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니터_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자 인터뷰

‘매주 울리는 신문고’ 새어나가는 세금을 막고 있다
[2023년 4월] 부산X대구MBC <빅벙커> 진행자 배칠수 씨를 만나다
등록 2023.05.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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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벙커> 진행자 배칠수 씨가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자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당신이 민자도로를 이용하지 않지만 매년 민자도로 운영에 13만 5천 원씩 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또는 정확한 근거 없이 1만 5천 원을 지자체에 그냥 납부해야 한다면 낼 수 있겠는가. 이렇게 구체적인 숫자로 지방정부를 감시하는 TV프로그램이 있다. 부산MBC와 대구MBC가 협업해 만드는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다.

 

<빅벙커>는 부산MBC가 2018년 파일럿으로 3회를 방송하고, 2019년 3월부터 정규편성으로 제작하다 2021년 5월부터 대구MBC와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지역시사프로그램이다. 매주 지자체 예산을 들여다보는 일도, 지역에서 시사보도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도, 두 방송사가 협업해서 이를 해내는 것도 모두 쉽지 않지만 <빅벙커>는 ‘해내고’ 있다.

 

2018년부터 170회가량 달려오며 지역의 ‘장수’ 시사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빅벙커>. 162~163회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청소년 자해’ 편은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였던 청소년 자해 문제에 주목해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예산 분석,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진단했다는 점에서 2023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민언련은 <빅벙커>를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진행해온 ‘예산감시위원장’(<빅벙커>는 스스로를 예산감시위원회라 칭한다) 배칠수 씨를 만나 제작 뒷이야기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인간 배칠수의 다양한 생각을 들었다. 인터뷰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이 열린 4월 2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민언련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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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벙커> 예산감시위원장으로 진행을 맡고 있는 배칠수 씨. 출처=<빅벙커> 갈무리

 

호평의 이유, ‘시민이 느끼는 효능감’

- 처음 3부작 파일럿으로 선보였는데 호평 속에 정규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방송대상 지역시사보도부문 작품상, 방송문화진흥회 지역프로그램 대상, 한국PD대상 TV부문 지역정규 작품상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호평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배칠수 : 제작진에게 물어봤으면 효능감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부산시 예산을 아낀 케이스도 있다. 동물원 매각 문제를 다룬 적이1) 있다. 부산시에 있는 유일한 동물원인데, 파일럿 때 짚고 이후에도 한 번 더 다뤘다. 부산시 예산 500억 정도가 날아가게 생긴 형국이었다. 프로그램 초기부터 제작진 이상으로 열심히 해주신 분이 있었다. 이성숙 부산시의회 의원(2018~2022년·8대)인데, 그분이 어찌하다 부산시와 동물원 운영업체 협약 중 여러 계약 조항 중에 당사자들도 발견하지 못한 걸 딱 집어냈다. 지금도 재판 진행 중인데 부산시에서 그 500억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확실한 ‘효능’이 있다. 효능감이라는 게 결과가 꼭 나타나서라기보다 시민 여러분이 ‘저런 부분까지도 우리 얘기를 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보는 입장에서 효능감이 있지 않았을까.

1) 파일럿으로 진행된 3화(2018.11.26.)에서 ‘삼정더파크’ 예산을 다룬 바 있다. 이후 <2020년 예산 점검 1부>(2021.1.28.)에서 ‘삼정더파크’ 예산을 더 다뤘다.

 

- 꾸준히 예산을 들여다보는 지역시사프로그램은 없었다. 더욱이 낭비되는 세금을 추적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다면 지역민들이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겠다.

배칠수 :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실제 우리가 갹출한 돈으로 살아가는 우리 지역이구나’라는 걸 깨닫는다. 간접세도 있고, 직접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월급 받아 살아가는 서민들의 경우 떼어지는 세금에 대해 감각이 점점 둔해진다. ‘내가 세금을 따로 내고 있는가’를 못 느끼게 되는데 그걸 깨닫게 된다. 그런 순간 무관심이 낳은 수많은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첫 단추가 꿰어지는 셈이다. 일단 보게 되고, 그 다음엔 ‘이거 봐라?’ 하는 느낌이 드는 거다.

 

- 오늘(인터뷰 당일) 방영분이 167회고,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한 ‘청소년 자해’ 편은 162~163회다. 파일럿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했는데 진행자로서 소회를 듣고 싶다.

