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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비판한 언론, 참여연대·민변 ‘친여단체’ ‘정부 우군’ 지칭언론 입맛 따라 시민단체 ‘친여 프레임’, 조선미디어그룹 최다
4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5월 3일 오전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로써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었는데요.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 수사대상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별건수사 제한을 핵심으로 합니다.
한편, 검수완박 입법을 앞두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형사사법체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검경수사권 조정 입법이 충분한 논의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입니다. 언론은 참여연대와 민변의 비판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별로 참여연대와 민변을 지칭하는 단어는 달랐는데요. 대부분 ‘시민사회단체’ 또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지칭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친여성향’ 지칭 59건 중 조선미디어그룹 9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참여연대와 민변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4월 내 처리’ 당론에 우려를 표한 4월 12일부터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4월 30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참여연대’와 ‘민변’이 포함된 ‘검수완박’ 기사 625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같은 기간 내 방송된 종편4사 평일 오후 시사대담프로그램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도 살펴봤습니다.
625건 기사와 14일간 방송된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대부분 언론은 참여연대와 민변을 ‘시민사회단체’,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지칭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친여 성향 시민단체’, ‘현 정부의 우군’, ‘친정권 성향’ 등으로 지칭했습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문재인 정부나 더불어민주당과 가깝다는 주관적 판단을 편향적인 호칭으로 반영한 것입니다. 41개 언론사가 59건 보도에서 이러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보도에서 편향적인 호칭을 가장 많이 사용한 언론사는 조선미디어그룹입니다. TV조선 5건, 조선일보 3건, 주간조선 1건을 합해 총 9건입니다. 다음으로는 각 3건씩 보도한 디지털타임스와 데일리안, 각 2건씩 보도한 채널A, 이코노미톡뉴스, 세계일보, 뷰스앤뉴스, 문화일보, 대구신문, 뉴스토마토, 국민일보순입니다.
언론사 |
보도건수 |
조선미디어그룹 TV조선(5건)+조선일보(3건)+주간조선(1건) |
9건 |
디지털타임스 |
3건 |
데일리안 |
3건 |
채널A |
2건 |
이코노미톡뉴스 |
2건 |
세계일보 |
2건 |
뷰스앤뉴스 |
2건 |
문화일보 |
2건 |
대구신문 |
2건 |
뉴스토마토 |
2건 |
국민일보 |
2건 |
△ 참여연대, 민변에 편향적 호칭 사용한 보도를 2건 이상 낸 언론사(2022/4/12~4/30)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민변 ‘친여’로 단정, 검수완박 문제점으로 치환
이러한 보도는 호칭만 편향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었는데요. 참여연대와 민변이 밝힌 검수완박 법안 자체나 추진과정의 문제점보다도 두 단체가 ‘친정부 성향’ 또는 ‘친여단체’라는 주관적 판단에 중점을 두고, 이를 곧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으로 치환했습니다.
△ 참여연대‧민변에 편향적인 호칭 사용한 기사(2022/4/12~4/30)
조선일보 <우군 반대에도…민주당 ‘검수완박’ 당론 강행>(4월 13일 박상기‧이정구 기자)은 제목부터 노골적입니다. 참여연대와 민변을 ‘우군’이라 표현하더니 본문에서는 “(현 정부) 우군인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우려”했다며, 이를 곧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으로 치환했습니다.
TV조선 저녁종합뉴스에서 신동욱 앵커는 검수완박 관련 우려를 두 차례나 언급했는데요. 4월 13일 <앵커의 시선/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에서는 “현 여권과 가까운 민변, 참여연대까지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리는 지경”이라고 하더니, 4월 19일 <앵커의 시선/대체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가요>에서는 “정권의 우군이라는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검수완박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두 번 모두 참여연대와 민변이 ‘현 여권과 가깝다’, ‘정권의 우군’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검수완박 법안이 문제라는 주장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채널A “정권 핵심”, TV조선 “민주당 편”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의 경우, TV조선과 채널A에서만 참여연대와 민변 성향을 주관적으로 단정하며 검수완박 문제점으로 언급하는 사례가 나타났는데요. 4월 12일 채널A <뉴스TOP10>에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 정권의 핵심적이라는 민변과 참여연대마저도 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밝힌 법안 문제점과 추진과정은 뒤로 한 채 ‘이 정권의 핵심이라는 민변과 참여연대마저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니 검수완박 법안은 문제’라고 주장한 것이죠. 4월 26일 <뉴스TOP10>에서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참여연대와 민변을 “문재인 정부를 떠받치고 있던 아주 유력한 시민단체”라고 주장한 뒤, “이런 데(참여연대와 민변)서도 이 갑작스러운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했는데요. 역시 방점은 ‘참여연대와 민변은 문재인 정부를 떠받치고 있던 아주 유력한 시민단체’라는 데 있습니다.
