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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건국운동’, 비판하지 않고 회피한 언론은?
등록 2023.08.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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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과거사나 오염수 등 일본과 관련된 현안 언급은 없었으며,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되며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대통령 ‘건국운동’ 경축사, 건국절 논쟁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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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중 ‘건국운동’에 대한 언론사별 평가(8/15~16)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을 놓고 언론사별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KBS, SBS, TV조선, MBN 등 상당수 언론은 해당 발언을 ‘건국절 논쟁 회피’로 평가했습니다.

 

한겨레 <건국절 논쟁 피해간 윤 대통령>(8월 16일 김미나 기자)은 “윤 대통령은 특정 시점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독립운동 전체가 건국의 과정(네이션 빌딩)’이라고 말함으로써 건국절 논쟁을 피하고 보수진영 내부의 갈등 요소를 덜어내려 한 것”으로 해석했는데 다른 언론의 평가도 유사합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와 마찬가지로 좌우 진영 간 계속돼 온 ‘1919년 대 1948년’ 건국절 논란을 이번에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평가 없이 전했고, 조선일보, JTBC도 별도 평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채널A는 경축사 보도에서 해당 발언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경제, “건국절 주장”이라면서도 비판 안 해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발언이 ‘건국절 주장과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 보수층의 ‘1948년 건국론’ 비판>(8월 16일 박광연 기자)은 이종찬 광복회장이 보수층의 ‘1948년 건국론’을 비판하는 발언을 전하는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다’며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주장과) 유사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풀이했습니다.

 

MBC와 한국경제는 더 나아가 윤 대통령 발언이 ‘건국절 주장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는데요. MBC <“건국운동” 발언에‥“나라 있었다” 멘토의 일침>(8월 15일 이덕영 기자)은 윤 대통령 발언을 “대한민국이 1948년 8월에 ‘건국’됐다는 일부 보수세력의 건국절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 대통령 면전에서 ‘정부는 잠시 없었을지라도 나라는 있었다’며 이런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윤 “반국가세력,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 일삼아”>(8월 16일 도병욱‧전범진 기자)는 “광복절 경축사 통해 ‘대한민국 건국 정체성’ 강조”라는 작은 제목으로 평가를 대신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 발언이 건국절 주장과 일치한다고 보면서도 비판은 하지 않았습니다.

 

민중의소리 <그들은 왜 건국절을 주장할까? ‘건국절 논란’ 바로알기 추천도서>(2016년 8월 22일 권종술 기자)에 따르면, 건국절 주장은 2008년 뉴라이트 계열 극우성향 학자들에 의해 처음 등장한 것으로 “일제시대가 근대화의 바탕이 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으로써 “임시정부의 역사적 존재조차 부정”하고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일제로부터 축적된 역량이 바탕이 돼 좌우투쟁 과정으로 만들어진 반공국가”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논리로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세력들은 ‘민족 반역자’에서 ‘건국 세력’으로 신분을 세탁”하게 되며, 임시정부에서 탄핵되고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습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 ‘건국운동’ 발언을 ‘건국절 주장과 일치’한다고 평가한다면 비판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한국경제가 건국절 주장 이면에 자리한 항일독립운동과 4‧19혁명에 대한 폄훼 논리를 몰랐다면 언론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셈입니다.

 

조선‧중앙, “윤석열 정부 결단에 일본 호응해야” 공허한 메아리

조선일보 <사설/8·15에 “한일은 파트너” 윤 이례적 메시지, 일본 호응 뒤따라야>(8월 16일)는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규정하며 한일 협력 관계를 강조”하는 등 이례적 메시지를 냈다면서도 “윤 정부로선 국내 정치적 부담과 반발을 감수한 ‘통 큰’ 결단이었지만 일본 측 호응이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일본의 태도는 실망스럽지만 예상된 것이기도 하다”며 “한국은 서둘지 말고, 일본은 재 뿌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새로운 차원의 한·미·일 협력 확대 강조한 8·15 기념사>(8월 16일)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초점을 둔 양국 안보‧경제 협력을 강조”한 만큼, “과거사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전향적이고 대승적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주장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 발표 후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 조선일보 <사설/징용 해법, 위안부 재판 안 되려면 일의 호응 조치 뒤따라야>(3월 6일)는 “징용 합의가 과거 위안부 합의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새로운 발판이 될지는 이제 일본의 후속 조치에 달렸다”고 했으며, 중앙일보 <사설/‘고육책’ 징용 해법…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로 살려가길>(3월 7일)은 “우리 정부의 대승적인 선택에 무엇보다 일본 자민당과 정부가 양심적이며 성의 있는 응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이런 식의 사설은 강제동원 배상안 발표 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는 없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반복되는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는 이유입니다.

 

모니터 대상

① 신문 : 2023년 8월 1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② 방송 : 2023년 8월 1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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