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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면’, 보도량은 넘치는데 정치셈법만 무성대선 메시지·정치 재개 촉각, 조선·동아 ‘이명박‧이재용도 사면해야’
정부는 12월 24일 2022년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자로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 선거사범, 사회적 갈등 사범 등 3,094명에 대한 특별사면‧복권‧감형을 단행한다는 내용인데요. 주요 대상자에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와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올랐습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단연 박근혜 씨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75일 남겨둔 시점에서 전격 결정된 특별사면에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언론 보도는 어떠했을까요?
경향‧동아‧JTBC ‘박근혜 사면’ 큰 관심, JTBC 하루 16건 보도
△ ‘박근혜 사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24~12/27)·신문 지면(12/24~12/28) 보도량 *방송단신 0.5건 처리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신년 특별사면이 발표된 12월 24일부터 27일까지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12월 24일부터 28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신문의 경우 한겨레와 한국경제를 제외하고 각각 10건이 넘는 많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가장 많이 보도한 신문은 22건을 보도한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입니다. 조선일보가 16건, 한국일보가 15건, 매일경제가 13건, 중앙일보가 11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동아일보는 정부 발표 이전 1면 머리기사 <단독/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한다>(12월 24일 배석준‧유원모‧박효목 기자)를 통해 박근혜 씨 특별사면을 가장 먼저 알렸습니다.
방송은 KBS‧SBS‧JTBC‧TV조선‧MBN이 각각 10건이 넘는 많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가장 많이 보도한 방송은 16건을 보도한 JTBC입니다. MBN이 12.5건, KBS‧TV조선이 각각 12건, SBS가 11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JTBC의 경우 박근혜 씨 사면 결정 배경, 정치권과 시민 반응, 각 대선주자 입장 등 다각도로 박근혜 씨 사면을 조명했고 특별사면 발표 당일에만 16건을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면 반대 여론’ 전하지 않은 채널A·조중동·매경·한경
△ ‘박근혜 사면 반대 여론’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24~12/27)·신문 지면(12/24~12/28) 보도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특별사면 발표 이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관련 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특별사면 주목적이 ‘국민통합’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박근혜 씨는 국정농단,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공천개입 등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등 국정농단 피해자들의 아픔도 아직 아물지 않았죠. 이로 인해 박근혜 씨 특별사면 찬성 여론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언론 대부분이 박근혜 씨 특별사면 소식을 전하며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사면 반대 여론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러나 신문에서는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와 매일경제·한국경제가, 방송에서는 채널A만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반대 여론을 전하지 않은 언론은 ‘박근혜 사면’에 대해 대선 유불리와 정치권 반응만 전하며 정치공방으로 소비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 ‘박근혜 사면 반대 여론’ 전하지 않고 정치공방으로만 소비한 채널A(12/24)
경향신문‧JTBC 제외하고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24~12/27)·신문 지면(12/24~12/28) 박근혜 씨 호칭 구분 ©민주언론시민연합
박근혜 씨 사면‧복권이 결정됐지만, 최소한 경호 외 전직 대통령 예우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과거 받은 형의 선고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7조(권리의 정지 및 제외 등)는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등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과 JTBC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했지만, 그 외 언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호칭했습니다. MBC의 경우, 앵커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했지만, 기자 리포트에서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혼재해 사용했습니다.
지역주의·인물 중심 정치 고착화 보도
△ ‘박근혜 정치 메시지‧정치 재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24~12/27)·신문 지면(12/24~12/28) 보도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박근혜 씨가 대선을 앞두고 표명할 정치 메시지와 영향력 혹은 정치 재개 여부를 예측하는 보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신문에서는 한겨레를 제외하고, 방송에서는 MBC와 JTBC를 제외하고 모두 이런 내용을 전했는데요. 중앙일보 <TK선 ‘박근혜 상징성’ 여전…정치 행보 땐 대선 요동칠 수도>(12월 25일 손국희‧남수현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여전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이 마음먹기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이 꽤 있을 것”,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수 있다”는 각계 반응을 전한 겁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지역주의’와 ‘인물 중심 정치’를 언론이 나서서 고착화하는 행태를 보인 것입니다.
