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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외벽붕괴 ‘아수라장’‧‘찢어졌다’, 자극적 보도로 재발 못 막는다
등록 2022.01.14 17:40
조회 359

1월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외벽 붕괴로 콘크리트 잔해가 떨어지면서 컨테이너에 갇힌 노동자 3명과 부상 입은 노동자 1명은 다행히 구조됐습니다. 하지만 28층부터 31층 사이 창호공사 등을 하던 노동자 6명이 실종됐습니다. 1월 13일 오전 실종자 1명이 발견돼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생사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외벽 붕괴가 일어난 아파트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로 2021년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시공사이기도 한데요. 이번 사고가 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 소홀로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는 1월 12일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지역에서 진행 중인 건축‧건설현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실종자 수색 및 사고 수습,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붕괴사고 직후 신문‧방송 모두 주요하게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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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11)·신문 지면(1/12)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사고 당일(11일)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와 사고 이튿날(12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은 광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외벽붕괴 사고를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KBS‧MBC‧JTBC는 뉴스 후반 사고현장을 한 번 더 연결해 실종자 수색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KBS와 JTBC는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원인에 주목하는 보도도 내놨습니다. KBS는 <학동 참사 이어 또…“예견된 사고였다”>(1월 11일 김정대 기자)에서 인근 주민들이 여러 번 민원을 제기해온 만큼 이번 사고가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예견된 인재”라는 의혹,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정을 진행하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JTBC는 <이 시각 사고현장/추가 붕괴 우려에 수색 더뎌>(1월 11일 정진명 기자)에서 국토부 추정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콘크리트가 덜 마른 상태였거나 다른 구조적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아수라장’‧‘찢어졌다’ 자극적 용어 사용 지양해야

사고 소식을 전하며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거나 외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보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수라장’, ‘폭격 맞은 듯’, ‘혼비백산’ 등의 표현이 신문․방송 기사에 두루 쓰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38층부터 23층까지, 아파트 벽이 찢어졌다>(1월 12일 권경안·김성현·조홍복 기자)란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KBS는 <굉음 내며 ‘와르르’…아찔한 붕괴 순간>(1월 11일 손준수 기자)에서 “인근 도로와 주택가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며 사고지역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10초가량 반복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재난보도준칙은 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에서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제16조(감정적 표현 자제)에서 “냉정하고 침착한 보도 태도를 유지”하며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재난보도준칙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보도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사고 수습에 도움 되는 보도였는지 언론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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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전하며 ‘찢어졌다’고 표현한 조선일보(1/12)

 

채널A ‘학동 사고’ 언급 전무, 중앙일보 예비입주민 목소리 전해

신문‧방송 모두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를 보도하며 주목한 것은 외벽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현대아이파크 시공사가 현대산업개발이라는 사실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시공사이기도 한데 두 사고 모두 시공사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그런데 채널A는 아파트 시공사가 현대산업개발이라는 사실은 전하면서도, 현대산업개발이 학동 붕괴 사고와 연관돼 있다는 점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학동 붕괴 사고 7개월 만에 일어난 이번 사고에 대해 채널A를 제외한 언론 대부분이 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한편, 중앙일보는 <“무서워서 어떻게 사나, 부수고 다시 지어라”>(1월 12일 김민욱‧허정원 기자)에서 해당 아파트 예비 입주자의 분노를 전하며 아파트 재시공 여부와 입주 시기에 주목했습니다. 예비 입주자 단체 대화방을 인용해 “P(프리미엄) 주고 산 사람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와 같은 내용도 전했는데요. 노동자 6명이 실종돼 아직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인용보도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입니다.

 

차분하고 피해 회복 돕는 재난보도 기대한다

『언론중재』 2019년 가을호 <세월호 참사 5년…재난보도준칙 마련 이후에도 반복되는 문제>에서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재난보도준칙 제정 이후 우리 언론의 재난보도 행태에 대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에 발생한 제천 화재 참사 재난보도 역시 속보 경쟁으로 인해 정확한 사실 확인보다는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고, “2018년 강릉펜션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질식 사망사고는 … 원인과 대책 등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피해자와 주변인들에 대한 개인적 사연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2019년 헝가리에서 발생한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실종자의 생존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을 전제로 보험금 액수를 논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의 경우, 사실 확인 없는 추측성 기사나 피해자와 그 주변인 개인적 사연에 초점을 맞춘 보도 등이 눈에 띄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파트 외벽이 붕괴되는 순간과 주민들이 느낀 공포‧불안을 상세히 전하는 보도가 사고 수습이나 대책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보도였는지는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언론중재』 2020년 여름호 <코로나19 보도를 통해 본 사회적 재난을 보도하는 언론의 향후 과제>에서 강소영 언론중재위원은 해외 재난보도 방식으로 일본과 영국, 미국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일본 NHK는)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필요 없는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이상적인 보도태도를 준수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영국 BBC는) 재난 발생 시 시청자들이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함을 명기”하고 있습니다. 해외 재난보도 방식을 참고하는 것은 물론 이미 마련돼 있는 재난보도준칙을 제대로 지켜나가며 재난을 신속히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겁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2년 1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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