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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비어천가’ 관성화 된 공영방송, 이젠 ‘탄핵 방해 작전’도?2017년 2월 1일
1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기일이 주요 뉴스였습니다. 반 전 총장은 참모들과도 상의 없이 불출마를 전격 발표했고 대선 판도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모두 불출마의 배경을 분석하는 가운데 MBC와 TV조선에서만 ‘가짜뉴스’와 ‘야당의 공세’를 불출마의 주된 이유로 꼽았습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10차 변론의 경우, 박 대통령 측이 ‘고영태 불륜이 사태의 발단’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이어가고 박 대통령 측 증인인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세월호 참사에 박 대통령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인데요. KBS‧MBC‧TV조선은 박 대통령 측 주장만 열거해 사실상 스피커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1. ‘반기문 불출마’가 가짜뉴스와 야당 공세 때문이라는 MBC와 TV조선
1일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갑작스레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방송사들은 1~2건의 보도에서 공통적으로 반 전 총장의 심리적 요인과 외부 상황의 악화를 불출마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KBS는 “지지율 하락·현실정치의 벽”, “국내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적 여론”, “명확한 정치 철학이나 비전의 부재”, “독자세력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짚었습니다. SBS‧JTBC‧MBN은 ‘하락한 지지율에 대한 심적 압박’과 ‘개헌연대 구상마저 외면당한 상황’을, 채널A는 ‘꽃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정치권 환멸’을 불출마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MBC와 TV조선도 이런 이유들을 꼽는 와중에 유독 MBC와 TV조선에서만 돋보이는 ‘불출마 사유’가 있습니다. 바로 ‘가짜뉴스’와 ‘야당의 공세’입니다. MBC <20일 만에 막 내린 ‘정치 교체’ 꿈>(2/1 https://bit.ly/2jz168D)은 “가짜 뉴스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난데없는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고 내놓고 그 가짜뉴스가 무엇인지는 언급도 안 했습니다. 이어서 “야당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의 23만 불 수수와 친인척 비리 의혹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면서 아직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도 않은 ‘박연차 23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과 실제로 친인척이 미국에서 기소된 ‘반기상 부자 사기사건’을 ‘야당의 공세’로 치부해버렸습니다.
TV조선 <“낙상 주의하라” 발언에 충격 받았나>(2/1 https://bit.ly/2jyHOQC)는 야당의 공세를 비난하는 데 방점이 찍힌 보도입니다. 기자는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보겠다”면서도 반 전 총장이 불러일으킨 논란과 의혹, 반 전 총장의 역량 문제는 제쳐두고 다른 정치인들의 ‘발언’을 ‘불출마 이유’로 꼽았습니다. TV조선이 나열한 발언들은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낙상주의” 발언, “정치적 선택은 자유시지만, 국민들도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저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발언입니다. 특히 “심 대표 면담이 끝난 직후 반기문 전 총장은 기자회견장으로 직행”해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마치 심상정 의원의 말 한 마디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여기다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다”는 반 전 총장 기자회견 장면까지 덧붙였습니다.
△ ‘가짜뉴스’를 ‘반기문 불출마’의 이유로 꼽은 MBC(2/1)
△ ‘가짜뉴스’를 ‘반기문 불출마’의 이유로 꼽은 TV조선(2/1)
바로 이어진 TV조선 <‘퇴주잔’ 등 가짜 뉴스에 시달려>(2/1 https://bit.ly/2kTE38K)는 “가짜 뉴스로 인해 인격 살해를 당했다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아주 억울해했”다며 반 전 총장 심경을 대변하더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 시작부터 가짜 뉴스로 곤욕을 치렀”다고 전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퇴주잔 뉴스’를 꼽았고 “구테헤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한다는 가짜 기사”도 언급했습니다. MBC처럼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 의혹”을 언급하면서 “반 전 총장 본인을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뉴스”가 있었다고 열을 올렸습니다. 이런 ‘가짜뉴스’돌로 인해 “반 총장은 결국 버티지 못했”다는 것이 TV조선의 결론입니다. 그러나 MBC와 TV조선이 ‘불출마 원흉’으로 지목한 ‘가짜뉴스’는 반 전 총장의 친인척 비리 및 정치적 비전 부재, 보여주기식 민생 행보,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등 숱한 ‘역량의 문제’와는 하등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지상파와 TV조선‧채널A‧MBN이 그동안 융단폭격 수준으로 퍼부었던 ‘반기문 대통령 띄우기’ 보도와 TV조선‧채널A‧MBN 시사토크쇼의 ‘영전 방송’에 비하면 그 ‘가짜뉴스’들은 한낱 ‘지라시’에 불과한 수준이었습니다.
