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신지예 국민의힘 합류, 여성표심·외연확장 강조한 ‘조·중·동’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신지예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했습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알려진 신지예 전 대표가 정반대 입장인 듯 보였던 국민의힘에 힘을 보태자 두 세력의 결합을 바라보는 언론도 많은 우려를 보냈는데요. 하지만 언론사 별로 시각과 초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여성정치에 대한 냉소, 영입인사 이미지 소비 등을 지적한 언론이 있는 반면, 국민의힘 선거전략으로서 외연확장을 강조한 언론도 있습니다.
한겨레, 1면에서 비판, TV조선 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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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예 전 대표 윤석열 캠프 합류를 보도한 신문 지면(12/21)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20)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신지예 전 대표의 새시대준비위원회 합류가 알려진 12월 20일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와 다음날인 12월 21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신 전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를 비판한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가장 많이 보도했는데요. 특히 한겨레는 1면에 <윤석열 캠프로 간 ‘페미’ 정치인의 자기부정>을 실어 신 전 대표의 선택을 질타했습니다.
모니터 대상 중에는 TV조선만 유일하게 신 전 대표의 윤석열 캠프 합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채널A 또한 <여랑야랑/우왕좌왕하는 국민의힘?>(12월 20일 김민지 기자)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갈등을 전하며 신 전 대표 영입도 국민의힘 당내 갈등을 일으켰다고 짧게 전했습니다.
조중동·SBS, ‘지지기반과 외연 확장’ 초점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와 SBS는 신 전 대표 합류에 대해 윤석열 캠프 측이 설명한 전략과 동시에 국민의힘 내부 갈등 기류를 중심으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신지예 파격 영입… 윤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어야”>(12월 21일 김승재·김승현 기자)에서 “신씨를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에 임명한 윤 후보는 중도를 넘어 진보로 외연확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라며 “새로운 영입 인사들을 통해 국민 지지 기반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는 윤석열 후보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이어 “신씨의 합류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기존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견도 나왔다”며 영입을 반대하는 내부 인사 목소리를 덧붙였습니다.
중앙일보 <신지예 “박원순 사태 보며, 이들이 또 정권 잡는 게 두려웠다”>(12월 21일 최민지 기자), 동아일보 <윤, 90년생 페미니스트 신지예 깜짝 영입… “철학-진영 확장해야”>(12월 21일 강경석 기자), SBS <“청년 여성층 표심 공략”…당 안팎 ‘시끌’>(12월 20일 박원경 기자) 역시 당내 반대 기류를 언급하면서도 ‘지지 기반을 넓히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윤석열 후보의 발언을 전하며 ‘취약 지지층인 2030 여성표심 잡기’라고 보도했습니다.
직접 인터뷰 나선 JTBC·중앙일보
신 전 대표의 새시대준비위원회 합류 당일, JTBC는 직접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JTBC <‘녹색당서 국힘으로’ 윤석열 택한 이유는/신지예>(12월 20일 박진규 기자)는 신 전 대표의 행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많은 것 같다”며 “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인지”, “소신껏 목소리를 내실 수 있을지” 등을 물었습니다. 신 전 대표는 “두 후보 모두 다 저한테는 썩 마땅치 않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윤석열 후보님을 직접 뵙고 또 그분이 갖고 있는 사회에 대한 비전, 그다음에 목표를 듣고 난 뒤에 이분이라면 제가 지지하고 이길 수 있겠다”고 답하거나 “이준석 대표님께서 워낙 배포가 크신 분”이라며 정권교체라는 목표가 같다면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앙일보도 <신지예 “박원순 사태 보며, 이들이 또 정권 잡는 게 두려웠다”>(12월 21일 최민지 기자)에서 신 전 대표 인터뷰를 싣고 합류 이유,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윤석열 후보 평가,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과거 공약 철회 여부 등을 물었습니다. 신 전 대표는 “무고죄 형량 강화 등의 정책은 고민을 다시 해야 할 지점이 있다”며 윤석열 후보가 성평등 공약으로 ‘성범죄 무고죄 강화’를 내놓은 것을 지적하면서도 정권교체 의지를 밝히며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답했습니다.
