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낮은 시민의식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를 두드러지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이후 상당수 시민과 언론은 이태원 참사가 낮은 시민의식이 아니라 국가 부재로 인해 벌어진 참사라는 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 서울 명동 인파 밀집 우려했지만,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관련 보도는 하지 않은 채널A(12/24~12/25)
채널A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예보 속 인파 비상>(12월 24일 최재원 기자)에서 서울 명동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했습니다. 본격적인 뉴스 시작에 앞서 화면에는 ‘안전 먼저’라는 문구까지 띄웠습니다. 다음 날 <앵커의 마침표/되풀이 말아야 할 아픔.>(12월 25일 동정민 앵커)에서는 하루 전 서울 명동 상황을 언급하며 “잠시 마음 놓는 순간 사고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태원 참사 1년, 우리는 인파관리, 인파대책 말도 참 많이 썼는데”, 정부와 시민 모두 당시 교훈을 잊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채널A가 보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안전이 먼저이고 정부와 시민은 물론 언론도 10.29 이태원 참사 이후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잊어선 안 된다는 채널A는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촉구하는 유족들의 오체투지 행진도 12월 21일 국회 본회의 상정 불발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12월 18일~2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관련 보도, 2023년 12월 24일~2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명동 성탄 인파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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