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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윤석열 지지율 하락’ 외신 트집 잡은 이유7월 2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7월 4주 차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를 밑도는 28%를 기록했습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20%대 지지율에 이른 것으로 역대 정부와 비교해 매우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그 원인을 분석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노컷뉴스, 뉴스1, 국민일보, 뉴시스 등은 미국 언론의 분석 보도를 인용했습니다. 미국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 <조 바이든은 한국의 인기 없는 대통령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7월 24일 최승환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와 블룸버그통신 <임기 초부터 흔들리는 한국 대통령, 경찰과의 불화까지>(7월 27일 이정호‧차상미 기자)입니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윤 대통령의 부적격 인사 강행, 검찰 편중 인사, 국민 무시, 무능, 공사 구분 무시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으며, 블룸버그통신은 윤 대통령이 경제위기, 코로나19 확산, 경찰 일선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발 등으로 임기 초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내셔널인터레스트 인용해 대통령 지지율 하락 분석한 기사(7/30~7/31)
조선일보‧월간조선 “한국계 미국인 주장이 기사로 둔갑”
그런데 월간조선과 조선일보가 국내 언론의 외신 인용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월간조선은 <대선 전 미 국익에 윤석열보다 이재명이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한 한국계 미국인 교수, 내셔널인터레스트에도 윤 저격성 글>(7월 31일 최우석 기자)에서 ‘다수 언론이 매체 분석으로 인용 보도하면서 개인 주장이 내셔널인터레스트 기사로 둔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승환 교수의) 개인적 분석과 주장을 미 안보매체가 게재했을 뿐”인데 “(국내 언론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외신의 보도로 인용”하면서 최 교수 주장을 미국 정론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는 것이죠.
조선일보도 <‘오마이 시민기자’의 윤 비판 블로그글, 국내서 ‘외신’으로 둔갑한 사연>(7월 31일 최혜승 기자)에서 내셔널인터레스트의 해당 기사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재미 최승환 교수가 쓴 윤 대통령 비판 블로그 글일 뿐인데, 국내에서 외신 기사로 둔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해당 언론에 실린 것은 기사가 아닌 외부 기고문”으로 “기고자는 어느 한국계 미국인 교수”, “올해만 5차례 오마이뉴스에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이른바 ‘시민 기자’”라고 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한국지사 한국인’ 작성, 미국 시각 아니다?
뉴데일리 <“윤석열, 미국에 짐 됐다”는 외신 기자‥알고 보니 ‘한국계’가 작성>(8월 1일 조광형 기자)은 제목부터 노골적입니다. 내셔널인터레스트 기사는 ‘한국계 미국인’, 블룸버그통신 기사는 ‘블룸버그 한국지사 한국인’이 작성했다며 “미국 현지인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월간조선, 뉴데일리는 내셔널인터레스트와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한 국내 언론들이 필자와 기자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월간조선은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내셔널인터레스트’만 입력하면 관련 기사들의 제목이 나오는데, 클릭해 보면 최 교수가 쓴 글이란 내용은 거의 없다”며 해당 기사는 기고인데 필자가 한국계 미국인 최승환 교수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최 교수 주장을 미국 정론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데일리는 “(내셔널인터레스트 기사를 인용한 국내 언론은) 필자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미국 매체가 이렇게 보도했다’는 식으로 칼럼의 내용만 전달하기 바빴다”, “(필자의 신원을 최초로 밝힌) 서울신문 보도 이후에도 일부 매체는 여전히 ‘이 매체는’이라는 주어를 사용하며 필자를 숨겼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체명과 기사내용 인용은 일반적인 외신 보도형태
그러나 국내 언론들이 외신을 인용하며 필자나 기자의 신원을 숨겼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외신 인용에서 매체명과 기사내용만 전하는 것은 일반적인 보도형태이기 때문이죠. 조선일보 <미국 매체들 “북, 드론으로 대남 도발 가능”>(2019년 9월 26일 변지희 기자), <사우디에서 뺀 미국 패트리엇, 한반도 주변으로 온다>(2020년 5월 26일 조의준 특파원), <미국서 또 나온 한국 핵무장론…“국제사회도 용인할 것”>(2021년 11월 4일 이민석 특파원) 등은 모두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실린 기고를 인용한 기사입니다. 기고 형태의 기사를 미국 언론이나 미국의 일반적인 시선으로 인용하고 있죠. 조선일보와 월간조선, 뉴데일리 주장대로라면 블로그 글일 뿐인 내셔널인터레스트 기사를 국내에서 외신 기사로 둔갑시킨 것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 월간조선, 뉴데일리가 국내 언론의 일반적인 외신 인용을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 보도에서 유독 ‘한국계 미국인’, ‘한국지사 한국인’을 부각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내셔널인터레스트 기사의 필자 최승환 교수가 ‘순수 토종 미국인’이 아니라서 중립적인 미국 언론의 시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국계 미국인’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블룸버그통신 기사의 경우, 사실상 블룸버그 미국 본사에 있는 미국인 기자가 아니니 온전한 외신 기자로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이고요. 지극히 인종차별적인 시선에 해당합니다.
‘검은 머리 외신’ 비판한 조선, ‘한국계 미국인’ 부각한 이유는?
2019년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고 하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나 원내대표 발언의 근거가 2018년 블룸버그통신 기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블룸버그통신의) 해당 기사는 한국인 외신 주재원이 쓴 ‘검은 머리 외신’ 기사에 불과했다”고 논평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논평 비판한 기자협회 성명과 언론 보도(2019)
민주당의 ‘검은 머리 외신’ 논평에는 많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아시아 출신 미국 언론인 모임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협회’ 서울지부는 “기자의 국적을 빌미 삼아 외신 보도를 깎아내리는 행태”, “외신은 외국인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편견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보는 <우리의 주장(사설)/2019년에 ‘검은머리 외신기자’ 표현이라니>(2019년 3월 27일)에서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최상훈 서울특파원의 경우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토종’ 한국인”으로 “그가 서울에서 송고하는 기사는 뉴욕타임스 내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다”며 민주당 논평 속 인종차별적 시선을 꼬집었습니다. 조선일보, TV조선, 문화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등도 비판에 합류했습니다.
