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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별로 짚어본 정의연 보도⑧ 윤미향, 개인계좌로 장례비 모아 횡령했다?
등록 2023.08.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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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선생이 기자회견을 열자 언론은 경쟁적으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이용수 선생이 문제를 제기한 본질과 거리가 먼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윤미향 의원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이 언론을 휩쓸었습니다. 그러나 관련 보도 다수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확인조차 거치지 않았습니다.

2023년 2월,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정의연 활동가에 대한 혐의는 전부 무죄, 윤미향 의원의 경우 일부 횡령 혐의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윤 의원도 사실상 대부분 무죄를 판결받은 셈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2020년 무차별로 쏟아낸 오보나 왜곡보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존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심지어 법원 판결과 검찰 수사를 비판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년 전 언론보도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언론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나온 의혹과 쟁점을 정리한 총 9편의 보고서를 싣습니다.

 

‘개인계좌로 장례비 모았다’의 시작 : 중앙일보

2020년 5월 7일 이용수 선생의 기자회견 중 ‘모인 돈이 할머니한테 쓰이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윤미향 의원이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윤미향 의원이 기부금을 개인계좌로 받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게 됩니다.

 

‘개인계좌 모금’ 자체를 가장 먼저 문제 삼은 보도는 중앙일보 <[단독] SNS서 기부금 모금, 윤미향 개인계좌 3개로 받았다>(2020/5/14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이 간다] “개인 계좌로 공익법인 기부금을? 당장 문 닫아야할 사안”>(2020/5/14 안혜리 논설위원)입니다. “기부금을 본인 명의의 개인 계좌 여러 개를 통해 수시로 모아왔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데요. “정의연의 공식 법인 후원계좌가 따로 있지만 할머니들과 관련한 후원금은 대부분 본인 명의의 개인 계좌를 활용했다”며 가장 먼저 사례로 든 것은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뜬 지난 2019년 1월” 장례비용을 모금할 때 쓴 계좌 “예금주가 ‘김복동의 집’이나 ‘재)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과 같은 정의연 법인 계좌 이 아니라 ‘윤미향’ 개인이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같은 사실은 하루 전 나온 동아일보 <‘김복동의 희망’, 등록절차 안거치고 모금>(2020/5/13 박창규 김소영 김하경 기자)에서도 보도되었는데요. 동아일보 기사는 뉴스1 <[단독] 할머니가 남긴 ‘김복동 장학금’ 기부금품법 위반>(2020/5/12 박동해 한유주 기자)이 보도한 ‘김복동의희망이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하지 않고 후원금을 모집해왔다’는 사실을 이어받은 기사로, 동아일보는 여기에 덧붙여 “김 할머니의 장례 후원금을 모은 계좌는 최근까지 희망 대표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맡아온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자의 개인 계좌”라고 보도했습니다.

 

‘개인계좌로 장례비 모았다’의 사실 : 1심 “장례식 계획 불가능” 무죄

2020년 9월 14일 검찰은 윤 의원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했는데,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와 개인 계좌로 기부금품을 모집’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도 있었습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천만 원 이상의 금액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에 모집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중 윤 의원 개인계좌로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1억3천만 원을 모금한 것도 포함돼 있었는데요.

 

2023년 2월 10일 1심 재판부는 ‘장례비는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면서도 시민사회장의 성격과 기부금품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특히 기부금품법상 모집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모집계획을 세워 등록 신청을 해야 하고, 등록 신청과 등록증 발급 사이에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1~2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장례식을 미리 계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모집계획서 등을 작성하는 행위 또한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운동가로서 살아생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재일조선학교 차별 철폐, 남북통일 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며 상징성, 영향력을 고려할 때 윤 의원이 ‘시민사회장’으로 진행한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장례비를 받아 수입·지출을 결산한 후 남은 돈을 유언에 따라 장학금 지원 사업에 사용했고 이후 관련 소식을 담아 ‘시민장 기록집’을 출간한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기부금품법의 입법취지를 퇴색시켰다거나 기부금품법상 규제를 회피함으로써 성숙한 기부문화 조성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이 장례비 외에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정의연, 김복동의희망 등 4개 단체와 관련된 모금 또한 기부금품법 위반이라 주장한 데 대해 해당 후원금은 기부금품법의 등록 의무 조항이 적용되는 기부금품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개인계좌로 장례비 모았다’ 보도 양상은?

곽상도 “윤미향 아파트 샀다”며 “개인계좌 모금 수상”

이용수 선생 기자회견 직후 단순 ‘개인 착복 아니냐’ 수준이었던 의혹은 ‘개인 계좌를 SNS에 공개해 모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커지게 됩니다. 개인계좌로 모금한 것과 윤 의원이 유용했다는 의혹 사이에 명확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윤미향 TF’를 만들겠다고 하거나 국회의원 또는 당 차원에서 논평을 내면서 관련 보도가 늘었습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 ‘활빈단’ 등 보수성향 단체들이 윤 의원 등을 고발하면서 이 또한 다수 기사화되었습니다.

