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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주거니 받거니 ‘박근혜 사면’ 군불 때기징역 22년 억울함, 고령·건강악화 동정여론 주력
법무부가 12월 20일과 21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하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면권을 행사하게 되는데요. 이번 특별사면은 ‘생계형 사범’ 중심으로 이뤄지며 정치인‧경제인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신년 특별사면 보도에서 수감 중인 박근혜 씨 건강악화와 만기출소 후 나이, 출간 예정인 ‘옥중서신’을 소상히 보도하는 등 이른바 ‘박근혜 사면’에 군불 때는 보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조중동 ‘신년 특별사면’ 보도량 많아
△ ‘신년 특별사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18~12/21)·신문 지면(12/18~12/22) 보도여부 *방송단신 0.5건 처리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년 특별사면 보도가 시작된 건 12월 18일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2월 18일부터 21일까지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신문의 경우, 한국경제를 제외하고 모두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요. 동아일보가 6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4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매일경제는 각각 1건씩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JTBC를 제외하고 모두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요. 가장 적게 보도한 경우 단신 한 건, 가장 많이 보도한 경우 2건으로 보도량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건강악화’ 동정여론 조성한 동아일보
△ ‘박근혜 씨 건강상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18~12/21)·신문 지면(12/18~12/22) 보도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년 특별사면 보도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박근혜 씨 건강상태’ 기사화 여부였습니다. 신문은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가, 방송은 사면 소식을 아예 보도하지 않은 JTBC와 단신 보도한 KBS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보도했는데요. 한국일보‧MBC‧SBS는 박근혜 씨 건강상태를 전하긴 했지만 짧고 건조하게 언급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세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박근혜 씨 건강상태를 비교적 상세히 전했습니다. 더불어 동아일보‧TV조선‧채널A는 “형기를 모두 채우면 87살이 되는 2039년 석방”이라며 박근혜 씨가 ‘고령’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박근혜 씨 건강상태 전하며 ‘고령’ 강조한 TV조선(12/20)
특히 동아일보는 12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박근혜 씨 건강악화를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지병 악화…상태 상당히 안좋아”>(12월 20일 유원모‧고도예 기자)에서 익명의 법조계‧의료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박근혜 씨의) 어깨-허리질환 심해지고 장기 수감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며 회전근개 파열,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를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 <“박근혜 정신의학과 치료” 법무부 이례적으로 공개>(12월 21일 유원모 기자)에서는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사실을 공개했다’며 박근혜 씨 건강악화를 강조하고, 또다시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박근혜 씨가 사면대상에선 제외됐지만 건강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교정당국 직권으로 박근혜 형 집행정지 신청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양팔 들기 힘들고 허리통증에 잠도 제대로 못 자”>(12월 22일 박상준‧유원모 기자)에서도 박근혜 씨 형 집행정지 가능성을 전했는데요. 형 집행정지 가능성을 언급하며 박근혜 씨 건강악화 자체를 기사 제목으로 삼은 언론은 동아일보가 유일했습니다.
동아일보의 이러한 보도행태는 과거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동아일보는 2017년 박근혜 씨 구치소 특혜 논란을 다루며 ‘위장병 악화’ 등 박근혜 씨 건강악화를 부각해 동정여론 조성에 힘썼습니다(민언련 보고서 <특혜논란에도 ‘불쌍한 박근혜’만 외치는 동아>).