미디어오늘 <‘검은머리 외신기자’ 울고 있다>(2019년 3월 20일 이재진 기자)에서 한 외신기자는 “(정치권에서) 자신들에 불리한 외신 기사가 나오고 기사를 쓴 사람이 한국인이면 검은머리 외신이라고 비난”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진영 유불리에 따라 외신 기사의 필자 혹은 기자의 출신 지역이나 인종을 근거로 기사 신뢰도를 문제 삼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민주당을 비판했던 조선일보와 월간조선, 뉴데일리 등이 국내 언론에 인용된 외신 기사에서 필자와 기자의 출신 지역과 인종을 문제 삼았습니다. 인종차별 행태를 근절해야 할 언론이 버젓이 인종차별적 시선을 드러냈는데도 다른 언론이나 기자협회는 이를 꾸짖기는커녕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강조도 기사 신뢰도 떨어뜨리려는 행태
조선일보는 내셔널인터레스트 기사가 개인 주장에 근거한 기고일 뿐이며, 최승환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윤석열 정부 비판 글을 올린 시민기자’라는 점도 강조했는데요. 최 교수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며 인종차별적 시선을 보인 것과 비슷한 행태입니다. 기사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죠. 최 교수가 올해만 해도 오마이뉴스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다섯 차례나 썼을 만큼, 윤석열 정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윤석열 정부 지지율 하락 원인을 분석한 내셔널인터레스트 기사도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 교수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는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시민기자’로 등록해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는데요. 오마이뉴스의 매체 특성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최 교수가 ‘정식기자’가 아닌 ‘시민기자’라는 점을 알려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시민기자로 등록해 글을 쓸 수 있지만, 정식기사로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것은 편집국 검토를 거친 뒤입니다. 지금까지 최 교수가 기고한 오마이뉴스 기사 6개는 모두 정식기사로 채택되었습니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편집국 검토 후 기고 게재
조선일보는 “(최승환 교수의 기고는) 내셔널인터레스트 홈페이지에서 ‘잡지(Magazine)’, ‘군사’, ‘경제’, ‘기술’ 등 정식 기사 코너가 아닌 ‘블로그’ 코너의 하위 게시판 ‘코리아 워치’에 24일 올라왔다”며 정식기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올라온 최 교수의 기고는 분명 정식기사입니다. 언론에 실린 기고나 칼럼은 모두 기사입니다. 언론사들이 기고나 칼럼을 신중히 검토해서 싣는 이유는 해당 언론사의 기사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내셔널인터레스트 홈페이지 ‘블로그’에 실리는 기고도 편집국의 검토를 거친 후 게재되고 있습니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홈페이지 상단에 편집기준을 밝히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블로그’ 편집기준은 1/3이 넘는 분량을 할애해 별도로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내셔널인터레스트 총 6가지 기사 분류 중 ‘블로그’는 홈페이지에서 두 번째로 비중 있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셔널인터레스트 여러 기사 중에서도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기고를 싣는 곳으로 다시 중동 워치, 코리아 워치 등으로 분류됩니다. 최 교수의 기고는 7월 24일 자 기사로 올라왔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알려지면서 편집국이 7월 29일 코리아 워치 상단에 배치했습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볼 때 ‘블로그’가 정식기사 코너가 아니라는 조선일보 판단은 근거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 내셔널인터레스트 주요 섹션 중 하나인 ‘블로그’
기자 출신 지역 아닌 팩트체크가 중요
앞서 언급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로 구설에 올랐던 블룸버그통신 기사 제목은 <남한의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입니다. 제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 칭한 해당 기사는 본문에서는 ‘사실상의 대변인’이라 칭했습니다. 그러나 기사 어디에서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혹은 ‘사실상 대변인’이라는 서술의 근거가 될 만한 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 뉴욕 주재 코리아소사이어티 스테판 노에르퍼 정책 선임연구원이 “나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기보다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 모두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도자라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이 있습니다.
2019년 국민일보도 이 점을 짚었습니다. <논란 부른 ‘김정은 수석대변인’ 외신, 사실 아닌 기자의 해석이었다>(2019년 3월 15일 김상기 기자)에서 “기사에는 이 문장(사실상의 대변인)과 제목(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외에 문 대통령을 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고 표현하는 전문가나 미국의 관리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은)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해석’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외신이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으로 여긴다고 일반화하는 것 역시 일종의 왜곡”이라는 것이죠.
KBS <저널리즘 토크쇼 J>(2019년 3월 31일)에서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한국에서 외신이 갖는 남다른 권위에 주목했습니다.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을 중시하는 콤플렉스 때문에 국내 언론은 외신의 공신력에 기대어 인용 기사를 내고, 정치권은 이를 입맛에 맞게 활용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외신도 언론입니다. 외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인용하더라도 팩트체크는 필수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자의 출신 지역이나 인종이 아니라 팩트체크입니다.
* 보고서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조사의뢰자 : 조사기관 자체(한국갤럽 자체 조사) / 선거여론조사기관 : 한국갤럽 / 조사일시 : 2022년 7월 26일~28일(3일간) /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 모니터 대상 : 2022년 7월 30일~8월 1일 미국 내셔널인터레스트 <조 바이든은 한국의 인기 없는 대통령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7월 24일 최승환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인용한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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