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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기사 ‘안전운임’ 무관심한 언론, ‘소주대란’ 부각하며 노조 비난
등록 2022.06.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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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6월 7일부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노동 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의 최저임금 같은 제도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받아야 할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입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전, 운임이 지나치게 낮아 수입을 보전하기 위한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계속되자 도입되었습니다.

 

2018년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운송사업자 반발이 커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하고 국회와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1년 전인 2021년까지 제도 연장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안전운임제 TF를 구성해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었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싼 언론 보도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화물연대 파업을 ‘정치파업’,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생계유지와 안전을 위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는 화물연대 측 입장에 주목합니다. 파업 배경과 영향에 대한 시민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몇몇 언론은 파업 원인엔 무관심한 채 편견만 키우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화물연대 결의대회 후인 6월 2일부터 8일까지 8개 신문 지면에 등장한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중앙일보‧매일경제, ‘하이트진로 소주’ 품귀 걱정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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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가 언급된 지면 보도 주요 주제 분석(6/2~6/8) ©민주언론시민연합

 

'화물연대’ 키워드가 포함된 파업 보도의 주요 주제를 분석한 결과,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는 파업의 배경과 쟁점을 비중 있게 다룬 보도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해당 분석은 사진 기사는 제외하고 한 기사에서 한 문단 이상 주요하게 다룬 내용을 수치화한 것으로 중앙일보는 기사 5건에 등장한 13개 주제 중에서, 매일경제는 기사 9건에 등장한 18개 주제 중에서 파업 배경과 쟁점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파업 배경과 쟁점을 주요하게 다룬 보도는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로 각각 3건씩 등장해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매일경제는 파업 배경에 관한 보도는 없었지만, 파업에 따른 피해 보도는 총 7건으로 8개 신문 중 가장 많았습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도 파업 배경에 관한 보도를 각 1건씩 전했지만, 피해 상황은 각 5건씩 보도해 파업 이유보단 피해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2008년 운송료 그대로” 노동자 호소 외면하고 “편의점 소주 구하기 힘들다”

중앙일보와 매일경제가 비중 있게 다룬 파업의 부정적 영향이나 피해 내용이 보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파업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피해만 부각하는 보도는 파업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틀어막고, 파업에 대한 편견만 강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파업 피해를 보도할 때도 그 초점이 운송차질에 대비한 정부 대책이 적절했는지, 정부의 중재 노력이 충분했는지에 있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만 부각하고, ‘조폭식 영업행태’, ‘산업현장 비명’ 등 자극적 표현으로 파업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보도가 적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파업 일부 편의점 소주 공급 차질>(6월 7일 성유진 기자)은 “소주 품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편의점 점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주 발주를 미리 해놔야겠다’ ‘(소주가) 많이 팔리는 매장은 타격이 있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편의점 점주들이 모인 커뮤니티 글까지 옮겨올 정도로 피해 우려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전한 겁니다. 하지만 2008년 이래 운송료를 인상해주지 않고 있어 파업을 하게 됐다는 하이트진로 운송위탁사 화물기사 측 입장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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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에 따른 소주 생산 차질만 부각한 기사도 제목. 위에서부터 조선일보(6/7), 중앙일보(6/4‧6/7), 매일경제(6/7‧6/8), 한국경제(6/3)

 

이밖에도 한국경제 <사설/민노총 조폭식 횡포 눈 감으면 문정부와 다를 바 없다>(6월 4일)는 하이트진로 파업을 두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공세의 신호탄”으로 읽힌다며 “존재감을 알리는 기존의 ‘조폭식 영업 행태’”라고 했으며, 매일경제 <하이트진로발 소주대란 오나>(6월 6일 진영화 기자), 중앙일보 <화물연대 오늘 총파업…편의점선 소주 구하기 힘들다>(6월 7일 장구슬·김민상·홍수민 기자) 등도 파업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불편만 부각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한국경제, ‘반쪽짜리’ 사실로 노동자 이간질

