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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KBS 뉴스, 감사원 발표는 톱인데 김용균 원청무죄엔 소극
등록 2023.12.12 09:01
조회 246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 책임을 원청에 물을 수 없다며 대법원이 12월 7일 한국서부발전 전 사장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김용균 씨 사망 이후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제정됐지만 두 법 모두 김용균 씨 사망엔 소급 적용되지 못했습니다.

 

같은 날 감사원은 1년 반 만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월북으로 결론 내린 것은 잘못이라며, 초동대처도 부실했고 군사정보 체계상 자료를 삭제하는 등 사건 축소·은폐 시도에 나선 것으로 봤습니다.

 

주요 방송은 두 가지 소식을 어떻게 다뤘을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상파3사와 종편4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김용균 씨 재판결과, MBC·JTBC 1번째 VS KBS 23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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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균 씨 사망 원청 무죄판결 톱으로 전한 MBC와 위험한 일터 문제를 짚은 JTBC(12/7)


방송뉴스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슈를 앞 순서에, 더 많은 리포트를 할애해 보도합니다. 보도 순서만으로도 어떤 이슈를 중요하다고 보는지 알 수 있는 것이죠. 고 김용균 씨는 낙탄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습니다. 2인 1조 작업 매뉴얼이 있었지만 혼자 작업했습니다. 컨베이어벨트의 안전 덮개는 열려 있었고, 야간이었지만 조명이 꺼져 있었으며, 비상정지 장치까지 불량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위험한 일터가 문제였다면서도 원청 대표가 아닌 현장 실무자에 책임을 돌렸고, 김 씨의 죽음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지만 그 자신은 원청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됐습니다.

 

MBC·JTBC는 고 김용균 씨 원청 무죄판결을 1번째 순서인 톱(Top)으로 보도하며 법원 판결을 비판했습니다. SBS도 정치권 소식 뒤에 <원청 대표 무죄 확정…실형 1명도 없다>(하정연 기자)를 배치해 법원이 원청 대표의 무죄를 확정했고, “다른 임직원들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다”며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MBC <‘고 김용군’ 5주기 앞두고..원청 무죄 확정>(김지인 기자)에서 김경호 앵커는 “또다시 우리 법이 약자를 지켜주지 못한 무거운 소식으로 시작한다”며 “우리 사회가 끝내 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김용균이 남긴 ‘중대재해처벌법’ 실제 처벌은?>(김상훈 기자)에서는 ‘김용균 씨가 남긴 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1심 판결 11건을 분석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경영책임자는 모두 29명으로 “1심 판결이 나온 11명은 전원 유죄”로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은 건 모두 7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JTBC <“안전설비 없어” 여전히 위험한 일터>(조해언 기자)는 태안화력발전소 앞 ‘고 김용균 씨 동상’이 세워졌지만 “정작 노동현장 안전설비는 세워지지 않았다”, “원청이 바뀌지 않으면 희망은 없다”는 동료 노동자의 인터뷰를 전하며, “위험이 우려되면 작업을 멈추는 작업중지권도 무용지물”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김용균 씨 원청 무죄 판결

구분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 순서

23/28

1,2/26

4/24

1,2/22

8/26

0/24

25/26

보도 건수

1건

2건

1건

2건

1건

0건

1건

서해 공무원 피살 감사원 발표

구분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 순서

1,2,3/28

24/26

0/24

0/22

5,6/26

8/24

7,8,9,10/26

보도 건수

3건

1건

0건

0건

2건

1건

4건

△ 고 김용균 씨 판결과 서해 공무원 피살 감사원 발표를 보도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7) @민주언론시민연합

 

KBS, ‘50인 미만 사업자 중대재해법 유예’ 비판 안 해

그러나 KBS는 28건 보도 중 23번째, MBN은 26건 보도 중 앵커 브리핑 앞 25번째 마지막 순서인 단신으로 전하는 수준에 그쳤는데요. 서해 피살 공무원 소식엔 3~4건의 보도를 할애해 적극 보도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습니다. 채널A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KBS는 <‘김용균 사망 사건’ 원청 대표 무죄 확정>(백인성 법조전문 기자)에서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는 459명”이고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연속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경영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한없이 미흡합니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일어나는 비중은 70%가 넘는데요. 정부의 유예 결정을 비판하거나 평가하기는커녕 KBS는 정부 입장만 단순 전달했습니다.