△ ‘박근혜 정치 메시지‧정치 재개’ 다룬 기사(12/25)(왼쪽 중앙일보, 오른쪽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박근혜, 31일 0시 ‘석방’…당분간 입원 치료, 내곡동 자택 공매돼 퇴원 뒤 머물 곳 마땅찮아>(12월 25일 배석준 기자)에서 “탄핵받은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나는 내년 3월 9일 이후에 법적으로 선거 출마가 가능”, “사면으로 파면의 효력이 사라진다는 법조계 의견도 있어 당장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박근혜 씨 정치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박근혜 씨 특별사면 및 복권 결정 이후 ‘전직 대통령 예우가 복권됐다’거나 ‘당장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허위조작정보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머니투데이는 <팩트체크/박근혜 ‘사면·복권’이 ‘전직 대통령 예우’ 복원이라고?>(12월 24일 유동주 기자)에서 “사면에 의한 복권은 잃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할 뿐이고 형의 선고 효력을 잃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 확인했습니다. 또한 사면법 제3조(사면 등의 대상)는 특별사면 및 감형의 대상을 ‘형을 선고받은 자’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찬성 입장으로 인용된 ‘탄핵(파면)’은 ‘형’이 아니므로 특별사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제5조(사면 등의 효과)는 “형의 선고에 따른 기성(旣成)의 효과는 사면, 감형 및 복권으로 인하여 변경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죠. 이에 비춰볼 때 동아일보가 전한 “사면으로 파면(탄핵)의 효력이 사라진다는 법조계 의견”은 정말 법조계 의견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이명박 제외’ 따지고 나선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정부 발표 전까지 ‘국민통합을 위해 특별사면을 단행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박근혜 사면’을 촉구해왔습니다(민언련 보고서 <조선‧동아, 주거니 받거니 ‘박근혜 사면’ 군불 때기>). 그런데 ‘박근혜 사면’이 결정되자, 이번엔 이명박 씨가 사면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12월 25일 다수 기사에서 이번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의 “내 편 구하기”와 “내 식구 사면”으로 평가절하했습니다. <사설/대선 임박해 한명숙‧이석기에 끼워넣은 박근혜 사면>(12월 25일)에서도 “정권 편 사람들을 무더기로 풀어주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끼워넣은 것 아니냐”며 같은 태도를 보였는데요. “굳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처사에 야박하다는 느낌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이 전 대통령만 사면 제외, 정치 보복일 뿐>(12월 28일)에서 이런 태도를 더욱 노골화했습니다. 한 청와대 참모가 “국민 정서상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시기상조로 봤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말하는 ‘정서’는 문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의 ‘반(反)이명박 정서’일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지니고 다니며 ‘아름다운 복수’를 다짐했다고 한다”며 “이 전 대통령만 사면에서 제외한 것은 이런 복수의 일환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압박하다시피한 조선일보가 ‘카더라 통신’을 근거로 ‘이번 사면은 복수의 일환일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한 건데요. 언론의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음모론 제기는 ‘국민통합’이 아닌 ‘국론분열’에 일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아일보, ‘이명박·이재용 제외’ 유감…원포인트 사면 촉구
△ ‘이재용 사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24~12/27)·신문 지면(12/24~12/28) 보도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일보는 <사설/박근혜 사면, 국민통합과 미래로 가는 계기 돼야>(12월 25일)에서 이명박 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데 유감을 표하며 “‘원포인트 사면’을 추가로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고 또다시 사면을 촉구했는데요.
△ 청와대 간담회 소식 전하며 ‘이재용 사면 언급 여부’ 보도한 MBN(12/27)
언론은 12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6개 기업 총수를 초청한 청와대 간담회를 전하는 보도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신문에서는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제외한 대부분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반면, 방송은 채널A와 MBN만 보도했는데요. 매체는 달라도 보도내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들 ‘박근혜 씨 특별사면 직후 이뤄진 만남에서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사면 메시지를 전할지 관심이 쏠렸다’고 전했죠. 하지만 이 부회장 사면에 관심이 쏠린 근거는 ‘공교롭게도 이번 간담회가 박근혜 씨 특별사면 직후 이뤄졌다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언론이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관심을 쏟을 때 한겨레는 <문 대통령, ‘취업제한’ 이재용 만나 “일자리 창출” 당부>(12월 28일 이완 기자)에서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되어) ‘취업제한’ 상태인데도 (청와대가 간담회를 통해) 편법으로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 24일~12월 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1년 12월 24일~12월 2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