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하이트진로 파업, 사측 받아쓰고 원인 외면해선 문제 해결 못한다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이 5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나섰다가 안전운임제 연장에 합의하며 파업을 철회했지만, 이와 별개로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화물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노동자로 △운임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계약을 맺은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임원 4명 중 3명이 하이트진로 임원입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조원이 경찰에 연행되고 시위 도중 강물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데 이어 사측이 노동자에 27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격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 경찰의 강압적 진압 등은 외면한 채 ‘화물연대와 정부 협상으로 문제가 일단락됐는데도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거나 노조의 과격함을 부각하고 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가 전면 파업을 시작한 6월 2일부터 8월 8일까지 6개 전국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에 등장한 관련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일할수록 적자”라는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먼저 화물연대 합의에도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요.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측은 2008년 이후 15년 간 운송료가 실질적으로 인상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매일노동뉴스, 경인일보, 오마이뉴스 등에 ‘하이트진로는 2008년 유가하락을 이유로 운임을 8.8% 삭감한 뒤 2013년(1.2%)·2016년(3%)·2019년(3.5%) 인상해 15년간 인상률은 –1.1%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차량 할부금과 물가‧기름값 인상분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은 “마이너스”라는 것입니다.
또 이번 파업을 사내 화물노동자 간 운송료 차등을 줄이려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하면서 탄생했는데” “맥주를 나르는 화물노동자가 소주를 나르는 화물노동자보다 30% 정도 운송료를 더 받지만 이를 방치해 왔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입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를 만드는 강원공장(강원 홍천)‧전주공장(전북 완주)과 소주를 만드는 마산공장(경남 창원)‧이천공장(경기 이천)‧청주공장(충북 청주)‧익산공장(전북 익산)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파업 참가자 대부분이 소주를 생산하는 이천공장과 청주공장 노동자인 이유입니다.
△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이천공장‧청주공장 위치 / 출처=네이버지도
올해 특히 기름값과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는 게 파업 노동자의 호소입니다. “청주 공장부터 천안 물류센터까지 왕복 기름값만 해도 10만원”이 넘는데 “운송비가 12~13만원 정도”여서 1~2만 원 남거나, 마이너스라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양물류 소속의 경우 “이천과 인천 1회 왕복 시 운임(24t 기준)은 30만원인데, 타 업체는 40만5천원을 지급”해 동종 업계에 비해 20~30%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1차 하청인 수양물류 소속이라 이정도 수준이지, 2차 하청에 속한 기사들은 수수료나 지입료를 더 많이 떼인다 고 덧붙였습니다.
15년간 인상률 –1.1%인데 “2011년 이후엔 인상했다”는 사측 주장만 부각
하지만 이런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고 ‘2011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준하는 단가 인상을 해왔다’는 사측 입장만 전하는 보도가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운송료 더 달라”… 민노총, 화물차로 하이트진로 공장 포위>(6월 4일 이미지‧신현지‧권순완 기자)는 “이들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월 50만 원 지급, 공회전·대기 비용 지급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며 왜 이런 요구를 하게 됐는지 맥락은 외면한 채 사측 입장만 전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판 제목은 <“죽여버리겠다” 민노총, 화물차로 하이트진로 공장 포위>로 폭력성만 강조했습니다.
매일경제 <여름 성수기 타격 노렸나…화물연대, 이번엔 맥주공장 막았다>(6월 6일 진영화 기자)는 마지막 문장에서 “하이트진로 화물 차주들은 화물 운임 30% 인상 등을 요구”했다고 짧게 전한 반면 앞부분엔 “공장 가동이 약 8시간 중단됐다”, “‘용차(일당을 받고 운행하는 대체 사업자) 오지 마라’ ‘(용차가 오면) 죽여 버리겠다’ 등의 피켓을 내걸고 차량 진입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와 같이 과격한 행동을 중심으로 보도했습니다. 사측 주장을 확인 없이 ‘받아쓰는’ 방식으로 노조 요구를 과도하게 보이게끔 하면서도 노조 주장은 확인 없이 받아쓰지 않고 과격해 보이는 문장만 옮겨 적어 노조를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으로 프레임 씌우고 있는 겁니다.
“안전운임제 얻고 또 돈 요구”라며 앞뒤 배경 ‘삭제’
△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에 ‘안전운임제 얻고도 돈 더 내놓으라며 시위한다’는 조선일보(8/4)
노조를 과도한 요구만 하는 집단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은 또 있는데요. 조선일보 <사설/노조의 사장실 불법 점거를 94일째 지켜만 보는 나라>(8월 4일)는 “안전 운임제를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이천·청주 공장 시위대는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계속 화물차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나아가 “총파업으로 안전 운임제 연장을 얻고도 또 돈 더 내놓으라며 시위를 이어간다”고 표현했는데요. 하지만 안전운임제 연장은 아직 입법이 완료되지 않아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뿐만 아니라 화물연대 총파업과 무관하게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의 요구는 지속돼 왔는데요. 파업의 전후 맥락은 무시한 채 “또 돈 더 내놓으라며 시위를 이어간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일부 언론의 기업 편향적 태도는 취재원 분석에서도 드러납니다. 모니터 기간 조선일보는 사측 입장을 7차례 전했지만 노조 측 입장은 단 한 차례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노조원이 시위 과정에서 공장에 진입하려는 운송 차량에 달려와 스스로 몸을 부딪친 뒤 노조 측이 “차에 치었다”고 주장했다고 인용한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노조 측 입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매일경제는 9차례 사측 주장을 직접 인용했지만 노조 측 입장은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공장봉쇄’…정부, 경찰 투입해 해산시켰다>(8월 5일 진영화‧박홍주 기자)에서 전한 화물연대의 “공권력이 화물노동자 강제 해산 절차에 돌입해 사태를 키웠다”가 유일했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지면에서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을 주요하게 다룬 보도가 없었습니다.
