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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학술원’ 여론조사 받아쓰고 끌어쓰고, 핵무장담론 불 지핀 언론
등록 2023.02.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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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월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자체 핵무장’을 언급해 파장이 일었습니다. 대통령실은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를 준수한다는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언급은) 최악의 상황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KBS <일요진단 라이브>(1월 29일)에 출연해 대통령실 해명에 동조하며 “대한민국은 무역국가로서 NPT를 위배해 보복을 당하면 경제에 큰 주름살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언급이 불러온 ‘핵무장담론’은 대통령실과 권영세 장관 해명으로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최종현학술원이 1월 30일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언론은 해당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국민 상당수가 한국 독자 핵개발을 지지’하고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관련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경북도민일보 등 일부 언론은 해당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국 독자 핵무장을 주장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관련 보도를 근거로 ‘한반도 핵무장’을 주장했는데요. 과연 언론은 최종현학술원이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보도하고 있을까요?

 

오차범위 안인데…‘약간 높았다’ ‘조금 높았다’ ‘소폭 많았다’

연합뉴스는 <국민 10명 중 7명 “한국 독자적 핵개발 지지…북 비핵화 불가”>(1월 30일 오수진 기자)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며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1.3%로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48.7%)보다 약간 높았다”고 보도했습니다. 51.3%와 48.7%는 2.6%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 내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내에서 차이를 보일 경우 이를 ‘차이’로 보도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최종현학술원 조사 결과를 전하는 어떤 보도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전해야 할 ‘표본오차’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최종현학술원 의뢰로 조사를 진행한 한국갤럽에 1월 31일 문의한 결과, 해당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 값이 오차범위 6.2%포인트를 넘어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앞섰다’, ‘높았다’, ‘많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차이가 난다고 보도해선 안 됩니다.

 

그런데 연합뉴스뿐만 아니라, KBS, MBC, SBS, YTN,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뉴스1, 뉴시스 등 언론 대다수가 ‘약간 높았다’, ‘조금 높았다’, ‘소폭 많았다’, ‘차이를 보였다’ 등 표현을 사용해 해당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16조(오차범위 내 결과의 보도)는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뿐만 아니라 최종현학술원 조사와 같은 사회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원칙입니다.

 

조사기관도 방법도 다른데, 2년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

한국경제는 <국민 76.6% “독자 핵개발 필요”…핵무장 여론 더 커졌다>(1월 30일 김인엽 기자)에서 “(최종현학술원)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귀하는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7.6%가 ‘그렇다’고 답했다”며 “한국갤럽이 2017년 9월 발표한 ‘핵무기 보유 주장’ 여론조사 당시 집계된 60%의 찬성여론보다 17%포인트 높은 수치”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최종현학술원 조사결과와 한국갤럽 2017년 9월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최종현학술원 조사는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1 대 1 면접 조사방식으로 11월 28일부터 12월 16일까지 19일간 진행했습니다. 조사단위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가구를 추출한 후 가구원을 추출했으며, 연령·성·학력·직종·정치성향까지 고려해 직접 가구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는데요. 한국갤럽 자체 정례조사인 2017년 9월 여론조사는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전화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2017년 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진행했습니다. 조사단위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무작위 발생한 휴대전화번호를 기본 표본추출틀로 했으며, 휴대전화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고연령대 일부는 무작위 발생한 집전화번호 조사로 보완했고 반영비율은 15% 내외입니다.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17조(조사 결과의 비교)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는 그 조사방법이 동일한 경우에만 상호비교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최종현학술원 조사와 한국갤럽 2017년 9월 조사는 조사시점이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상호비교를 위해서는 조사방법이 동일해야 하지만, 두 조사의 방법은 확연히 다릅니다. 한국경제는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두 조사를 비교한 뒤 2017년 조사에 비해 한국 독자 핵무장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17%포인트 늘어났다고 잘못된 보도를 한 것입니다.

(※ 한국경제 <국민 76.6% “독자 핵개발 필요”…핵무장 여론 더 커졌다>(1월 30일 김인엽 기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① 조사의뢰자 : 최종현학술원 / 여론조사기관 : 한국갤럽 / 조사일시 : 2022년 11월28일~12월 16일(19일간) /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 표본 추출 : 다단계 층화 계통 추출법(Multi-Stage Stratified Systematic Sampling) / 조사방법 : 개별면접조사(Face to Face Interview)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1%p / ② 조사의뢰자 : 한국갤럽 자체조사 / 여론조사기관 : 한국갤럽 / 조사일시 : 2017년 9월 5일~7일(3일간) / 조사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 / 표본 추출 :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1%p / 그 밖의 사항은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275호(2017년 9월 1주)> 보고서 참조, 클릭 시 이동)

 