배칠수 :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감개무량하다. 처음엔 파일럿을 해본다기보다 특집 3부작을 만들어 제작진이 하고 싶었던 말을 응축해서 한 거로 안다. 그런데 의외로 호평을 받으니까 ‘프로그램 만들면 어때’라고 된 거다. 한번 던져봤던 게 아니다. 사실 저는 별생각이 없었다. ‘부산에 가서 녹화를 한다는데 하루면 되냐, 세 개를 다 녹화하려면 얼마나 걸리냐, 하루에 가서 할 만한 정도일까’ 생각으로 갔다. 그날따라 상서로운 징조였는지 녹화하는데 갑자기 비바람 몰아치고 난리였다. 철수했다가 다시 나와서 녹화하고… 그러고 잊어먹었다. 얼마 있다 연락이 왔다. 정규편성 됐는데 할 수 있냐고. 그렇게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 지금은 ‘지자체와 공무원이 가장 싫어하는 프로그램 1위’라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고 하던데(웃음). 이런 수식어가 불편하지는 않는가?

배칠수 : 아니다.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그래야 된다고 본다. 그동안의 굳어진 관행을 조금씩 혁파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픔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뻔히 범한 일에 대해 누가 지적하면 즐겁지 않잖은가. 그런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하고 있나 보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분들도 제작진 면전에선 그렇게 화내진 않는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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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를 통해 지방정부를 감시하는 <빅벙커> 출처=<빅벙커> 갈무리

 

진행자로서 책임감 VS 뿌듯함

- 원래 시사보도, 교양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

배칠수 : 오랜 세월 라디오, 특히 시사코미디를 했다. 시사코미디 라디오를 하면서도 <빅벙커>에 다르게 접근하진 않았다. 그 라디오들은 <빅벙커>와 똑같은 역할을 하는데 재미가 있을 뿐이다. <빅벙커>에서는 ‘까불’ 일이 있고, 아닐 일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면밀히 조절할 뿐이다. 그간 했던 라디오도 같은 맥락이기 때문에 늘 (시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고, 현실감각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서 딱히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 지역사회는 범위가 한정적인 만큼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 더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지역 내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으로부터 <빅벙커>에 제안(?) 같은 것은 오지 않았는가?

배칠수 : 전혀 느끼는 바가 없다. 조금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은 있다고 알고 있지만… 지역의 경우 불특정성이 떨어진다. 몇 다리 건너면 친척이기도 하고(웃음). 지역사회 특수성이 있다. 제작진들이 그런 부분은 좀 힘들 건데,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노고를 인정해 주셔서 이렇게 상도 주신 게 아닌가 싶다. 제작진들이 고생을 좀 많이 한다.

 

- 제작진의 ‘<빅벙커> 이것이 어렵다!’ 하는 게 있다면.

배칠수 :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부터 일이 많았다. 부산시와 (논쟁이) 있었다. (편집자주 : 2022년 6월 부산시가 반론보도 청구소송을 걸어 2023년 2월 부산시가 일부 승소했다.)

 

- 출연자나 진행자의 고충도 있을 것 같다. 방송에 얼굴을 비추고 말을 하는 것은 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가처분이나 손해배상 소송 등이 들어오는 것을 볼 때 ‘말하기 조심스럽다’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배칠수 : 어차피 편집하니까(웃음). 이런 생각도 한다. 녹화 현장에서 내가 시원하게 얘기를 함으로써 제작진들이 취재하면서 느꼈던 응어리를 해소해 주는 게 아닐까. 질문 요지로 돌아가면 결과적으로는 조심한다. 조심해서 방송한다. 그런데 그 ‘조심’이라는 게 꼭 무서워서만은 아니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고,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누구에게 필요 이상의 상처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조심한다.

 

-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뿌듯함을 더 느끼는가, 책임감을 더 느끼는가?

배칠수 : 책임감이다. 부담감이기도 하다. 제작진들이 원체 고생해서 만들어온 건데 제가 진행을 잘못해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패널마다 성격과 화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잘 조율하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매번 녹화할 때마다 항상 가슴에 짐을 얹고 하는 느낌이다. 마음 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빅벙커> 문제 제기로 경찰이 수사하거나 예산이 절감되거나 조례가 제정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방송이 있다면.

배칠수 : 예산 절감과 관련해서는 앞서 말한 부산 유일의 동물원 ‘삼정더파크’ 관련된 방송이었다. 기억에 남는 회차가 너무 많아서…. 이번에 상을 주신 ‘청소년 자해’ 편도 그렇고, ‘열여덟 어른’이라는 편(2021.2.18.)도 상2)을 받았는데 보육시설에 있던 아이들이 19세(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 아주 적은 지원을 받고 나가야 하는데 나가면 끝이다. 그럼 이제 그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때 방송을 끝내놓고도 계속 먹먹했다.

