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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TV조선, 김건희 기자회견 ‘살 빠졌다’‘윤석열 글썽’ 가십 집착
등록 2021.12.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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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12월 26일 허위경력 의혹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 씨가 이날 읽은 7분 분량의 사과문은 절반 가까이가 윤 후보 개인사 또는 그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한 내용이고,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 없이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 “제 잘못이고 불찰”이라고만 해명했습니다.

 

김 씨의 허위경력 의혹은 지난 8월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제기됐고, 비슷한 의혹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12월 14일 YTN과 인터뷰에선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 “돋보이려고 한 욕심” 등 의혹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듯한 태도로 비판을 받았는데요. 이렇게 상반된 태도와 구체적 해명이 빠진 입장에 ‘겉핥기 사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부실해명을 포함한 김건희 씨 허위경력 의혹 본질에 관심두기보다 ‘알맹이 없는’ 사과문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김 씨 옷이나 헤어스타일 등 가십거리를 부각하는 데 그쳤습니다.

 

‘부실해명’ 지적하지 않은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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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경력 의혹 관련 김건희 씨 부실해명 문제를 짚지 않은 한국경제(12/27)

 

선거 때마다 후보 배우자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배우자의 공개사과는 처음입니다. 이례적인 사과를 하게 된 근본 원인은 숱한 허위경력 의혹과 당사자 김 씨가 보인 태도가 국민의 공분을 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번 기자회견의 핵심은 의혹을 얼마나 충실히 해명하느냐에 있습니다.

 

언론도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김 씨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는지 초점을 둬야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언론은 김 씨의 사과문을 받아쓸 뿐 문제의식도 찾을 수 없고, 있어야 할 해명이 빠졌다는 점도 짚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12월 27~28일 한국경제의 경우 6면에 실은 <김건희 “잘 보이려 경력 부풀리고 잘못 적어…용서해달라”>(12월 27일 이동훈 기자)가 유일합니다. 기사내용 역시 김 씨 사과문을 받아쓰고,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며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습” 등으로 김 씨 행동을 묘사한 게 전부입니다.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했는지는 전혀 짚지 않았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의견을 전하면서도 사과문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경제는 사안의 중요도나 시민 관심에 비해 매우 소극적이고, 다른 언론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신문 지면 대부분은 이번 기자회견 내용을 주요하게 다루고, 사과의 발단인 허위경력 의혹에 대한 구체적 해명이 없었다는 점도 공통으로 지적했습니다. SBS <“부풀리고 잘못 적었다” 대국민 사과>(12월 26일 배준우 기자)도 “부디 용서해달라고 말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없었다”고 지적했고, 한겨레 <사설/뭘 사과한다는 건지 알 수 없는 김건희 ‘겉핥기 사과’>(12월 27일)도 “소명은 전혀 없이 ‘잘 보이려고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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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경력 의혹 관련 김건희 씨 부실해명 문제를 짚은 SBS(12/26, 왼쪽)‧한겨레(12/27, 오른쪽)


‘핼쑥해졌다’ 비교사진 싣고, ‘커리어우먼 느낌’ 언급도

김 씨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불필요한 보도내용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남편에 얼룩될까 늘 조마조마…남은 선거기간 조용히 반성”>(12월 27일 김민서․김동하 기자)은 기자회견에 선 김 씨 모습을 묘사하며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흰 셔츠 위에 검은색 스카프를 둘렀다”, “윤 후보가 2019년 7월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으러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동행했던 모습과 비교해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김씨는 최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이 8㎏ 정도 빠졌다고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체중이 줄어 핼쑥해진 모습을 강조하고 싶은 것일까요. 이를 보여주기 위해 시간순으로 과거 사진 2장과 기자회견 당시 사진 1장을 연달아 실었습니다. 김 씨 의혹과 체중 변화는 아무 연관이 없는 데다 대통령후보 배우자로서 받아야 할 검증도 아닙니다.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곳으로 대중 관심사를 돌릴 수 있는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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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핼쑥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김건희 씨 과거 사진과 기자회견 당일 사진을 나란히 실은 조선일보(12/27)


JTBC <대선후보 배우자의 ‘이례적 사과’…향후 지지율에 영향은?>(12월 26일)에 출연한 김준일 뉴스톱 대표도 “복장도 다 검은색으로 올블랙”, “단발로 자른 것은 좀 커리어우먼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등 외적인 부분을 설명했는데요. 박근혜 씨 대통령 재임 시절, 의상이나 머리모양에 관한 언론보도가 유독 많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 공인이 여성일 경우 특히 외모에 대한 과도한 묘사와 해석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보도는 여성 외모에 집착해온 구태적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고, 불필요한 곳으로 관심을 돌리는 부정적 효과도 있습니다.

 

‘윤석열 글썽’ 보도한 TV조선, 이미지 정치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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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후보가 눈시울을 붉혔다는 점을 부각한 TV조선(12/27)


김 씨 기자회견 이후에도 불필요한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TV조선은 <내부갈등에 배우자 사과…지지율 하락세>(12월 27일 이태희 기자)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윤 후보의 김 씨 기자회견에 대한 소회 영상을 상세하게 인용하면서 “(윤 후보가) 배우자의 심경을 대변하면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의혹이 충분히 해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자이자 의혹 당사자에 대한 대선 후보의 ‘눈물’은 이미지 정치를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김건희 기자회견 수십명 기자 질의 나오지 않은 이유는>(12월 27일 조준혁 기자)은 김 씨 기자회견 당시 기자 질문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질의응답 이전 국민의힘 차원에서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에 따라 현장 취재기자들이 질의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즉, “김 씨가 정치와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일했던 분이다 보니 오늘 상황이 낯설 것”이라며 윤 후보 캠프 측 양해 과정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인으로 살아온 김 씨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양해를 이해 못 할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언론과 기자들을 향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해명이 빠진 기자회견인데도 ‘해명이 빠졌다’고 지적하지 않고, 외모나 머리 모양이나 당사자의 감정적 호소를 부각하고 이미지 정치를 부추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 26~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1년 12월 27~2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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