2. 노골적인 ‘진흙탕 전략’을 선전해주는 KBS‧MBC‧TV조선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퇴임 이후 이정미 재판관 체제로 처음 열린 10차 변론에서도 박 대통령은 ‘고영태 불륜 프레임’으로 본질을 흐리고 증인을 무더기 신청하며 지연작전을 폈습니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해경의 보고를 받은 오전 10시에는 이미 구조가 불가능했다는 해괴한 주장을 고집해 재판관들로부터도 질타를 받았죠.
놀랍게도 이 모든 사실과 논란들이 KBS‧MBC‧TV조선 보도에서는 나오지가 않습니다. KBS‧MBC‧TV조선는 오로지 박 대통령 측이 내놓은 주장들만 열거했습니다. KBS <‘선고 시점’ 공방…“세월호, 대통령 책임 아냐”>(2/1 https://bit.ly/2kQVYgl)는 아예 보도 제목에 세월호 책임이 없다는 김규현 수석의 주장을 명시해버렸습니다. 리포트에서는 “재판관의 임기를 이유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미리 정하면, 이 사건 심판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 “헌재가 신청한 증인들을 채택하지 않으면 대리인단 사퇴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국회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를, 대통령 측에는 둔한 부엌칼을 주고 진검승부 하라는 것과 같다” 등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을 상세히 나열했습니다. 이것이 ‘지연작전’이라는 지적은 없고 단지 “심각한 국정공백이자 헌정위기로써 공백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주요 국정과 정치는 계속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 발언만 덧붙였습니다. 이마저도 “노골적으로 심판을 지연하려 하고 국정 공백이 얼마나 장기화하든 상관없다는 태도”라는 직접적 비판 발언은 은근슬쩍 빼버린 내용입니다. KBS는 여기다 “세월호 사고 날 대통령은 골든타임이 지난 시점에 해경 보고를 받았다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김규현 수석 증언, “대통령 연설문 초안을 대폭 수정하는 것이나 국무회의 안건에 최순실 씨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 증언 등 박 대통령 측에 유리한 증인 2명의 주장도 더했습니다.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언은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는 모철민 전 교문수석 증언 딱 한 마디만 보탰습니다. KBS는 이날 논란이 된 박 대통령 측의 ‘고영태 불륜이 사태의 발단’이라는 주장은 전하지도 않았습니다.
△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해 작전 그대로 받아쓴 KBS(2/1)
MBC <‘8인 체제’ 첫 변론…세월호 책임 공방>(2/1 https://bit.ly/2kgnaSE)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내용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김규현 수석의 주장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상업성에 매몰된 선박회사”, “사전 징후를 포착할 수 없는 대형 재난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 등 자세한 내용까지 자막을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또한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이라는 박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써준 점도 다릅니다. MBC는 심지어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한 모철민 전 수석은 언급조차 안 했습니다. KBS와 MBC의 10차 변론 관련 보도는 이렇게 1건씩이 전부인데요. 2건을 보도한 TV조선도 MBC와 내용이 똑같습니다.
3. KBS‧MBC‧TV조선이 보도하지 않은 것 ① 김규현 수석 주장은 ‘거짓’
그렇다면 10차 변론기일 관련 사실들 중 KBS‧MBC‧TV조선이 은폐한 것은 무엇일까요? JTBC 보도를 보면 세 방송사의 ‘직무유기’ ‘진실은폐’가 잘 드러납니다. JTBC는 총 8건의 관련 보도 중 6건에서 박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세월호 참사에 대통령 책임이 없다고 한 김규현 수석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겁니다.
JTBC <듣고 있던 재판관 ‘언성’ 높여>(2/1 https://bit.ly/2kqiKLa)는 김규현 수석 주장에 김이수 재판관이 “대통령이 국민들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위기관리센터 상황실로 나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는 사실, 이진성 재판관도 “대통령이 (중앙재난대책본부 방문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했는데 학생들을 못 구하느냐’고 발언한 건 선내 진입이 불가능했던 상황을 몰랐던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던 사실을 전했습니다. 모두 KBS‧MBC‧TV조선이 은폐한 사실입니다.