2) 2021년 제252회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 수상, 2022년 제34회 한국PD대상 작품상 TV부문 수상

 

- 진행자로서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배칠수 : 다 그렇다. 만약 ‘공공의 적’ 같은 아이템이라면 ‘정부가 말이야!’ 이러고 하루 스트레스 풀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 주제가 마음이 먹먹하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예산 문제를 다룬 방송이 있다(2022.6.9.). ‘깔창 생리대’ 얘기가 나온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그런 복지지원을 아까워하고, 그러는 걸 보면서 ‘저건 진짜 아니지 않나’ 생각했다. 방송에선 냉정하게 진행했는데 지금도 생각이 다 난다.

 

한번 물면 안 놓는 <빅벙커>

- <빅벙커> 오프닝에 예산 액수 이야기가 늘 나오는데, 이번 ‘청소년 자해’ 편은 방송 최초 물음표 예산이었다. 왜 그랬나?

배칠수 : 관련 예산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다 모른다. 파악조차 안 돼 있어 애매한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애매한 답변을 들었다고 취재를 멈추는 게 아니라 우리 제작진들은 ‘애매하게 예산을 사용했다’고 지적한다.

 

- ‘청소년 자해’ 편을 보면서 제작진과 출연자 모두 ‘청소년들이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서 선택하는 것이 자해’라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 걸 느꼈다. 진행할 때 그런 걸 염두에 둔 건가.

배칠수 : 그렇다. 너무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촬영할 때마다 배운다. 제작진들이 준비해온 설명을 듣고 원고를 보면서, 배워가면서 진행을 하는데, 진행하면서도 더 알게 된다. 이번 방송에서 공감한 대목이, 사람이 자신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한다는 것은 평범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그런데 모든 본능을 넘어서는 게 아이들의 심리상태다. 자기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심리상태에 내몰리는 아이들인 것이다. 내 아이가 그 상황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죄스럽다. 어느 부모가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최대한 ‘이게 오늘 중요한 내용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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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자해를 청소년의 시각에서 바라본 <빅벙커> 출처=<빅벙커> 갈무리

 

- 그래서인지 ‘청소년들이 살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 자해’라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이것이 설득된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예산을 배정하고, 제도를 바꿀지 말지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칠수 : 그렇다. 그런 인식에서 제도 개선이 출발하는 거니까 우선 <빅벙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공감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본다.

 

- ‘청소년 자해’ 편 이후 부산시나 대구시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예산을 어떻게 했다는 변화는 아직 없나.

배칠수 : 이렇게 빨리 될 것 같은가?(웃음) 우리 제작진이 잘하는 게 계속 모니터링을 한다. 그리고 막 물어본다. ‘후속편도 하려고 하는데 예산은 어떻게 돼가고 있냐’고 따지는 거다. 그런 식으로 변화된 게 많기 때문에 그런 뿌듯함이 있다.

 

- 기대해도 되겠다.

배칠수 : 제작진들이 귀찮게 하니까(웃음). 프로그램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 제작진들이 계속 물어보니까. 질문은 언론이 가진 힘이다.

 

- 앞으로 <빅벙커>에 기대할 부분이 있다면. 방영될 주제 소개도 좋다.

배칠수 : 제작진들이 안 알려주기 때문에 모른다(웃음). 새로 아이템을 접할 때마다 ‘이것도 그러네’, ‘저것도 그러네’ 이런 생각을 한다. <빅벙커>가 하는 일이, 저절로 문제가 튀어나오고 사람들에게 알려져 공론화 된 다음에 ‘이제 한번 알아보자’가 아니다. 문제를 들춘다. 너무 적절하게 필요한 주제를 들춘다. 나도 기대된다. <빅벙커>와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실화 탐사대>도 재밌지만, 시민으로서 우리 프로그램도 지켜보시면서 ‘나와 관련 없는 것 같은데’ 그러면 패스하셔도 되고, 어떤 날은 와 닿는 게 있다면 자세히 보셔서 마음의 움직임이 있다면 목소리도 내주셔라. 그래야 지역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겠는가.

 

- <빅벙커>는 말미에 그 주 예산에 대해 늘 ‘한 줄 평’을 한다. <빅벙커>에 대한 배칠수 진행자의 한 줄 평을 남긴다면.

배칠수 : 매번 녹화 끝날 때마다 한 줄 평을 요구하는데 평가만 하니까 좋았다. 근데 인터뷰에 한 줄 평이 있다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생각을 잠깐 해봤는데… 생각보다 빨리 떠올랐다. ‘매주 스스로 울리는 신문고.’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텔레비전을 켜면 자기가 알아서 아이템을 선정해서 문제가 있다고 울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 <빅벙커>는 북을 치면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다 알아야 할 일이라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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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대구MBC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청소년 자해’ 편이 2023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