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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편 걱정된다면, ‘장애인 이동권’부터 관심 가져야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2월 20일, 15년째 제자리걸음인 저상버스 보급률 문제 등을 지적하며 ‘지하철타기 선전전’을 벌였습니다. 2006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관련 계획에 따르면 올해까지 저상버스 보급률 42%를 달성해야 하나, 2020년 기준 전국 27.8%로 아직도 버스 10대 중 7~8대는 장애인이 탈 수 없습니다. 지하철 상황도 다르지 않아 이동권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이날 시위는 이동권 관련 예산편성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지하철 5호선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집이 있는 공덕역까지 이어졌습니다.
장애인단체는 12월에만 3일, 6일, 9일, 13일, 20일 등 다섯 차례 시위를 벌였습니다. 12월 22일 장애인단체가 요구하는 법안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연내 ‘교통약자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더 크게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언론이 시위에 따른 열차 운행 지연 소식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애인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반복되는 이유와 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할 방안도 짚어야 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이 장애인 시위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동권 보장’ 시위 5회, 경향․동아․조선․매경․한경․KBS․SBS 무보도
신문사 |
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한국일보 |
매일경제 |
한국경제 |
보도량 |
0 |
0 |
0 |
1 |
5 |
5 |
0 |
0 |
방송사 |
KBS |
MBC |
SBS |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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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
MB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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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량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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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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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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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교통약자법’ 개정 요구 시위 관련 신문 지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2021/12/03~12/20, 사진기사 제외)
©민주언론시민연합
12월 22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앞두고 수차례 열린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 보도량을 확인한 결과,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는 지면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향신문은 12월 8일과 21일, 동아일보는 21일 시위현장이 담긴 사진만 실었습니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사진조차 없었습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각 5건씩 실어 가장 보도량이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일보는 장애인의 ‘목숨 건 외출기’를 담은 <혜화역 리프트 추락 장애인, 22년째 이동권 외치다>(12월 18일 전혼잎 기자)를 1면에 실으며 적극 보도했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경우 KBS와 SBS가 한 건도 싣지 않았고, MBC가 2건이었으며 JTBC‧TV조선‧채널A‧MBN이 각 1건씩 전했습니다.
2001년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사한 사건으로 촉발된 장애인 이동권 시위는 올해로 20년째입니다.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이동권을 장애인이 20년 동안 보장받지 못한 데는 그만큼 사회 관심이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언론의 무관심, 무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2월 한 달 동안 장애인단체가 여러 차례 이동권 요구 투쟁을 벌였고, 법안 상정 여부도 주목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련 보도가 없다는 건 이들을 오랫동안 ‘투명인간’ 취급해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최악 지연’ ‘출근길 발목’ 시민 불편 부각
신문 지면이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가 무관심했다면, 온라인엔 시민 불편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보도가 대부분입니다. 시위 당일인 12월 2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장애인 시위’를 검색한 결과 총 115건의 기사가 검색되지만, 제목에서 ‘이동권 보장’ 등과 같이 장애인단체 요구사항을 언급한 기사는 17건에 불과합니다.
조선일보 <“6정거장 가는 데 1시간”…지하철 5호선 최악의 지연, 전날 예고됐다고?>(12월 20일 김소정 기자), 문화일보 <출근길 발목…장애인단체 시위로 5호선 1시간 넘게 지연>(12월 20일 민정혜 기자)과 같이 ‘최악의 지연’, ‘출근길 발목’과 같은 단어를 제목에 사용해 시민 불편만 과도하게 부각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관련 시민 불편 강조한 온라인 기사 제목(12/20, 위부터 조선일보‧문화일보‧동아닷컴‧매일경제 순)
‘장애인 시위’ 이유 언급 않거나 소극적
장애인 단체의 시위 이유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기사도 있습니다. 매일경제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운행 지연…“광화문역 수십명 경찰도 배치”>(12월 20일 방역덕 기자)는 “광화문역 등에는 경찰병력 수십명이 배치”됐다거나, 12월 3일 시위를 전하면서도 장애인단체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동아닷컴 <출근길 5호선 운행 지연…장애인단체 또 기습시위>(12월 20일 김소영 기자), 세계일보 <출근길 지하철 5호선 운행 지연…장애인단체 왕십리역 등서 기습시위>(12월 20일 한윤종 기자) 등도 열차 지연 소식이나 시위 방식만 다뤘습니다.
장애인이 왜 시위를 하는지 언급했더라도 시민 불편에 비해 소극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널A <장애인단체 기습 시위…서울 지하철 5호선 운행 지연>(12월 20일 김태욱 기자)은 “장애인단체는 15년 전 약속한 저상버스 도입이 2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100%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했다”며 시위 이유를 언급하긴 했지만 “전동차는 문을 열어둔 채 멈춰 서 있고, 그 앞에서 장애인과 경찰관들이 실랑이를 벌입니다” 등과 같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는 데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습니다.
시민 불편 우려된다면 ‘장애인 이동권’부터 관심 가져야
△ 장애인 이동권 시위 이유를 구체적으로 짚은 보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BC(12/20), TV조선(12/20), 한겨레(12/10), 한국일보(12/18)
시위 내용에 관심을 가진 보도도 있습니다. TV조선 <포커스/시위 20년…‘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미흡’>(12월 20일 박소영 기자)은 “2022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과 달리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되지 않”았고, “서울의 장애인 콜택시는 모두 619대인데, 이용자 수가 3만 7천명인 것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며 20년 째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주목했고, MBC <휠체어로 막아선 지하철…왜 월요일 출근길에>(12월 20일 김건휘 기자) 역시 “20년 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사이 2017년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타려던 장애인이 또 추락해 숨졌다”며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한국일보 <혜화역 리프트 추락 장애인, 22년째 이동권 외치다>(12월 18일 전혼잎 기자)는 1999년 휠체어 이동용 리프트에서 떨어져 다쳤던 이규식 씨를 동행 취재해 열악한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자세하게 전했습니다. 12월 6일 장애인단체가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예고하자 서울교통공사가 혜화역 엘리베이터를 폐쇄한 일이 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승강기 폐쇄한 서울교통공사>(12월 10일)를 통해 “하루빨리 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근본 해결책임을 모색한 보도입니다.
장애인단체 시위가 있는 날이면, 상당수 언론이 ‘시민 불편’을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냅니다. 수십 년간 반복되는 시위와 교통 불편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시민 불편’, ‘교통 차질’ 기사를 쓰기 전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피는 기사를 쓰는 게 먼저인 이유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1년 12월 3~2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12월 2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장애인 시위’를 검색해서 나온 기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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