‘징역 22년형 억울함’ 그대로 전한 조선일보
△ ‘박근혜 씨 옥중서신 출간’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18~12/21)·신문 지면(12/18~12/22) 보도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년 특별사면 보도의 다음 특징은 ‘박근혜 씨 옥중서신 출간’ 기사화 여부였습니다. 신문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방송은 MBN만 보도했는데요. 중앙일보와 MBN은 출간 소식만 간단히 전한 반면, 조선일보는 12월 말 출간 예정인 박근혜 씨 옥중서신 내용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주변인물 일탈로 혼신다한 일들이 적폐로…정치 함께했던 이들은 모든 짐을 내게 지웠다”>(12월 18일 김승재 기자)에서 “믿었던 주변 인물의 일탈로 인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모든 일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충실하게 이행했던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거짓은 잠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세상을 속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그 모습을 반드시 드러낼 것으로 믿고 있다” 등 주로 박근혜 씨의 억울한 심경을 담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씨는 국정농단과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재판받아온 끝에 올해 1월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앞서 공천개입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2년까지 합치면 총 22년형을 선고받은 건데요. 이처럼 박근혜 씨의 각종 범죄 혐의는 법원에서 여러 차례 공판을 거쳐 특검이 입증하고 재판부가 판결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사법부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박근혜 씨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한 것입니다.
노골적으로 박근혜 사면 촉구한 조선‧동아
‘박근혜 사면’을 노골적으로 촉구한 언론사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였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국민통합 위해 박근혜‧이명박 사면 적극 검토해야>(12월 20일)에서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 사면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는 ‘예전보다 높아진 사면 찬성 여론’과 ‘(사면을 통한) 현재의 국민 통합보다 더 큰 국민 통합으로 나가자는 미래지향적 의미’였습니다.
동아일보의 노골적 사면 촉구는 앞선 조선일보 칼럼과 맥락이 비슷합니다. 12월 1일 조선일보는 ‘정부가 성탄절 특사를 검토 중’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보도했는데요. 청와대가 성탄절 특사는 물론,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 사면에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자, <양상훈 칼럼/‘문, 지지층 반대에도 결단’ 한 번만이라도>(12월 9일 양상훈 주필)에서 노골적으로 사면을 촉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기 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때 돌았던 성탄절 사면설이 물 건너갔다고 한다”며 출처도 밝히지 않은 의견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뒤, “지금 둘로 쪼개진 우리 사회의 적대감은 터질 듯 압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 사면을 촉구하는 내용이었죠. 이처럼 조선일보가 ‘국민통합’을 이유로 사면을 촉구하자, 열흘 뒤엔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한 겁니다.
△ 박근혜 씨 건강악화 강조하며 사면 촉구한 조선일보‧동아일보 기사(12/18~12/22)
국정농단 피해자 향한 차별‧혐오부터 거둬야
조선일보는 <만물상/박근혜의 ‘옥중 5년’>(12월 20일 배성규 논설위원)에서 ‘박근혜 사면’을 주장했습니다. 박근혜 씨가 구속 수감된 지 4년 9개월째인데, “대통령 재임기간(4년 1개월)보다 더 길다”,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 구속 수감일보다) 훨씬 긴 역대 최장 기록”이라며 구속 수감된 지 오래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1997년 당시,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에게 오랜 기간 원한이 깊던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해 특별사면이 결정된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말미에는 “(문재인 정부가) 한 시대의 권력자였지만 여성이기도 한 그의 아픔을 보듬고 넘어갈 아량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일까”라며 노골적으로 ‘박근혜 사면’을 촉구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박근혜 사면’을 촉구하면서 “여성이기도 한 그의 아픔”을 언급한 것은 핵심을 비켜난 보도행태에 해당합니다. 박근혜 씨 탄핵국면부터 지금까지 주로 보수성향 언론이 관련 보도를 내놓으며 이따금 강조하는 것이 바로 박근혜 씨가 ‘여성’이라는 점인데요. 박근혜 씨가 징역 22년형을 받은 건 대통령직을 이용해 국정농단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대법원 확정판결에 박근혜 씨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끼어들 여지는 없습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여성이기도 한 그(박근혜)의 아픔”을 논했지만, 국정농단 피해자들은 아직도 상처를 다 치유하지 못하고 차별과 혐오의 시선에 맞서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이 맞는다면 ‘박근혜 사면’을 촉구하기에 앞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등을 위로하고 국정농단 피해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지우기 위한 보도에 앞장서는 것이 ‘국민통합’을 위한 순서 아닐까요.
*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 18일~2021년 12월 2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1년 12월 18일~12월 2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