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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깜깜이 회계’ 시초는? 중앙일보 “윤석열은 수도승 같고 이타적인 사람”
등록 2022.12.29 09:41
조회 269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월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노조 재정 운용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정부도 과감성 있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20일 대기업과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조합비 사용 상세 내역의 노동청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최근 ‘노조 부패’를 언급하며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처럼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같은 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제도 및 법령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깜깜이 회계’, 언제 어디서 시작됐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노동조합의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개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으며,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조합 회계와 관련해 ‘깜깜이 회계’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 나오기 시작한 것일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가 노조 회계 관련 보도를 시작한 12월 19일의 5년 전인 2017년 12월 19일부터 이정식 장관이 ‘깜깜이 회계’를 언급하기 전인 2022년 12월 24일까지 신문 지면에 ‘깜깜이 회계’가 등장한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구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합계

보도건수

1건

3건

8건

2건

2건

1건

5건

4건

26건

△ ‘노조 회계’ 관련 신문지면 보도 중 ‘깜깜이 회계’ 표현 등장 보도건수(12/19~12/24) ©민주언론시민연합

 

정부‧여당의 발언이나 발의 법안을 단순 인용하느라 ‘깜깜이 회계’를 사용한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모두 노조 재정 운용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깜깜이 회계’란 용어를 사용했는데요. 노동조합 회계와 관련해 ‘깜깜이 회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건 올해 12월 19일부터입니다. 한덕수 총리가 ‘노조 재정 투명성’ 발언을 내놓은 직후인데요. 이날 ‘깜깜이 회계’라는 표현을 사용한 신문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4개 신문입니다.

 

동아·조선·매경·한경, 정부·여당 주장 동조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4개 신문은 평소 노동조합 관련 보도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공식 약칭인 ‘민주노총’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깎아내리기 위한 ‘민노총’이라는 줄임말을 사용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 부패’ 주장과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 발언에도 동조했는데요. 12월 19일에도 동아일보 <민노총 회계, 정부가 들여다본다>(김예윤‧권구용 기자), 매일경제 <“노동조합 재정운영 투명성 요구할 것”>(김희래‧박윤균 기자), 한국경제 <정부, 민노총 ‘깜깜이 회계’ 들여다본다>(곽용희‧맹진규 기자), <조합원 100만명 넘는데 … 회비‧사용내역 ‘비밀’>(곽용희‧정의진 기자)에서 “(정부가) ‘깜깜이 회계’로 비판받아온 노조 재정 운용에 메스를 들이대고 나선 모습”이라며 정부‧여당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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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총’ ‘깜깜이 회계’ 표현을 사용한 신문기사(12/19)


이후에도 해당 4개 신문은 ‘깜깜이 회계’를 사용하며 노조를 비판하고 정부‧여당에 동조하는 보도를 이어갔는데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할 때 “(노동조합 재정과 관련해)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 이정식 장관 발언의 출처는 다름 아닌 ‘평소 노조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며 정부‧여당에 동조하는 신문기사’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이정식 장관 발언 이후 12월 27일 하루에만 ‘깜깜이 회계’를 인용한 보도가 8건이나 나왔는데요. 언론이 정부‧여당 발언을 받아쓰며 특정 표현을 만들어내고, 다시 정부‧여당이 언론보도를 인용하고 이를 언론이 또다시 인용하는 과정에서 ‘깜깜이 회계’를 사용하는 행태가 반복됐습니다.

 

언론이 무턱대고 ‘깜깜이 회계’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지금껏 일부 단위노조의 회계 문제가 드러난 적은 있지만, 노동조합 전반에서 회계 비리가 드러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깜깜이 회계’란 표현을 사용할 경우, 노동조합 전반에서 회계 비리가 있다고 오인될 수 있으며, 노조 회계를 들여다보려는 정부 움직임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어떤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흔히 사용하는 ‘깜깜이’라는 표현은 ‘시각장애인을 비하하는 차별적 표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조선일보 “조합비 세액공제해주니까 정부 지원”