최종현학술원 발표 받아쓴 동아·서울·한경·파이낸셜

조사방법이 다른 여론조사를 최종현학술원 조사와 비교한 언론은 한국경제뿐만이 아닙니다. 파이낸셜뉴스도 같은 보도를 냈으며, 서울신문은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진행한 조사를 언급하며 “이번 조사 결과는 핵무장 필요성을 물은 유사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라고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도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최종현학술원 조사결과는 최근 2년간 한미 연구기관 여론조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라고 보도했는데요.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가 최종현학술원 조사와 조사방법이 다른 여론조사를 비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여론조사보도 기본원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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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현학술원 여론조사 결과 발표 그대로 인용한 동아일보(1/30)

 

최종현학술원은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 지지율 추이’를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종현학술원 조사와 조사방법이 다른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와 아산정책연구원, 샌드연구소, 통일평화연구원, 통일과나눔재단의 ‘한국 독자 핵무장 찬성 수치’를 함께 나열하고 단순 비교했습니다.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와 아산정책연구원,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자료는 온라인상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샌드연구소와 통일과나눔재단 조사자료는 그마저도 어려운데요.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 등은 최종현학술원 조사결과 발표를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그대로 받아쓰며 ‘최종현학술원 조사결과가 핵무장 필요성을 물은 유사한 여론조사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보도했습니다.

(※ 최종현학술원이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 발표(1월 30일) 중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① 조사의뢰자 :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 여론조사기관 : 한국리서치 / 조사일시 : 2021년 12월 1일~4일(4일간) /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00명 / 표본 추출 : 성·연령·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 추출 유·무선 혼합 임의전화걸기(RDD)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2.5%p / 그 밖의 사항은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핵무기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보고서 참조, 클릭 시 이동 ② 조사의뢰자 : 아산정책연구원 / 여론조사기관 : 리서치앤리서치 / 조사일시 : 2022년 3월 10일~12일(3일간) / 조사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 표본 추출 : 성·연령·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 추출 유·무선 혼합 임의전화걸기(RDD)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1%p / 그 밖의 사항은 아산정책연구원 <한국인의 한미관계 인식> 보고서 참조, 클릭 시 이동 ③ 조사의뢰자 :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 여론조사기관 : 한국갤럽 / 조사일시 : 2022년 7월 1일~25일(25일간) / 조사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00명 / 표본 추출 : 다단계 층화 계통 추출법(Multi-Stage Stratified Systematic Sampling) / 조사방법 : 구조화된 질문지(Structured Questionnaire)를 이용한 개별면접조사(Face to Face Interview)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2.8%p / 그 밖의 사항은 통일평화연구원 <2022 통일의식조사> 보고서 참조, 클릭 시 이동)

 

‘핵무장 찬성’과 ‘북한 비핵화 불가능’, 답정너 여론조사?

언론이 검증하지 않은 것은 또 있습니다. 최종현학술원 여론조사 문항입니다. 문항을 살펴보면 해당 조사에서 ‘핵무장 찬성’과 ‘북한 비핵화 불가능’ 답변이 높게 나타난 이유가 유도성 문항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 적지 않은데요.

 

조사내용

조사의뢰자

조사문항

북한 비핵화 가능성

최종현학술원

북한은 2013년 핵보유국 선언을 한데 이어 올해 9월 핵 선제타격을 법제화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비핵화는 없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통일평화연구원

OO님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에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미국의 안보 보장

최종현학술원

북한이 ICBM, SLBM, MIRV 등의 미사일 개발의 고도화를 통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을 무릅쓰고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산정책연구원

선생님께서는 북한의 남침 시 미국이 우리나라를 위해 전쟁에 개입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통일평화연구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주변 4국은 어떻게 대처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미국’은요?

독자 핵무장 필요성

최종현학술원

한반도 주변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귀하는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산정책연구원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일평화연구원

OO님은 다음의 의견에 얼마나 찬성 또는 반대하십니까? 한국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

△ 최종현학술원, 아산정책연구원, 통일평화연구원 여론조사 문항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해당 여론조사의 2번 문항은 “북한은 2013년 핵보유국 선언을 한데 이어 올해 9월 핵 선제타격을 법제화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비핵화는 없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입니다. 비핵화하기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한 뒤 비핵화 가능성을 물었는데요. 같은 내용을 물을 때 통일평화연구원 2022 통일의식조사 문항은 “OO님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에 얼마나 동의하십니까?”입니다. 최종현학술원 조사와 달리 건조하게 북한 비핵화 가능성만 질문했습니다.

 

4번 문항은 “북한이 ICBM, SLBM, MIRV 등의 미사일 개발의 고도화를 통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을 무릅쓰고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입니다. 확장억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한 뒤 미국의 안보 보장 신뢰여부를 물었습니다. 같은 내용을 물을 때 2022년 아산정책연구원 한미관계 조사 문항은 “북한의 남침 시 미국이 우리나라를 위해 전쟁에 개입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이며, 통일평화연구원 문항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주변 4국은 어떻게 대처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미국’은요?”입니다. 최종현학술원 조사와 달리 건조하게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해서만 질문했습니다.