△ 신문 지면 하이트진로 파업 보도 관련 직접 인용한 취재원 분석(6/2~8/8)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찰 강경 진압에 밀려 강물로 추락했는데 “공권력 투입 만시지탄”?
파업 현장을 전하는 보도도 노조 측 입장을 충분히 전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지난 8월 4일 강원공장으로 이동해 농성 중이던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와 경찰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이 강물에 뛰어내렸다가 구조되는 일도 있었는데요. 화물연대가 제공한 영상을 보도한 연합뉴스 <영상/하이트진로 강원공장 농성 조합원 5명 강물 투신…모두 구조>(8월 4일 한성은 기자)를 보면, 몇 명이 빠졌고 어떤 상황에서 강물에 빠지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마이뉴스 <“11년차 월급이 150만원”…강물에 뛰어든 화물 기사들>(8월 5일 김성욱 기자)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가 “두 명은 자진해서 뛰어내렸지만 한 명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떠밀려 추락했다”고 전했는데요. 화물연대가 제공한 영상에서도 경찰의 과도한 진압 과정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투신’을 제목에 써서 부각할 뿐, 경찰의 과잉대응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매일경제 <사설/성수기에 맥주공장 막은 화물연대 공권력 투입 ‘만시지탄’>(8월 5일)은 경찰의 강제해산에 저항하기 위해 강물로 뛰어내린 조합원이 있음에도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뒤늦게 공권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해산시켰지만 그동안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설은 노조의 저항을 “협박까지 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노조의 사장실 불법 점거를 94일째 지켜만 보는 나라>(8월 4일) 역시 “‘투신 조’까지 동원했다”며 노조의 저항을 폄훼했습니다.
파업처럼 양측 갈등이 크거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양측 주장을 충분히 검증해 보도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소비자 불편’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보도를 통해 파업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받길 원합니다. 이런 보도가 사회적으로 노사 갈등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고, 경제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부합할 것입니다.
△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을 두고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늦었다고 비판한 매일경제(8/5)
하이트진로 파업 속 원‧하청 및 손배소 문제 짚은 언론 극소수
이번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의 쟁점은 또 있습니다. 하나는 파업 중인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와 원․하청 문제인데요. 지난 8월 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회사가 ‘파업 돌입 뒤 해고-교섭 해태-손해배상청구’와 같은 ‘노조파괴 시나리오 교본’을 행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하이트진로의 부당노동행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는데요. 그동안 노조의 과격한 행동이나 사측 피해가 적극적으로 보도된 것과 달리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고, 쟁점을 짚은 언론은 극소수였습니다.
경향신문 <파업 참여한 대가 5억7800만원…노동자 발목 잡는 ‘손배소’>(7월 26일 유선희 기자)는 “손배소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은 지난 3월부터 부분 파업을 하던 중 “사측이 파업 기사 대신 동원한 운송차량이 과적 등 불법을 저질렀다며 이를 막아”서자 “하이트진로는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배소를 제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파업 자체에 대해서는 손배소를 제기할 수는 없겠지만, 직접적인 손해에 대해 문제를 삼는 부분은 이번 기회에 정립이 필요하다”는 조경배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의 지적과, “정부가 앞장서 민·형사상 책임을 독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회사가 노조 파업에 대해 손배소를 계속 들고나온다면 결국 노조활동을 위축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자명하다”는 금속노조 법률원장 김유정 변호사 발언을 전했습니다. 파업노동자가 소송을 당하게 됐다는 보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소송 자체가 파업권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핀 기사는 경향신문의 해당 보도가 거의 유일했습니다.
또한 파업 장기화의 본질적 원인을 짚은 기사도 드물었는데요. 경향신문의 또 다른 기사 <‘원청 뒷짐’에 길어지는 하이트진로 파업>(8월 8일 유선희 기자)은 “파업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파업 노동자가 소속돼 있는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임에도 실소유주인 하이트진로는 “직접 계약 당사자는 수양물류”라며 “선을 긋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하이트진로 임원이 수양물류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면 원청(본사)이 가지는 지배력이 더 크다”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소속 황규수 변호사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원청인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 소속 노동자의 파업과 무관한 듯 보이지만 수양물류 경영진 등을 살펴보면 더욱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매일노동뉴스 <하이트진로와 OB맥주의 도둑놈 심보>(8월 11일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는 “주류 생산업체에서 생산된 제품을 적절하게 보관하고 제때 유통하는 물류업무는 필수적 업무”라며 “자신들이 100% 출자한 물류 자회사를 세워 하이트진로 회사의 임원 출신을 대표로 앉”힌 이유 역시 “물류업무의 중요성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하이트진로 직원처럼 물류노동자들을 부리고서는 먹고살 만큼 임금을 달라고 하니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한다”며 하이트진로 등 주류회사의 ‘도둑놈 심보’를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주류제조 기업이 다단계 하청으로 물류 배송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킨 폐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업이 시작되면 일부 언론은 습관적으로 사측의 피해액을 계산하고 노동자의 과격한 모습을 부각합니다. 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폭력적 모습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절박하다”는 이들의 주장과 그 배경을 살펴보지 않으면 결코 파업과 노동환경 및 노사관계 개선 등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습니다. 사측 주장만 검증 없이 전달하는 언론의 행태는 편향적일 뿐 아니라, 소비자인 시민들이 파업에 대해 왜곡하여 받아들이게 만들어 사회적 갈등 해결을 방해할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6/2~8/8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및 포털사이트 네이버 ‘하이트진로’ 키워드로 8월 11일 검색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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