JTBC <대통령 옹호하려다…김규현 ‘자충수’>(2/1 https://bit.ly/2ku9CoC)는 김규현 수석이 “박 대통령이 사고를 알기 전 골든타임이 끝났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당시에 골든타임을 몰랐다면 더 충실하게 보고받고 지시했어야 하는 거죠. 또 만약 시간을 그 당시로 되돌린다면, 9시 30분 이후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발언”이라 비판했습니다. “골든타임이 72시간이다, 82시간이다, 에어포켓이 어떻다 얘기가 나왔는데 방송에서 비과학적인 얘기를 전문가들이 많이 해서 그렇다”는 김 수석 발언에도 “박 대통령도 언론 탓을 했는데, 참모 역시 언론 탓을 하고 있는 겁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그때 박 대통령도 공기 주입을 얘기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역시 KBS‧MBC‧TV조선이 말하지 않은 내용들입니다.
4. KBS‧MBC‧TV조선이 보도하지 않은 것 ② ‘불륜이 사태의 발단’? 본질 흐릴 뿐
KBS‧MBC‧TV조선이 은폐한 사실 두 번째는 ‘고영태-최순실 불륜이 사태의 발단’이라는 주장의 음험한 의도입니다. JTBC <대통령 측, 지연전략 총동원>(2/1 https://bit.ly/2kTtaE3)은 “급이 낮아지고 있다”고 질타한 뒤 “이런 내용은 앞서 말씀하신 대로 ‘찌라시’, 정보지에 돌았던 루머입니다. 대통령을 방어하겠다는 대리인단이 불륜까지 언급한 주장을 펴면서 막장을 불사한 지연작전을 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사건의 본질도 아니다”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안봉근 전 비서관을 출석시키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헌재가 경찰한테 이 사람 찾으라고 했는데 못 찾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어 버리는 것”, “안 전 비서관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면 왜 진작 헌재가 알아보라고 했을 때, 또 헌재가 답답해서 대통령 측에 물어보기도 했었거든요, 연락이 닿지 않느냐고. 그럴 때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것”이라 성토했습니다.
5. KBS‧MBC‧TV조선이 보도하지 않은 것 ③ 대통령의 ‘진흙탕 전략’, 탄핵 심판에 영향?
KBS‧MBC‧TV조선이 은폐한 사실 세 번째는 박 대통령 측의 이러한 ‘진흙탕 전략’이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JTBC <대통령 측, 지연전략 총동원>(2/1)은 리포트 도중 노희범 전 헌재 헌법연구관을 인터뷰했는데요. 여기서 노희범 전 연구관은 “중요한 증거와 중요한 핵심증인들의 증인신문이 이미 완료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지금 신청된 증인과 채택된 증인에 대한 신문절차를 이제 기일을 정해서 예고를 하고요. 예를 들어서 2월 10일까지 모든 주장과 입증방법, 증인을 다시 신청하라, 그리고 그 이후에는 증인 신청이나 증거 신청을 더 이상 받지 않고 변론을 종결하겠다 라고 이렇게 통보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탄핵 심판 지연 가능성을 낮게 점쳤습니다.
채널A <‘고영태 흠집내기’ 왜?>(2/1 https://bit.ly/2kjdd6W) 역시 박 대통령 측의 ‘고영태 불륜 프레임’을 “탄핵심판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것. 소재파악도 안 된 사람 신청해서 시간끌기” “고영태를 못 믿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탄핵심판에)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전문가들은 탄핵심판 핵심은 소추의결서의 사유가 사실이냐 여부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6. SBS‧채널A‧MBN은? 부족하지만 KBS‧MBC‧TV조선보다는…
SBS‧채널A‧MBN의 경우 박 대통령 측의 탄핵 심판 방해 전략을 JTBC처럼 적극적으로 파헤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SBS는 2건의 관련 보도 중 1건에서 “재판부는 어찌 됐든 증인신문 등 일반적인 변론 절차는 2월 하순까지는 마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탄핵심판 일정이 크게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 예견했습니다. 채널A는 관련 보도 4건 중 3건을 ‘고영태 불륜 프레임’에 할애하며 이 전략이 “영화 내부자들을 연상시킨다”고 비유했고 그 불순한 의도를 짚어줬습니다. MBN은 관련 보도를 4건 내면서 ‘고영태 불륜’ 주장에 헌재가 “소재를 알 수 없는 고 씨의 증언을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는 점을 전해 KBS‧MBC‧TV조선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SBS‧채널A‧MBN 역시 탄핵을 막으려는 박 대통령 측의 각종 왜곡과 꼼수‧암수를 제대로 드러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