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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없이 ‘김건희 팬카페’ 퍼 나른 언론, 돌연 팬덤정치 비판?
중앙일보 ‘팬카페 인용’ 22건 최다, 한경 > 조선 > 매경순
등록 2022.06.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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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최근 일제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공식 소통창구가 아닌 김건희 여사 팬카페를 통해 공개되거나,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 방문에 김 여사 지인이 동행하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언론도 이른바 ‘김건희 여사 팬덤정치’ 비판에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김건희 여사 팬카페를 인용한 보도가 적지 않게 나왔다는 점에서 언론의 이러한 비판에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의 김건희 여사 팬카페 관련 보도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한국경제, 나 홀로 옹호 “비열한 공격”

김건희 여사 팬덤정치에 대한 언론 비판이 처음 나온 것은 5월 31일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5월 27일과 28일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집무실, 잔디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29일 팬카페 ‘건희사랑’ 페이스북에 공개됐는데요. 대통령실은 1급 보안구역으로 전속 사진사와 출입 사진기자단만 촬영할 수 있으며, 촬영된 사진은 대변인실 검증을 거쳐 외부에 공유되는 것이 공식절차이기 때문에 비판이 나왔습니다.

 

언론의 비판이 본격화한 건, 6월 13일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이후입니다.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한 사람이 대통령실 공식 수행원이 아니라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전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언론은 대통령 부인의 공식활동이 공적으로 관리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부인의 모든 활동은 공적인 차원에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이와 결을 달리하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사설/김건희 여사 외부 활동에 대한 비판과 시비 지나치다>(6월 16일)에서 “(김건희 여사가) ‘조용한 내조’에 힘쓰겠다고 약속”했지만 “대통령 부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으므로 은둔의 ‘퍼스트 레이디’로는 살 수 없는 게 현실”인데, “조그만 흠을 트집 잡아 정치적 공세를 퍼붓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비열한 공격을 한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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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여사 비판에 “정치적 공세”‧“비열한 공격”이라고 비판한 한국경제(6/16)

 

조선일보가 <사설/대통령 부인도 팬클럽, 국정에 어떤 도움이 되나>(6월 15일)에서 설명했듯 “대통령 부부는 대표적 공인”으로 “팬클럽에 (1급 보안구역인) 집무실 사진을 공개한다면 큰 문제”입니다. 또한 “봉하마을 방문 취지와 무관한 지인을 경호처의 공식 경호까지 받으며 대동한 것”은 “공적인 일에 사적 관계를 동원하는 것”입니다. 김 여사 행보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조그만 흠을 트집 잡아 정치적 공세”를 벌이는 것이나 “비열한 공격”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중앙일보, 팬카페 인용 보도 22건 가장 많았다

최근 언론이 내놓은 김건희 여사 팬덤정치 비판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1급 보안구역인 대통령 집무실 사진이 팬카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후까지도 언론은 무분별하게 팬카페를 인용하는 보도를 내놓으며 ‘팬덤정치’를 키우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건수

-

6건

16건

22건

-

4건

10건

17건

△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김건희 여사 팬카페 인용’ 보도건수(3/10~6/16)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엔 팬카페에 올라온 반응을 그대로 옮기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근래엔 팬카페 운영자인 강신업 변호사 페이스북 게시글과 발언 하나하나까지 기사화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3월 10일부터 6월 16일까지 김건희 여사 팬카페를 인용한 보도를 가장 많이 낸 곳은 22건을 보도한 중앙일보입니다. 한국경제 17건, 조선일보 16건, 매일경제 10건으로 이들의 보도건수도 적지 않았으며,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도 각각 6건과 4건의 인용보도를 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만 팬카페를 인용하는 보도를 내지 않았습니다.

 

‘셀럽 김건희’ 전하며 주가조작 등 의혹은 외면

윤 대통령 당선 후 언론은 김건희 여사가 ‘유명인사’라는 데 주목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한국일보 <윤석열 곁에는 ‘셀럽’ 배우자 김건희씨와 딸 같은 ‘토리’가 있다>(3월 10일 장재진 기자)에서 잘 드러납니다. 한국일보는 당선자가 된 윤 대통령의 가족을 소개하며 김건희 여사를 ‘팬클럽 있는 셀럽 영부인’으로 칭했습니다. “부인 김씨는 일찌감치 ‘셀럽 영부인’ 등장을 예고”했고 “세련된 외모와 호탕한 성격 때문에 ‘걸크러시’라는 평가”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팬카페 8만 명 돌파.jpg

△ 김건희 여사 팬카페 회원 8만 명 돌파 소식 전한 보도(3/14~3/15)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3월 14일 오후 기준으로 김건희 여사 팬카페 회원이 8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응원글이 쇄도하고 있으며 김 여사 인기가 팬덤현상으로 번지고 있어 팬카페에서 ‘김건희 굿즈’까지 판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공인에 해당합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경호대상)에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경호대상으로 밝히고 있죠.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내외 주요 행사에 함께하거나 대통령을 대신해 대외활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실상 공직자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대선과정에서 대통령 못지않게 검증대상이 됩니다. 김 여사는 대선과정에서 허위이력 기재와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었고, 대선 이후에도 각종 의혹의 진실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언론은 김 여사에 대한 의혹 규명은 외면했습니다. 대신 연예인 소식을 전하듯 팬카페를 인용해 김 여사 관련 소식을 전하는 데 바빴습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아닌 ‘유명인사 김건희’ 주목한 언론