 

게다가 윤 의원 관련 의혹 중 ‘윤 의원이 기부금을 유용해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인계좌로 장례비를 모았는데 수상하다’는 의혹에 살을 붙이게 됩니다. ‘기부금으로 아파트 구매’ 의혹은 중앙일보가 <[단독]곽상도 “윤미향 2012년 2억원대 아파트 경매로 현금구매”>(2020/5/18 현일훈 김기정 기자)에서 당시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을 근거로 제기했는데요. 곽 의원은 윤 의원 소유의 경기 수원 A아파트 등기부등본을 공개하며 “등본을 보면 근저당 등 담보물권설정이 없다. A아파트를 현금으로 산 것”이라는 이유로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중앙일보 단독보도 이후 윤 의원의 반박과 곽 전 의원의 재반박이 계속되었는데요. 곽 전 의원은 중앙일보 <윤미향 “집 팔아 아파트 경매” 곽상도 “거짓말···시점 안맞다”>(2020/5/18 현일훈 기자)에서 윤 의원 해명을 반박하며 “개인계좌로 받은 후원금의 사용처가 수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윤 당선인이 개인 계좌를 이용해 기부금 모집 등을 한 것을 언급하며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곽 의원의 ‘개인계좌 후원금 사용처가 수상하다’는 발언은 헤럴드경제, 문화일보, YTN, 뉴시스, 뷰스앤뉴스, MBN, 서울경제, 조선비즈, 조세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매일일보, 뉴스1, 뉴데일리, 동아일보, 천지일보, 한국일보 등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사에서 받아썼습니다.

 

다양한 개인계좌 관련 단독보도로 이어져

중앙일보 보도 이후 ‘개인계좌 모금’에 관심 갖는 언론이 늘었습니다. 이후 나온 단독보도로 세계일보 <[단독] 윤미향 ‘베트남 우물’ 사업도 개인계좌로 모금>(2020/5/18 곽은산 기자), 위키리크스한국 <[단독] ‘정의연 출자금’ 정대협 간부 개인계좌로 모집>(2020/5/19 윤여진 기자), 동아일보 <[단독]윤미향, ‘재일동포 지원금 모금’ 위한 엽서 판매 대금 개인 계좌로 받아>(2020/5/20 조동주 기자), 위키리크스한국 <[단독]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모임’도 개인계좌 모금>(2020/6/9 윤여진 기자) 등이 있는데요. 대부분 윤 의원 SNS를 보고 쓴 기사이나 동아일보의 경우 당시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의 자료를 받아 쓴 기사로, 곽 전 의원은 윤 의원 배우자가 운영하는 수원시민신문을 출처로 ‘엽서 판매 대금을 개인 계좌로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사적 유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중앙일보 입장은?

기소 직후 중앙 “개인계좌 모금 그자체로 범범 행위”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나온 직후 중앙일보는 <“윤미향 1억 개인유용” 6개혐의…아파트·유학비 의혹은 벗었다>(2020/9/14 위문희 권혜림 정진호 기자)를 내고 “윤 의원은 개인계좌로 기부금품을 모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과 정의연 단체 자금을 유용해 개인 부동산 구입이나 딸 유학비로 썼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냈다”고 건조하게 전했는데요. 다음날 지면 1면 <“윤미향, 치매 할머니 심신장애 이용해 7900만원 기부받아”>(2020/9/15 위문희 권혜림 정진호 김민상 김민중 기자)에서는 “하지만 수사 의지와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며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제기된 의혹의 절반도 수사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등의 발언을 실었습니다. <[사설] 불법은 없었다던 윤미향, 횡령만 1억이라니…>(2020/9/15)에서는 “신고하지 않은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받은 것은 그 자체로 범법행위”라며 “회계가 투명하지 못한 데는 그럴 만한 비리가 있을 것이란 세간의 의심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민사회장·기부금품법 취지 설명 없이 조용

중앙일보가 검찰 기소 직후 쓴 사설에서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받은 것은 그 자체로 범범행위”라고 했으나 1심은 관련 혐의에 시민사회장과 기부금품법의 취지 등을 들어 무죄 판결했는데요. 2023년 2월 10일 윤 의원 1심 판결 이후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 <‘보조금 사기 의혹’ 윤미향 미소…1심 8개 혐의 대부분 무죄>(2023/2/10 김정민 기자)에서 “각종 후원금·나비기금·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금 등은 기부금품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 판단만 전할 뿐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대상 :2020년 5월 7일~2023년 2월 17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윤미향 개인계좌’로 검색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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