 

KBS만 유일하게 감사원 발표 ‘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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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공무원 피살 감사원 발표를 톱으로 보도한 KBS (12/7)

KBS는 같은 날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결과 발표를 1번째 꼭지인 톱으로 다뤘습니다. <국민 피살 은폐·왜곡...13명 징계 요구·통보>(정재우 기자)에서 박장범 앵커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진실이 드러났다”며 “북한의 비인도적 만행도 충격적이지만,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의 대응도 믿기 힘들 정도”,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의 총에 맞고 불태워지던 그때 그 서해 바다에는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국방부가 군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하고, 해경은 수색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자진월북으로 발표하는 등 은폐와 왜곡, 삭제 과정이 있었다는 감사원 발표를 전했습니다.

 

이어진 <표류에서 피살까지...시간대별 재구성>(김경진 기자)<북한군에 국민 피살...지침 따라 은폐·왜곡>(임종빈 기자)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살 과정과 당시 정부 기관의 대처를 정리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여러 부처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감사원 발표를 그대로 전하며 당시 정부의 부적절한 대처를 비판했습니다.

 

TV조선과 MBN도 비중 있게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TV조선은 <“표류 알고도 방치...피살 이후엔 은폐 시도”>(이채림 기자)에서 3년 전 서해 공무원 피살 당시 정부 대처를 나열하며 “사실상 모든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던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첩보 삭제하고 월북 몰이”...13명 징계 요구>(차정승 기자)에서는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빠졌다”고 분노하는 유족의 인터뷰도 실었습니다.

 

MBN <감사원 “서해 공무원 사건은 월북몰이”>(김태희 기자) 역시 “살아있을 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고, 사망 후엔 은폐에 급급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 사건을 두고 월북몰이를 했다”는 감사원 발표를 전했습니다. <15년 봉인된 자료...유족은 공개 소송>(우종환 기자)에서는 “서해피격 사건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진행된 의사결정 내용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15년 동안 열람이 금지”됐다며 문재인 정부의 초기대응 부실과 책임회피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반면 MBC <‘공무원 피살’ 감사 종료..보고서 ‘비공개’>(조희형 기자)는 감사원 발표를 전하면서도 “지난해 10월 이례적인 중간발표에서 언급한 내용과 비슷하지만, 최종 보고서는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정권의 주도하에 치밀하게 조작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국민의힘 주장과 “답이 정해져 있던 하명 감사”라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함께 전했습니다.

 

정부 비판과 노동자 목소리 사라진 KBS

지난해 감사원 중간발표 당시 한겨레 <공소장 뺨친 보도자료...감사위 패싱 '유병호 사무처' 작품>(2022/10/13 강재구 기자), 한국일보 <사설/중립성 논란 와중 ‘서해 피격’ 20명 수사 의뢰한 감사원>(2022/10/14), 시사IN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두고 엇갈리는 감사원·국정원·국방부>(2022/11/21) 등에서 보듯 이번 감사원 결과발표 역시 언론이 견제의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KBS는 TV조선, 채널A, MBN과 비슷한 논조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KBS 뉴스9의 새 진행자로 교체된 박장범 앵커는 11월 13일 뉴스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흔들었던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고 앞으로 공영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겠다는 KBS 보도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요?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묻지 않은 법원 판결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치는 보도, 중립성 논란과 정치 감사로 비판받는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발표를 어떤 평가와 지적도 없이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보도 모두 균형 있는 태도로 보기 어려울 뿐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12월 7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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