△ 참여연대와 민변을 더불어민주당 편이라 주장한 이종근 정치평론가(2022/4/28)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4월 14일 방송에서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친여권이라고 분류되는 참여연대라든지 민변에서조차도 그 방향은 옳으나 시기나 속도에서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친여권’을 강조했습니다. 4월 28일 방송 중 이종근 정치평론가 발언은 좀 더 노골적입니다. “참여연대, 민변. 참여연대, 민변은 누구 편이죠?”라며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금까지 민주당 편을 들어왔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참여연대·민변 ‘친여’ 해석, 국민의힘 의견과 일치
참여연대와 민변이 ‘친여 성향’이라는 각종 보도와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 출연자 발언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4월 12일 일부 언론은 검수완박 법안과 추진과정에 대한 참여연대와 민변의 비판 목소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단체 성향을 ‘친여 성향’, ‘현 정부의 우군’, ‘친정부 성향’, ‘민주당의 우군’ 등으로 평가했습니다.
4월 1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러한 보도를 그대로 전하기라도 하듯 “참여연대나 뭐 경실련 등 이런 소위 민주당과 궤를 같이 해왔던 이런 시민단체에서도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사법행정분과 유상범 인수위원도 “전통적인 민주당의 지지세력이었던 민변이랑 참여연대까지도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비판의식 없이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범 인수위원 발언을 보도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또한 4월 20일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민변, 참여연대 등 친여 시민단체들도 민주당의 졸속입법을 반대”하고 있다며 논평을 발표하자, 일부 언론은 또다시 국민의힘 논평을 그대로 기사화했습니다.
사실상 일부 언론사와 국민의힘이 참여연대와 민변 성향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으로 언급하는 행태를 주고받으며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여연대, 사드 배치‧윤석열 직무배제 등 정부‧여당 비판
조선미디어그룹 등 일부 언론사나 정치권 일부가 지칭한 것처럼 참여연대와 민변은 ‘친여’ 단체일까요? 조선일보 보도만 살펴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대통령이 약속 뒤집었다” 들고 일어난 반사드 단체>(2017년 7월 31일 권광순‧김은중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발사기 4기 추가 배치 방침”에 참여연대가 “정부 스스로 내세운 원칙과 입장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드 추가 배치를 철회하라는 논평을 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참여연대를 ‘친여 시민단체’가 아니라 ‘반(反)사드 단체’로 지칭했습니다.
<보수집회 고발한 여 김한정, 참여연대서 비판받자 “참견 말라”>(2019년 10월 16일 변지희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보수 성향 집회 관계자들을 내란선동죄로 고발”한 데 대해 참여연대가 “어렵게 지켜온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고발 취하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참여연대 “비정상적 상황‥뒷짐 진 대통령 납득 안돼”>(2020년 11월 26일 김아진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도 이날(25일) 윤 총장 직무 배제 결정에 대해 ‘과도하다’며 취소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참여연대‧민변의 정부‧여당 비판 전한 조선일보 주요 기사 |
<민변도 추미애 공소장 비공개 비판‥“사건의 무거움 헤아렸는지 의문”>(2020년 2월 12일 정준영 기자) |
<민변도 재인산성 비판 “차벽은 위헌적인 공권력, 집회금지 중단해야”>(2020년 10월 8일 양은경 기자) |
△ 참여연대‧민변의 정부‧여당 비판을 전한 조선일보 주요 기사 ©민주언론시민연합
민변 사안별로 정부‧여당 비판, 시민단체는 특정 정파 편이 아니다
<민변도 “추미애 사과하라, 헌법 무너뜨리는 지시 규탄”>(2020년 11월 13일 류재민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숨길 경우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민변이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민변을 ‘친여 단체’가 아니라 ‘진보성향의 변호사단체’로 지칭했습니다. <민변 “언론중재법, 취지 긍정하지만 언론자유 침해 우려”>(2021년 8월 23일 이정구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법 등 개정안”에 대해 민변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양심을 팔고 100억대 땅을 샀다…LH 직원들 신도시 투기 의혹>(2021년 3월 3일 강다은 기자)에서 조선일보는 민변과 참여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참여연대와 민변은 사안별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비판 목소리를 내거나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일부 언론, 일부 정치권은 검수완박 입법을 비판하며 참여연대와 민변 입장을 인용했습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밝힌 우려보다도 두 단체가 ‘친여 단체’라며 주관적으로 단정한 채 이를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시민단체는 사회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 이익(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단체를 말합니다. 따라서 특정 사안에 대해 보도할 때, 언론의 주관적 판단을 바탕으로 시민단체를 ‘친여’나 ‘현 정부 우군’ 등으로 단정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4월 12일~3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참여연대’ ‘민변’ 포함된 검수완박 기사 전체,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