조선일보는 <조선칼럼/노조 회계 비공개가 이상한 일이다>(12월 24일 김신영 경제부 차장)에서 “노조 유지에 (국가보조금 외에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노조 회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 조합비는 세법상 기부금으로 분류돼 연말정산 때 20%씩 세액공제를 해준다”며 이는 노조 조합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세금에서 지원해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부금으로 꾸려가는 다른 공익법인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매년 공시”하는데 “정부의 세금 혜택, 기부자들의 선의(善意) 등을 감안한 견제 장치”라며 노조도 그래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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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가 노조 유지 위한 세금 투입이라 주장한 조선일보(12/24)

 

공익법인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매년 공시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국세청 ‘공익법인 등의 의무사항’에서는 “매년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을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4개월 이내에 기부금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국세청 홈택스에 각각 공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19조의2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즉, 공익법인이 매년 돈을 어디에 썼는지 공시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의 세금 혜택과 기부자들의 선의 등을 감안한 견제 장치가 아닙니다. 또한 공익법인, 노동조합 등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은 이미 보조금 관리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소속 보조금관리위원회에서 보조금 예산의 편성‧집행‧관리 등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연말정산 때 20%씩 세액공제를 받는 세법상 ‘기부금’의 범위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80조에 상세히 나와 있는데요. “공익단체에 지출하는 기부금”,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이 납부한 회비” 외에 “교원단체에 가입한 사람이 납부한 회비” 등도 기부금에 해당합니다. 조선일보의 논리대로라면 노조 회계뿐 아니라, 소득세법 시행령 제80조에서 명시한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단체의 회계를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인데요. 정부가 기부금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정부가 지원하지 못하는 수많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기부문화 활성화가 목적입니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금을 내는 납세자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인데요. 세액공제는 동일한 소득원에 대한 중복 과세를 방지하고, 납세자 부담능력이나 과세 취지에 맞게 세 부담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따라서 기부금 세액공제 중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를 일컬어 ‘노조 조합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세금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해석한 조선일보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기부금 세액공제는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공익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납세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며 기부를 장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익법인과 노동조합 등 소득세법 시행령 제80조에서 명시한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단체의 회계가 투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당 단체들의 회계투명성은 대중이 아니라 단체 회원이나 조합원을 위해 담보돼야 합니다.

 

중앙일보 “윤석열은 수도승 같고 이타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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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 폄훼하고 윤석열 대통령 찬양한 중앙일보(12/26)

 

중앙일보 <이하경 칼럼/윤석열 노동개혁 ‘도둑맞은 노동’ 될 수 있다>(12월 26일 이하경 대기자)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개혁’이 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는데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한 촛불집회 폄훼와 윤석열 대통령 찬양이 상당 부분 담겨 있어 의아함을 자아냅니다.

 

이하경 대기자는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을 몰아낸 ‘촛불’ 탄핵 집회의 주도세력”이었다고 주장했는데요. 촛불정신을 폄훼한 것입니다. 촛불집회는 박근혜 정부에서 최서원 씨 등을 필두로 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돼 2016년 10월 29일부터 2017년 4월 29일까지 총 23회 열렸습니다. 독일 비영리 공익‧정치재단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촛불집회에 참여한 1,000만여 명의 ‘대한민국 국민’을 2017년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민주적 참여권의 평화적 행사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데, “한국인들의 촛불집회가 이 중요한 사실을 전 세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선정이유입니다. 즉,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탄핵 계기이기도 한 촛불집회는 특정 세력이 주도한 것이 아니며, 특정 세력이 주도했다는 주장이야말로 촛불정신을 폄훼하는 주장입니다.

 

이하경 대기자는 “공정과 정의라는 윤석열다움이 뜨겁게 부활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민주노총에 빚진 것이 없기에 단숨에 (노동개혁의) 칼을 뽑아 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집권당 국민의힘이 노동친화적이지 않지만) 윤 대통령은 다르다”며 “강자에게는 강하지만 약자에게는 항상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생의 지인들은 (윤 대통령을) ‘수도승 같고 이타적인 사람’으로 회상”했을 정도로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어쩌다 선물을 받더라도 모두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주곤 했다”며 “결혼 당시 전 재산이 2000만원이었던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추진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지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찬양’에 가깝습니다. 이하경 대기자는 당사자인 노동자가 소외된 노동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거듭 우려했는데요. 그러나 정작 올바른 노동개혁을 당부하는 해당 칼럼에서 노동자는 소외되고 윤석열 대통령 찬양만 두드러졌을 뿐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2월 19일~24일, 26~28일 ‘노조 회계’ 관련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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