 

6번 문항은 “한반도 주변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귀하는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입니다. 앞선 문항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확장억제가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한 후 한국 독자 핵무장 찬반을 물은 것입니다. 같은 내용을 물을 때 아산정책연구원 문항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며, 통일평화연구원 문항은 “OO님은 다음의 의견에 얼마나 찬성 또는 반대하십니까? 한국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입니다.

 

여론조사 응답은 문항에서 제시하는 정보에 따라서 크게 변화할 수 있는데요. 아산정책연구원과 통일평화연구원 조사가 건조하게 북한 비핵화 가능성, 미국의 안보 보장, 독자적 핵개발 필요성을 물은 반면, 최종현학술원 조사는 질문에 앞서 장황하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결과적으로 특정 응답을 유도할 수 있는 문항을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언론이 최종현학술원 조사에 등장한 유도성 짙은 질문의 문제점을 간과한 채, 조사결과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 확장억제 :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핵이 없는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개념. 만약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 공격을 한다면 우리 동맹인 미국이 핵 공격으로 대응해 전쟁을 억제한다는 것을 말함.)

 

조선일보, ‘자체 핵무장’ 주장하려 슈라이버 전 차관보 발언 왜곡

조선일보는 <국민 76% “독자 핵개발 필요”…77% “북 비핵화 불가능”>(1월 30일 노석조 기자)에서 최종현학술원 조사결과를 전하며 “최근 한국과 미국에선 한국 독자 무장론 등과 관련한 기류가 ‘절대 불가’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논의 가능’ 등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랜들 슈라이버 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의 VOA(미국의소리) 한국어방송 인터뷰를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조선일보는 슈라이버 전 차관보가 “한국이 (북핵·미사일 등) 끔찍한 위협에 직면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북핵의) 위협 증대를 고려할 때 우리(한·미)가 한국의 핵무장을 논의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적절하다”고 발언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VOA 한국어방송 인터뷰를 보면 조선일보가 슈라이버 전 차관보 발언 취지를 왜곡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VOA 한국어방송 <신년 인터뷰 : 슈라이버 전 차관보 “한일 핵무장 논의 ‘금기’ 없어져…타이완 유사시 한국 역할 논의 시작해야”>(1월 26일 조은정 기자)에서 슈라이버 전 차관보가 “북한의 무기 역량 진전을 고려할 때 우리가 한국과 그 논의(한국 독자 핵무장)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미)동맹의 맥락에서 우리가 이런 것들(한국 독자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 배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적으로 적절하다”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핵심은 해당 발언 이후 등장하는데요. 슈라이더 전 차관보가 “우리(한·미)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해야 한다”며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 배치 등 다른 길을 추구”할 경우 “일본을 포함한 역내 전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중국과 북한의 군 현대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일본을 포함한 역내 모든 국가가 핵무장에 나서게 되면서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것이고, 이를 근거로 중국과 북한이 군 현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동북아 군비경쟁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조사 수치가 곧 여론 아니다, 여론조사 보도 원칙부터 지켜야

VOA 한국어방송 <미 전문가들 “미국 정부 ‘한국 핵무장 여론’ 압박 받아…워싱턴 주류 인식은 핵무장 반대”>(1월 31일 조은정 기자)에서 미국 안보 전문가들은 “워싱턴 전문가들의 (한국 독자 핵무장 반대) 인식에 큰 변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1월 31일 “윤석열 정부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 확장억제 메커니즘을 통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으며,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2월 1일 “우리는 (핵 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 이 같은 약속(확장억제)을 현실화해 나가는데 완전한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 독자 핵무장에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에서 핵무장담론 파장이 일 때마다 미국이 보여 온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민언련 보고서 <조선일보는 왜 ‘한국 핵무장론’에 목매는가>(1월 12일)에서 지적했듯 여론조사를 통해 민감하고 복잡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유권자 선호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한국 독자 핵무장 찬성 응답이 높게 나타나도 그 결과가 핵무장 당위성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3조(여론조사의 한계) 역시 “여론조사를 통해 얻은 수치가 곧 여론 그 자체는 아니므로 미디어는 여론조사 결과를 여론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현학술원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타난 핵무장 찬성 수치에만 주목해 ‘한국 독자 핵무장 여론이 높다’고 결론 내고 섣불리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는 오차범위 내 우열 표기 금지, 동일방식 여론조사 외 상호비교 금지, 유도성 짙은 문항 검증 등 원칙부터 지키는 것이 순서입니다. 여론조사 발표를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것도 당연히 해서는 안 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1월 30일~2월 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최종현 학술원’ 관련 보도 전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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