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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건폭’ 435건 VS 건설노조 5건, 받아쓰기조차 기울었다
등록 2023.02.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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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건폭(건설현장 폭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건설노동자 노동조합(건설노조)을 폭력배 집단으로 지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건설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당부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날 관계부처 보고 후 “딱 사이즈가 ‘건폭’이네”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건폭’이라는 용어까지 등원해 ‘건설노조’를 폭력·불법 집단으로 매도하고 관련 원인을 ‘건설노조 불법행위’로 몰아가려는 발언인데요. 양대 노조의 건설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과 한국노총 한국연합건설산업노동조합에서 조직적 차원의 불법·비리행위 등이 없었음에도 일부 노조원의 불법행위를 내세워 노조 전체를 매도하며 ‘불법조직’으로 낙인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이러한 대통령의 건설노조 공격 발언에 대한 비판은커녕 건설노조 관계자의 반론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방적인 ‘대통령실 주장 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조선·동아·TV조선·YTN, ‘건폭’ 따옴표로 제목 뽑아

윤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당일부터 이틀 간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다음날부터 이틀 간 조간신문 지면에서 ‘건폭’이란 표현이 포함된 기사를 살폈습니다. 2월 21~22일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사에서 나온 기사는 15.5건(단신 0.5건 처리),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에서 나온 기사는 21건입니다.

 

신문지면에 실린 ‘건폭’ 기사 21건 중 5건(23.8%)은 윤 대통령 발언을 따옴표로 쳐 제목에 실었으며, 2건은 ‘건폭’이란 표현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조선일보 <윤 “건폭, 임기내 완전 근절 불법방치 기업엔 지원 중단”>(2월 22일 최경운 정순우 기자), 동아일보 <윤 “건폭 완전 근절…노조 기득권은 청년 약탈 행위”>(2월 22일 장관석 김예윤 기자)가 대표적이며 조선일보 해당 기사는 당일 1면에 배치됐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경우 15.5건 중 5건(32.3%)이 윤 대통령 발언을 따옴표로 쳐 제목에 실었습니다. 그중 2건인 TV조선 <“‘건폭’ 완전 근절…노조 기득권은 청년 약탈”>(2월 21일 배상윤 기자), YTN <윤 “건폭 방치하면 국가 아니다”…강력 단속 지시>(2월 21일 조은지 기자) 역시 제목에서 ‘건폭’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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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불법 낙인찍는 ‘건폭’ 표현을 제목에 사용한 기사(2/21~22) (위부터 차례대로 조선일보·동아일보·TV조선·YTN)

 

‘건폭’ 지적 없이 받아쓴 기사 다수

한편 ‘건폭’ 표현을 쓴 기사 중 해당 용어 자체를 지적한 보도는 드물었습니다. 신문의 경우 21건 중 3건만, 방송의 경우 15.5건 중 1건만 ‘건폭’이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서술했는데요. 나머지 신문 기사 18건(85.7%), 방송 기사 14.5건(93.5%)은 ‘건폭’이라는 표현을 아무 지적 없이 사용하거나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윤 대통령의 ‘건폭’ 발언을 받아썼습니다.

 

신문에선 경향신문 <노조만 때리는 윤 대통령식 ‘법치주의’>(2월 22일 유정인 유설희 기자), 한겨레 <법원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정부의 ‘협박·강요’와 달랐다>(2월 23일 방준호 장현은 기자), 한국일보 <메아리/윤 대통령, YS에서 길 찾아야>(2월 23일 박석원 논설위원)에서 각각 “돈줄 죄기에 착수한 데 이어 범죄집단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노동자를 ‘건폭’으로 범죄집단화할 게 아니라 월례비를 양산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 자체에 대한 존중 외에 거친 표현이 부각된다면 ‘검폭’(검찰폭력)으로 잘못 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의 기사는 대부분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 처벌 방침을 소개하거나,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속내를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방송의 경우 ‘건폭’ 표현을 지적한 기사로 분류된 것이 채널A <여랑야랑/여의도 ‘누아르’>(2월 22일 김민지 기자)였는데요. 노동에 대한 존중 없이 노동자를 범죄집단화하는 데 대해 문제 삼는 내용이 아니라 정치권의 단어가 ‘거칠다’는 수준의 지적을 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밖에 정확하게 ‘건폭’ 표현을 문제 삼는 기사는 없었습니다.

 

건설노조 성명은 얼마나 인용했을까

‘건폭’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언론의 역할은 윤 대통령의 일방적 매도에 그치지 않도록 그에 대한 건설노동자들의 입장을 취재하고 반론을 담아주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대통령 발언 당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에서 <[성명]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 대한 건설노조 입장>(2월 21일)을 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비판했는데요. 특히 국토교통부 등에서 문제 삼는 타워크레인 조종기사들이 받는 월례비(건설사가 조종기사에 별도로 지급하는 돈)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 월례비에 대해서 옹호한 적이 없으며 건설협회 등 건설 사업자단체에게 월례비 근절을 촉구하는 입장의 공문도 발송한 적이 있다”며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일방적인 강요로 지급받는 것이 아니며, 건설회사가 안전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정부는 월례비 발생과 관련하여 건설회사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는다”며 동시에 건설현장 안전보장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습니다.