다른 보도를 봐도 언론이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아니라 ‘유명인사 김건희’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무채색 바지정장에 스카프가 돋보이는…그녀는 ‘재키 스타일’?>(3월 19일 이혜운 기자)에서 “패션도 정치”, “대통령 부인은 더욱 그렇다”며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 주목하는 듯했지만, 김건희 여사의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스니커즈 위로 살짝 올라온 양말도 센스 있었다는 평가”, “(스카프) 매듭을 위로 묶어 예술가적 감성을 드러냈다”며 김 여사 패션감각을 칭찬하는 내용 일색입니다.

 

4월 5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는 김 여사 슬리퍼가 온라인에서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고 전하는 한편, 5월 3일 김 여사의 단양 구인사 방문 후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김 여사가 입은 치마가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는 상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밖에도 팬카페를 인용해 김 여사의 후드티, 안경, 휴지 등에 주목하는 기사가 쏟아졌고, 연예인 패션과 행보를 전하는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팬카페 공식일정 원본사진 공개해도 ‘대통령실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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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카페 운영자가 공개한 사진 전하며 의문 제기 안 한 중앙일보(5/24)

 

비판의식 없는 팬카페 인용은 계속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개방된 청와대에서 KBS <열린음악회>가 열린 5월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어린이합창단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은 5월 24일 팬카페 운영자 강신업 변호사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대통령 부부의 공식일정 중 촬영된 사진이 어떻게 팬카페 운영자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게 마땅했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강 변호사가 각각의 사진에 짧은 설명을 붙이며 ‘원본사진’이라고 밝혔는데도 말입니다.

 

이어 1급 보안구역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부부가 찍은 사진이 5월 29일 팬카페 페이스북에 공개됐지만, 언론의 보도태도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한국경제는 <김건희 여사, 반려견과 대통령실 나들이…팬카페에 사진 공개>(5월 29일 김인엽 기자)에서 “대통령실에서는 보안 등의 이유로 대통령 전속 사진가와 대통령실 출입 사진기자단만 사진을 촬영하고, 대변인실의 검증을 거쳐 외부에 공유되는 게 보통”이라면서도 “대통령실 안팎에서 찍은 사진이 대변인실을 거치지 않고 팬카페에 먼저 올라온 건 이례적”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그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집무실 사진 무분별 인용하더니 돌연 비판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건희 팬클럽 계정에 공개된 윤 집무실 그림들, 작가의 정체는>(5월 30일 이가영 기자)에서 집무실 사진에 담긴 두 장의 그림이 어느 작가의 작품이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설명할 뿐이었죠. <김어준 “대통령 부인이 집무실 놀러간 사진은 처음…이한 상황”>(5월 30일 김자아 기자)에서는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선…비판이 나왔다”고 전하며 집무실 사진이 공개된 데 대한 비판을 야당 지지자의 비난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이튿날에도 팬카페 사진 공개에 대한 비판을 야당 일각의 주장 정도로 전하던 조선일보는 <기자의 시각/뜨악한 대통령 사진 배포>(6월 1일 김동하 기자)를 통해 첫 비판을 내놨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공적 공간”으로 “여기서 대통령 부부를 찍은 사진이 대통령 부인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전례도 없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내용입니다. “‘공적’ 사진을 ‘사적’으로 유통하는 대통령 부인 팬클럽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야권 지지자나 야당의 시각으로만 여기던 입장을 뒤집은 것입니다.

 

동아일보 <광화문에서/타협할 수 없는 대통령 부부의 사생활>(6월 3일 홍수영 정치부 차장)에서 홍수영 정치부 차장은 팬카페를 통해 집무실 사진이 공개된 후 “야권에서 비판 좀 하겠는데…”라고 말하고는 지나쳐버렸다며 안일한 인식을 고백한 뒤, “사진이 팬카페를 통해 유통된 방식이 괴이”하고 “대통령 집무의 엄중함 때문에 그곳에선 휴일이라도 ‘일상 코스프레’를 해선 안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건희 팬덤정치 영향력, 누가 키웠나

6월 13일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전무로 활동한 김 모 씨와 봉하마을까지 방문한 이후 대부분 언론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동아일보는 김건희 여사가 팬클럽을 통한 사진 공개와 공식 일정에 지인을 동반해 비판을 자초했다고 꼬집었으며, 조선일보는 대통령 부인의 팬클럽이 국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으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김건희 여사가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매일경제는 대통령 부인은 공인이므로 팬클럽과 거리를 두고 부속실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언론이 하나같이 김건희 여사가 팬클럽과 거리를 두고 공식일정은 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의 팬덤정치가 영향력을 키우게 된 데 언론의 책임은 없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김건희 여사 팬카페에 올라온 게시물과 각종 반응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퍼 나르고 전한 언론 스스로의 자성이 절실해 보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3월 10일~6월 1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기사 중 김건희 여사 팬카페 관련 전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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