두 인터뷰 모두 여성표심 잡기, 외연확장만 강조하는 기사와 다소 달랐으나 신 전 대표의 선택이 정치 냉소를 불러일으키거나 이미지 소비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는 담지 않았습니다. 그의 선택이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도 없었습니다.
한겨레, 여성 정치 냉소‧백래시 강화 등 우려
한겨레는 1면에 <윤석열 캠프로 간 ‘페미’ 정치인의 자기부정>(12월 21일 최윤아‧박고은 기자)을 보도하며 신 전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를 질타했습니다. 한겨레는 “여성계 및 지지자들의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어 8만표 이상을 받으며 젊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대표성을 확보해 활동했던 신 전 대표의 이번 선택에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4면에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페미 소멸 머잖았다”>(12월 21일)를 싣고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등의 비판을 전하며 “여성계는 신 전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로 여성정치에 대한 냉소 또는 ‘백래시’가 강화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신지예 전 대표의 윤석열 캠프 환영식 사진에 ‘백기 든 소신’이라 제목 붙인 한겨레(12/21)
한겨레는 <반페미당 변화? 2030 여성 공략?…결합 효과는 미지수>(12월 21일 임재우·최하얀 기자)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선대위는 신 부위원장 영입으로 취약층인 2030 여성의 지지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 온 국민의힘이 이를 비판해온 신 부위원장과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기성 정치권이 ‘청년·여성 정치인’이라는 신 부위원장의 이미지를 소비할 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경향신문·MBC ‘이질적이며 이해하기 힘든 선택’ 지적
경향신문 <신지예와 윤석열, 그 ‘환상의 콜라보’>(12월 21일 김민아 논설실장)는 “신지예와 국민의힘의 결합은 이질적”이라고 짚었는데요. “여성·청년·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상징자본은 혼자 쌓아 올린 성취가 아니”며 “오랜 시간 지지자들과 함께 이뤄낸 것”으로 “자신의 성취에 힘을 보탠 지지자들에게 설명할 근거와 맥락이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없는 윤석열 후보의 약속을 믿겠다는 신 전 대표의 선택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MBC <윤,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당 안팎 시끌시끌>(12월 20일 김민찬 기자)은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을 하며 서울시장에도 출마했던 페미니스트 신 씨의 선택은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이었다”며 “보수정당과 거리를 두던 신 씨는 정권교체 필요성으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했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여성운동가들과 제3지대 정당들 사이에선 권력을 따라간 기괴한 변절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다고 지적하며 “신 씨 영입으로 젊은층 표심을 잡을 수 있을지, 그 효과를 놓고도 정치권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구태 인재영입, 비판적 시각 바라봐야
신 전 대표의 국민의힘 행은 젊은 여성·환경·청년·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주목받은 인물이 그와 거리가 먼 주장을 했던 정당을 선택한 행보입니다. 국민의힘은 최근 노골적으로 ‘이대남’ 프레임을 강조하며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여성정책 폐지를 주장해왔습니다. 이러한 정당에서 2030 여성표심을 잡겠다며 갑작스레 신 전 대표를 영입했습니다. 여성정책, 구체적인 공약 로드맵 없이 단순 인재영입 하나로 표를 얻겠다는 제1야당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경쟁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데 대한 비판은 줄곧 있었습니다. 정당 내부에서 인재를 키우지 않고 선거가 코앞에 와서야 화제성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이미지 정치’를 계속해온 것입니다. 능력과 비전을 갖춘 외부 인사가 선거마다 수혈됐지만, 기성정치 관행이 바뀌진 않았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참신한 인물이라도 선거용 수단, 정치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물론 자신이 주장해온 가치와 신념, 정체성 등을 응원했던 지지자에 대한 해명과 설득은 신 전 대표의 몫입니다. 우리 언론은 뚜렷한 정책과 공약 없이 인재영입 발표로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권을 비판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구태 인재영입은 계속됐습니다. 영입된 인재들이 실제 기성 정치권과 정책 전반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선거가 외부 인사 ‘이미지 소비’에 그치지 않고 정당이 정책과 공약을 경쟁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인재영입’을 바라보는 언론의 비판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 2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2021년 12월 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