노동자간 이간질을 부추기거나,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보도도 있습니다. 한국경제 <비노조 차주들 “강경파 잇속만 챙기는 파업”>(6월 6일 이광식 기자)은 “화물연대가 화물차주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커녕 일부 강성 조합원의 떼법에 좌지우지되며 특정 세력의 요구 관철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시멘트·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주에게만 안전 운임제가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전국개인중대형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측 주장을 그 근거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현재 안전운임제가 한정적으로 적용된 배경에는 일부 세력 목소리만 들은 화물연대가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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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가 특정 세력 요구 관철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보도한 한국경제(6/6)

 

하지만 관련 법안이 논의될 당시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대통령령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었고 일몰에 관한 조항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품목에 제한을 두게 됐습니다. 즉, 특정 품목의 화물차주의 요구가 관철된 결과라기보단 정치권 타협의 결과물이었던 겁니다. 또한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서 ‘안전운임제 확대 적용’ 즉, 모든 화물기사가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8년 국토교통위원회회의록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님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 일단 2개 품목(시멘트, 컨테이너)을 시범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이번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설/막무가내식 힘자랑으로 총파업 강행한 화물연대>(6월 8일)는 “안전운임제의 대안을 정부와 논의하다 갑작스레 ‘총파업 모드’로 돌변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업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다른 날 <사설/민노총 조폭식 횡포 눈 감으면 정부와 다를 바 없다>(6월 4일)에서도 “새 정부의 ‘간’을 보려는 정치 파업 성격이 짙다”고 했습니다.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을 정치적 의사에 따른 행동으로 규정하기만 할 뿐, 이들의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겁니다.

 

이 역시 반쪽자리 사실에 근거한 주장입니다. 2018년 예정에 없던 ‘일몰제’가 법안에 추가되자 국회는 “일몰 1년 전에 제도 시행 성과를 보고 지속여부를 판단한다”고 했고, 국토부 역시 일몰 1년 전인 2021년까지 제도 효과에 대한 입장을 내놓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국회도, 국토부도 아무런 입장이나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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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당시 국토부와 여야 입장을 알 수 있는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록(2018/03/20).

‘표준운임제’는 지금의 ‘안전운임제’를 의미함.

 

화물연대는 2021년 11월, 5년 만에 파업을 시작하며 국토부 입장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고, 올해 5월 23일 화물연대가 파업을 예고하자 뒤늦게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한겨레 <‘안전운임제’ 논의 뒷전 국토부, 화물연대 파업책임 떠넘기기>(6월 3일 박태우 기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화주·운수사 단체 담당자 20여명이 참석”한 대책회의 자리에서 “파업의 목적을 운송료 인상을 위한 집단 이기주의로 왜곡·유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과정에서 이뤄진 한두 차례 교섭 중에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파업’ 딱지를 붙인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정부 화물연대 파업권 인정 못한다는데 “노조 파업권 세졌다”는 중앙일보

중앙일보 <사설/경제 어려운데 화물연대 총파업, 납득 안 돼>(6월 8일)는 “4월 20일부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이 발효돼 노조 파업권이 더 세졌다”면서도 “국가 물류를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이어서 생산·유통 차질은 물론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ILO 핵심 협약 87호가 비준된 건 맞지만, 노동자를 협소하게 정의하는 국내법 등을 재정비하지 않아 노동기본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파업을 ‘운송거부 사태’로 명명했는데요. 화물기사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화물연대 역시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파업권을 가질 수 없다는 논리인데요.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고도 법 정비에 소홀한 정부에 대한 비판은커녕 근거 없이 파업의 ‘불법성’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역시 일몰 전 2년 간 제대로 된 논의 한번 하지 않은 국토교통부나 국회의 책임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반면 조선일보 <사설/화물연대 총파업 대처, 윤 정부 노동정책 시금석 될 것>(6월 6일)은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며 막무가내 파업과 폭력 행동”을 해왔다고 했고, 한국경제 <사설/‘떼법’ 시위·파업엔 무관용이 원칙이다>(6월 8일)에선 “국민을 볼모로 잡고 비조합원들을 협박하며 조직의 세 과시에 몰두하고 있는 화물연대”라고 비판했는데요.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외면하고, 노조의 파업권을 존중하지 않는, 균형감 잃은 비난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06/02~06/08 ‘화물연대’ 키워드가 언급된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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