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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창립자’ 허위이력 내세운 조선일보 탈원전 인터뷰조선일보는 12월 6일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는 패트릭 무어 박사 이메일 인터뷰를 두 건의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패트릭 무어를 ‘그린피스 창립자’로 소개하고, 그린피스 이력을 강조했는데요. 이어 사설에선 문재인정부 탈원전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탈원전정책 철회’를 주장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선일보가 환경분야 권위자로 소개한 패트릭 무어 이력에 사실과 다른 점은 없는지,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탈원전정책 철회’ 근거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패트릭 무어, 그린피스 창립자 아니다
△ 패트릭 무어를 ‘그린피스 창립자’로 허위 기재한 조선일보(12/6)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12월 6일 박상현 기자)을 실었습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창립자가 한국 탈원전정책을 ‘사기극’으로 규정했다는 자극적인 제목은 독자 시선을 끌기 충분했는데요. 기사 본문에서도 패트릭 무어에 대해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 창립자 중 한 명”, “그린피스 1세대”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린피스) 창립부터 세계적인 환경단체로 성장하는 과정에 관여”했으나 “1986년 그린피스를 떠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상세히 전한 패트릭 무어의 그린피스 창립 및 활동 이력은 ‘탈원전정책 비판’ 인터뷰에 권위를 부여하고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기사에 등장한 패트릭 무어의 그린피스 창립 이력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린피스가 오래전부터 사실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 사안입니다. 심지어 그린피스 홈페이지 ‘자주 하는 질문’ 코너에서 “그린피스의 창립자라고 보도된 패트릭 무어는 누구입니까?”를 통해 패트릭 무어 그린피스 창립 이력이 허위라고 설명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그린피스는 “패트릭 무어는 그린피스의 창립자가 아닙니다”, “그가 그린피스 캐나다 사무소에서 수년간 주요한 역할을 맡았다 하더라도 그가 그린피스의 창립자인 것은 아닙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패트릭 무어는 종종 자신에 대해 그린피스의 창립자 혹은 공동 창립자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는데 “많은 보도자료가 그의 이러한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해왔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조선일보는 확인을 하지 않은 채 패트릭 무어의 그린피스 창립 이력을 사실인 양 보도한 것입니다.
기본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조선일보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에서 패트릭 무어는 “재생에너지는…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원전 같은 ‘덜 비싼 기술’을 사용할 때보다 나라를 가난하게 만든다”, “결국 값비싼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 높다고 강조한 것인데요.
하지만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펴낸 『원자력 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에서는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비용 중 직접 비용은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지만 “원자력 발전 비용 중 외부 비용의 반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자력 발전 비용은 건설비·운전유지비·연료비 등 ‘직접비용’과 입지갈등비용·사고위험비용·안전규제비용·정책비용·미래세대비용 등 ‘외부비용’으로 구성됩니다. 한국 원자력 발전 비용에는 이렇게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외부비용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외부비용까지 고려할 때 ‘원자력 발전은 경제성이 높다’는 패트릭 무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패트릭 무어가 ‘값비싼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발언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데일리 <팩트체크/탈원전은 재앙, 전기료 폭등한다?>(2018년 11월 27일)에 따르면,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릴 경우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한국보다 앞서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나선 미국의 경우) 서민 부담을 줄이는 전력정책”을 펴 전기료 폭등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석탄이나 원전보다도 저렴해지는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신재생 확대 정책에 대해 가격보단 수급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패트릭 무어 주장과 배치되는 자료와 팩트체크 보도가 여럿이지만, 조선일보는 그의 주장을 전하는 데만 충실했을 뿐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탈원전정책, 문재인 대통령 고집”?
△ ‘문재인 대통령 고집 때문에 탈원전정책 폐기 안 됐다’고 주장한 조선일보 사설(12/6)
조선일보는 <사설/여당서도 나온 ‘탈원전 폐기’, 한 명 아집이 만든 국가 자해 끝내야>(12월 6일)에서 탈원전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로 여야 대선후보는 물론 문재인정부 인사들까지 탈원전 고수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다는 점, 탈원전정책에서 벗어나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 등을 제시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건설 재개’가 결정됐을 때 탈원전을 공식 폐기했어야 했다”며 “당시 국민 의견이 확인됐는데도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정책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까지 내놨는데요.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2017년 10월 20일 발표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해 ‘재개’를 선택한 비율이 59.5%로 ‘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19%p 더 높았습니다.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6%p를 넘는 수치였습니다. 따라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당시) 일시중단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재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 축소·유지·확대 등과 관련된 에너지정책 의견은 달랐습니다. ‘원자력발전 축소’가 53.2%로 가장 높았고, ‘원자력발전 유지’는 35.5%로 뒤를 이었으며, ‘원자력발전 확대’는 9.7%로 낮은 수치였습니다. 이 역시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차이를 보였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를 곧 ‘탈원전정책 폐기’로 판단했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고집 때문이 아니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원자력발전 축소 권고’를 전제로 탈원전정책 기조가 유지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실확인을 소홀히 한 것인지, 사실을 알고도 왜곡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명백하게 틀린 주장을 내놓은 것은 분명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 6일 조선일보 지면보도