 

언론은 이러한 건설노동자들의 반론을 어떻게 실었을까요? ‘건폭’ 표현이 있는 신문 21개 기사 중 2개에, 방송 15.5개 기사 중 3개에만 건설노조 입장이 실렸습니다. 신문 90.5%, 방송 80.6% 기사에서 건설노조의 반론은 없는데요. 대부분 보도가 윤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실으며 건설노조를 범죄집단화하는 데 그칠 뿐 그들을 취재하거나 심지어 반론이 담긴 성명조차 언급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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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폭’ 보도 내 건설노조 반론 유무 여부 (위 신문=2/22~23, 아래 방송=2/21~22) ⓒ민주언론시민연합

 

물론 하나의 기사에 양쪽 의견을 다 담지 않고, 여러 개 기사로 나눠 보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건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건설노조 성명을 인용한 기사가 없는지 따로 검색해봤습니다.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성명’으로 검색한 결과, 총 7건의 기사만 나왔는데요. 이중 건설노조 해당 성명을 한 줄이라도 쓴 기사는 4건으로 경향신문, 매일일보, 뉴스토마토, 시사포커스의 기사였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성명’으로 검색하면 총 14건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위 4개 기사 중복을 제외하면 시사위크, 국민일보, 조선비즈, 뉴스웍스가 건설노조 입장을 한 줄이라도 담았습니다.

 

‘건설노조 성명’으로 같은 기간 검색한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총 31건의 기사가 나오는데, 이중 18건이 건설노조 입장을 한 줄이라도 실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건폭’ 발언은 나온 즉시 수십 건의 기사가 쏟아졌는데, 건설노조의 성명이 한 줄이라도 담긴 기사는 사흘간 겨우 20~30개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에 대한 논조와 상관없이 건설노조 입장을 한 줄이라도 언급한 기사를 포함한 결과입니다. 즉, 네이버에 등록된 많은 언론사 중 건설노조 성명을 한 줄이라도 실은 기사는 매우 드물다는 의미입니다.

 

‘받아쓰기’ 보도조차 형평은 없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월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가 문제를 삼는 노조 회계자료 요구, 건설현장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 위원장은 노조 회계자료를 정부가 요구하는 데 대해 “정부가 이야기하는 국고보조금이나 이런 건 이미 다 회계자료를 정부에 보고하고 있고”, “민주노총 총연맹이 받는 보조금은 지난 10년간 한 푼도 없”으며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건물 임차보증금에 대해 30억 원 정도 받아 보증금으로 보관하고 있는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산별·개별노조 차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 받는 것이 있지만 “모두 영수증 처리해서 회계 결산보고를 매년 하고 있다”고도 해명했습니다.

 

건설현장 월례비와 관련해서는 “사실은 장시간 노동 또는 위험한 노동 불법적인 노동을 강요하기 위해서 회사가 뒷돈 주면서 출발한 것”이라며 “십수년 오면서 관행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월례비에 대해서 계약서를 쓸 정도로 이미 공개화 되어 있고 관례처럼 자리 잡고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한 뒤 월례비를 없애려 민주노총 차원에서 시도한 적 있으나 사용자들이 월례비 지급을 중단하지 않다 보니 쉽게 없애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입장은 얼마나 ‘받아쓰기’ 되었을까요? 양 위원장이 출연한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방송내용을 인용한 기사는 5건입니다. 이중 1건은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올린 녹취록입니다. 윤 대통령이 ‘건폭’ 발언을 한 2월 21일 당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윤석열 대통령 건폭’으로 검색하면 하루에만 196건의 기사가 나옵니다.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검색하면 435건의 기사가 나옵니다. 5건과 435건, 윤 대통령 발언에 비판적인 기사가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받아쓰기 보도’에서마저 균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2월 21일~2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YTN <뉴스나이트>, 연합뉴스TV <뉴스리뷰> 저녁종합뉴스에서 ‘건폭’으로 검색된 기사 / 2023년 2월 22일~2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건폭’으로 검색된 기사 / 2023년 2월 21일~2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성명’, ‘민주노총 건설노조 성명’, ‘건설노조 성명’으로 검색한 결과 / 2023년 2월 24일~2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김종배의 시선집중’, ‘민주노총 위원장 MBC 라디오’, ‘양경수 김종배의 시선집중’, ‘양경수 MBC 라디오’ / 2023년 2월 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윤석열 대통령 건폭’으로 검색한 결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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